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더 랩 힙합의 시대’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6-07-01 07:00 수정일 2016-07-01 07:28 발행일 2016-07-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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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랩스타’, ‘힙합의 민족’에 이르기까지 지금 대한민국은 힙합 열풍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흑인들의 하위문화이자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힙합은 이제 주류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쇼미더머니’가 방송되는 다음 날에는 방송에서 선보인 음원이 차트를 휩쓸고 대학축제에서도 래퍼들이 분위기를 선도하는 인기가수로 대접받는다. 패션가에서는 힙합신의 전유물인 스냅백이 인기를 끄는 등 라이프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대중은 힙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힙합은 언제 어디서 시작됐고 국내에서도 ‘컨트롤 비트 다운받았어’ 라는 유행어를 낳은 특유의 디스 문화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신간 ‘더 랩 힙합의 시대’는 이러한 궁금증에 답한다.  

이 책은 1979년부터 2014년까지 매해를 강타한 랩송 36곡으로 힙합의 역사를 살핀다. 책에 언급된 노래를 선정한 기준은 간단하다. 그 해 힙합의 역사에 영향을 끼치고 흐름을 바꾸어놓은 노래들이다.

이를테면 저자는 1979년 원더 마이크, 빅 뱅크 행크, 마스터 지로 구성된 슈가힐 갱이 발표한 ‘래퍼스 딜라이트’를 최초의 힙합 곡으로 꼽았다. 이 노래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첫 번째 랩 곡으로 기록돼 있다. ‘래퍼스 딜라이트’가 발표되기 직전인 1978년까지만 해도 랩송은 파티에서 즐기기 위한 장르였다. 그간 랩이 노래의 일부분에 양념처럼 들어가 있었다면 슈가힐 갱은 랩이 핵심인 노래를 정식으로 녹음해 발매하며 힙합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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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윌북

힙합이 정치·사회문제에 대해 관여하기 시작한 건 언제일까.

저자는 1982년 그랜드마스터 플래시 & 더 퓨리어스 파이브의 ‘더 메시지’를 꼽았다.

이 노래는 그동안 누구도 제대로 말하지 않던 뉴욕 뒷골목의 어두운 풍경을 랩으로 생생하게 묘사했다. 

가난한 흑인의 좌절이나 집 없는 이들이 쓰레기를 뒤져 끼니를 때우는 삶, 질 낮은 교육을 받는 이들과 쥐와 바퀴벌레로 가득한 집에서 사는 것에 대해 노래했다. 

전에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랩 가사의 혁명이 ‘더 메시지’로 이루어진 셈이다.

퍼블릭 에너미나 N.W.A처럼 힙합을 정치적인 저항음악으로 만든 걸출한 아티스트들의 등장도 ‘더 메시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컨트롤 비트’로 대변되는 디스전은 1983년 런-DMC의 ‘서커 엠씨스’가 첫 시도였다. 이전에도 랩으로 배틀을 하고는 했지만 무대에서 상대를 직접 디스해 승패를 갈라놓는 배틀전은 이 노래가 처음이다. 런-DMC의 이 곡 이후 진정한 힙합 전쟁의 시대가 개막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힙합의 역사를 집대성한 저자 시어 세라노는 뮤지션 출신이 아닌 중학교 과학 교사 겸 이민자들을 위한 방과 후 교사였다. 아내가 쌍둥이를 임신하면서 회사를 그만둬 추가수입이 간절해지자 투잡으로 힙합 칼럼을 기고한 게 시작이었다.

2008년 ‘휴스턴 프레스’에 기고한 힙합 칼럼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스타 칼럼니스트로 자리매김했고 첫 번째 책 ‘번 비스 랩 컬러링 앤드 액티비티 북’이 ‘롤링스톤’, ‘지큐’, ‘에스콰이어’, ‘뉴욕매거진’ 등 유수의 매체로부터 극찬을 받으면서 ‘그랜트랜드’에 발탁돼 전속작가로 활동 중이다. 간절함이 꿈을 이루게 한 사례다.

책은 단순히 힙합신의 역사를 나열하지 않는다. 스타일맵이라는 독특한 그래픽으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선언전인’ 곡은 주먹으로 표현하고 ‘사려 깊은’ 곡은 테디베어를 그려넣었다.

‘공격적인’은 야구 방망이로, ‘관찰력이 뛰어난’은 눈알을 그려넣는 식이다. 여기에 독특한 캐릭터 일러스트를 수록해 마치 그래피티 아트를 보는 듯한 느낌을 더한다.

저자가 꼽은 그해의 노래로 힙합의 역사를 짚은 만큼 이에 반대하는 의견, 즉 디스전을 삽입한 것도 흥미롭다. ‘롤링스톤’ 등 유수의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는 작가나 에디터들이 저자의 의견을 디스하는 반론을 실었다. 힙합의 역사를 관통하는 거대한 줄기와 흐름을 읽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1만 7800원,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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