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사수첩

[기자수첩] 트럼프 방한 맞춰 ' FTA 재협상' 전략 세워야

박종준 산업부 기자다음달 7~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 철강·세탁기·태양광 업체에 대한 잇따른 반덤핑, 세이프가드 등 통상공세와 한미FTA 개정협상 착수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이번 방한을 통한 미국 정부의 대한국 ‘통상압박’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한을 최대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미국이 이번에 한국에게 선물보다는 짐 보따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일단 정부는 한미FTA 재협상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미 개정 협상이 현실화된 만큼 한미 FTA에 대해 중립적이면서도 객관적인 근거로 양국에 균형이 잡힌 재협상을 추진해야 한다. 미국이 자동차 산업 등의 불평등을 문제 삼아 개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대목에서는 우리가 손해 보는 농축산 등에 대한 개정 등을 통해 ‘이익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기점으로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상호호혜적 무역·투자 증진 및 일자리 창출의 ‘포지티브 섬’ 협상결과가 도출되도록 제반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가 우려되는 자동차, 철강, 화학, 가전 등의 업계와 국회 등 정치권, 시민사회 등과의 충분한 논의와 협조를 통해 전략을 발굴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최근 나라 대 나라의 협상에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 손해를 발생시키는 형태는 거의 없다. 때문에 한국이 북핵과 중국 사드 문제가 결부된 상황에서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는 않지만, 한미FTA 개정은 국익을 우선으로 하되 차선적으로도 ‘윈-윈’하는 상호호혜적 협정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박종준 산업부 기자  jjp@viva100.com

2017-10-22 15:30 박종준 기자

[기자수첩] 대출규제 또 직장인만 당하나

최재영 금융부 기자“월급은 몇 년째 그대로입니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애들 학원비며 생활비까지 이제 은행 대출을 받지 않고는 살기 어려울 지경이에요. 그런데 정부는 가계부채를 문제 삼아 모든 대출창구를 막아버렸어요. 결국 직장인만 또 당한다는 생각이네요.”자신을 20년차 직장인 김모씨라고 소개한 한 독자가 기자에게 보낸 메일 일부 내용이다. 김씨는 정부의 대출 규제가 ‘직장인’만 ‘봉’으로 만드는 셈이라며 하소연을 쏟아냈다. 정부의 8·2대책 이후 시중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까지 대출 규제를 시작했고 조만간 발표할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결국 직장인 대출 규제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실제 최근 금융당국의 기조와 은행권의 영업을 보면 김씨의 하소연이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정부는 1400조원의 가계부채 급증요인으로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신용대출을 지목하고 규제를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신용대출은 김씨처럼 직장인들에게는 ‘필요 악’으로 꼽히는 대출이다. 생활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목돈을 쓸 수 있어 당장 대출을 조인다면 가계가 입는 타격은 예상보다 더 크다.이런 상황인데 반해 정부는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취지로 자영업자와 벤처·중소기업대출도 크게 늘리고 있다. 소액대출은 물론 저금리 대출상품도 내놓고 있다. 정부나 은행들의 정책은 김씨처럼 직장인들이 보기에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 계속 늘고 있는 셈이다.정부가 추진하는 가계부채 대책의 방향성을 살펴보면 다주택자 대출규제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직장인만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정부가 정확한 수요조사 없이 직장인 대출창구를 조인다면 김씨와 같이 “직장인만 당한다”는 불만만 높아질 수 있다.최재영 금융부 기자 sometimes@viva100.com

2017-10-19 16:15 최재영 기자

[기자수첩] 식약처, 국민과의 '소통'보다 '쇄신'이 먼저

박효주 생활경제부 기자살충제 계란, 발암물질 생리대 등 올 한해 이슈의 중심에 있었던 식약처 국감은 예상대로 질타의 장이었다. 시종일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식약처장은 ‘국민과 소통에 주력하겠다’란 답변만 반복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를 대하는 식약처의 자세는 ‘소통’만으로 해결되기엔 어려워 보인다. 당장 이번 국정감사에 임하는 태도만 봐도 그렇다.이날 국감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식약처의 국감 방해 행위를 지적했다. 자료를 요구한 의원실에 식약처 직원이 찾아와 ‘질의를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까지 했다는 것이다.‘살충제 계란 사태’나 ‘생리대 유해성 논란’ 등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사안에서도 식약처는 매 번 한발짝 늦은 모습을 보여왔다. 식약처의 늑장 대응은 불신을 키웠고 국민들은 더 이상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고 있다.식약처의 기강 해이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에 따르면 식약처는 음주운전이나 성매매 등을 한 직원에게도 가장 낮은 징계인 견책 조치만을 내렸다. 제 식구를 싸고도는 식약처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낡은 관행에 젖은 구성원들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식약처의 대대적인 체제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류영진 식약처장은 ‘소통’을 말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낡은 관행을 혁파하고 쇄신하기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박효주 생활경제부 기자 hj0308@viva100.com

2017-10-18 14:30 박효주 기자

[기자수첩] '김광석 논란'이 들춘 우리사회 민낯

조은별 문화부 기자1996년 사망한 가수 김광석의 자살 사건으로 연일 떠들썩하다. 논란의 시작은 MBC출신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가 제작·연출한 영화 ‘김광석’ 개봉과 맞물렸다. 영화는 경찰과 부검의가 자살로 결론 내린 김광석의 사망원인이 타살일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영화로 촉발된 논란은 국가시스템에 대한 불신,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여혐 논란 그리고 돈이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천민자본주의와 궤를 나란히 한다. 당시 고인의 부검기록을 공개하며 ‘자살이 맞다’는 전문가의 인터뷰를 소개한 언론 기사에는 “초동 수사가 엉터리다”, “당시 부검을 어떻게 믿느냐”, “부검의들이 당시 실수를 절대 인정할 리 없다”는 댓글이 여지없이 달린다. 대중은 이미 고인의 죽음을 타살로, 가해자를 특정인으로 지목하는 분위기다. “교살과 의살의 차이는 수사 초보자도 알 수 있는데 당대 가장 유명한 가수의 사망사건을 경찰, 검사, 의사가 그렇게 처리했을지 의문”(박훈 변호사)이라는 전문가의 합리적인 지적은 별무신통이다.아내 서씨에 대해서는 “부도덕한 여자”, “돈만 밝히는 여자”, “남편과 자식을 먼저 앞세운 여자의 얼굴이 아니다”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결혼 전 호텔리어로 일했고 남편의 수입이 없는 기간 가정 생계를 책임졌다는 서씨의 주장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성난 대중은 소송 중 딸 서연 양의 죽음을 알리지 않은 것도 저작권료를 둘러싼 유족과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모든 게 돈 때문이라는 천민자본주의적 시각이다.결국 여론에 떠밀려 김광석 사건의 재수사가 시작됐다. 21년 전 죽음의 진실이 드러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21년 뒤 드러난 불신과 여혐, 천민자본주의라는 진실은 눈앞에 보인다. 이 모든 논란의 시작인 영화 ‘김광석’도 돈을 내야 볼 수 있는 상업영화다.조은별 문화부 기자 mulgae@viva100.com

2017-10-16 15:35 조은별 기자

[기자수첩] 호평과 혹평 사이 '마더!' 존재감

김동민 문화부 기자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을 꼽으라면 단연 ‘마더!’다. 영화 ‘블랙스완’으로 한 여인의 광기를 예술적으로 그려냈던 대런 아로노브스키 감독의 신작이라는 사실을 뒤로하고 해외의 엇갈린 평가가 국내 영화팬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해외에서 먼저 개봉한 ‘마더!’의 평점은 호평과 혹평이 극단적인 대립을 이루고 있다. 누군가는 감독의 천재성을 극찬했고 일각에서는 지나친 상징과 자극적 연출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영화의 설명은 아주 간단하다. 평화로운 부부의 집에 이방인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 하지만 설명은 영화의 배경일 뿐 이야기는 깊은 바닥으로 파고든다. 아내 마더(제니퍼 로렌스)는 화재로 폐허가 된 건물을 직접 수리한다. 시를 쓰는 남편(하비에르 바르뎀)을 향한 마더의 존경과 사랑은 평화로운 보금자리를 향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이방인의 낯선 손길은 마더의 평정심을 흔든다. 남편이 시를 완성하면서 마더와 집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손님들이 들이닥친다.이방인의 횡포는 점점 심해지고 마더의 광기는 최고조로 치달을 때 총알이 날아오고 폭탄이 터진다. 스릴러에서 전쟁으로 장르가 바뀐 착각이 들 때 영화는 앞서 보여줬던 상징의 의미를 조금씩 전달한다. 그건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온 근원에 대한 메시지이자 맹목적으로 믿는 종교에 대한 이야기다.영화 상영이 끝나도 관객들은 쉽게 자리를 일어서지 못했다. 영화가 주는 강한 잔상과 지금 본 것이 무엇인지, 혹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이 맞는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마더!’는 분명 호불호가 갈릴 작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엇갈림이 영화의 가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해당 작품을 메인 섹션인 갈라프레젠테이션에 초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김동민 문화부 기자 7000-ja@viva100.com

2017-10-15 15:46 김동민 기자

[기자수첩] 'AI 닥터' 활약할 현장을 준비할 때

노은희 사회부동산부 기자인공지능(AI)이 의료현장까지 확장되면서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약 중이다. 글로벌 컨설팅·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설리번에 따르면 세계 의료분야의 AI 시장 수익규모는 2014년 약 7120억원에서 2021년 748조원으로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국내 AI 헬스케어 시장 규모도 2015년 약 18억원에서 2020년 256억원 정도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인간과 로봇이 서로 상호 협력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되면서 의사와 환자 모두 의료 시스템을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국내 병원들도 인공지능을 접목한 새로운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제시하는 ‘IBM의 왓슨’, 환자의 궁금한 점을 상담해 주는 ‘24시간 상담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개최한 ‘AI 현황과 미래, 그리고 그 과제’ 정책세미나에서는 “AI가 인간을 대신할 수 없으며, 미국에서조차 왓슨을 사용해 본 의사들이 실망스러워한다”는 등 부정적인 의견이 다양하게 제기됐다.물론, 현재 AI의 기술 수준은 인간의 지능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자율적인 판단과 능동적인 행동 등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되었던 분야에서 하루가 다르게 AI 기술이 발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기사 이세돌을 이기면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것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지도 모른다.구글의 창업자들은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AI의 한계 등을 논하기 전 빠르게 변화되는 기술을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의료사고 대비 등 제도적 정교한 밑그림을 그리는 대비를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인간처럼 생각(Thinking like Human)’하는 AI의 출현이 머지 않아보인다.노은희 사회부동산부 기자  selly215@viva100.com

2017-10-12 15:15 노은희 기자

[기자수첩] 끊이지 않는 '공모가 거품' 논란

김소연 증권부 기자올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신규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특히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의 성적이 극과 극으로 일부 종목의 주가는 120% 상승했지만 일부 종목은 공모가를 하회하거나 심지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경우도 있다.상장사는 공모가가 높을수록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주관증권사 역시 공모가가 높아야 더 많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공모가가 본래 기업 가치보다 높게 형성되는 ‘공모가 거품’이 끊이질 않는다.결국 자금 회수만을 목적으로 한 IPO가 코스닥시장을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상장을 통해 모험자본을 공급받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자금조달이 이뤄지지 않는다. 기업들이 IPO를 통한 상장 자체가 목표가 돼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 엑시트(투자금 회수) 수단으로 IPO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공모가 거품 논란’은 단순히 공모주에 투자한 개인의 손해뿐 아니라 건전한 공모주 투자시장, 특히 코스닥시장에도 영향을 끼친다.상장사가 단순히 IPO를 통한 자금 회수에만 치중할 경우 코스닥시장은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 합류해 성장사다리가 만들어질수록 건전한 생태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한 증시 전문가는 “IPO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과 투자자가 기업 성장보다 자금 회수에만 골몰하면 코스닥은 계속해서 ‘2부 리그’로 전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코스닥시장이 침체되면서 제 역할을 못하다 보니 이와 같은 악순환은 반복된다. 자금 회수에만 치중한 ‘공모가 고평가’는 궁극적으로 증권사에게도, 상장사에게도 득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김소연 증권부 기자  sykim@viva100.com

2017-10-11 14:59 김소연 기자

[기자수첩] 한국 소비자 우롱한 일본차 '녹 게이트'

이재훈 산업부 기자지난 2015년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아우디·폭스바겐 디젤게이트 공포가 점차 잦아들고 있다. 환경부가 최근 아우디·폭스바겐 차량에 대해 리콜 승인을 하는 등 판매재개가 한창이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하이브리드 중심의 친환경차로 정평이 나 있는 일본차들이 ‘녹 게이트’로 한국 소비자를 우롱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서다. 현재 미국에서 1~2개월 가량 해상으로 운송되는 혼다 CR-V, 닛산 알티마, 도요타 캠리 등의 일본 차량들에서 녹·부식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녹·부식은 운전석 제동 페달 하부와 조수석 시트 내부 등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는데, 문제는 일본 업체들이 대응하는 모습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왜,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지 구체적인 설명과 향후 대책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일본 수입사들은 “일단 녹을 제거하는 일만 해주겠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이미 올해 초부터 녹·부식 현상은 빗발쳤고, 이미 반년이 지났는데도 상황 파악만 하고 있다는 점에 소비자와 한국 소비자단체는 물론 국토부 등도 단단히 뿔이 났다. 급기야 참다 못한 소비자들과 YMCA, 경실련 등은 국토부와 검찰 등에 일본 수입사들을 고발했다. 특히 소비자들은 일본 수입사들이 녹·부식 현상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채 판매했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의심하고 있다.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일본 수입사들도 ‘사과 성명’ 등을 발표하며 사건을 무마하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일본 수입사들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이재훈 산업부 기자 yes@viva100.com

2017-10-09 15:50 이재훈 기자

[기자수첩] 추석 열흘 까먹는 공론화委

산업부 최정우 기자신고리 5·6호기 공론화 활동 시한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내달 1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사실상 남은 시간은 열흘 남짓이다. 지난 16일 시민참여단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한 달 간의 숙의 과정이 시작됐지만, 10월 13일부터 열리는 종합토론회와의 사이에 추석이 자리하고 있다. 한 달 기간으로 계획된 숙의 절차의 허리가 끊기는 꼴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설 재개와 중단을 주장하는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숙의 과정에 쓰일 자료집 제작이 기존 계획보다 열흘 이상 연기됐다. 오리엔테이션 직후 배포하기로 한 숙의 자료집이 건설재개 찬·반 단체의 보이콧(활동중단) 의사 표명에 따라 추석을 며칠 앞둔 27일 완성됐다. 시민참여단이 추석 연휴 자료집을 독파하지 않으면 내달 13일 열릴 종합토론회에서 깊이 있는 토론이 불가능할 지경이다. 공론화위원회는 27일 11차 정기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온라인 동영상 강의 등을 별도로 제공하고 있어 숙의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은 공론화위원회 출범부터 3개월이란 공론화 기간을 문제 삼았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충분한 논의를 이어가기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공론화를 찬성하는 측에서도 공론화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비판이 흘러 나왔다. 독일의 경우 체르노빌 참사 이후 시작된 공론화 절차가 무려 26년 간 이어졌고, 스위스도 지난 1984년부터 공론화에 착수해 1990년과 2003년, 2106년 등 총 다섯 번의 국민투표를 거쳐 지난 5월에야 탈원전을 결정했다. 무려 33년이 걸린 셈이다. 수 십년의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신중에 신중을 더한 외국의 사례와 비교하면 우리의 공론화 과정은 졸속 그 자체이다.정부는 추석연휴로 생략된 숙의 기간 10일을 상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최정우 산업부 기자 windows85@viva100.com

2017-09-28 14:52 최정우 기자

[기자수첩] '일자리 질' 제고… 현장 목소리 새겨 들어야

최수진 사회부동산부 기자“명절 때만 되면 전국에서 올라오는 농수산물과 선물들로 살인적인 노동시간에 놓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정사업본부는 올 설에 하루평균 113만개의 택배배달을 위해 고작 임시 인력 2400명을 늘렸다.” “파리바게뜨에서 일할 때 빵을 먹다가도 손님이 한꺼번에 몰리면 나와서 계산을 해야 했다. 잠깐 쉬려고 서 있으며 CCTV로 지켜 본 사장님이 곧바로 전화를 했다.”“근로기준법 59조는 무한 노동을 강요하는 법이다. 노동 착취를 가능하게 하는 법이 현존한다는 것이 우리 사회가 장시간 노동을 상시화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약 2주간 취재 현장에서 만났던 집배원, 아르바이트생들의 목소리들이다. 그들은 각기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지만 노동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같았다.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우리나라에서는 매년 300명이 넘는 근로자가 과로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일까 ‘눈이 높아 대기업만 취업하려 한다’는 비난에 대해 “눈이 높기 때문이 아니라 연봉이나 향후 이직 가능성 등을 고려해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대기업을 가려는 것”이라고 응수하는 취업준비생의 절박한 마음이 더 와 닿는다. 더구나 정부의 노동 정책이 ‘고용 확대’에만 방점이 찍혀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999년 8월 이후 최고치인 9.4%를 기록했다. 반면 취업자수는 21만2000명으로 떨어졌다.철학자 칸트는 “노동 뒤의 휴식이야말로 가장 편안하고 순수한 기쁨”이라고 말했다. 일을 한 만큼 휴식과 대가가 주어지는 일이야말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일지 모른다. 정부와 고용주들은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과 일자리의 질을 높여 달라는 현장의 외침을 새겨 들어야 한다.최수진 사회부동산부 기자 choisj@viva100.com

2017-09-27 15:03 최수진 기자

[기자수첩] '협치'의 시대, 정당도 적응이 필요하다

안준호 정책팀 기자‘협치(協治)’. 요즘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단어다. 본래는 학문적 개념인 거버넌스(governance)의 번역어로 사용하던 용어지만, 이제는 날마다 언론지상과 정치인들에게 인용되고 있다. 이 ‘정치적 신조어’가 유행처럼 사용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정치적 지형과 현실이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격변을 맞이한 탓이다.3당 합당 이래로 한국 정치사는 곧 양당제의 역사이기도 했다. 국토를 동과 서로 나눠 지역별 ‘텃밭’을 차지한 두 정당이 간판을 바꿔 달며 대립했다. 그러나 탄핵 정국과 대선을 거친 지금은 구도가 바뀌었다. 교섭단체만 따져도 4당, 정의당까지 포함하면 5당이 정국을 협의하고 있다. 신조어가 필요할 만큼 정치 지형이 달라졌다. 양당제와 다당제 중 어느 한 쪽을 우월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거대 양당이 선동적 지역주의와 철 지난 반공주의로 대립을 이어갔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환영할 만한 변화다.문제는 여전히 예전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일부 정당의 행태다. 안보를 첫째로 내세우는 정당이 한반도 위기 상황에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과거엔 그런 모습이 ’선명성’ 혹은 ‘야성’으로 비춰졌을 지 모른다. 그러나 다수 정당이 존재하는 환경에선 정치적 고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협의 테이블을 걷어차면 정국 논의에서 소외될 것이고, 정부 정책에 대해 거부로만 일관하면 지지층 확장은 요원할 것이다.양당제에서 다당제로의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그간 거대 양당의 그림자에 가려졌던 정당에겐 존재감을 뽐낼 기회다. 하지만 예전 지지율 회복에만 골몰해 과거의 습속을 반복한다면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 아직 원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바뀐 정치 지형을 직시해야 하는 까닭이다.안준호 정책팀 기자 MTG100@viva100.com

2017-09-25 16:24 안준호 기자

[기자수첩] 기업 망신주기 '국감 적폐' 사라져야

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올해 국정감사가 다음달 12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다. 국회 주요 상임위원회에선 국감에 출석을 요청할 기업인 명단을 놓고 여야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재계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재벌 개혁, 공정시장 질서 확립 기조가 이어지면서 올해 국감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기업인의 증인·참고인 채택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칠 전에는 2017년 정무위 국정감사 주요 증인·참고인 요청 명단이라는 문서가 유출돼 국감에 출석한 기업인들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국회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지난 1년간 일을 제대로 했는지를 강도 높게 살펴봐야 한다. 또 이 과정에서 정부가 민간기업들의 탈법이나 불법을 방치하거나 방조했는지 따져 볼 권리도 있다.하지만 국회가 국정전반에 대해 국민을 대신해 감사할 권리가 있다고 해서 기업인들을 마구잡이로 증인·참고인으로 채택할 권리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기업들이 불법이나 탈법을 저질렀다면 이들은 엄정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국감에서는 이를 제대로 감시하고 제재하지 못한 검찰, 공정위 등의 사법기관을 개혁하도록 해야지 무작정 기업인들을 불러 윽박지를 일은 아니다.기업의 오너와 CEO는 매년 국감마다 불려나오는 단골 손님이지만 일단 부르고 보자는 식의 태도는 이제 바뀌어야 할 때다.국감의 본래 취지는 오간 데 없고 기업인을 불러 장시간 대기시킨 뒤 고함치며 망신을 주는 패턴이 반복되어선 안된다. 새 정부의 첫 국감인 만큼 국민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올해는 구태를 벗고 내실 있는 2017년 국감이 되길 기대해본다.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bora6693@viva100.com

2017-09-24 14:46 김보라 기자

[기자수첩] '특보' 감싸고 국군 수장 욕보인 靑

정책부 한장희 기자.청와대의 행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갈등이 터져 나온 가운데 청와대가 송 장관을 공개적으로 질책했기 때문이다.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 차 방미 중이던 지난 19일 청와대는 “송영무 장관의 국회 국방위원회 발언과 관련, 국무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책적 혼선을 야기한 점을 들어 엄중 주의 조치했다”고 밝혔다.당시 송 장관은 문 특보와 관련해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 특보로 생각되지 않아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정부가 검토 중이던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과 관련해선 장기간 지연될 것이라는 투로 이야기했다.국무위원으로서 송 장관의 언행이 정제되지 않았고, 정부가 내부 검토 중인 사안에 실언한 것에 대해 지적 받아야 한다는 점에는 토를 달고 싶지 않다. 그러나 문책 방법과 주체, 시점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문 특보는 스스로 “월급도 안 받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더라도 사인(私人)이 아닌 공인(公人)의 신분으로 발언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엄중한 시점에 국가의 정책에 혼동을 줄 수 있는 발언은 한미 동맹은 물론 동북아 지역에 파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청와대의 문책이 현 시점에서 적절했는지 되묻고 싶다. 지금은 국가 원수인 문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상태다. 따라서 국군의 수장인 국방부 장관을 대통령의 참모인 안보실장이 문책한다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든다. 한반도 상황이 엄중한 이 시점에서 군의 사기를 떨어트릴 수도 있다.앞서 언급한 문제점과 의문을 두 번째로 밀어놓더라도 공개적인 문책이 필요했느냐는 의문은 지워지지 않는다. 전임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는 부처 위에서 모든 것을 좌우지 하려 했다. 문재인 정부는 전임 정부의 과오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장희 기자 mr.han777@viva100.com

2017-09-21 13:55 한장희 기자

[기자수첩] '금수저·자산가만의 리그' 된 강남 '로또' 분양시장

채훈식 사회부동산부 기자정부가 역대급 대책으로 평가 받는 8·2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강남 아파트 분양시장은 고액 자산가와 금수저들의 투기판으로 변질됐다.분양가가 높은 서울 강남권 아파트는 청약조건이 좋더라도 최소 7억원 이상의 현찰이 없으면 ‘그림의 떡’이다.강남 아파트에 당첨만 되면 2~3억원의 웃돈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돼 있지만 8·2 대책으로 서민들이 대출을 활용해 아파트를 장만할 기회는 훨씬 줄어들었다. 때문에 자금여력이 풍부한 고액 투자자와 금수저 1순위 청약자들은 영향을 받지 않아 막대한 차익을 누릴 기회가 커졌다.8·2대책 이후 강남권에서 분양된 ‘신반포센트럴자이’와 ‘래미안 강남포레스트’의 특별공급은 전 주택형이 100% 마감됐다. 특별 공급은 집 없는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노부모 부양자 등 배려가 필요한 계층을 위해 일부 물량을 분양하는 것이다. 이들이 분양을 받으려면 6억~7억원의 현금을 들고 있어야 하는데, 무주택 자산가이거나 금수저가 아니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부모로부터 증여·상속받은 ‘현금 부자’들이 시세 차익을 노리고 대거 특별 공급을 신청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정부는 다음달 말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분양가를 낮추면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지만 분양가 규제가 청약시장을 과열시키고, 주택공급 감소를 불러와 중장기적으론 집값을 더 올릴 가능성도 존재한다.“수요를 억제하는 규제책이 수급 불균형을 초래해 집값이 급등했다.” 노무현 참여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대한 평가다.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부동산 문제는 주택공급으로 해결해야 한다. 공급에 장사가 없다. 강남도 마찬가지다.채훈식 사회부동산부 기자 chae@viva100.com

2017-09-20 14:44 채훈식 기자

[기자수첩] 스타트업 글로벌 경쟁력, 규제완화에 달렸다

한영훈 산업부 기자글로벌 경제시장에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갖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막강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스타트업으로 첫 발을 내딛은 애플과 구글은 전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계를 독점하는 공룡기업으로 성장했다. 가장 선도적인 전기자동차 기업으로 꼽히는 테슬라 역시 시작점은 스타트업이었으며,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각각 운송 수단과 숙박 분야에서 ‘공유 경제’ 개념을 도입해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다.이처럼 커져가는 스타트업의 영향력에 공감해, 대다수의 선진국은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한국 역시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기관은 창업교육, 정책금융, 연구개발(RD), 해외 진출 등 다양한 분야에 세부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다만 강도 높은 규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맥킨지코리아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1년간 누적 투자액 상위 100개 스타트업 중 70%가 넘는 사업모델이 국내법상 규제 대상에 속한다. 수년동안 각 부처 간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해 국내에서는 스타트업이 원활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뜻이다.같은 이유로 전세계 100개 핀테크 중에 우리나라 기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국내 스타트업 중 유일하게 기업가치 1조 이상을 인정받는 ‘쿠팡’과 ‘옐로모바일’도 과도한 규제 탓에 미래 경쟁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국내 스타트업들이 향후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불필요한 ‘규제 완화’가 이뤄지는 게 시급하다. 해외 스타트업들의 약진이 거듭되는 상황 속에 자칫, 국내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은 제대로 가치를 발휘하지도 못한 채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한영훈 산업부 기자 han005@viva100.com

2017-09-18 14:39 한영훈 기자

[기자수첩] 수수료 무료, 왜 지금인가

하종민 금융증권부 기자‘NH투자증권은 스마트폰으로 모바일증권 나무 계좌를 개설한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 주식거래 수수료를 평생 받지 않는다’.증권사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이 시작됐다. 시작은 NH투자증권이었다. 일부 조건이 달리긴 했지만 NH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최초로 거래 수수료를 평생 무료로 제공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다음으로 긴 13년, KB증권 10년, 미래에셋대우 8년 등 증권사들 모두 앞다퉈 수수료 인하에 나서고 있다.증권사들이 수수료 중심의 수익모델에서 탈피하려 노력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6월 기준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은 29.7%를 기록했다. 2002년 75.4%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이미 외국계 대형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수익보다 투자은행(IB) 업무에 치중하고 있다.문제는 언제나 타이밍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IB 수준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해외 증권사들과 경쟁에서 수익을 거두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정부로부터 초대형 IB 인가를 받는다 해도 국내 증권사끼리 경쟁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도 있다.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브로커리지 수익을 포기하게 되면 증권사 재정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IB 업무로 수익이 부진한 상황에서 브로커리지 수익마저 포기하게 되면 증권사들의 실적 악화는 너무도 뻔하다. 단순 계산으로 30%에 가까운 수익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쪽이 다쳐야 끝나는 치킨게임 같다”고 하소연했다.증권사의 수익성 악화는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어떻게 해서든 수익을 내려는 증권사가 광고, 서비스 등 부수적인 수입에 집중한다. 이런 과정에서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보다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도 있는 일이다.하종민 금융증권부 기자 aidenha@viva100.com

2017-09-17 15:04 하종민 기자

[기자수첩] 얼굴 읽는 아이폰X, 구글의 모토를 보라

김수환 국제부 기자“거짓말하면 내가 다 알아요.” (AI 에이바)영화 ‘엑스마키나’에서 세계 최대 검색엔진업체 블루북은 전 세계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사용자의 다양한 얼굴표정을 수집해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에이바를 만든다. AI는 자신을 평가하는 인간을 꿰뚫어보며 역으로 인간을 테스트하는 경지에 도달한다.사용자의 얼굴에서 3만 개 이상의 특징점을 추출해 얼굴을 인식하는 아이폰X의 페이스ID를 보며 미래의 AI 에이바를 떠올린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하지만 아이폰X의 탁월한 얼굴인식 기술을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이런 우려를 떨치기가 어렵다.불혹의 나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의 얼굴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패스워드와는 달리 쉽게 변경할 수도 없다.이제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용자의 얼굴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화되는 표정을 읽고, 개인의 성격과 특징까지 속속들이 파악한다면 이를 전례 없는 ‘빅브라더’의 탄생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이러한 기술이 온라인 채팅방까지 재갈을 물리는 중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사용자가 주고받는 메일의 내용에서 성향을 파악해 광고 등에 활용해온 기술력이라면 이 또한 실현 가능성이 있어 보이니 더욱 우려된다. 경쟁사가 돈을 버는 데만 몰두하는 사이에 자신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에 집중했다는 영화 속 AI 개발자이자 검색업체 회장의 말에서 과거 구글의 “사악해지지 말자”는 모토가 떠오른다.이 모토는 알파벳 지주회사 체제에서 “옳은 일을 하라”는 더욱 적극적인 뉘앙스로 바뀌었다. 기술이 강력해지는 만큼, 기술을 사용하는 주체는 정말 ‘옳은 일’을 하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김수환 국제부 기자 ksh@viva100.com

2017-09-14 11:10 김수환 기자

[기자수첩] 또 이사장 공모…또 낙하산 논란

유혜진 증권부 기자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시끌시끌하다. 이사장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또 터졌다. 후보를 또 찾는다는 소식에 잡음은 2배가 된 것 같다.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2일 2차 회의를 열어 이사장 후보를 더 공모하기로 했다. 26일까지 지원서를 받을 계획이다. 이어 다음 달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를 추천한다. 새 이사장은 다음 달 말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선임된다.위원회는 보다 많은 사람 중에서 적임자를 찾고자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너무 급하게 이사장을 뽑는다는 지적도 고려했다고 해명했다.하지만 접수를 한 차례 마감하고 또 공모하는 터라 의심의 눈초리가 강해졌다. 이미 지원했던 사람들은 크게 성냈다. 1차 심사 마감을 하루 앞두고 추가 공모 계획이 나왔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당초 13일 서류 심사 결과를 당사자들에게 알릴 예정이었다. 이달 말 주총에서 차기 이사장을 뽑기로 한 일정은 한 달 미뤄진 셈이다.거래소가 이사장 지원자를 받고서 또 모집한 적은 없다. 공모 절차가 중단되거나 재공모한 경우는 있다.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자 금융투자업계에 온갖 추측이 퍼지고 있다. ‘새로운 낙하산이 내려올 듯하다’는 둥, ‘내정자를 위한 들러리가 더 필요한 것이냐’는 식이다.‘거래소가 정말 신중하게 이사장을 뽑을지 모른다’는 말도 있다. 가능성이 가장 낮다고 치부되는 얘기다. 하지만 이게 진실이기 바란다. 정치적인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말부터 거래소 이사장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다. 거래소에는 어느 때보다 조직을 제대로 추스를 수장이 필요하다.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2017-09-14 09:45 유혜진 기자

[기자수첩] 'MB 블랙리스트', 언론인은 부역자였다

조은별 문화부 기자‘카더라’는 모두 사실이었다. 소문으로만 흉흉했던 MB정부의 블랙리스트가 공개되던 날, 문화·연예계 인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12일 국가정보원은 이명박(MB) 정부 시절 만든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전체 명단을 공개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설’들이 사실로 확인됐다.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 과정에서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실명이 적혀 있는 문건이 발견되면서 알려진 이 블랙리스트에는 총 82명이 올랐다. 대통령에 대한 명예실추, 좌성향 영상물 제작으로 불신감 주입, 촛불시위 참여로 젊은층 선동 등의 이유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층 더 치졸하고 악랄하다. 특정 프로그램 폐지 유도, 김제동·김미화 등 진행자 하차 유도, 정권 사업에 비판적인 방송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비판 자제 협조 등이 세세하게 적혀 있다. 국정에 치중하느라 여념이 없으실 대통령의 지시를 받들어 국정원장이 이를 진두지휘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냈던 세금이 아까울 지경이다. 정부와 국정원의 지시를 받들어 모신 이들은 방송사 간부들이었다. MBC 김재철 사장 시절 MBC 라디오의 한 간부가 당시 청취율 1위를 달리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하는 김미화씨에게 “다른 프로그램을 맡아보라”고 회유한 사건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생전 언론 바로잡기에 힘썼던 고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이 이익을 위해 힘을 남용하면 불가사리 같은 존재가 된다”며 “언론은 정치를 견제하고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권력과 결탁한 작금의 한국언론은 ‘불가사리’와 다를 바 없다. 아직 늦지 않았다. 보도개입을 인정한 윤세영 SBS 회장이 사임했다. MBC와 KBS도 공영방송 정상화를 촉구하며 경영진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전 정권에서 부역했던 이들이 역사에 부끄럽지 않을 언론인으로 남기 위한 마지막 기회다.조은별 문화부 기자 mulgae@viva100.com

2017-09-13 14:20 조은별 기자

[기자수첩] '82년생 김지영' 이 던진 질문

노은희 사회부동산부 기자“월급 대부분을 베이비시터에게 쏟고도 늘 발을 동동거리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남편과 매일 전화로 싸우며 급기야 어느 주말 아이를 업고 사무실에 나타난 후배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다. 미안하다는 후배에게 팀장은 어떤 말도 해 줄 수 없었다.” 베스트셀러로 내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에 들어간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 속에 나오는 구절들이다. 작가는 주인공인 서른넷 김지영씨를 통해 여성정책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가 생기고 호주제가 폐지되는 등 법(法)상으로 남녀차별의 간극이 좁혀지고 있지만 여전히 남녀 임금차별과 눈치보며 쓰는 육아휴직,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우리 주변에서도 김지영은 쉽게 만날 수 있다. 현실속 김지영은 높은 물가에 맞벌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살아가지만 경력단절의 두려움 속에서 아이를 낳을 수는 없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성별 임금 격차 축소 원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대졸 여성의 시간당 임금은 남성의 70.9%로 여타 학력에 비해 가장 낮았다. 특히 남녀 간 임금 격차는 20∼24세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가 50∼54세에 성별 임금 비율이 56.0%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단절을 경험한 뒤 이전보다 열악한 일자리에 재취업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연근무제, 남성의무 육아 휴직제 등 ‘일·가정 양립’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체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법이나 제도가 가치관을 바꾸는 것일까’ ‘가치관이 법이나 제도를 견인하는 것일까’. 김 작가의 책 속 질문처럼 일·가정 양립에 대한 시원한 해답이 필요할 때다. 일·가정 양립이 인구절벽 위기와 저출산, 고령화 등 한국 사회, 경제 분야 현안의 해결 수단이기 때문이다.노은희 사회부동산부 기자  selly215@viva100.com

2017-09-11 15:28 노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