지극히 현대적인 정서, 간결하지만 내면의 감정을 제대로 건드리는 문체로 독특한 세계관과 유쾌한 상상력을 풀어가는 작가 폴 오스터가 스스로의 속내를 담은 에세이 ‘내면 보고서’를 출간했다.
그의 자전적 에세이는 그의 작품세계만큼이나 독창적이다. 버릇처럼 스스로를 ‘당신’이라 지칭하며 마치 대화하듯 이야기가 펼쳐진다.
연대순도, 에피소드 순도 아니다. 그저 떠오르는 대로 읊조리듯 유년시절부터 치열하게 글을 쓰던 청년시절까지를 아우른다.
혼자서는 제대로 신발끈도 묶지 못하던 여섯 살 때의 생생한 행복, 당시 연인이었던 전 부인 리디아에게 정신없이 써내려간 연애편지에서도 엿보이는 작가의 예민한 감수성과 간결한 문체가 흥미롭다.
작가로서의 고뇌와 예술에 대한 단평들, 고독과 불안에 대한 발작적 호소, 정치적 문제에 대한 분노 등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당신’다운 젊은 폴 오스터가 반갑다. 1만 3800원.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