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희망없는 '희망퇴직' 권하는 정부

최재영 기자
입력일 2018-05-28 15:40 수정일 2018-05-28 15:40 발행일 2018-05-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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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최재영 금융부 차장

“기존 사람들을 내보내고 새롭게 충원하는 것이 정부의 고용대책 해법이었네요.” 

시중은행 한 간부가 희망퇴직을 어떻게 보냐는 기자의 질문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낸 불만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달초 “퇴직금을 더 지급하더라도 희망퇴직을 해야 한다”는 발언은 지금까지도 들끓고 있다. 퇴직금을 많이 줘서 10명이 희망퇴직하면 그 자리에 신입사원 7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것이 최 위원장의 논리다.

물론 은행원들의 반응은 격하다. 가뜩이나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인력과 영업점을 줄이고 있는 상황인데, 희망퇴직 인원만큼 신규채용을 늘릴 수 있다는 생각은 현실을 전혀 직시하지 못한 단순, 순진한 논리라고 반문한다.

무엇보다 행원들이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시선’이라고 한다. 마치 억대 연봉을 지키기 위해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비켜주지 않는다는 낙인이다. 이 때문에 세대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럼에도 은행권을 향한 금융위의 희망퇴직 확대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은행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퇴직 복지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일자리를 잃는다는 슬픔보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치도 못한 어마어마한 퇴직금으로 만족하라고 한다.

은행원들은 은행권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신(新)관치’가 절정에 달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간접적 영향을 주더니 이제 은행원까지 마음대로 바꾸려고 한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취재에서 만났던 은행원들이 되물었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금융당국 고위공무원들이 앞장서서 희망퇴직하는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냐고.

최재영 금융부 차장 sometime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