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사수첩

[기자수첩] 풍전등화 위기, 자동차 업계에 닥친 시련

이재훈 기자국내 완성차 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러 악재와 마주하고 있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노사 마찰, 경영난 등 총체적 난국에 처한 상황이다. 미 행정부는 최근 철강에 적용했던 무역확장법 232조를 수입자동차 분야에도 적용하기 위한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토 결과 자동차 수입이 자국의 산업에 위협을 미친다고 결론 내리면 미국은 국내 업체가 수출하는 자동차에 대해 최대 25%에 가까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이 자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의 부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매길 조짐을 보여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고민은 더욱 심각하다.이에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과 정부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에 대한 우려 표명과 함께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미국이 232조를 적용하면 이를 차단할 아무런 수단이 없다. 현재 한국지엠과 르노삼성도 연간 미국에 1만대 이상을 수출하고 있어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이와 함께 올해 역시 노조 파업과 7월부터 전면 시행되는 주52시간 근무체계,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 문제를 두고도 노사 간 대립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지엠의 경우 군산공장 잔류 근로자 600여명의 전환배치 문제를 두고 노사 갈등이 예고되는 데다, 고용노동부 등으로부터 불법으로 처분 받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문제를 두고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특히 현대·기아차는 최저임금제 개정안 통과로 인한 노사 갈등에 이어 최근 광주시의 자동차 공장 가동 프로젝트를 두고도 ‘반값 노동자’ 양산에 대한 마찰이 심화되는 모습이다.뾰족한 해법이 없지만 노사 갈등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려면 정부의 적절한 지원과 노사 간 상생의 대타협이 절실하다.이재훈 기자 yes@viva100.com

2018-06-03 16:36 이재훈 기자

[기자수첩] 김정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 뭘로 믿나

김수환 국제부 차장북미 양측의 비핵화 간극은 지난 며칠간의 정상회담 실무협상 동선에서 이미 드러났다. 트럼프 행정부가 디테일에 숨은 악마를 잡기 위해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의 인물인 성김 대사를 판문점 회담 수석대표로 내보낸 일이나, 천안함 폭침 주도 혐의로 독자제재 대상이 된 김영철의 미국행을 일시적으로 허용하면서까지 고위급회담을 이어가는 일 등이 사안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판문점 실무협상으로 북미간 비핵화의 입장차가 여전히 크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우리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이 비핵화 과정에는 최장 1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미국의 핵 전문가는 말한다. 트럼프가 임기를 마칠 때까지도 비핵화 최종단계는 볼 수 없을 거란 얘기다.더 심각한 문제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비핵화 ‘의지’(will)를 무엇으로 증명하느냐에 대해선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6년 미국 대선, 2017년 한국 대선 등 정치적 공백기에 집중적으로 핵 무력을 완성했던 북한이 올해 들어 대화 무대로 나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대북제재 덕분이라고 자부했다.그렇지만 대중 무역적자가 최대 수준임에도 대북제재를 받는 북한의 외환보유고가 유지되고 있다고 함은 어찌된 일인가. 그런 북한이 쌍중단을 요구해온 중국의 시진핑을 핵 담판에 끌어들인 데 이어 이젠 러시아의 ‘원조 스트롱맨’ 블라디미르 푸틴의 지분을 협상테이블에 태우고 있다. 이 모두가 이미 사전에 치밀하게 짜인 각본에 의한 것은 아닌지.지금도 미국의 대북협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핵 무력을 완성했다는 자신감을 토대로 대화에 나섰으며, 그가 핵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들이 틀렸기를 바란다. 하지만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등을 트집 잡는 걸 보면 소름이 돋는 건 어쩔 수 없다.김수환 국제부 차장 ksh@viva100.com

2018-05-31 16:10 김수환 기자

[기자수첩] 위기의 신산업, BTS 성공비결서 배워라

박종준 산업부 차장미래 경쟁력인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산업이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에도 밀리면서 위기다. 그 해법을 케이팝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BTS)의 성공 비결에서 찾을 만하다는 생각이다. 제조업이야 시작부터 미국과 유럽, 일본에 주도권이 있었던 만큼 신문물을 늦게 받아들인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출발점이 같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신산업에서조차 주도권을 뺏기고 있는 점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4차 산업혁명 관련 바이오·사물인터넷·우주기술·3D프린팅·드론·블록체인·신재생에너지·첨단소재·로봇·인공지능·증강현실·빅데이터 등 12개 분야에서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이 지점에서 방탄소년단의 1등 비결인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콘텐츠 △SNS 소통을 통한 글로벌 영향력 확대 △끊임 없는 연구와 혁신을 통한 차별화 등을 신산업 경쟁력 강화의 솔루션으로 삼을 만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좌지우지할 신산업은 어떤 기술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 또한 아무리 좋은 신기술이라도 글로벌 시장에 어필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이 과정에서 신기술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 동반돼야 하는데, 그 모범답안이 방탄소년단인 셈이다.4차 산업혁명 시대의 ‘쇼’는 이미 시작됐다. 그 무대에서 누가 더 많은 박수를 받고, 정상의 자리에 서느냐는 투자와 노력, 그리고 혁신에서 결정 난다. 때문에 현재 신산업의 위기와 해법, 그리고 이를 토대로 만드는 로드맵은 그동안 무수한 탈피와 혁신을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는 물론 전 세계 트렌드 리더로 거듭난 방탄소년단의 성공론에서 방점 하나를 찾을 수 있다.박종준 산업부 차장 jjp@viva100.com

2018-05-30 15:33 박종준 기자

[기자수첩] 희망없는 '희망퇴직' 권하는 정부

최재영 금융부 차장“기존 사람들을 내보내고 새롭게 충원하는 것이 정부의 고용대책 해법이었네요.” 시중은행 한 간부가 희망퇴직을 어떻게 보냐는 기자의 질문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낸 불만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달초 “퇴직금을 더 지급하더라도 희망퇴직을 해야 한다”는 발언은 지금까지도 들끓고 있다. 퇴직금을 많이 줘서 10명이 희망퇴직하면 그 자리에 신입사원 7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것이 최 위원장의 논리다.물론 은행원들의 반응은 격하다. 가뜩이나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인력과 영업점을 줄이고 있는 상황인데, 희망퇴직 인원만큼 신규채용을 늘릴 수 있다는 생각은 현실을 전혀 직시하지 못한 단순, 순진한 논리라고 반문한다.무엇보다 행원들이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시선’이라고 한다. 마치 억대 연봉을 지키기 위해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비켜주지 않는다는 낙인이다. 이 때문에 세대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럼에도 은행권을 향한 금융위의 희망퇴직 확대는 여전히 진행형이다.우리나라는 지난해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은행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퇴직 복지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일자리를 잃는다는 슬픔보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치도 못한 어마어마한 퇴직금으로 만족하라고 한다.은행원들은 은행권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신(新)관치’가 절정에 달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간접적 영향을 주더니 이제 은행원까지 마음대로 바꾸려고 한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취재에서 만났던 은행원들이 되물었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금융당국 고위공무원들이 앞장서서 희망퇴직하는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냐고.최재영 금융부 차장 sometimes@viva100.com

2018-05-28 15:40 최재영 기자

[기자수첩] 걸그룹의 여성해방운동

조은별 문화부 차장가수 겸 연기자 수지는 유난히 자기표현에 서툰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월 자신의 솔로 쇼케이스 때도 취재진의 질의응답에 제대로 답하지 못해 질타를 받았다. 그런 수지가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냈다. 인기 유튜버 양예원씨의 성범죄 피해 사실을 조사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공개적으로 동의의사를 밝힌 것이다. 많은 이들이 수지의 의사 표명에 공감했다. 하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논란의 스튜디오 운영자가 바뀐 것이다. 현재 이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이는 수지가 국민청원 글에 동의함으로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고 수지는 사과했다. 그럼에도 논란의 화살은 수지에게 향했다. 18일에는 ‘연예인 수지의 사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국민청원 취지와는 무관한 인신공격이다. 해당 게시물은 삭제됐지만 여전히 온라인상에는 수지의 국민청원 동의에 대한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수지뿐 아니다. 레드벨벳 아이린은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고백했다가 ‘페미니스트’로 몰려 곤욕을 치렀다. ‘82년생 김지영’ 책 한권을 읽었다고 페미니스트가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혹 아이린이 페미니스트라 해도 그게 수많은 남성 팬들의 반발을 살 만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자신들이 좋아하고 소비했던 여자 연예인이 향기없는 꽃처럼 박제되길 원했을까.직업이 걸그룹임에 앞서 이들 역시 사상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견한 건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걸그룹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루나는 페미니즘 지지의사를 밝혔고 AOA 설현은 그의 SNS에 ‘좋아요’로 지지의사를 보냈다. 연초 미투운동으로 촉발된 연예계 여성해방운동은 이제 막 발걸음을 떼었다.조은별 문화부 차장 mulgae@viva100.com

2018-05-27 17:05 조은별 기자

[기자수첩] 웹툰 생태계 '제2 밤토끼' 얼씬 못할 법 필요

김동민 문화부 기자“아무리 차단을 해도 소용없어요.” 불법복제사이트를 바라보는 웹툰 담당자의 한탄에 가까운 토로다. 그의 말대로 구글에서 ‘웹툰’ 혹은 ‘무료 웹툰’을 검색하면 쉽게 해당 사이트를 접속할 수 있다. 최근 운영자가 검거된 ‘밤토끼’는 그중 하나였다. 월평균 방문자수가 3500만명으로 트래픽이 국내 최대 웹툰 포털인 네이버웹툰과 다음웹툰을 넘어설 정도로 생태계를 위협했다. 본격적인 경찰 수사가 있기 전에는 웹툰 플랫폼들이 직접 대응에 나섰다. 불법 복제를 차단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꾸준한 모니터링으로 자사 웹툰이 무단 유포되는 걸 차단했다. 하지만 하나가 닫히면 또 다른 게 열리는 식이다.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차단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밤토끼 운영자 검거는 그 실체를 잡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밤토끼 외에도 다양한 불법 웹툰 사이트가 있고 여전히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검색을 해보면 자랑스러운 듯 ‘성인 웹툰 무료로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사이트가 검색 최상위에 뜬다. 여기엔 밤토끼를 비롯해 ‘어른XX’ 등 다양한 사이트의 평가와 함께 링크가 걸려있다. 한 사이트는 최근 경찰 수사 여파 때문인지 새로운 주소로 접속하라며 친절하게 안내까지 하고 있다.  레진코믹스 관계자는 “지금까지처럼 웹툰 불법복제, 해적사이트에 대한 내성을 키우지 않으려면 사법당국이 법의 엄중함 보여줘야 한다”며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성매매를 알선하던 성인 사이트 ‘소라넷’ 사태를 겪었다. 오랫동안 수사를 해서 겨우 운영자를 검거했다. 그러나 꽤 시간이 흐른 지금 인터넷의 어두운 곳에선 소라넷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이트가 무수히 깔려있다. 밤토끼는 없지만 다른 이름의 사이트가 있는 것과 유사하다. 당장 운영자를 잡는 것도 중요하다. 더불어 그들의 활동 기반이 되는 인터넷의 법적 테두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김동민 문화부 기자 7000-ja@viva100.com

2018-05-24 15:51 김동민 기자

[기자수첩] 정부,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기울여야”

사회부동산부 노은희 기자요즘 일자리얘기에서 ‘9988’이란 용어가 빠지지 않는다.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 수의 99%, 전체 근로자의 88%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말처럼 경제 전체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중소기업이 잘 돌아가야 일자리 늘리기도 기대할 수 있다.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정부의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책 제시가 중소기업에 와 닿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근로자 1인당 최대 월 13만원의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일자리안정자금이 현장에서는 ‘기업 달래기용’,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 등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올해에 이어 내년도 임금 상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한 경제학자는 “일자리 안정자금 소진을 위해 공무원들이 뛰어다니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까다로운 신청 조건과 분배위주 집행이 계속된다면 장기적으로 주인이 알바생보다 못 버는 ‘최저임금의 역설’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내년도 임금 상승이 이어진다면 소상공인들은 존립조차 힘들고, 중소제조업들은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이런 가운데 최근 하는 일 없이 교육이나 훈련도 받지 않고, 쉬는 청년, 이른바 ‘니트족’이 73만명, 즉 전체 청년의 7% 수준에 이른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하지만 일자리 정책 추진에 대한 평가와 정부의 인식에서 온도차가 느껴진다.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이 계획의 82%를 달성했다고 만족감을 표하며 내년에도 진행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부작용보다 이런 상황 인식이 더 걱정이다. 어느 때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맞춤형 처방’이 필요하다. 정부는 사업주와 취준생 할 것 없이 힘들어 죽겠다고 외치는 아우성의 본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현장이 외면한 정책은 성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노은희 사회부동산부 기자  selly215@viva100.com

2018-05-23 16:15 노은희 기자

[기자수첩]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 손놓은 국회

선민규 산업부 기자유료방송 시장 내 특정 사업자가 시장점유율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해 온 ‘합산규제’ 일몰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를 논의해야 할 국회는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다. 합산규제에 대해 원포인트 논의를 하자는 더불어민주당과 드루킹 현안질의를 요구하는 자유한국당, 방송법 처리를 요구하는 바른미래당 등 각 당의 이해관계가 뒤얽힌 결과다.뒤늦게 국회가 합산규제에 대해 논의를 시작한다 하더라도 결론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법안처리 실적이 저조한 대표 상임위로 꼽힌다. 과방위의 전신인 미방위는 2016년 법안처리 0건이라는 오명을 남기기도 했다. 합산규제를 주제로 원포인트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마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몰 기간 연장 △점유율 제한 완화 등 이견이 있는 사안에 대해 단기간 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위해선 일몰이 다가오기 전 합산규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어야 했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결국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없이 합산규제는 일몰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일각에선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내놓는다. 합산규제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담당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말 연구반을 꾸리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정책연구 용역을 주며 합산규제에 대해 검토했지만, 결과를 끝내 공개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합산규제에 대해 논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달 27일 일몰 전 국회가 6.13 지방선거에 집중해야 하는 탓에 현실적으로 한 두 차례 기회만 남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최악의 경우 아무런 논의도 없이 합산규제가 일몰을 맞게 된다면 국회와 정부 양쪽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선민규 산업부 기자 sun@viva100.com

2018-05-20 15:48 선민규 기자

[기자수첩] 위기의 건설업, 투자만이 탈출구

이계풍 부동산부 기자“요즘은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가 보여요. 언제 올지 모르는 상사의 호출에 대비해야 하거든요.”최근 기자가 만난 K건설사 임직원들이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없는 일감을 찾아오라는 윗선의 닦달에 이들의 한숨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은 비단 K사만이 아니라 건설업계 전반에 걸쳐 벌어지고 있다.건설경기 침체에 정부의 각종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신규 사업 수주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고 입을 모은다.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는 건설사들의 자세다. 건설사들은 주택 미분양과 같은 사업 위험을 우려해 투자를 대폭 줄이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관망적인 자세를 취하고 나섰다. 이는 재무전문가 출신 최고경영자(CEO)의 선임과 이들에 의한 관리 위주 경영으로 나타나고 있다.이런 변화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업계 일각에서는 수비적인 경영이 절대적인 답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변화가 일시적인 성과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흔히 건설업은 다른 업종과 다르게 ‘1+1=2’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투자 대비 ‘2’ 이상의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 ‘1+1=0’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0’이 두려워 투자를 꺼린다면 결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최근 열린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로 건설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남북 경제 협력이 본격화될 시 북한 개발에 대한 건설사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높은 리스크를 떠안은 채 투자를 단행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이계풍 부동산부 기자 kplee@viva100.com

2018-05-17 15:34 이계풍 기자

[기자수첩]180도 말 바꾼 금감원… 투자자 신뢰 바닥

하종민 금융증권부 기자“말이 바뀌었다는 것이 가장 문제입니다. 투자자 신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취재 차 만난 모 증권사 임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를 ‘신뢰의 문제’라고 정의했다. 상장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던 일들이 문제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1년간의 특별감리를 마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회계법인에 각각 ‘조치 사전통지서’를 통보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상장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을 바꾸면서 대규모 흑자로 돌아선 것을 문제 삼고 있다.하지만 금감원은 상장 당시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기준을 점검했다. 거래소와 금융위원회도 상장 과정에 아무런 의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설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었다면 상장 당시에 지적됐어야 하는 것이 맞다. 상장 후 2년이나 지난 지금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어 조사하겠다는 것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금감원이 어떤 ‘스모킹 건’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이런 과정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회계처리 논란이 불거진 2일 하루에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17% 넘게 떨어졌다. 15일까지 증발한 시가총액만 6조원이 넘는다.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제약·바이오와 같이 새롭게 등장한 산업들은 회계처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기존 제조업들처럼 자산이나 매출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 성장성만을 보고 투자해야 하지만 이번 회계처리 기준 논란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는 이미 바닥으로 떨어졌다.제약·바이오 등 신성장 동력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선행돼야 할 것은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하종민 금융증권부 기자  aidenha@viva100.com

2018-05-16 15:11 하종민 기자

[기자수첩] 시장 혼란 키운 '분양대행사 면허 의무화'

채훈식 사회부동산부 기자국토교통부가 지난달 전국 지자체에 건설업 면허가 없는 사업자가 아니면 분양대행 업무를 할수 없다는 공문을 보내면서 아파트 분양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그동안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 이뤄지는 청약 상담이나 당첨자 검수 작업 등은 분양대행사들이 해왔다. 문제는 건설업 자격증이 있는 분양대행사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건설업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자본금 5억원과 5명 이상의 기술자를 고용해야 하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때문에 5월은 1년 중에서도 아파트 분양 성수기지만 분양 일정을 미루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건설업계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탁상 행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파트 가구 수가 많은 현장에서는 청약 상담을 하고 당첨자를 검수할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분양대행사 역할이 더 필요한데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그나마 여력이 있는 분양대행사들은 건설업 등록을 준비중이지만 한달은 걸릴 전망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자체 분양팀이 있어 소화한다고 해도 중견건설사 밑으로는 이마저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사실 분양 대행 사업자의 건설업 면허 의무는 이미 2007년 청약가점제 도입과 함께 생긴 제도다. 국토부는 당연히 시행됐어야 하는 제도가 지켜지지 않고 있으니 지금이라도 법대로 하라는 입장이다.정부가 분양시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게 당연하지만 11년간 묵인하다가 분양시장이 과열되자 갑자기 사전 공지도 없이 갑자기 전면 금지하면서 혼란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청약시장에서 문제가 발생할때마다 임기응변 식으로 처방을 내놓기보다는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엉뚱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청약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채훈식 사회부동산부 기자 chae@viva100.com

2018-05-14 15:23 채훈식 기자

[기자수첩] 신흥국 '6월 위기설'… '강 건너 불' 아니다

김진호 금융부 기자신흥국 ‘6월 위기설’이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며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자금유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진원은 아르헨티나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심화되며 통화와 자산가치가 급락한 아르헨티나는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IMF가 권유하는 외환보유액 수준을 맞추고 금리를 열흘 새 세 차례나 인상해 40%까지 끌어올리는 극약처방도 속수무책이었다.터키, 브라질 등 여타 신흥국의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이들 모두 경상수지 적자가 심각한 데다 물가상승 부담도 커 자금 유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평가된다.문제는 다음 달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확실시되는 만큼 신흥국에서의 자금 유출이 더욱 빠르게 확산돼 지난 2013년의 ‘긴축발작(테이퍼 탠트럼)’이 재연될 수 있는 공포심리가 시장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정부는 우리나라의 경우 문제가 불거지는 신흥국들과 사정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경상수지 흑자 폭이 큰 상황에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주요 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안전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앞으로 내외금리 차가 더 확대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시화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이 급속도로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수출액에서 신흥국 수출 비중은 57.3%에 달한다.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정부는 정밀한 상황 모니터링과 과감한 선제 정책으로 금융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신흥국 ‘6월 위기설’이 우리에게 ‘강 건너 불 구경’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정부는 명심할 필요가 있다.김진호 금융부 기자 elma@viva100.com

2018-05-13 15:55 김진호 기자

[기자수첩] 정보 민주주의 거스르는 '불통 과기부'

이원배 생활경제부 기자이달 초 홈쇼핑 업계에서는 롯데홈쇼핑 재승인 심사와 홈앤쇼핑 차기 사장 선정이라는 굵직한 이슈가 있었다. 특히 롯데홈쇼핑 재승인 여부는 전임 대표의 비리 혐의와 ‘갑질’ 논란으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결과에 따라서는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산될 수도 있었다. 그 만큼 업계 종사자는 물론 언론의 관심도 부쩍 높았다. 높아진 관심이 부담스러웠을까. 주무 부서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비밀주의’와 ‘불통’은 도를 넘은 수준이었다. 기본적인 일정도 공개하지 않고 이미 알려진 내용에 대해서도 확인조차 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담당 부서의 전화는 며칠 째 연결조차 되지 않았다. 기관 내 타 부서와 소통하거나 정보 공유도 하지 않았던지 대 소통 창구인 대변인실 관계자도 기자의 질문에 반문하기 일쑤였다. 이렇게 기본적인 사실도 공개·확인 되지 않은 채 온갖 추측만 난무했다.홈앤쇼핑의 사장 후보 선임 과정도 비슷했다. 강남훈 전 대표가 비리 혐의 등으로 중도 하차해 후임 사장이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홈앤쇼핑 사장 선임 과정은 일체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일은 중요하다. 특히 정보가 알려져 공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으면 비밀을 잘 지켜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홈쇼핑 방송사의 재승인 심사와 사장 선임 절차의 일정 등을 공개하는 게 공정성과 투명성을 해칠 만한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생산되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정보 민주주의의 가치가 널리 퍼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정부나 공공기관은 물론 일반 회사에서도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아직 이같은 흐름에서 예외인 모양이다. 소비자·국민의 알권리와 비밀유지의 필요성 사이에 정부기관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다시 고민해보기를 바란다.이원배 생활경제부 기자  cdkang1988@viva100.com

2018-05-10 14:51 이원배 기자

[기자수첩] 실수요자 또 울리는 특별공급 개선안

김동현 사회부동산부 기자이달부터 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초과 주택은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5년간 전매를 제한하는 내용의 특별공급제도 개선안이 시행되고 있다. 특별공급은 다자녀, 노부모부양, 신혼부부,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에게 주택의 일정 비율을 특별방식으로 공급하는 제도다. 이번 시행안에는 큰 함정이 있다. 바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이들이 특별공급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를 없애 버린 것이다. 최소 5인 이상 거주가 대부분인 다자녀가구와 노부모부양가구들은 기본적으로 면적이 큰 아파트가 필요하다. 그러나 9억원 이하의 새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이들 가구원 수와 맞지 않는 소형주택만 구입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대형 면적의 새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 것이다.신혼부부를 위한 공급물량을 늘리는 내용도 좀더 들여다보면 오히려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혼부부 대상 물량이 10%에서 20%로 늘어나고, 소득 기준도 내려갔다. 혼인 기준도 기존 5년에서 7년으로 늘어났다. 특별공급 물량 중 75%를 이전과 같은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00%(맞벌이 120%) 이하에 우선 공급하고, 나머지 25%를 소득 120%(맞벌이 130%) 이하에 공급한다. 4인 가구의 130%에 해당하는 월평균 소득은 760만원이고 연간 소득은 9100여만원이다.공급물량 증가와 함께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을 갖춘 수요자 역시 늘어나면서 경쟁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수요자들을 위한 특별공급제도 개선안이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새 아파트 구입을 힘들게 하는 모양새다. 서울 강남권 ‘로또 아파트’ 논란에 임시방편으로 내놓은 대책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김동현 사회부동산부 기자 gaed@viva100.com

2018-05-09 15:19 김동현 기자

[기자수첩] 불법 웹툰과의 전쟁, 소비자도 각성해야

온 나라가 콘텐츠 불법 유통의 늪에 갇혀 시름하고 있다.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봉합에만 급급한 채,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을 내놓지 못한 결과다. 유료 웹툰을 부적절한 경로로 퍼날라 무료로 공개하는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밤토끼의 월 페이지뷰(작년 12월 기준)는 1억3709만건으로 네이버(1억2081만건)를 제쳤다. 이는 유료 웹툰 사업자 입장에선 매출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콘텐츠 창작자 입장에서도 힘이 빠지는 소식이다.현재까지 알려진 웹툰 불법 복제 사이트는 200여 곳에 이른다. 정부도 불법 웹툰 사이트 근절에 나섰지만, 정작 뇌관으로 작용하는 부분은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서버를 해외서 운영하는 경우에 대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지금까지 견지해 왔다.이는 웹툰을 비롯해, 케이팝, 영화,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국가 경쟁력으로 육성 중인 현재 기조와 어긋나는 방향이다. 저작권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 자칫 미래 콘텐츠의 ‘품질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불법 사이트 대다수가 성인 및 도박 사이트로 운영되는 만큼, 콘텐츠 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청소년의 올바른 가치관 확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상존한다.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등은 5~7월 중 불법 해외 사이트 집중 단속을 선포하고 나섰다. 침해 대응 전담팀을 구성하는 것은 물론, 필요시 새로운 접속 차단 기술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이라도 강경 대응 체계 마련에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하다. 강도 높은 처벌을 통해 불법 유통자들에게 확실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올바른 가치관 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히 1000원을 아끼려다가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한영훈 산업부 기자  han005@viva100.com

2018-05-07 15:53 한영훈 기자

[기자수첩] 돌아오지 않는 유커, 사드 탓 아니다

채현주 국제부 기자중국과의 사드 갈등이 풀렸는데도 기대했던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다. 5월 첫 주, 중국 황금 연휴인 노동절 특수를 기대해 봤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중국 관광객들이 몰렸다는 면세점 등엔 다이궁(보따리상)들 뿐이었다. 유커로 발 디딜 틈 없었던 명동도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한 달 전 양제츠 위원이 방한해 “유커가 돌아올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말만 무성할 뿐 목매어 기다려도 유커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중국의 사드 보복이 시작된 이후 지난 1년간 유커들은 한국 대신 일본으로 몰려갔다. 일본에서 먹거리와 볼거리를 만끽하며 쇼핑을 즐겼다. 그러면서 일본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일본인’이라는 등 중일 관계 악화로 인한 선입견이 심했던 중국인들이 일본을 실제 접하면서 인식이 달라진 것이다. 중국 미디어 등에 올라온 일본을 여행한 유커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다. 볼거리가 많은 관광지, 안전한 먹거리, 청결도, 친절한 서비스, 국민 자질, 화장품 등 질 좋은 제품까지 “역시 선진국”이라며 일본을 높게 평가했다.반면 유커 붐이 불었던 2~3년 전 한국에 대한 유커들의 만족도는 어땠을까? 7000원 요금 거리를 5만원 부르는 택시, 몇 배나 비싼 외국인 전용 메뉴판을 내놓는 음식점 등 상인들의 주먹구구식 가격 흥정 바가지 상술부터 호텔 위생상태와 불친절, 심지어 감금 쇼핑까지…. 당시 관광불편신고센터에 신고된 관광객 민원 내용들이 낯 부끄러울 정도다. 관광 후진국 수준이었다.사드 여파도 있겠지만 이 시점에서 유커가 돌아오지 않는 진짜 이유를 되새겨 봐야 할 것 같다. 유커를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손님을 맞이할 우리의 관광문화부터 재정비가 필요하겠다.채현주 국제부 기자 chjbrg@viva100.com

2018-05-03 15:18 채현주 기자

[기자수첩] 고리타분하지 않는 '서른넷 김정은'

이희승 문화부 차장지난 27일 남북 정상들이 손을 맞잡았다. 전국민이 울컥했던 그 순간은 장장 12시간을 정치·외교·국방을 비롯해 음식과 문화로 이어졌다. 이날은 그동안 남북한 화해 분위기를 이끌었던 예술인들도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즉석에서 가왕 조용필이 현송월과 함께 ‘그 겨울의 찻집’을 불렀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를 들으며 만찬이 마무리됐다. 남북한의 통일을 희망하는 가사를 담고 있는 이 노래는 이후 국내를 대표하는 K-팝 가수들이 대거 참여한 ‘원 드림 원 코리아’로 이어졌다. 녹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인 문재인 대통령도 참여한 노래다. 음원 제작에는 엑소(EXO) 백현, 갓세븐(GOT7) 영재, 걸스데이 민아, 레드벨벳 웬디, 소유, BTS 정국 등이 목소리를 더했다. 현재 통일부 컬러링으로도 사용될 정도로 의미가 크다.‘화해모드’의 정점은 평화의 집 벽을 큰 스크린으로 삼아 ‘하나의 봄’이라는 영상을 함께 시청하면서였다. 이 미디어 파사드는 하나의 봄을 주제로 한반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표현했다. 남북한을 가로막고 있는 철조망에 나비가 날아들고 꽃이 피는 영상의 배경음악으로는 ‘고향의 봄’이 흘러나왔다. 전세계 이목이 집중된 그 곳에서 가장 한국적인 것을 알려 좋지만 어쩌면 더 ‘젊은 감각’을 살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김정은의 아버지는 영화광으로 알려져 있다. 어릴적 스위스 유학을 한 김정은은 분명 글로벌문화의 경험이 녹아있을 것이다. 부친의 영향을 받지 않았더라도 김정은이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남다른 안목을 가지고 있을 터. 그의 나이는 올해로 서른넷. 한국 사회에서도 사회와 가정 혹은 자신의 인생에서 뭔가를 결정하며 치열하게 살아갈 세대다. 분명 이번 공연도 감동이었지만 서른넷,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어깨를 ‘툭’치며 토닥일만한 ‘재미와 위로’를 준비해 오는 8월에 평양에서 선보이는 건 어떨까.이희승 문화부 차장 press512@viva100.com

2018-04-30 15:13 이희승 기자

[기자수첩] '오너 갑질'에 삶 무너지는 사람들

이효정 산업부 기자“고작 2주 사이에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 내 삶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치즈 통행세와 보복 영업 등 갑질 사건에 따른 불매운동이 일어났던 1년 전, 당시 만났던 한 가맹점주의 하소연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20년 이상 한 직장에 몸 담았던 그에게 프랜차이즈 창업은 제2의 인생을 펼치게 해줄 희망이었다. 하지만 오너의 갑질 사건은 그의 입에서 ‘삶이 무너졌다’는 말이 터져나오게 했다.이후 미스터피자의 매출은 하락했고 가맹점도 쪼그라들었다. 소비자 선택이 비교적 자유로운 외식업계 특성상 매출이 하락하면서 그 타격은 곧바로 가맹점주의 몫으로 돌아갔다.4년 전, ‘땅콩회항’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대한항공이 또 다시 ‘물벼락 갑질’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는 곪았던 고름이 터져나온 듯, 경찰은 물론 관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전방위 압박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대한항공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상황이다. 항공업종 특성상 당장 매출에 큰 타격을 입지는 않겠지만, 기업을 믿고 투자했던 소액 주주들은 곤두박질 치는 주가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직원들의 스트레스도 크다. 대한항공 3개 노조는 ‘대한항공 경영진 갑질 논란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오너일가의 갑질로 자존심이 무너졌고 자괴감을 느낀다”고 밝히기도 했다.오너리스크에 애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퇴직금으로 인생 2막을 계획한 가맹점주나, 기업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소액주주들 그리고 삶의 터전이라 여겼던 기업의 직원들 등 그 어떤 누구도 오너 때문에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 오너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는 건강한 자본 시장을 지킬 수 있는 근본 대안이 절실히 요구된다.이효정 산업부 기자 hyo@viva100.com

2018-04-29 15:58 이효정 기자

[기자수첩] 한반도 비핵화, 오늘 결판내자

김수환 국제부 차장판문점이 열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땅을 밟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소로 맞으며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눈다.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 예상되는 모습이다. 한반도가 진정 봄을 맞느냐, 다시 긴장국면으로 돌아가느냐. 관건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비핵화 담판에 달려있다.역대 정부가 북한과 맺은 공허한 약속들이 기념사진으로만 남았다는 점에서 결과를 낙관하긴 어렵다. 다만 지금이 그때와 다른 것은 북한이 남한과 전초전을 치른 후 본 게임(?)에서 미국을 직접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없다면 한반도 운전석에는 사실상 ‘미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가 앉게 된다.북미회담은 좌초될 수도 있고, 열리더라도 트럼프는 더 과격해질 수 있다. 일각에선 미국이 이미 북미회담 실패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대북제재가 계속되고 북한의 경제난은 가중되며, 트럼프는 북한의 핵ICBM을 제거하기 위해 군사옵션을 꺼낼지도 모른다. 북한이 이왕 비핵화에 나선다면 이번 남북회담에서 결단을 내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사실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선언’이 도출돼도 그것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그 다음엔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이를 검증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들이 기다리고 있다. 미리 샴페인을 터뜨리기에 앞서 정부는 트럼프가 ‘어쩌면 시간낭비’라고 한 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역사는 북한이 비핵화에 앞서 경제협력을 선불로 요구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경계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선(先) 비핵화를 설득하고, 향후 미국과의 공조체제에도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김수환 국제부 차장 ksh@viva100.com

2018-04-26 11:10 김수환 기자

[기자수첩] 더블스타·GM '2가지 약속'이 먼저다

박종준 산업부 차장최근 노동계 등을 중심으로 ‘진정한 금호타이어와 한국지엠(GM) 구조조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금호타이어 인수자인 더블스타와 한국지엠의 모기업인 GM으로부터 ‘먹튀 방지’ 약속을 받아내고, ‘고용’을 지켜내는 일이 남아있어서다.업계는 이들 두 사안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매각협상이 타결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직원들의 고용을 3년간 보장키로 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더블스타 회장은 기존 '임단협계승안'을 부인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연출했다.특히 산은은 금호타이어 매각과정에서 회사가 874개의 독자기술과 국가 방위산업기술까지 보유한 국부기업임에도 물리적인 ‘데드라인(3월30일)’에만 집착해 더블스타와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서 체결에만 급급해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심지어 산은은 “더블스타는 먹튀 안한다”며 채무상환 유예와 이자율 인하를 먼저 약속해 준 모습은 볼썽 사납기 짝이 없다.한국지엠도 ‘법정관리’ 운운하며 노조를 압박해 ‘임단협’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후 이제는 산은과 정부에게 신규투자와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일자리를 볼모로 일개 외국계 기업이 한국 정부까지 압박하는 모양새다.산은은 지난 2009년에 쌍용차를 인수한 상하이자동차에 수천억원을 지원했지만 돌아온 건 2600여명의 해고와 ‘먹튀’ 뿐이었다. 특히 2002년 한국지엠에 2000억원의 혈세를 지원했음에도, 또 다시 경영난을 내세워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추가 지원을 요구하는 GM의 행태는 역겨울 지경이다. 경영난을 명분으로 노동자의 고혈을 짜내기 전에 진정성 있는 투자와 최소 10년 이상의 고용 유지 등의 확약서를 먼저 써야 할 당사자는 더블스타와 지엠이다.박종준 산업부 차장 jjp@viva100.com

2018-04-25 15:15 박종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