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광석 논란'이 들춘 우리사회 민낯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7-10-16 15:35 수정일 2017-10-16 15:39 발행일 2017-10-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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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문화부 기자

1996년 사망한 가수 김광석의 자살 사건으로 연일 떠들썩하다. 논란의 시작은 MBC출신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가 제작·연출한 영화 ‘김광석’ 개봉과 맞물렸다. 영화는 경찰과 부검의가 자살로 결론 내린 김광석의 사망원인이 타살일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영화로 촉발된 논란은 국가시스템에 대한 불신,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여혐 논란 그리고 돈이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천민자본주의와 궤를 나란히 한다.

당시 고인의 부검기록을 공개하며 ‘자살이 맞다’는 전문가의 인터뷰를 소개한 언론 기사에는 “초동 수사가 엉터리다”, “당시 부검을 어떻게 믿느냐”, “부검의들이 당시 실수를 절대 인정할 리 없다”는 댓글이 여지없이 달린다. 대중은 이미 고인의 죽음을 타살로, 가해자를 특정인으로 지목하는 분위기다. “교살과 의살의 차이는 수사 초보자도 알 수 있는데 당대 가장 유명한 가수의 사망사건을 경찰, 검사, 의사가 그렇게 처리했을지 의문”(박훈 변호사)이라는 전문가의 합리적인 지적은 별무신통이다.

아내 서씨에 대해서는 “부도덕한 여자”, “돈만 밝히는 여자”, “남편과 자식을 먼저 앞세운 여자의 얼굴이 아니다”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결혼 전 호텔리어로 일했고 남편의 수입이 없는 기간 가정 생계를 책임졌다는 서씨의 주장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성난 대중은 소송 중 딸 서연 양의 죽음을 알리지 않은 것도 저작권료를 둘러싼 유족과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모든 게 돈 때문이라는 천민자본주의적 시각이다.

결국 여론에 떠밀려 김광석 사건의 재수사가 시작됐다. 21년 전 죽음의 진실이 드러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21년 뒤 드러난 불신과 여혐, 천민자본주의라는 진실은 눈앞에 보인다. 이 모든 논란의 시작인 영화 ‘김광석’도 돈을 내야 볼 수 있는 상업영화다.

조은별 문화부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