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여성혐오’ 근원을 찾아서…‘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6-07-29 07:00 수정일 2016-07-29 07:02 발행일 2016-07-29 14면
인쇄아이콘
466053207

‘여혐’의 시대라고 말한다. 사회 전반에 내재된 여성혐오가 이제 외부로 표출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벌어진 여성 살해 사건은 그 시작이었다. ‘일간베스트’의 여성혐오(이하 여혐) 발언을 미러링한 메갈리아 논란은 엉뚱하게 하위문화인 웹툰 사이트로 불똥이 튀었다. 

게임업체 넥슨이 배급한 ‘클로저스’의 성우 김자연씨가 메갈리아를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었다 남성네티즌들의 포화를 맞아 교체된 게 문제였다. 이후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의 한 작가가 김씨를 옹호하며 다시금 ‘여혐’, ‘남성혐오’(이하 남혐) 문제로 온라인이 들끓었다. 

정치권도 입을 열었다. 정의당이 이 사태에 대해 “정치적 의견이 직업 활동을 가로막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김씨를 옹호하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그남자는왜-표지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오찬호 지음/동양북스 출간/1민4500원(사진제공=동양북스)

여혐에서 시작된 남녀의 논쟁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신간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는 군대를 비롯해 남성다움을 강요당하는 이 땅의 평범한 대한민국 남성들의 시각에 메스를 들이댔다. 

강남역 살해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면서도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메모를 남기며 ‘남자는 여자를 지켜주는 강자이고 여자는 남자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약자’라는 이분법적 시각에 시달리는 남자, ‘모든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지 말라’는 시위를 하는 남자,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입에 침을 튀기며 고생담에 치를 떨면서도 “그래도 남자란 모름지기 군대를 갔다 와야 사람이 된다”며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남자, 예전처럼 열심히 가장으로서 일해도 제대로 된 대접도 못 받고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며 하소연하는 남자들….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남성들의 모습과 사회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뿌리 깊은 ‘여혐’의 근원을 파헤친다.

저자는 남성들의 주장대로 여성이 설치는 세상이라고 보기에 우리나라 여성 인권이 세계 최하위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15’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 평등지수는 0.651로 OECD국가 중 꼴찌다.  뿐만 아니라 조사 대상 국가 145개국 중 115위인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현실과 달리 왜 남성들은 ‘여혐’에 빠져 들게 된 것일까. 

책에서는 한국 남자를 이해하는 코드로 군대와 학교 교육, 남성 위주의 생계 부양을 꼽았다.

권위와 경쟁에 절어있는 학교교육, 폭력, 명령, 복종만이 절대 진리인 군대를 거치면서 남성은 소통능력과 공감능력을 점차 상실한다. 

하지만 가장이 생계를 책임졌던 가부장적인 과거와 달리 사회는 점차 저성장모델로 변해가고 있다. 남자가 출근하고 아내가 배웅하던 시대로 남자의 가치가 되돌아갈리 만무하다.

저자는 결국 여혐이란 한국사회의 이상한 ‘남자다움’을 맹목적으로 강요받던 누군가가 ‘여자다움’에 길들여져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불만을 느끼는 ‘인간다움’을 넘어선 행위라고 정의한다. 

아울러 이러한 사회구조적 현상이 일베나 소라넷처럼 약자를 공격하는 남성들의 집단 세력화, 약자에 대한 혐오 범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저자인 사회학자 오찬호 교수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아내의 출산이다. 저자는 의사를 불신한 나머지 제왕절개를 해야 했던 아내에게 자연분만을 강요하고 40시간의 출산과정을 함께하며 느꼈던 경험을 인터넷 매체에 기고했다.

그러나 인터넷 매체가 저자의 글에 ‘분만실 40시간 체험, 군대보다 더 무서워’라는 제목을 달아 포털사이트에 송고한 게 문제였다. 

군필자들의 댓글 융단폭격을 겪으며 군대로 대변되는 한국형 마초들의 세계를 마주하고 톺아보기 시작한 저자의 시각은 상당히 신선하고 객관적이다. 

실제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현상을 다룬 만큼 공감력과 흡입력, 생생한 현장감이 남다르다. 비판의 대상인 남성들의 세계관에 저자 자신을 포함시키는 성숙한 애티튜드도 돋보인다. 1만4500원.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즐거운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