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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송승헌·유역비 커플을 있게 한 영화 원작 소설 '제3의 사랑' 국내 출간

영화 ‘제3의 사랑’ (사진 제공=HSvision)송승헌·유역비 커플을 있게 한 영화 ‘제3의 사랑’(第三種愛情) 원작 소설이 출간됐다. 동명소설은 인터넷 연재물로 시작돼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책은 2007년 중국에서 처음 소개됐다. 이후 현재까지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기 소설로 중국 드라마 ‘절애’로 제작돼 방영되기도 했다. 영화는 배우 정우성과 손예진 주연의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만든 이재한 감독이 연출을 맞았다. 책의 저자는 쯔유싱쩌우(自由行走), ‘자유로운 방랑자’라는 의미다.‘제3의 사랑’은 사랑 앞에 냉철한 여자 ‘추우’와 사랑을 제외한 모든 것을 가진 남자 ‘임계정’의 이야기다. 소설은 여주인공 추우가 자살을 시도한 여동생을 발견하며 시작된다. 그 원인은 직장 본부장 임계정을 향한 짝사랑이다.평소 인생에 사랑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추우는 동생을 호통치고 급기야 본부장을 직접 찾아가 화를 낸다. 하지만 임계정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 추우는 회사의 본부장이자 기업의 경영 승계자이기도 한 임계정에게 별다른 항의를 하지 못 하고 돌아선다. 동생의 문제로 시작된 둘의 만남은 그 이후로도 계속된다. ‘이 남자 정말 마약 같다’는 책의 소제목처럼 추우는 결정적 순간에 나타나는 임계정에게 호감을 느끼고 점점 그에게 빠져든다. 영화 ‘제3의 사랑’ (사진 제공=HSvision)평범한 여자와 완벽한 남자의 사랑은 익숙한 소재다. 바로 이 익숙함이 책 쉽게 읽을 수 있게 한다. 책은 추우의 시선을 따라 흐른다. 독자는 그녀가 남자에게 느끼는 감정 변화를 같이 느끼게 된다. 그 감정은 의심에서 호감으로 그리고 사랑으로 변한다.로맨스 소설의 전형적 설정이지만 흔한 신데렐라 스토리는 아니다. 추우는 자존심 세고 똑똑한 변호사다. 여주인공은 평범한 서민 여성을 대변하지도 않는다. 임계정은 기업 승계를 위해선 정략결혼까지 마다치 않는 인물이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기엔 자신이 가진 것이 더 소중하다. 소설에선 이러한 둘의 감정선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묘사된다. 익숙한 설정의 로맨스소설이 색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다.‘제3의 사랑’ (사진 제공=북폴리오 출판)추우는 사랑에는 두 종류가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중 하나는 보는 이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는 드라마 속 낭만적인 사랑이다. 다른 하나는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랑이다. 이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사랑이다. 추우는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은 이 두 가지 밖에 없다고 단정한다. 추우의 사랑에 대한 정의와는 다르게 책의 제목은 ‘세 번째 사랑’이다.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세 번째 사랑은 추우가 임계정과 나누는 사랑이다.세 번째 사랑은 낭만과 현실 사이에서 소용돌이친다. 둘의 애달픈 이야기는 독자의 깊은 공감을 끌어내고 각자 발견하지 못한 세 번째 사랑에 대해 상상하고 기대하게 만든다.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동명 영화는 지난해 9월 25일 중국에 개봉했고 올해는 한국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한·중 대표 한류 스타 출연에 개봉 첫날부터 200만 위안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제3의 사랑’의 가장 큰 매력은 상황에 따라 변하는 추우의 심리묘사다. 아쉽게도 소설이 영화로 바뀌면서 이 부분이 많이 줄었다. 대신 영화는 두 남녀의 드라마적 요소에 집중한다. 2시간 이내에 500쪽 가까이 되는 분량을 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다. 가볍게 보기엔 영화가 좋지만 주인공의 감정을 제대로 느끼고 여운을 즐기기엔 책이 더 효과적이다. 소설에 빠져 읽다 보면 500쪽도 짧게 느껴진다. 책은 독자에게 여운이 긴 사랑과 겨울 밤을 선물한다. 북폴리오 출판. 가격 1만 4000원.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6-01-15 07:00 김동민 기자

[갓 구운 책] 변덕스러운 소비층 사로잡은 케이팝 성공 비결 ‘케이팝으로 보는 대중문화 트렌드 2016’

사진제공=마리북스하루에도 수십, 수백곡의 새로운 노래들이 넘쳐나고 손가락 터치 한번으로 빠르게 다른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 케이팝은 전세계 가장 변덕스러운 소비층을 사로잡은 트렌드세터로 자리잡았다. 이는 케이팝이 사회적 흐름과 일상을 가장 예민하고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히트곡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법. 세계를 움직이는 케이팝은 어떻게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현직 문화부 기자와 연예부 기자, 기자 출신 작사가가 공동으로 집필한 ‘케이팝으로 보는 대중문화 트렌드 2016’은 케이팝을 가장 가까이서, 깊이 있게 호흡해온 전문가들이 업계의 다양한 이모저모를 체계적으로 담아낸 전망서이자 분석서이다.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 대표를 비롯한 SM엔터테인먼트 이성수 프로듀싱 본부장, 한류 전문가 CJ EM 안석준 대표, 김이나 작사가, 힙합 가수 자이언티, 케이팝 안무의 산증인  정진석 안무가 등 다양한 파트에서 활동하는 최고 권위자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아울러 대형기획사들의 사업 다각화, 콘텐츠 산업 분야에서 최고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큐레이션, 전 세계인들의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중국 시장 등 2016년 엔터사업 전망 10가지를 읽을 수 있다. 마리북스. 가격 1만 5000원.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16-01-08 07:00 조은별 기자

[비바100] 조용필부터 이승환까지, 응답하라! 내 '청춘의 노래들'

덕선(혜리)과 선우(고경표), 정환(류준열), 택(박보검), 동룡(이동휘). 쌍문동 5인방이 어린 시절 골목길 추억을 논할 때마다 어김없이 동물원의 ‘혜화동’이 흘러나온다. 선우와 보라(류혜영)의 첫 번째 데이트 장소는 ‘나 항상 그대를’로 KBS ‘가요톱텐’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인기 가수 이선희의 콘서트였다. 세 남매의 아버지 성동일이 둘째의 설움이 폭발한 딸 덕선을 달래며 “아버지가 처음이다”라고 양해를 구할 때는 들국화의 ‘걱정말아요 그대’가, 덕선과 정환이 함께 등교하려고 눈치 경쟁을 벌일 때는 김현철의 ‘동네’가 귓가를 적셨다. 인기리에 방송 중인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는 80~90년대를 수놓은 청춘의 노래들이 곳곳에 녹아 있다. 비단 드라마에 나오는 노래들 뿐 아니다. 70년대 통기타 시대 청년문화의 기수들과 그 맥을 이은 80년대 포크 가수들, 암흑과 격변의 80년대를 록의 시대로 만든 전설의 뮤지션, 세상의 변화를 쓸쓸하게 혹은 정직하게 응시했던 90년대 음악까지, 80~90년대는 우리 대중문화의 황금기였다. 어느 순간 음악이 패션과 몸으로 대변되는 비주얼로 승부하는 시대가 됐지만 그때 그 시절의 노래들은 아직도 음악팬들의 내면 깊은 곳을 차지하고 있다.span style="font-weight: normal;"사진제공=뮤진트리◇ 시대를 초월한 가요 명곡들 신간 ‘청춘의 노래들’은 당대 청춘들의 감성을 지배했던 29명 대중음악가들의 열전이자 80~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풍속사다.오랜시간 음악업계에 몸담고 있던 페이퍼레코드 최성철 대표의 부산일보 연재물 ‘8090 이 노래 이 명반’을 엮어 출간했다. 조용필, 신촌블루스, 밴드 11월, 사랑과평화, 김수철, 전인권, 주찬권, 조동진, 양희은, 정태춘, 김현식, 김광석, 최성원, 박학기, 장필순, 동물원, 노래를 찾는 사람들, 다섯손가락, 푸른하늘, 신해철, 공일오비, 봄여름가을겨울, 이문세, 이선희, 조하문, 신승훈, 이승철, 김현철, 이승환 등 이 책에 열거된 뮤지션들은 당대는 물론 지금까지도 유의미한 기록을 남겼다. 책은 시대와 음악장르, 뮤지션의 개성에 따라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돼 각 가수들의 데뷔부터 기억에 남는 순간, 우리 음악사에 남긴 의미를 짚었다.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뮤지션 뿐 아니라 조용하지만 꾸준히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축했던 뮤지션들도 함께 소개했다. 아울러 들국화 멤버였던 주찬권, 색다른 음악을 펼친 휴먼록 밴드 11월 등 기억 속에 묻힌 뮤지션들을 새롭게 조명하며 평가했다.◇ 젊은 시절 그 노래 끄집어내는 책저자는 서문을 통해 “청춘은 세대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어른이 되었지만 결코 청춘의 자신보다 성장했다거나 보다 나은 인간이 됐다고 말할 수 없을 때 자신도 모르게 이 청춘의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다. 이 책은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그 노래들을 듣고 싶게 하는 책”이라고 소개했다.80~90년대 아티스트를 중점적으로 소개한 배경에 대해 “80~90년대는 솔직하지만 간결하고 아름다운 노랫말로 자신들의 순수한 음악적 열정을 표현한 예술가들, 새로운 장르에 대한 탐구와 실험정신으로 예술적 경지에 도달한 수준 높은 연주력을 보여준 장인들의 시대”라고 정의하며 “청춘들이 당대를 살면서 몸으로 듣고 겪었던 생생한 음악 경험과 뮤지션들의 음악이야기를 통해 당대의 사회적 맥락까지 짚어보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뮤진트리. 1만 3500원. 조은별 기자mulgae@viva100.com

2016-01-08 07:00 조은별 기자

[비바100] '당신이 알아야할 한국사10', 영화 '암살'의 실제 모델 남자현 등 여성 독립운동가 10인을 조명하다

영화 ‘암살’ (사진 제공=쇼박스 미디어 플렉스)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영화 ‘암살’은 여성 저격수 안옥윤(전지현)을 주인공으로 한다. 여성임에도 임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 목숨을 걸고 작전을 진행하는 그의 모습에 관객은 깊은 감명을 받았다. 전지현이 연기한 안옥윤의 실제 모델은 남자현(1987~1933)이다. 그는 ‘여자 안중근’,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리며 남자도 수행하기 힘든 무장투쟁을 하며 독립운동에 평생을 바쳤다. 신간 ‘당신이 알아야 할 한국사10: 인물편’ (사진 제공=엔트리 출판)신간 ‘당신이 알아야할 한국사 10: 인물편’은 남자현을 포함해 여성 독립운동가 10명의 삶을 조명한다. 책은 익숙한 유관순을 시작으로 조마리아, 남자현, 조화벽, 안경신, 박차정 등 오늘날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독립 운동가를 독자에게 소개한다. 이들 10명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어머니이자 아내, 딸이었다. 그러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저고리 대신 군복을 입고 목숨을 건 투쟁에 나섰다. 책에 따르면 남자현은 경북 영양에서 둘째 딸로 태어났다. 학문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남자현은 제자양성에 힘을 쏟았다. 의병활동을 하던 남편의 순국 소식이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이후 그녀는 정보수집책으로 독립 운동 지원활동에 나섰고 일본 사이토 총독을 암살하기 위해 총을 들었다. 남자현의 삶은 총독 암살 실패 후 고문으로 끝이 난다. 남자현 뿐 아니다. 책이 언급하는 인물, 책에 담지 못한 무수한 독립 운동가들의 실제 삶은 영화가 주는 긍정적 결말과는 다르다. 그러나 죽음의 공포도 이긴 그들의 정신만큼은 영화보다 더 짙은 여운을 남긴다. 책은 오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당시의 역사와 인물의 삶을 다룬다. 글은 역사를 잘 모르는 독자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여졌다. 그 시대의 암울한 시대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사진 자료들을 곁들여 이해도를 높인다. 책은 영웅들의 사진을 비롯해 당시 독립 운동 기록이 적힌 신문기사 등을 적절히 배치해 독자의 호기심을 끈다.서경덕 교수. (사진 제공=엔트리 출판)‘당신이 알아야 할 한국사 10: 인물편’은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교수의 ‘당신이 알아야 할’ 시리즈 3편이다. 저자는 지난 2013년 한국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한국사를 키워드로 독도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동북공정, 야스쿠니 신사 등을 담은 ‘당신이 알아야 할 한국사 10’을 처음 출간했다. 2014년에는 이순신, 안중근 등 영웅 이야기를 담은 책 ‘당신이 알아야 할 한국인 10’을 세상에 내놓았다. 시리즈 두 번째 책은 한국 독자에게 한국의 역사와 영웅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선물했다. 지난해에는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어 전국 3800여 곳에 달하는 공공기관에 추천도서로 배치됐다. 시리즈의 세 번째 테마는 ‘여성’이다. 앞서 열린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서경덕 교수는 “그동안 역사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알리는 방안을 고민했다. 올해로 20년째다. 그런데 가장 큰 적은 우리의 무관심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지난 책을 출간하고 ‘왜 남자밖에 없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여성 영웅,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상치 못하게 영화 ‘암살’로 여성 독립운동가가 주목받았다. 그들의 삶을 젊은 사람에게 의미 있게 소개하기 위해 책을 발간하게 됐다”고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저자의 말대로 책에는 한국 독립 여성운동가 10인의 삶과 정신이 녹아있다.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 지난해 우리는 광복 70주년을 맞이 하며 특별한 시기를 보냈다. 최근에는 위안부 협상 문제로 국내 갈등이 심화됐다. 유관순을 제외하곤 대부분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심옥주 한국 여성 독립운동연구소 소장은 “현재까지 여성 독립운동가는 약 2700여명이지만 그 중 국가 유공자는 266명 뿐이다. 그들은 단지 조력자가 아니라 전방에서 목숨을 걸고 활동한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책은 무명으로 남아있는 그들의 이름을 찾아주는 기회이며 알려지지 않은 역사와 인물을 재조명하는 계기다. 엔트리 출판. 가격 1만 6000원.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6-01-01 07:00 김동민 기자

[비바100] "이순신은 나의 스승"… 19금 '이순신 코믹스'의 온리 콤판

충무공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한 온리콤판의 그래픽노블 '이순신: 전사 그리고 수호자' 한국어 번역판이 출간 한달만에 완판되며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사진=양윤모 기자) “요즘 한글을 배우고 있어요.”그리곤 화이트보드에 ‘승리를 위하여!’라고 또박또박 써내려가는 품새가 예사롭지 않은 그는 온리 콤판(Onrie Kompan), 미국의 그래픽노블(만화와 소설 중간 형태의 어른들을 위한 만화 혹은 통속소설) 작가다.이순신에 빠져 최근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그의 그래픽노블 속 주인공은 이순신, 한국 역사 속 실존 인물이다.‘이순신: 전사 그리고 수호자’를 비롯해 ‘이순신: 추락한 복수자’(YI SOON SHIN: Fallen Avenger), ‘이순신: 사냥꾼 그리고 파괴자’(YI SOON SHIN: Hunter and Destroyer) 3개 시리즈, 각 시리즈별 4개 이슈(Issue, 그래픽노블은 20쪽 안팎의 이슈 형태로 출간 후 합본해 단행본으로 출간한다)로 구성된 영어 버전의 ‘이순신 코믹스’는 별도의 제작사나 배급사도 없이 4만 5000권을 팔아치울 만큼 대단했다.그리고 지난 11월 첫 번째 시리즈인 ‘이순신: 전사 그리고 수호자’가 한국에 출간됐다. 출간 한달 남짓, 한국어 책은 초판이 완판되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한국인들의 이순신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한국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이순신 장군을 세계적인 영웅으로 알리는 데 최선을 다 할 겁니다.”◇ “진정한 이순신의 제자, 불가능은 없다!” “왜 이순신이냐”는 질문에 온리 콤판은 "진정한 이순신의 제자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사진=양윤모 기자)“제가 진정한 이순신의 제자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요.” 그가 가장 많이 받은 “왜 이순신이냐”는 질문에 온리 콤판은 스스로가 ‘이순신의 제자’라고 칭했다.“이순신은 수많은 역경을 딛고 일어난 사람이에요. 무과에 응시했지만 말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쳤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반복해 오늘날의 영웅이 됐죠. 삶의 방식을 바꾸자는 게 아니에요. 이순신 같은 국민적인 영웅에 감사하고 불가능한 일은 없음을, 그리고 세상은 여전히 살만하다는 걸 깨닫기를 바랐어요.”이순신의 숙적으로 알려진 원균에 대해서도 꽤 깊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원균에 대해 “결국 정의의 문제다.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도 스스로는 우주 평화를 지키고 있다고 믿었다”며 “이순신 코믹스에서의 원균 역시 마찬가지다. 스스로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주 흥미로운 라이벌”이라고 설명했다.영어권에서 흔히 쓰는 ‘리’(Lee)순신이 아닌 ‘이’(Yi)순신이다. 이에 대해 그는 “Yi가 더 나은 표기다. 제대로 발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40년 전 보디빌더였던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성공할 수 없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어요. 영어도 못하는데다 그의 이름은 발음하기 어렵다고도 했죠. 하지만 오늘날 그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어요. 이순신 역시 마찬가지로 더 나은 표기를 찾은 거죠.”어린 시절 태권도를 배우며 한국을 접했고 룸메이트의 추천으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보고부터 이순신에 빠지기 시작한 그는 이순신 코믹스를 위해 2년 동안 ‘난중일기’, ‘징비록’, ‘임진창조’ 등 한국 역사서는 물론 사무엘 하레이(Samuel Hawley)의 ‘임진전쟁’, 스테판 턴불(Stephen Turnbull)의 ‘사무라이의 침략, 한일전쟁 1592-1598’ 등을 독파했고 한국을 6차례 방문하기도 했다.그렇게 스토리텔러 온리 콤판을 중심으로 이탈리아의 만화가 지오바니(Giovanni Paolo Timpano), 아르헨티나의 채색전문가 아드리아나(Adriana De Los Santos), 레터링 전문가 조엘(Joel Saavedra), 편집자이자 공동작가 데이비드(David Anthony Draft) 등 세계 각국의 크리에이터들이 의기투합해 ‘이순신 코믹스’를 완성했다.◇ 역사 왜곡, 선정성, 폭력성 등의 비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죠”요즘 한글을 배우고 있다며 화이트보드에 ‘승리를 위하여!’라고 또박또박 써내려가는 품새가 예사롭지 않다.(사진=양윤모 기자)“어느 한 페이지도 허투루 만들지 않았어요. 이야기의 흐름을 고려해 재배치하고 다듬고…. 미국에서도 그래픽노블은 오래도록 평가절하돼 왔어요. 전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슈퍼맨’, ‘배트맨’ 시리즈가 그래픽노블로 진화하고 발전하면서 재평가되기 시작했죠. 그래픽노블은 영화만큼이나 좋은 책이에요. 힘든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벽난로 앞에 앉아 그래픽노블을 읽으면 편안해져요.”다소 거칠고 강한 낯선 그림체, 선정성, 폭력성 등과 더불어 역사 왜곡에 대한 비판이 있다는 말에 그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응대할 것”이라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3부작 중 두 번째 시리즈를 완결하는 게 급선무예요. 결국 펀딩의 문제죠. 하지만 약속할 수 있어요. 어떤 일이 있어도 시리즈를 끝낼 겁니다!”‘이순신 코믹스’에 대한 애정과 의지를 다진 온리 콤판은 진주대첩의 김시민, 의병장 곽재우와 논개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진주성을 지키고 왜군과 싸운 김시민은 짧은 이야기로라도 다루고 싶을 만큼 멋진 인물이에요. 의병장 곽재우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만 분명 멋진 일을 했을 거고, 더 많은 부분을 알고 싶어요. 그리고 논개는 비극적 결말을 맞았지만 흥미로운 인물이에요. 자기방식대로 사회에 기여하고 명예로운 죽음을 맞은 진짜 영웅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5-12-23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응팔' 정봉의 덕력은? 세상의 모든 ‘오덕후’들에 대한 ‘은둔고수’의 일갈 '애니 보기의 정석'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덕선(혜리)이 줄을 벅벅 그어가며 열심히 들여다 보거나 보라(류혜영)가 선우(고경표)에게 이선희 콘서트에 못간다는 쪽지를 붙여 두던 ‘수학의 정석’이 아니다. ‘애니 보기의 정석’이다. 실제 한 대형서점에서 “책이 취미코너로 잘못 왔는데 참고서 아니냐”는 문의가 오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오덕후(五德厚)의 덕력(德力)을 측정하고 증강시킬 수 있는 책인데다 겉모양은 영락없는 참고서니 아주 오해도 아니다. 오덕후는 일본어 ‘오타쿠’(御宅, おたく)를 한국어처럼 변형시킨 말로 복권, 보글보글, 전화번호부책 등에 열광하는‘응팔’ 속 정환(류준열)의 형 정봉(안재홍)처럼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줄여 ‘덕후’라고도 부르며 ‘덕력’은 오덕후의 공력을 줄인 말이다.'애니 보기 정석' 표지(사진제공=스튜디오 본프리) 저자인 만보(漫報)는 1985년부터 애니메이션 동호회를 결성했고 52시간 연속 애니메이션 보기, 28시간 연속 만화책 읽기, 건담 디오라마(여러 모형을 배경과 함께 설치해 특정 장면을 구성한 것)를 만들기 위해 혼자 프라모델 27개·9개 베이스를 동시에 조립하는 등 ‘어마무시’한 덕력을 자랑하는 인물이다. 애니메이션 잡지가 없어 자비를 들여 600쪽짜리 정보지 ‘만화일보’를 제작·출간했고 오롯이 애니메이션이 좋아 일본 유학길에 올랐는가 하면 애니메이션 잡지 ‘한국판 뉴타입’의 창립멤버기도 하다.예전에는 연간 못본 애니메이션 신작이 10편 안팎이었지만 최근 제작편수가 늘면서 구입만하고 보지 못한 타이틀 수가 400편이 넘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못말릴 애니덕후다. 책은 디자인부터 예사롭지 않다. 흰 종이, 까만 글씨에 몇장의 사진·한정적인 색으로만 꾸며진 책들과 달리 표지는 세로로 긴데 내지는 가로로 넘기면서 봐야한다. 내지 디자인은 전체가 아이패드를 연상시킨다.딱히 개수를 정해주지 않고 마음껏 써오라고 했더니 200편의 애니메이션 정보를 한달만에 내놓은 작가 덕분에 출판사 스튜디오 본프리는 출판을 위한 ‘작품 선정단’을 꾸려야 했을 정도다. 안영식 한국판 초대 ‘뉴타입’ 편집장, 송락현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게임기획자 남창훈, 국보급 국산 애니메이션 비디오컬렉터 탁상(김윤영), 본프리 김승현 대표가 고르고 고른 90편이 그렇게 책으로 엮였다.90편의 작품은 ‘초급’ 14편, ‘중급’ 40편, ‘상급’ 29편, ‘광급’ 7편으로 나눠 담겼다. 각 작품마다 감동·웃음·특색·캐릭터·미술·음악·연출·Extra 8개 항목을 점수로 환산한 덕력을 표시했고 내용요약, 개념정리, 집중탐구, 플러스강의까지 꼼꼼하게도 짚는다. 덕력 점수 옆에는 QR코드가 있어 동영상 감상도 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애니덕후’들을 위한 멀티 참고서다.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좋다. 10쪽에 있는 33개 항목(가산점: 1~20번 1점, 21~30번 5점, 31~33번 10점)의 레벨테스트로 자신의 덕력 점수를 확인한 후 11쪽에 있는 채점표에 따라 ‘바로가기’를 하면 된다. 혹은 학창시절 무작위로 책의 페이지를 펴 사람 수를 세며 내기를 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손길이 닿는 대로 열어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만화 좀 봤다는 이들에게 익숙한 ‘마징가Z’, ‘노다메 칸타빌레’, ‘고녀석 맛나겠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공각기동대’, ‘에반게리온’, ‘카우보비 비밥’ 등은 죄다 초급편에 수록됐다.중급편에서 상급편까지에서 ‘뱀파이어 헌터 D’, ‘데빌맨’, ‘시간을 달리는 소녀’, ‘오타쿠의 비디오’, ‘바람의 검심 추억편’, ‘퍼펙트 블루’ 등 알고 있는 작품을 만날 때마다 반가운 마음마저 든다.  일본 OVA시대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제패한 ‘BRITH: 판도라 행성의 비밀’, ‘초로전설 우로츠키 동자’, 최초로 ‘고양이귀’ 캐릭터를 등장시킨 ‘솜의 별나라’ 등으로 구성된 광급 작품들은 낯설지만 초짜 덕후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레벨테스트부터 광급 작품들까지, 500여쪽을 훑다보면 묘한 경쟁심을 야기시켜 덕질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으니 주의하시라! 스튜디오 본프리 출간, 1만 9800원.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5-12-18 07: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완다: 아시아 최고 부자의 경영 강의

한국 최초로 완다와 왕젠린의 이야기를 다룬 '완다: 아시아 최고 부자의 경영강의'(사진제공=사회평론)부동산을 시작으로 문화, 관광, 레저를 아우르는 종합엔터테인먼트사 완다그룹의 창립자 완젠린의 책 ‘완다: 아시아 최고 부자의 경영 강의’이 출간됐다. 저자는 왕젠린, 한국에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완다와 왕젠린의 이야기다. 다롄(大連)의 작은 부동산 기업으로 시작해 모두가 꺼리는 판자촌 재개발로 성공의 발판을 다진 완다는 극장, 주유소 등 조성을 위한 상업용 부동산 개발의 선두에 섰다. 중국의 도시화, 개방, 소비증가 등의 분위기를 타고 승승장구하던 완다는 2000년 중반부터 영화, 관광, 레저, 스포츠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사업을 개척하기도 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욕구와 갈증을 따라가기 보다는 미리 포착하고 개척하는 전략으로 중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 부자로 자리매김한 왕젠린의 성공스토리를 중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2016년 문을 여는 연길의 완다플라자에 ‘서울의 거리’라는 한류타운이 생기고 그의 아들 왕스총이 ‘바나나프로젝트’라는 뉴미디어 기업을 설립해 티아라 등 한국 연예인들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진행하는 등 한국도 이제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는 기업이다. 사회평론 출간, 1만 8000원.허미선 기자hurlkie@viva100.com

2015-12-18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흥! 올림픽 따위… 올림픽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 '시드니'

평범한 올림픽도 무라카미 하루키가 보면 다르다. 2000년 일본의 잡지 ‘스포츠 그래픽 넘버원’의 요청으로 시드니행 비행기에 오른 하루키는 그때부터 특별 취재원이 되어 ‘시드니 올림픽’을 중계했다. 신간 ‘시드니’는 매일매일 400자 원고지 30매씩, 작가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기관총처럼 키보드를 따다다다 두드리며” 써내려간 올림픽 관전기 및 시드니 여행기다. 작가 특유의 담백한 문장 곳곳에는 늘 그렇듯 가벼운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가 있다.작가의 눈으로 보고 글로 읽는 올림픽은 색다르다. 단순히 사실적으로 중계하는 데 집중하는 영상과 달리 글은 독자의 상상을 자극한다. 책에는 인기 만화가 이우일이 그린 100여컷의 일러스트가 삽화로 수록됐다. 이는 하루키의 한국어판 최초로 시도된 콜라보레이션이다. 연필로 대충 그린 듯 하지만 핵심을 정확히 담은 일러스트는 하루키의 귀찮은 듯 섬세한 글과 잘 어울린다.책은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두편의 저널로 독자를 만난다. 글의 주인공은 마라톤 선수 아리모리 유코와 이노부시 다카유키다. 글에서 작가는 3인칭으로 그들을 지켜보다가 1인칭이 되어 선수가 되기도 한다. 그러다 다시 3인칭으로 돌아와 달리기 마니아로서 자신의 식견을 뽐낸다. 1인칭과 3인칭을 넘나드는 독특한 서술 기법은 낯설다. 하지만 글을 읽는 데 무리는 없다.올림픽 취재원으로서 하루키의 여정은 ‘시드니 도착’부터 소개된다. 저자는 ‘세상에 올림픽만큼 지루한 게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반대로 그런 감정이 솔직하게 담긴 글은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올림픽을 좋아하는 이는 물론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까지 책을 즐길 수 있는 이유다.유머도 빠지지 않는다. ‘코알라 번식센터’를 마주하고서는 “코알라에게 포르노라도 보여줘서 욕정을 느끼게 하는 거냐”라는 엉뚱한 질문을 던지고 개막식에 등장하는 말들을 보며 “행사가 끝나도록 어떻게 한 마리도 똥을 안 싸는 거냐, 똥 참는 훈련을 받은 거냐?”며 예상치 못한 말을 쏟아낸다. 시드니 올림픽 공식후원사인 삼성의 휴대폰 이야기, 남북한 개막식 동시 입장에 대한 하루키의 인터뷰, 동메달로 결정된 한국야구 경기 리포트 등 하루키 특파원이 전하는 현지 소식은 TV 중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성을 선사한다.  시드니’ (사진 제공=비책 출판)특히 한국 신문기자와 인터뷰를 한 대목이 재미있다. 하루키는 프레스센터에서 우연히 만난 기자에게 “올림픽은 대체로 지루했고 개막식이 가장 지루했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남북한 선수가 동시 입장한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란 질문에는 “아주 멋진 일이다. 얼마 전까지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인데 정말 잘 됐다”고 좋아하면서도 “지루해서 덴마크 선수 입장 때 나와버렸다. 만약 알았다면 한국 선수단 입장 때까지 기다렸을 텐데”라며 뒤통수를 친다. 너무 솔직해서 도리어 웃음이 난다.한편으로 이 책은 작가가 시드니에서 겪은 여행기이기도 하다. 올림픽이 24시간 이어지는 것이 아니니 일정이 끝나면 작가는 계획 없이 낯선 땅을 탐색한다.책에서 하루키는 유명한 달링하버까지 산책하고 수족관을 찾는다. 그곳에서 만난 오리 너구리와 악어에 대한 감상은 귀여운 삽화와 함께 독자에게 소개된다. 작가와 여행을 좋아하는 독자에겐 더 반갑게 다가오는 이야기다.책의 하이라이트는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 대한 서술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이기에 저자는 이 종목은 특히 섬세하게 감상평을 책에 담았다. 사실 마라톤은 2시간이 넘도록 일관적으로 달리는 것이 전부여서 지루할 수 있는 종목이다.하지만 글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서술자가 ‘달리기’를 소재로 책 한 권을 써내는 작가, 하루키가 아니던가. 달리기에 대한 내공이 고스란히 담긴 하루키 표 마라톤 중계는 그 어떤 스포츠 관람보다 재미있다.하루키는 아무 것도 아닌 일상을 재미있는 소설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그의 이번 시드니 여행기도 예외가 아니다. 책을 덮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비책 출판. 가격 1만 4000원.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5-12-11 07:00 김동민 기자

[비바100]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저자 박영규의 신작 '고대사 갤러리'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의 저자 박용규가 고대사를 정리한 책을 출간했다. 신간 ‘박영규의 고대사 갤러리’는 과거 동이를 시작으로 발해까지 역사를 한권에 엮었다. 저자는 동이, 치우, 홍산문명 등 한민족 뿌리 찾기로 책을 연다. 이후엔 대중에게 익숙한 고구려, 백제. 신라의 흥미로운 왕실 이야기를 풀어낸다. 끝은 고구려 옛 땅을 수복하여 동방의 종주국이 된 발해다. 이곳에선 온전하진 않지만 지금까지 남아있는 발해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발해 몰락 이후 지속된 발해 부흥운동에 대한 내용도 곁들였다.저자가 말하는 고대사의 묘미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와 고대 사이에 있는 시간의 벽을 넘으려면 상상력이 있어야 한다. 한편 저자는 책 제목이 ‘갤러리’로 지어진 이유에 대해 “아무나 불쑥 들어갈 수 있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갤러리”라며 “책이 인사동 갤러리를 기웃거리듯 독자의 편한 놀이터가 되길 바라는 의미에서 지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제목에는 독자가 어렴풋이 알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고대사 속으로 가볍게 산책하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겼다.‘박영규의 고대사 갤러리’ (사진 제공=옥당 출판)책은 특이하게 ‘동이’를 우리 역사의 기원으로 삼았다. 보통 역사서는 고조선과 단군에서 시작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하지만 책은 ‘논어’에서 공자가 언급한 동이에서 역사의 뿌리를 찾아간다. 1관 동이관에서 저자가 언급하는 서적은 ‘논어’ 외에도 ‘서경’, ‘사기’, ‘춘추’ 등 다양하다. 2관부터는 익숙한 ‘고조선’이 소개된다. 최초로 국가가 등장한 고조선이 가지는 가치, 중국 역사서의 기록 그리고 독자가 가장 호기심을 가질 단군 신화에 관한 의문과 진실이 이 단락에서 소개된다. 저자는 다양한 자료조사를 통해 단군 신화의 기원을 분석했다.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의문점은 독자의 관심이 다음 역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고조선에서 시작된 그 호기심은 3관 ‘고구려’, 4관 ‘백제’, 5관 ‘신라’, 6관 ‘가야’, 7관 ‘발해’까지 그대로 연결된다.저자의 전작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의 장점은 제목대로 한권으로 500년 조선의 방대한 역사를 읽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재미있는 자료들을 언급하며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방대한 연대기를 읽는 재미가 있는 책으로 압축시켰다.그의 또 다른 책 ‘고려왕조실록’, ‘고구려왕조실록’ 시리즈처럼 이 책도 한 권에 꼭 필요하고 흥미 있는 내용을 알차게 구성했다. 그래서 고구려 시기에는 왕실의 삶, 반정과 반란의 이야기를 다룬다. 백제에서는 대륙과 일본 진출에 대한 기록을 소개한다. 그리고 신라에서는 ‘연오랑과 세오녀 설화’, 가야에서는 알에서 태어났다고 알려진 김수로 왕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며 역사 속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책은 또 베일에 싸인 ‘임나’의 실체에 대해 심층적으로 접근한다. 가야관에서 등장하는 임나는 한반도 남부에 존재했던 나라다. 오늘날 일본 정부는 4~6세기에 걸쳐 임나에 일본부를 설치해 통치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이후 조선침략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저자는 이 문제에 대해 더욱 객관적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한국 사서에도 임나가 언급되어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삼국사기’에는 ‘임나 사람’이라는 문장이 등장하고 광개토대왕 비문에서도 임나가 나온다. 저자는 이러한 자료와 직접 조사한 사실을 근거로 임나가 가지는 역사적 의미에 대해 객관적으로 분석한다. 그 덕분에 독자는 평소 가졌던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고 좀 더 정확히 역사를 이해하게 된다. 책은 생각보다 더 쉽게 읽혀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내용의 부족함은 아닌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고대사가 짧게 느껴지는 것에 대한 감정이다. 한국사를 누구나 알기 쉽게 알차게 저술한 저자의 능력이 이번 책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난다. 옥당 출판. 가격 1만 6500원.김동민 기자7000-ja@viva100.com

2015-12-04 07:00 김동민 기자

[비바100] 지금 당신에게 꼭 필요한 물음, '내가 일하는 이유', 일본 15만 독자가 선택했다

신간 ‘내가 일하는 이유’는 일본에서 취업과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현지에서 책은 출간 후 지금까지 15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인기몰이 중이다. 이어 출간한 ‘계속 일하는 이유’도 5만부 이상 판매됐다. 저자는 일본의 저명한 커리어 컨설턴트 도다 도모히로다. 그는 이 책으로 일과 인생에 대해 고민하는 현대인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책에는 저자가 일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에게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저자는 컨설턴트로서 겪은 경험, 일과 경력에 대해 연구한 성과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책을 구성했다. 그 구성 안에서 내용에 맞는 위인들의 명언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독자에게 깨달음을 준다. 특히 책에는 빈센트 반 고흐, 디에고 리베라 등 일하는 사람들을 사랑한 화가들의 작품이 본문의 내용과 연관돼 소개된다. 그 결과 일에 대한 더 깊은 사색과 성찰의 길로 독자를 이끈다.저자 도다 도모히로 역시 일과 인생에 대해 고민하는 평범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는 홋카이도 대학 응용화학과를 졸업한 후 비철금속 제조 회사에 취업했으나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3년 만에 그만뒀다. 이과가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았음을 깨닫고 뒤늦게 사회학부에 편입했다. 그리고 현재는 비영리기관과 출판사 등을 거쳐 저술가 및 커리어 컨설턴트로 활약하고 있다.45세에 커리어 컨설턴트 자격증을 딴 저자는 미국 직업 심리학자 도널드 슈퍼의 ‘일이란 나의 능력과 흥미, 가치관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말을 소개한다. 그는 일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 말에서 누구나 자신의 천직을 발견할 수 있음을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저술했다.책은 저자의 말과 인용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파스칼의 ‘인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업이다. 그런데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우연이다’란 문장이 있으면 그 옆 페이지에는 여기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덧붙이는 식이다. 저자가 직접 겪은 경험담도 담겼다. 명언은 지금 자신의 처지와 닿아 있을 때 마음에 진정으로 다가오는 법이다. 평소라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 위인들의 고지식한 말이지만 저자의 해석이 더해지고 독자 저마다가 가진 고민이 연결되면서 필사해 곁에 두고 싶을 정도로 힘이 되는 응원 구절이 된다.‘내가 일하는 이유’ (사진 제공=와이즈베리 출판)책 여기저기에서 명화를 보는 재미도 있다. 디에고 리베라의 ‘꽃을 나르는 사람’, ‘디트로이트 산업’, 에드가 드가의 ‘무대 위의 무희’ 등 인기 화가들의 명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인상적이다. 이처럼 그 자체로도 인상적인 명화에 일과 인생의 고민이 맞물리며 더 큰 흡입력을 지닌다. 책 표지만으로는 제목대로 ‘내가 일하는 이유’에 대해 그럴싸한 말들만 늘어놓았을 것 같아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독자의 그런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지 명언, 명화 등을 색다르게 배치하고 풀어내 책의 깊이를 더하고 볼거리를 늘렸다. 일본 20~40대 독자들이 이 책을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저자는 자신이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섣불리 충고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낮은 목소리로 읊조린다. 주변의 기대와 강요로 위축된 현대인들이다. 책은 그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섬세하게 ‘내가 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내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답을 찾는 여정으로 인도한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 나침반과 같은 책이다.부록으로 인제대학교 부속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종민 교수의 ‘우리가 함께 일하는 이유’가 수록되어 있다. 그 안에서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함께 일하는 의미를 찾는 것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의미 부여를 할 것인지를 논했다. 책 끝에는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는 코너로 출간 전 한국의 독자들에게 ‘내가 일하는 이유’ 사연을 공모해 선정된 10편의 글이 수록됐다. 자신과 비슷한 사연이 있다면 그 안에서도 스스로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와이즈베리 출판. 1만 2800원.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5-11-27 07:00 김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