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갓 구운 책] 13세 소녀가 전하는 소통의 중요성! ‘귀신 지하철 4시 44분’

백은영 지음|푸른책들 펴냄|1만 1500원악마의 숫자로 불리는 4, 그 숫자가 3개나 겹치는 4시 44분 지하철에 귀신이 나타났다. 구미호와의 내기, 귀신이 나타나는 지하철, 머리 없는 아이 등에 대한 공포도 감수하는 13살 소녀의 소원과 고민을 담은 ‘귀신 지하철 4시 44분’이 출간됐다. 예쁘장한 얼굴에 친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13살 소녀 은채는 새학기부터 친구들과의 관계로 절망과 고민에 빠졌다. 은채 주변에 모여 들던 친구들이 얼굴도 예쁜데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은 진이에게 모두 가버렸기 때문이다. 가장 친한 친구마저 진이와 친해지는 바람에 은채의 고민은 더욱 절실해졌다. 다시 친구들에 둘러싸이고 싶은 은채는 친구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귀신 지하철’에 올라타 진실 밝히기에 고군분투한다. 은채의 행동이나 생각은 급부상한 인기소녀 진이와 비교되며 ‘소통의 중요성’을 전달한다. 더불어 친구들 사이에서 돋보이고 싶은 은채가 처한 현재는 소통의 중요성과 더불어 ‘모든 문제는 내 안에 있다’는 명제를 증명하는 듯 보인다.판타지 동화 ‘주몽의 알을 찾아라’로 제4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을 수상한 백은영 작가의 신작으로 대부분 외동으로 자라는 요즘 아이들에게 진정한 친구의 의미,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 소통의 중요성 등을 일깨운다. 1만 1500원.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6-24 07: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본질과 초심으로의 회귀가 일군 기적, ‘파나소닉 V자 회복의 진실’

히라카와 노리요시|HS애드 출간|1만 5000원2년 간 누적적자액 1.5조엔, ‘경영의 신’이자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사망 후 20년 동안 파나소닉은 꾸준히 침체일로였다. 그리고 2012, 2013년의 침체 정도는 기업의 존폐마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바닥으로 곤두박질 중이던 파나소닉은 2015년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 5.3%(목표 5%)를 기록하며 V자 회복을 달성했다. 이같은 파나소닉의 행보를 담은 책 ‘파나소닉 V자 회복의 진실’이 출간됐다. V자 회복의 중심에 스카 카즈히로(津賀一宏) 현 사장이 있었지만 책은 그의 업적에 치중하기보다 문제와 해결책 모두를 내부에서 찾는다. 저자 히라카와 노리요시(平川紀義)는 30년 이상 파나소닉에 근무하며 7명의 역대 최고경영자를 겪은 인물이다. 파나소닉의 부침을 함께 했던 저자는 침체의 원인은 내부에 있었음을 지적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젊은 엘리트에 대한 파격인사는 관료주의․중앙집권주의를 조장했고 ‘공장 제일주의’, ‘영업라인 중심의 사고’, 개인 소비자를 홀대하고 기업을 중요시여기는 B2B 사업 방향성 등이 파나소닉을 바닥으로 끌어내렸다고 진단한다. 파벌싸움, 장기침체 등으로 얼룩진 파나소닉의 소생은 결국 초심인 ‘고객제일주의’로 돌아서면서다. 파나소닉이 가진 기술, 그 기술이 날개를 달 수 있는 시장 등을 발굴․개척하면서 파나소닉은 회복세로 돌아섰다. 결국 본질과 초심으로의 회귀가 파나소닉 소생의 기적을 만든 셈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6-24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그래도 답은 창업, '절대 망하지 않는 작은 장사'

손수경씨가 카페벙커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사진제공=라온북 출판)한동안 비어있던 상가가 북적인 건 올 봄이었다. 위치는 지하철 개찰구 바로 앞으로 출·퇴근 시간엔 꽤 많은 사람이 지나가는 길목이다. 커다란 투명 냉장고가 앞에 놓이고 간이 계산대가 놓이는 모양새로 보아 아이스크림 가게였다. 정식으로 문을 열고는 이탈리아 수제 아이스크림을 싸지 않은 가격에 판매했다. 테이크아웃 전문점이지만 손님이 먹고 갈 수 있게 테이블도 2개 놓였다. 그 뒤로 매일 그곳을 지나가지만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테이블에서 먹고 있는 손님도 보지 못했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복잡한 길목에 앉아서 여유 있게 아이스크림을 먹기란 힘드니까. 지하철을 타러 갈 때 혹은 타고 나올 때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은 기분이 드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지하철 역사를 벗어나고 싶은 게 현대인의 바람이다. 예상대로 그곳은 한창 아이스크림이 팔려야 하는 여름에 문을 닫았다. 바로 어제 아침에 만난 50대로 보이는 주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당사자에겐 죄송하지만 예고된 결과였다. 많은 준비를 해서 가게를 열어도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다.김종길씨가 커피 원두를 볶고 있다. 그는 오랜 노력 끝에 지금의 커피 맛을 찾아냈다. (사진제공=라온북 출판)생존이 힘들다고 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창업 시장에 뛰어든다.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폐업한 자영업자의 수는 68만 604명이다. 이중 외식업과 소매업의 폐업률은 43%에 달한다. 창업 후 1년을 버티기도 힘들다. 장사를 시작하려는 사람도, 지금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도 망할 걱정을 하며 살아간다. 신간 ‘절대 망하지 않는 작은 장사’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책은 창업 초기에 겪게 되는 어려움을 짚어주며 단계별로 직면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하루에 통닭 10마리만 팔아도 먹고 살겠지란 마음으로 전세 2500만원 점포로 창업한 젊은 부부(김종길·손수경)다. 그들의 창업이 정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년. 그 사이 부부는 치킨 가게를 맥주집으로, 맥주집을 다시 카페로 바꿔가며 살아남았다. 그러다 모든 창업인의 소망인 ‘내 건물에서 장사’를 하게 됐다. 현재는 커피전문점 ‘카페벙커’와 원두커피 제조공장 ‘커피벙커’, 쇼핑몰 ‘e벙커’를 운영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가 책에 담겼다. 책의 첫장은 ‘장사를 시작하는 도입기’다. 책은 창업 전 과정은 생략하고 초기 단계부터 이야기한다.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2년이다. ‘일단 2년만 버티면 그 다음이 보인다’는 것이 그의 첫 번째 성공 비결이다.그 시기가 지나면 많은 사람이 인테리어와 메뉴에 대해 고민한다. 가격 할인을 해서 다시 한 번 손님을 불러모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기도 이때다. 책은 각 고민에 대해 답을 준다. ‘인내심을 가져라’, ‘고객의 마음을 들여다보라’는 뻔한 결론이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저자는 본인이 겪고 주변에서 보고 들은 사례를 곁들여 진심 어린 조언을 한다.신간 ‘절대 망하지 않는 작은 장사’ (사진제공=라온북 출판)다음은 슬럼프다. 슬럼프는 스포츠 선수나 다이어터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다. 같은 하루가 반복되면 창업자의 삶에도 슬럼프가 찾아온다. 책의 두 번째 장부터는 ‘성장’에 주목한다. 단순 매출을 올리고 가게의 미래 가치를 만드는 방법이 이 장에서 소개된다. 특히 여기에는 저자의 사례가 많이 등장한다. 저자는 배달 중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는 반드시 헬멧을 벗었다. 돈을 받을 때만큼은 장갑을 끼지 않았다. 사소한 차이지만 이런 행동들이 모여 고객의 호감을 얻을 수 있었다. 커피숍에선 단골이 중요하다. 저자는 한번 온 손님을 기억하고 그들과 대화하는 방법에서 승패가 갈린다고 조언한다.저자의 말처럼 이런 책들은 장사에 직접적인 효과를 주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읽으면 다 맞는 말이다.비슷한 책도 서점에 많다. 그래도 눈길이 간다. 창업 시장에 가까이 있는 사람에겐 필요한 책이기 때문이다. 다른 책과 비교해 ‘절대 망하지 않는 작은 장사’의 장점은 솔직함이다. 저자는 있는 그대로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독자에게 경험이 배어있는 조언을 한다. 저자의 바람처럼 책은 늘 곁에 두는 상비약으로 딱 어울린다. 라온북 출판. 1만 5000원.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6-06-24 07:00 김동민 기자

[비바100] “이게 다 엄마 때문이야!” 이 세상 모든 엄마와 딸을 위한 위안, ‘안녕 엄마 안녕 유럽’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라.”엄마는 그렇게 눈을 감았다. 아침을 깨우는 분주한 발소리, 요란한 칼질과 음식 냄새, 구멍 난 속옷, 미련퉁이 같은 인고의 세월, 언제나 오롯이 내편으로 그곳에 있을 줄 알았던 사람…. 누구나에게나 엄마는 그렇다. 그리고 그 엄마의 딸들은 외친다. “엄마처럼은 살지 않을 거야!”독립출판 작가이자 대구 소재의 카페책방 ‘커피는 책이랑’ 주인장 김인숙도 그런 딸이었다. 엄마와 닮았다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지만 엄마처럼은 살지 않겠다고 수천번도 더 결심했는데 그런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자영업으로 단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했던 부모, 철도 들기 전부터 그런 부모를 대신해 동생들을 돌봐야 했던 장녀. 엄마는 그런 딸이 자신보다는 나은 삶을 영위하길 바랐고 딸은 그런 엄마를 위해 대학을 가고 장학금을 탔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동생들을 돌봤다. 그렇게 너무 바빠 제대로 된 전화통화도 힘들었던 모녀는 엄마가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고서야 온전히 마주했다. 그저 회사에 취직해 안정적인 월급으로 집안의 보탬이 되고자 했던 딸은 숨겨뒀던 나 홀로 유럽 여행의 꿈을 이야기했고 엄마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라”는 말로 그 꿈을 응원하고 눈을 감았다.   누군가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김인숙은 엄마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되새기며 홀로 유럽 여행을 택했고 여행 에세이 ‘안녕 엄마 안녕 유럽’을 출간했다. 그렇게 책은 엄마가 떠나고 시작한 여행으로 엄마를 추억한다. 책은 4개의 챕터에 여행기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엄마가 떠났다, 여행을 시작했다’, ‘내 인생의 절반은 엄마와 함께였다, 여행의 절반이 흘렀다’, ‘‘엄마’라 부를 엄마가 없다는 것, 여행은 절반도 안남았지만…’, ‘살고 싶은 인생이 생겼다, 그것은 엄마가 남긴 선물이었다’.감성 넘치는 챕터의 제목만으로도 그 여행이 얼마나 값졌으며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큰지가 느껴진다. 해방촌에서 독립출판물책방 ‘스토리지북앤필름’을 운영 중인 강영규의 필름 사진이 여행의 감성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짙게 한다. 각 챕터의 마지막에는 엄마의 병간호를 하던 당시 매일 엄마에게 썼던 손편지처럼 여행지에서 엄마에게 쓴 엽서가 실렸다.  책은 지평선과도 같은 가로 선을 경계로 여행기와 엄마에 대한 추억을 배치했다. 새해를 맞아 세찬 비가 내리는 런던에서 숙소로 가는 길을 잃고서는 여기저기 터져도 “괜찮다”던 엄마가 분명 괜찮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정처 없이 길을 걷다 손을 잡고 있는 엄마와 아이를 한참 동안 바라보기도 한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 파리에서 눈이 번쩍 뜨이게 짠 크레이프를 먹으면서 계란 프라이 만드는 방법을 처음 배웠던 엄마와의 한때를 떠올린다. 바르셀로나에서 추러스를 먹으면서는 군것질을 좋아하던 엄마와 단골 분식 트럭에서 설탕, 케첩을 뿌려 먹던 500원짜리 설탕옷 핫도그를 기억한다. 친절한 바르셀로나의 첫인상,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운 로마 등 여행지에 대한 단상은 어김없이 모든 것의 처음을 함께 했지만 사랑표현에 인색해 섭섭하게 했던 엄마와의 추억 되새김질로 이어진다.결국 딸은 엄마를 닮았다. 아버지의 손찌검으로 이혼 후 더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된 모녀는 팔짱을 끼는 것조차 어색한 지경에 이르렀고 두 사람 모두 감정 표현에 서툴렀다. 울분을 아버지의 옷을 가위로 잘라내는 것으로 풀어낸 엄마처럼 딸은 휴지 찢기로 스트레스를 극복한다.김인숙 지음/강영규 사진/한빛라이프 출간/1만 2800원여행의 끝자락, 엄마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음을 깨달았고 실수나 실패에 예민했던 자신에게 너그러워졌으며 살고 싶은 인생이 생겼다.그렇게 작가의 휴지를 찢는 버릇은 사라졌고 온전히 자신에 집중한 여행은 끝이 났다. 그리고 맛있는 걸 나눠 먹고 수다로 일상을 나누는 새 삶을 만났다. “내가 이렇게 된 건 다 엄마 때문이야.”tvN 금·토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박완(고현정)이 엄마(고두심)에게 악다구니를 치는 이 장면은 세상의 모든 딸들의 심금을 울렸다. 폭발하기 직전까지 삶에 떠밀렸을 때 찾게 되는 원망의 대상이자 안식처, 정체를 알 수 없는 죄책감과 먹먹함을 가지게 하는 사람. ‘엄마’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복잡한 감정은 인류의 공통분모다. 그리고 ‘안녕’의 이중적 의미는 한국인이기에 이해가능한 인사다. 그렇게 책 ‘안녕 엄마 안녕 유럽’은 지내온 삶의 수고로움에 ‘안녕’을 고하고 새 인생에 ‘안녕’을 전한다. 1만 2800원.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6-17 07: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또 오해! 왜 오해? 노 오해! 역피라미드 화법, ‘왜 사람들은 내 말을 오해하는 걸까?’

야마구치 아키오 지음 | 오민혜 옮김 | 알키 | 1만 3800원‘또! 오해영’이 아니라 ‘또! 오해’, ‘왜 오해?’다. 상대가 상처 받을까봐 혹은 이해하지 못하거나 불편해질까봐 돌려 말하면서 오해는 시작된다. 야마구치 아키오의 신간 ‘왜 사람들은 내 말을 오해하는 걸까’는 이 같은 화법에 일침을 가한다.  20년 동안 3500여명의 정부 고위 관료, 정재계 대표, 경영자 등의 미디어·프레젠테이션·비즈니스 회화 트레이닝을 해온 저자는 역피라미드 화법을 강조한다. 미국에서 100년 전부터 일상화된 역피라미드 화법은 가장 중요한 것부터 말하는 기술이다. 책은 역피라미드 화법을 바탕으로 ‘오해받지 않는 대화의 기술’,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답변의 기술’을 논한다. 2부로 구성된 책은 역피라미드 화법의 다양한 활용법, 사례와 더불어 ‘오해받지 낳는 11가지 대화의 기술’,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화법과 답변법’, ‘난감한 질문에 답변하는 법’ 등의 유익한 팁들로 꾸렸다. 저자가 오해와 물의 예방법으로 제안하는 역피라미드 화법은 오해의 원인을 타인이 아닌 내 안에서 찾고 듣는 이에 대한 배려심으로 ‘또 오해?’라는 탄식을 ‘노 오해!’로 바꾸는 힘을 지녔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6-17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유시민과 정훈이의 '기술'이 만난 '표현의 기술'

세상사람들이 서로의 감정 표현을 ‘기술’로 익힌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표현에 ‘정석’이 있다면 아마도 인간사회는 상당 부분에서 평화 유지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일찌감치 글과 토론에 대한 소신을 책으로 써왔던 유시민 작가가 그만의 ‘표현의 기술’을 담은 신간을 발표했다. 평소 많은 독자들이 온·오프라인으로 문의해 온 글쓰기뿐 아니라 말하기, 토론하기, 안티 대응하기 등 표현을 잘 할 수 있는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심도 있는 기밀 사항을 ‘표현의 기술’에 압축했다. 유시민·정훈이 지음. 생각의길 출간.(사진제공=출판사 생각의길)◇다양한 ‘표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저자는 ‘나는 왜 쓰는가’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정치적 글쓰기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의 글이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글 표현 방식을 조언한다. 그의 조언은 요즘처럼 안티성 댓글과 비방글이 넘쳐나는 시대에 꼭 읽어둘 만한 문장들로 가득하다.그는 잘 쓰는 글보다 명확한 생각을 전달하는 방식이야말로 ‘글로 표현하는 핵심’임을 강조한다. 그 과정이 바로 우리 삶의 여정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본문에서 작가는 “어떤 형식으로든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려면 그에 필요한 기술을 익혀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이 전부는 아니다.표현할 가치가 있는 지식, 정보, 논리, 감정, 생각을 내면에 쌓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문장 기술을 배워도 글이 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 생각과 감정을 나다운 시각과 색깔로 써야 한다. 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진부하고 상투적인 생각과 표현에서 멀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글쓰기의 표현에 남이 쓴 글에 공감하는 능력을 길러야 함을 누누히 강조한다. 그는 좋은 글을 쓰고 표현하기 위해, ‘감’을 얻기위해 남의 글에 감정이입하고 있음을 고백하며 ‘정독과 다독’을 기본으로 한 공감능력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특히 정치 활동과 각종 발언들로 온갖 논쟁과 구름 안티를 몰고 다녔던 경험에 기반해 작가가 소소하게 밝히는 ‘마음을 다스리고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작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표현의 방법’은 읽을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그림쟁이 정훈이와의 콜라보레이션 책 '표현의 기술' 속 '악플'에 대한 정훈이 작가의 그림.영화 주간지 ‘씨네 21’에서 20여년간 만화를 연재한 정훈이 작가와의 콜라보레이션도 흥미롭다.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장르에서 대표 작가로 인정받은 그들은 표현하는 내용도, 방식도, 기술도 서로 다르기에 더욱 독특한 콜라보를 보여준다.어디에서도 공개하지 않았던 만화가 특유의 위트 있고 진솔한 삶의 여정을 통해 정훈이 작가만의 ‘표현의 기술’도 들여다 볼 수 있다. 특히 유시민의 ‘표현의 기술’에 정훈이의 ‘표현의 기술’이 한 권의 책에 자연스럽게 섞여 장르는 다르지만 각자가 가진 생각과 감정을 풀어내는 ‘표현의 기술’은 서로 통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이에 유시민이 말하는 교감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그에게 모든 표현은 결국 나를 찾고 만들어 가며 그것을 타인과 교감하는 과정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남과 다른 나를 표현할 수 있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훌륭해야 그에 맞는 표현을 할 수 있으며 타인의 견해에 공감할 수 있어야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 책은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도록 돕는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잘 표현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이 책의 주제는 이미 표지에 나와 있다. 표현의 기술은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 이 책은 표현의 기술을 매개로 나아가 나와 타인에 대한 존재론적인 사유를 넓힐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줄 것이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16-06-10 07:00 이희승 기자

[갓 구운 책] 100%수작업으로 완성된 특별한 여행기 '내 손으로, 교토'

‘내 손으로, 교토’ 속 이미지. (사진 제공=레진코믹스)일러스트레이터이자 웹툰 작가로 활동하는 이다(2da)가 직접 손으로 그리고 쓴 ‘내 손으로, 교토’를 출간했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100% 수작업으로 완성됐다. 여행지는 일본 교토다. 작가는 다른 여행객처럼 교토를 대표하는 금각사를 방문하고 온천을 즐긴다. 일본의 음식들도 마음껏 맛본다. 과정은 같지만 결과물은 다르다.똑같은 사진과 글로 이루어진 다른 여행기와 달리 책은 일본 구석구석을 그림으로 묘사한다. 그림 곁을 채우는 글도 작가가 직접 손으로 썼다. 그래서 익숙한 일본 교토의 일상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내 손으로, 교토’ /이다 지음/레진코믹스 출간(사진 제공=레진코믹스)작가가 교토에 머문 기간은 12일이지만 이야기는 그 전부터 시작된다. 대부분 사람이 그렇듯 작가도 다가올 여행을 기대하며 설레는 준비 기간을 거친다. 같이 가는 친구와 일정을 맞추고 여행 물품을 싸고 숙소를 예약하는 등 일련의 과정은 작가의 그림과 함께 재미있게 책에 담겼다.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도 재미있다.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접한 환상의 스테이크 요리, 예상보다 추운 날씨 때문에 겪은 고생담 등도 상황에 맞는 그림으로 소개된다. 책의 또 다른 재미는 작가의 솔직함이다. 책에서 그는 카페 화장실에서 비데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볼일을 본 사연을 거침없이 말하고 일본인의 과도한 친절이 부담스럽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맛있는 식당의 음식은 반찬 하나까지 칭찬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맛이 그냥 그렇다’고 말한다. 자신의 일기장에 쓸 법한 개인적인 내용이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이 책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늘 좋은 것만 말하는 여행 책은 서점에 무수히 많다. ‘내 손으로, 교토’ 속 이미지. (사진 제공=레진코믹스)작가는 현재 레진코믹스에서 일상을 여행하는 ‘이다의 작게 걷기’를 연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연재된 작품으로 가깝게는 서울 홍대, 멀리는 하동, 경주에 다녀온 일을 웹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낸다. 글과 그림으로 말하는 구성은 웹툰과 책이 닮아있다. 깊이감은 책이 앞선다.책은 교토라는 하나의 주제로 약 300쪽 분량의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일본을 묘사하는 글도 충분하다. 빽빽하게 들어찬 글을 보고 있으면 이를 전부 손으로 직접 쓴 작가의 노력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가격 1만 5000원.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6-06-03 07:00 김동민 기자

[비바100] 정태춘·박은옥 딸이 아닌 '다 큰 여자' 정새난슬의 홀로서기

정새난슬(사진제공=디컴퍼니)요즘 세상에 이혼이 무슨 흠이냐고 한다. 타투는 개성의 상징이라고들 한다. 그렇지만 뒤돌아서면 “저러니 이혼하지”라고 숙덕대기 일쑤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문신까지 했냐고 힐끔거린다. “나는 몸에 타투가 많고 나의 문화적 취향이 자랑스럽다”는 도발적인 문구로 시작한 정새난슬(34)의 에세이 ‘다 큰 여자’는 세상의 손가락질에 대한 일침이자 그 자신의 성찰을 담은 책이다. 정태춘, 박은옥 부부의 외동딸인 그는 런던 첼시칼리지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다.음유시인, 민중가수로 불렸던 부모와 달리 열정과 끼를 주체하지 못해 온몸에 15개가 넘는 타투를 새겼다. 펑크록밴드 멤버와 열정적인 사랑 끝에 결혼했지만 결국 19개월 딸을 데리고 친정으로 들어와 사는 ‘싱글맘’이다.   책에는 시끌벅적했던 이혼과정, 힘겨웠던 산후우울증과 자살기도, 섹스에 대한 30대 여성의 생각, 타투에 대한 세상의 시선과 그의 항변 등이 톡톡 튀는 문체로 적혀 있다. 긴 시간 옆자리를 지켜줬던 6살 반려묘에 대한 애정, 함께 공동육아 중인 어머니와의 사소한 갈등,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도 엿볼 수 있다.“사실상 일기나 다름없는 책이에요. 평소에 생각나는 걸 SNS나 휴대폰 메모장에 쓰곤 했어요. 표현하는 게 습관이 된 것 같아요. 예전에 싸이월드가 유행할 때는 섹스나 타투에 대해 검열되지 않은 글들을 올리곤 했어요. 이번에 책 낼 때 출판사에서는 감정과잉이라고 지적해서 다소 드러내긴 했지만요.”학창시절부터 정태춘, 박은옥의 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그의 20대는 부모의 삶과는 사뭇 달랐다. 런던에서 대학 과정을 마친 뒤 귀국해 홍대 인근을 전전하며 예술과 음악을 접했다. 온 몸을 휘감은 타투를 처음 새긴 것은 26살. 전남편을 처음 만나게 된 것도 예술과 타투에 대한 소통이 발판이었다.그러나 역설적으로 부모와는 다른 길을 걷고자 했던 그에게 전 남편의 음악적 동료들은 ‘빨갱이 딸’을 운운했다. 함께 아이를 키워나갈 줄 알았던 전 남편은 가부장적인 자세로 임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정치적 올바름이 아닌 한 여성으로서 홀로서기를 하려는 자신의 자립 과정을 고백했다. 다 큰 여자 표지/정새난슬 지음/콘텐츠 하다 출간(사진제공=콘텐츠하다)책을 통해 타투에 대한 애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정새난슬은 몸에 타투를 새긴 젊은 엄마들과의 연대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온몸을 휘감은 그의 문신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부모와의 갈등에 불을 지피는 원인이다. 그러나 개의치 않는다. “아직도 여자가 타투를 했다고 하면 터부시돼요. 생면부지의 행인이 몸에 뭐하는 짓이냐고 야단친 적도 있죠. 하지만 ‘타투’는 문화적 취향일 뿐 별 거 아니거든요. 지금은 경제적 여유가 없고 딸을 키워야 하지만 언젠가 여력이 된다면 타투한 분들, 특히 타투한 엄마들과 연대를 통해 타투에 대한 시선을 개선하고 싶어요.” 정새난슬은 에세이 발간과 동시에 동명의 정규앨범 ‘다 큰 여자’도 발매했다. 지난해 아버지 정태춘과 손잡고 디지털 미니음반 ‘클램함 정션으로 가는 길’을 발표한 뒤 두 번째 앨범이다.연예인이 아닌 민중 가수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그는 “우리 아버지는 조용필이 아니니 친구들은 아버지를 모르고 선생님들은 정태춘, 박은옥 딸이라고 노래시키고…학창시절 노래부르는 게 고역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피는 속이지 못하다. 우연히 기타를 만지다 절로 멜로디를 완성했다. “원래 다 그런 것 아닌가요”라고 씩 웃는 그의 모습에서 천상 예술가의 기질이 느껴진다. 내친 김에 최근에는 아버지와 함께 하는 북콘서트도 개최했다.“부모님 팬들이 많이 오셔서 도와주셨어요. 사실 부담도 컸어요. 얼마나 잘하나 보자, 이런 시선이 느껴지잖아요. 그래도 참 감사해요. 어떤 팬 분은 엄마 갖다드리라고 반찬도 주셨어요. 그 반찬, 맛있게 잘 먹고 있답니다.”넘치는 상상력을 주체 못해 동화도 쓰고 있다. 대체 직업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공식적으로는 애엄마, 이혼녀죠”라고 쿨하게 답한다.“누가 제게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기에 애엄마, 이혼녀이면서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만든다고 답했어요 정새난슬은 ‘다 큰 여자’라는 책을 냈지만 로딩 안 된 사람, 요괴같은 여자가 되는 게 제 꿈이죠. 어린 여자들이 찾아와 상담할 때 괜찮다고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 이상한 사람들에게 숨통을 틔여주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아버지 정태춘씨는 책 말미 “나는 아직 내 딸을 잘 모르고 이 책을 읽으면 조금 더 알게 될 것”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새로 태어난 슬기로운 아이라는 이름처럼 매력이 철철 넘치는 다 큰 여자 정새난슬, 그의 양파같은 매력을 표출하기엔 세상의 모든 예술적 문법이 다소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1만 3800원.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16-06-03 07:00 조은별 기자

[갓 구운 책] 여행을 한다면 하루키처럼,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문학동네‘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터키까지’, 유럽 여행기 ‘먼 북소리’, 지난해 올림픽 특별취재원으로 방문한 낯선 도시 시드니의 매력을 서술한 ‘시드니’ 등에 이은 또 한편의 무라카미 하루키 여행 에세이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가 출간됐다.  관광지 찍고 쇼핑하고 밥 먹고 또 쇼핑하고…여행사의 짜여진 일정대로 우르르 몰려다니는 여행이 아니다. 바닷가 마을에서의 소설 집필기, 타지생활의 애환과 향수, 즐거운 식도락과 모험담 등 여행은 하루키의 일상이자 창작활동의 연장선상이다. 제목은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지만 여행지는 신비로운 종교의 도시 라오스 루앙프라방을 포함해 10군데다.‘노르웨이의 숲’이 탄생한 그리스의 섬, 와인 성지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재즈 태동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뉴욕, 미식가들의 꿈 포틀랜드, 푸른 이끼 내음과 광활한 자연 풍광이 반갑게 인사하는 아이슬란드와 핀란드, 상처로 얼룩진 안타까운 쿠마모토 등에 대한 10편의 에세이가 담겼다. 여행 전문가이자 맛깔 나는 필력의 소유자인 하루키의 여행기는 억지로 구겨 깊숙이 숨겨뒀던 역마살을 있는 힘껏 두들겨댄다. 1만 4000원.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6-03 07: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이기적인 유전자'의 대중과학 저술가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

리처드 도킨스 지음|김정은 옮김|옥당 출간|2만 2000원“이 책이 왜 이제야 첫 출간이 됐는지 모르겠어요.” 출판사에 따르면 진짜 초역이 맞냐는 문의도 적지 않다.‘이기적인 유전자’로 유명한 영국의 동물행동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이며 대중과학 저술가인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가 출간됐다. 도킨스가 영국왕립연구소의 대중 과학 프로그램 ‘크리스마스 강연’에서 설파했던 내용을 토대로 보강하고 재구성한 책이다.그저 다양한 강의 내용을 모은 책이라고 혹은 당연히 나왔을 거라 속단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기획·출간한 옥당의 신은영 대표가 일본 출장에서 우연히 발견해 늦게라도 출간된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는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는 과학이론을 대중적인 화법으로 꼼꼼하게 풀어낸 책이다. 책 전체 구성을 바꾸라 조언해준 마이클 로저스, 2강 ‘거미집으로 살펴본 자연선택의 작동원리’와 5강 ‘눈은 어떻게 진화했을까?’의 전문자료를 각각 책임져준 프리츠 볼라스·피터 푹스와 마이클 랜드·단 닐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크고 작게 참여해 전문성과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렸다.그 어려운 과학을 쉽게도 풀어내는 달변가 리처드 도킨스의 안내에 따라 완만한 경사의 산을 오르듯 생명의 역사를 거슬러 오르다 보면 자연과 생명이 가진 힘을 절로 깨닫게 된다. 2만 2000원.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5-27 07: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완전 ‘흙수저’ 작가가 전하는 ‘피곤한 인생에서 벗어나는 13가지 생각의 방법’

헨리 토마스 햄블린 지음|원혜영 옮김|이애영 그림|1만 5000원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아버지도, 집안 살림과 교육에 매진하는 엄마도, 취업 혹은 학업을 위해 발을 동동거리는 자식들도 고단하기는 마찬가지다.2016년 현재를 사는 피곤한 삶을 돌아 보게 하는 헨리 토마스 햄블린의 ‘피곤한 인생에서 벗어나는 13가지 생각의 방법’이 출간됐다. 헨리 토마스 햄블린은 론다 번의 저서 ‘시크릿’ 속 ‘시크릿의 법칙’의 근간이 된 ‘신사고 운동’(New Thought Movement)의 창시자다. 1873년 런던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작가는 요즘 수저계급론으로 따지면 완벽한 ‘흙수저’였다.적절한 교육은 물론 미래도 보장받을 수 없었던 작가는 안경사로 시작해 자수성가한 기업가다. 하지만 가난했던 농부의 자식일 때나 기업가로 성공한 후에도 삶이 피곤하기는 매한가지다. 이에 작가는 자신의 불행했던 기억과 행복 경험으로 통찰한 것들을 차곡차곡 써 책으로 엮었다. 그의 주장처럼 인간의 내면에는 숨은 힘이 있다.더 높고, 더 나은 차원으로 올라갈 수 있는 힘은 스스로를 필요 이상으로 힘들고 피곤하게 만드는 사고방식에 더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기만 한다. 살아야할 날은 아직 많이 남아있는데 삶이 고단하기만 한 이들에게 헨리 토마스 햄블린의 조언은 꽤 유효하다. 1만 5000원.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5-27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누구나 되는 나와 그녀의 한없이 무르고 깊은 연대, 그래서 한강의 ‘흰’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가 되면서 대한민국은 물론 전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한강 작가가 시상식을 마친 후 귀국과 동시에 새 소설 ‘흰’을 발간했다. 노벨상, 프랑스의 콩쿠르 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인정받고 있는 상을 수상한 후광에 기댄 상술을 논하기에 소설은 오래도 준비했고 많이도 고민해 쓰여진 테가 역력하다. 이야기는 ‘나’에서 시작해 ‘그녀’로 이어졌다 ‘모든 흰’에서 끝이 난다. 전혀 다른 듯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이야기다.흰 것에 대한 짧은 단상을 적은 에세이 혹은 작가의 자기고백에 가까운 시 같은 60여개의 이야기가 저마다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촘촘하게도 연대를 이룬다. 허구인지 작가의 실제 사연인지 가늠할 수 없는 이야기는 ‘흰’이라는 제목에 충실하며 독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어느 낯선 도시로 처음 이사해 흰 페인트를 칠했던 문부터 처음 태어나 안기는 흰 강보와 일곱 달만에 태어나려는 딸을 위해 아픈 배를 움켜쥐고 지은 흰 배내옷까지.결국 두 시간 만에 죽은 아이에겐 곧 수의이고 관이 돼버린 강보와 배내옷은 희다. 극 전체를 관통하는 이 여읜 딸의 이야기는 색을 입히고 바라기 전의 처음을 뜻하는가 하면 하얗게 바래버린 마지막을 이야기하기도 한다.소설 속 나는 그녀가 죽은 자리에서 태어난 자신으로 사는가 하면 죽음이 비껴갔다면 나 대신 이곳으로 왔을 그녀로 도시를 걷는다.삶과 죽음의 경계는 나와 그녀의 농밀하고 깊은 연대가 된다. 독일군들에게 총살된 시민들의 영혼이 머무는 곳의 촛불, 첫딸이 태어나던 한겨울 유리창에 낀 성에와 그 겨울 첫서리 등 ‘1-나’에서 ‘2-그녀’로 넘어가는 매개체가 되는 것들도 하얗다.흰/ 한강 지음 / 난다책은 소설이라기 보다 담담하게 풀어낸 흰 것들에 대한 단상에 가깝다. 그 이야기는 덤덤하고 나지막한 문체와는 달리 극적이고 드라마틱하다.  얄팍한 두께와 많지 않은 활자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가 머리가 새하얘지는 진기한 경험. 책은 읽을수록 마음 속 깊은 곳이 소용돌이치게 하는가 하면 엄청 깊은 고민과 풀기 어려운 숙제를 떠안은 당혹스러움을 선사한다. 소설 ‘흰’을 읽으며 누군가는 꿈속에서 빛처럼 하얗게 웃던 아버지를 떠올린다.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문득 눈 떴을 때 들어오는 하얀 꽃, 하얀 옷, 창백한 얼굴들 등의 풍경으로 현실을 자각하게 되는 순간을 떠올린다. 또 누군가는 축 늘어진 아이를 품에 안고 어둠 속으로 휘적거리며 오르는 산발을 한 여인의 뒷모습을 상상한다. 어둠 속에서 하얗게 일렁이는 그 뒤태에는 감내해야할 절망과 체념이 그대로 서려 있더란다. 또 어떤 이는 얼마 전 유명을 달리 한 선배 소식에 그 선배와 닮은, 꽤 오래 전 떠난 또 다른 선배가 하얗게 웃던 생전의 모습을 기억한다.그렇게 흰 것이 가진 추억과 사연, 상상은 저마다 달라서 읽는 이에 따라 다른 감정과 순간들을 파생시킨다. 때론 나가 되고 그녀가 돼 어렴풋하게 마주하는 기억과 현실, 한강의 짧은 글들은 이상하게 더 깊고 길게 사고하게 하는 힘을 지녔다.‘흰’은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공동 수상자이자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의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이미 번역을 시작했고 2017년 출간될 예정이다. 지극히도 한국적인 정서와 사연들이 영어로 어떻게 표현돼 전달될지, 이를 기다리는 것 또한 꽤 설레는 일이다. 1만 1500원.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5-27 07: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경영 흐름을 읽고 한 발 먼저 준비하라 '드러내기 경영'

‘드러내기 경영’/정철화 지음/무한출판/1만 5000원 (사진 제공=무한 출판)기업도 사람의 몸처럼 흐름이 있다. 정보가 흐르고 생산물자가 흐르고 생산하는 설비엔 윤활유가 흐른다.기업도 유기체와 같다. 그 속엔 반드시 흐름이 있고 특히 사람의 집합체이므로 서로 간 소통이 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변화다. 유기체 속에서 각자 더 좋은 조건으로 나아가기 위해 변해야만 흐름이 계속될 수 있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신간 ‘드러내기 경영’은 기업에 대해 이러한 변화론적 접근을 시도한다.서점에 놓인 경영서 대부분은 ‘이미 일어난 것과 일어나는 것에 대한 원인과 관계를 이론화’한 것이다. 반면 책은 ‘일어날 것을 미리 준비하는 방법론’으로서 한발 빠른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다. 그 구체적인 실천법으로 대외적인 변화가 왔을 때 기회를 선점하고 성공으로 연결되게 하는 3단계 접근법을 제안한다. 책은 성공한 기업들의 혁신 활동을 사례로 들어 독자가 벤치마킹할 수 있게 한다. 저자는 30년간 국내 기업 경영지도를 맡은 정철화 박사다. 창조경영, 비주얼 매니지먼트, 자기발견과 리더십, 아이디어 발상 실천법 등 경영 전반적인 이론과 실천에 대한 전문가로 그전엔 혁신에 관한 책들을 집필했다. 가격 1만 5000원.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6-05-20 07:00 김동민 기자

[갓 구운 책] 늘 도사리고 있는 리스크에 대처하는 '리씽킹 리스크'

조지프 콜터 지음 / 장광준 옮김 / 현대경영북스 출간/ 1만 5000원사는 것 자체가 리스크다. 매순간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세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의 삶은 물론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구축하고 작동할 수 있게 돕는 지침들을 모은 책 ‘리씽킹 리스크’가 발간됐다. 이는 미국능률협회(AMA) 간행물로 저자 조지프 콜터는 FBI와 미국 연방정부에서 40년 넘게 국가적 재난과 금융사기, 조직 내부 비리 등 다양한 리스크를 다룬 경험과 사례들을 전한다. 3부로 구성된 책은 ‘리스크의 일반적 성격’, ‘실전 리스크 매니지먼트’, ‘리스크 관리의 효과 더하기’라는 제목으로 리스크를 대하는 노하우를 나눠 담았다. 1부에서는 체르노빌 참사, 베어릴 은행 파산, 금융위기 등 제어되지 못한 리스크들의 사례와 욕심, 부주의, 무감각, 착각 등 리스크를 부르는 인간적 요인들, 내부 구성원의 부정과 비리 등 리스크의 요인을 설명한다.2부 ‘실전 리스크 매니지먼트’에는 리스크 예방법과 대응법을, 3부 ‘리스크 관리의 교과 더하기’에는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과 성공을 위한 제언과 실천지침을 담았다. 1만 5000원.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5-20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맨부커상 한강의 '채식주의자' 서점 돌풍

“책 수요가 너무 많아 급하게 책을 만들고 있지만 좋은 일이라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받으며 책 판매량이 엄청나게 늘었다. 국내 대표서점 교보문고에 따르면 17일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루 동안 7316권이 팔려나갔다. 이후에도 책은 꾸준히 독자의 관심을 받으며 2만부 가까이 판매됐다.이에 출판사 창비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창의비 황진 차장은 “결과에 대해 기대는 하지만 정확히 예측은 하지 못했다. 그러다 수상 소식이 들리며 내부적으로 굉장히 기뻐하고 있다. 문학적으로도 엄청난 성과”라며 “지금은 책이 모자라 급하게 인쇄하는 중이다. 지금 판매되는 건 각 서점이 보유한 재고분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콩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영국에서 출간된 모든 영어 소설이 심사대상이며 한강이 수상한 인터내셔널 부문은 작가와 번역가에게 상을 수여한다.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무크, 세계적 작가 엘레나 페란트 등과 최종 6인에 이름을 올렸다.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아시아 최초로 수상해 더 의미가 크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서정적이면서도 통렬하다. 간결하고도 불안하게 만들며 아름답게 구성됐다”는 심사위원단의 평가를 전했다.창비 편집주간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는 한기욱 인제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한강 작가의 작품엔 서양 문학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 극단적 채식을 하는 주인공을 등장시켜 폭력이란 보편적인 주제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또한 폭력에는 한국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은 남녀 위계질서가 있다. 이런 부분은 상대적으로 평등한 남녀 관계가 이뤄지는 서양 문화가 보기에 색다른 부분이다. 이를 압축적이고 생생하게 전달한 작가의 표현력과 그걸 잘 살린 번역가의 능력이 좋은 평가 요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한강 작가와 더불어 수상한 번역가는 데보라 스미스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데보라 스미스는 영국에 한국어를 전문으로 하는 번역자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국어를 독학했다. 2012년 ‘채식주의자’를 만난 그는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도 직접 번역했다.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6-05-20 07:00 김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