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수요자 또 울리는 특별공급 개선안

김동현 기자
입력일 2018-05-09 15:19 수정일 2018-05-09 16:40 발행일 2018-05-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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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김동현 사회부동산부 기자

이달부터 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초과 주택은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5년간 전매를 제한하는 내용의 특별공급제도 개선안이 시행되고 있다. 특별공급은 다자녀, 노부모부양, 신혼부부,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에게 주택의 일정 비율을 특별방식으로 공급하는 제도다. 

이번 시행안에는 큰 함정이 있다. 바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이들이 특별공급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를 없애 버린 것이다. 최소 5인 이상 거주가 대부분인 다자녀가구와 노부모부양가구들은 기본적으로 면적이 큰 아파트가 필요하다. 그러나 9억원 이하의 새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이들 가구원 수와 맞지 않는 소형주택만 구입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대형 면적의 새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 것이다.

신혼부부를 위한 공급물량을 늘리는 내용도 좀더 들여다보면 오히려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혼부부 대상 물량이 10%에서 20%로 늘어나고, 소득 기준도 내려갔다. 혼인 기준도 기존 5년에서 7년으로 늘어났다. 특별공급 물량 중 75%를 이전과 같은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00%(맞벌이 120%) 이하에 우선 공급하고, 나머지 25%를 소득 120%(맞벌이 130%) 이하에 공급한다. 4인 가구의 130%에 해당하는 월평균 소득은 760만원이고 연간 소득은 9100여만원이다.

공급물량 증가와 함께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을 갖춘 수요자 역시 늘어나면서 경쟁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수요자들을 위한 특별공급제도 개선안이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새 아파트 구입을 힘들게 하는 모양새다. 서울 강남권 ‘로또 아파트’ 논란에 임시방편으로 내놓은 대책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김동현 사회부동산부 기자 gaed@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