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정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 뭘로 믿나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18-05-31 16:10 수정일 2018-05-31 16:16 발행일 2018-06-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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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국제부 차장

북미 양측의 비핵화 간극은 지난 며칠간의 정상회담 실무협상 동선에서 이미 드러났다. 트럼프 행정부가 디테일에 숨은 악마를 잡기 위해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의 인물인 성김 대사를 판문점 회담 수석대표로 내보낸 일이나, 천안함 폭침 주도 혐의로 독자제재 대상이 된 김영철의 미국행을 일시적으로 허용하면서까지 고위급회담을 이어가는 일 등이 사안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판문점 실무협상으로 북미간 비핵화의 입장차가 여전히 크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우리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이 비핵화 과정에는 최장 1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미국의 핵 전문가는 말한다. 트럼프가 임기를 마칠 때까지도 비핵화 최종단계는 볼 수 없을 거란 얘기다.

더 심각한 문제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비핵화 ‘의지’(will)를 무엇으로 증명하느냐에 대해선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6년 미국 대선, 2017년 한국 대선 등 정치적 공백기에 집중적으로 핵 무력을 완성했던 북한이 올해 들어 대화 무대로 나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대북제재 덕분이라고 자부했다.

그렇지만 대중 무역적자가 최대 수준임에도 대북제재를 받는 북한의 외환보유고가 유지되고 있다고 함은 어찌된 일인가. 그런 북한이 쌍중단을 요구해온 중국의 시진핑을 핵 담판에 끌어들인 데 이어 이젠 러시아의 ‘원조 스트롱맨’ 블라디미르 푸틴의 지분을 협상테이블에 태우고 있다. 이 모두가 이미 사전에 치밀하게 짜인 각본에 의한 것은 아닌지.

지금도 미국의 대북협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핵 무력을 완성했다는 자신감을 토대로 대화에 나섰으며, 그가 핵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들이 틀렸기를 바란다. 하지만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등을 트집 잡는 걸 보면 소름이 돋는 건 어쩔 수 없다.

김수환 국제부 차장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