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반도 비핵화, 오늘 결판내자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18-04-26 11:10 수정일 2018-04-26 15:23 발행일 2018-04-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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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국제부 차장

판문점이 열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땅을 밟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소로 맞으며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 예상되는 모습이다. 한반도가 진정 봄을 맞느냐, 다시 긴장국면으로 돌아가느냐. 관건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비핵화 담판에 달려있다.

역대 정부가 북한과 맺은 공허한 약속들이 기념사진으로만 남았다는 점에서 결과를 낙관하긴 어렵다. 다만 지금이 그때와 다른 것은 북한이 남한과 전초전을 치른 후 본 게임(?)에서 미국을 직접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없다면 한반도 운전석에는 사실상 ‘미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가 앉게 된다.

북미회담은 좌초될 수도 있고, 열리더라도 트럼프는 더 과격해질 수 있다. 일각에선 미국이 이미 북미회담 실패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대북제재가 계속되고 북한의 경제난은 가중되며, 트럼프는 북한의 핵ICBM을 제거하기 위해 군사옵션을 꺼낼지도 모른다. 북한이 이왕 비핵화에 나선다면 이번 남북회담에서 결단을 내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

사실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선언’이 도출돼도 그것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그 다음엔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이를 검증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들이 기다리고 있다. 미리 샴페인을 터뜨리기에 앞서 정부는 트럼프가 ‘어쩌면 시간낭비’라고 한 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역사는 북한이 비핵화에 앞서 경제협력을 선불로 요구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경계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선(先) 비핵화를 설득하고, 향후 미국과의 공조체제에도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김수환 국제부 차장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