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조용필부터 이승환까지, 응답하라! 내 '청춘의 노래들'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6-01-08 07:00 수정일 2016-01-08 08:01 발행일 2016-01-08 12면
인쇄아이콘

22
 

덕선(혜리)과 선우(고경표), 정환(류준열), 택(박보검), 동룡(이동휘). 쌍문동 5인방이 어린 시절 골목길 추억을 논할 때마다 어김없이 동물원의 ‘혜화동’이 흘러나온다. 선우와 보라(류혜영)의 첫 번째 데이트 장소는 ‘나 항상 그대를’로 KBS ‘가요톱텐’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인기 가수 이선희의 콘서트였다.

세 남매의 아버지 성동일이 둘째의 설움이 폭발한 딸 덕선을 달래며 “아버지가 처음이다”라고 양해를 구할 때는 들국화의 ‘걱정말아요 그대’가, 덕선과 정환이 함께 등교하려고 눈치 경쟁을 벌일 때는 김현철의 ‘동네’가 귓가를 적셨다.

인기리에 방송 중인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는 80~90년대를 수놓은 청춘의 노래들이 곳곳에 녹아 있다. 비단 드라마에 나오는 노래들 뿐 아니다. 70년대 통기타 시대 청년문화의 기수들과 그 맥을 이은 80년대 포크 가수들, 암흑과 격변의 80년대를 록의 시대로 만든 전설의 뮤지션, 세상의 변화를 쓸쓸하게 혹은 정직하게 응시했던 90년대 음악까지, 80~90년대는 우리 대중문화의 황금기였다. 어느 순간 음악이 패션과 몸으로 대변되는 비주얼로 승부하는 시대가 됐지만 그때 그 시절의 노래들은 아직도 음악팬들의 내면 깊은 곳을 차지하고 있다.

표지 입체
<span style="font-weight: normal;">사진제공=뮤진트리

◇ 시대를 초월한 가요 명곡들

신간 ‘청춘의 노래들’은 당대 청춘들의 감성을 지배했던 29명 대중음악가들의 열전이자 80~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풍속사다.

오랜시간 음악업계에 몸담고 있던 페이퍼레코드 최성철 대표의 부산일보 연재물 ‘8090 이 노래 이 명반’을 엮어 출간했다.

조용필, 신촌블루스, 밴드 11월, 사랑과평화, 김수철, 전인권, 주찬권, 조동진, 양희은, 정태춘, 김현식, 김광석, 최성원, 박학기, 장필순, 동물원, 노래를 찾는 사람들, 다섯손가락, 푸른하늘, 신해철, 공일오비, 봄여름가을겨울, 이문세, 이선희, 조하문, 신승훈, 이승철, 김현철, 이승환 등 이 책에 열거된 뮤지션들은 당대는 물론 지금까지도 유의미한 기록을 남겼다.

책은 시대와 음악장르, 뮤지션의 개성에 따라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돼 각 가수들의 데뷔부터 기억에 남는 순간, 우리 음악사에 남긴 의미를 짚었다.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뮤지션 뿐 아니라 조용하지만 꾸준히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축했던 뮤지션들도 함께 소개했다. 아울러 들국화 멤버였던 주찬권, 색다른 음악을 펼친 휴먼록 밴드 11월 등 기억 속에 묻힌 뮤지션들을 새롭게 조명하며 평가했다.

◇ 젊은 시절 그 노래 끄집어내는 책

저자는 서문을 통해 “청춘은 세대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어른이 되었지만 결코 청춘의 자신보다 성장했다거나 보다 나은 인간이 됐다고 말할 수 없을 때 자신도 모르게 이 청춘의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다. 이 책은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그 노래들을 듣고 싶게 하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80~90년대 아티스트를 중점적으로 소개한 배경에 대해 “80~90년대는 솔직하지만 간결하고 아름다운 노랫말로 자신들의 순수한 음악적 열정을 표현한 예술가들, 새로운 장르에 대한 탐구와 실험정신으로 예술적 경지에 도달한 수준 높은 연주력을 보여준 장인들의 시대”라고 정의하며 “청춘들이 당대를 살면서 몸으로 듣고 겪었던 생생한 음악 경험과 뮤지션들의 음악이야기를 통해 당대의 사회적 맥락까지 짚어보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뮤진트리. 1만 3500원.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