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특보' 감싸고 국군 수장 욕보인 靑

한장희 기자
입력일 2017-09-21 13:55 수정일 2017-09-21 18:17 발행일 2017-09-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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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희 증명사진
정책부 한장희 기자.

청와대의 행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갈등이 터져 나온 가운데 청와대가 송 장관을 공개적으로 질책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 차 방미 중이던 지난 19일 청와대는 “송영무 장관의 국회 국방위원회 발언과 관련, 국무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책적 혼선을 야기한 점을 들어 엄중 주의 조치했다”고 밝혔다.

당시 송 장관은 문 특보와 관련해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 특보로 생각되지 않아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정부가 검토 중이던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과 관련해선 장기간 지연될 것이라는 투로 이야기했다.

국무위원으로서 송 장관의 언행이 정제되지 않았고, 정부가 내부 검토 중인 사안에 실언한 것에 대해 지적 받아야 한다는 점에는 토를 달고 싶지 않다. 그러나 문책 방법과 주체, 시점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문 특보는 스스로 “월급도 안 받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더라도 사인(私人)이 아닌 공인(公人)의 신분으로 발언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엄중한 시점에 국가의 정책에 혼동을 줄 수 있는 발언은 한미 동맹은 물론 동북아 지역에 파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문책이 현 시점에서 적절했는지 되묻고 싶다. 지금은 국가 원수인 문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상태다. 따라서 국군의 수장인 국방부 장관을 대통령의 참모인 안보실장이 문책한다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든다. 한반도 상황이 엄중한 이 시점에서 군의 사기를 떨어트릴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문제점과 의문을 두 번째로 밀어놓더라도 공개적인 문책이 필요했느냐는 의문은 지워지지 않는다. 전임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는 부처 위에서 모든 것을 좌우지 하려 했다. 문재인 정부는 전임 정부의 과오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장희 기자 mr.han77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