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협치'의 시대, 정당도 적응이 필요하다

안준호 기자
입력일 2017-09-25 16:24 수정일 2017-09-25 16:25 발행일 2017-09-26 23면
인쇄아이콘
안준호
안준호 정책팀 기자

‘협치(協治)’. 요즘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단어다. 본래는 학문적 개념인 거버넌스(governance)의 번역어로 사용하던 용어지만, 이제는 날마다 언론지상과 정치인들에게 인용되고 있다. 이 ‘정치적 신조어’가 유행처럼 사용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정치적 지형과 현실이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격변을 맞이한 탓이다.

3당 합당 이래로 한국 정치사는 곧 양당제의 역사이기도 했다. 국토를 동과 서로 나눠 지역별 ‘텃밭’을 차지한 두 정당이 간판을 바꿔 달며 대립했다. 그러나 탄핵 정국과 대선을 거친 지금은 구도가 바뀌었다. 교섭단체만 따져도 4당, 정의당까지 포함하면 5당이 정국을 협의하고 있다. 신조어가 필요할 만큼 정치 지형이 달라졌다. 양당제와 다당제 중 어느 한 쪽을 우월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거대 양당이 선동적 지역주의와 철 지난 반공주의로 대립을 이어갔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환영할 만한 변화다.

문제는 여전히 예전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일부 정당의 행태다. 안보를 첫째로 내세우는 정당이 한반도 위기 상황에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과거엔 그런 모습이 ’선명성’ 혹은 ‘야성’으로 비춰졌을 지 모른다. 그러나 다수 정당이 존재하는 환경에선 정치적 고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협의 테이블을 걷어차면 정국 논의에서 소외될 것이고, 정부 정책에 대해 거부로만 일관하면 지지층 확장은 요원할 것이다.

양당제에서 다당제로의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그간 거대 양당의 그림자에 가려졌던 정당에겐 존재감을 뽐낼 기회다. 하지만 예전 지지율 회복에만 골몰해 과거의 습속을 반복한다면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 아직 원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바뀐 정치 지형을 직시해야 하는 까닭이다.

안준호 정책팀 기자 MTG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