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돌아오지 않는 유커, 사드 탓 아니다

채현주 기자
입력일 2018-05-03 15:18 수정일 2018-05-03 15:19 발행일 2018-05-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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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주 국제부 기자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 풀렸는데도 기대했던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다. 5월 첫 주, 중국 황금 연휴인 노동절 특수를 기대해 봤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중국 관광객들이 몰렸다는 면세점 등엔 다이궁(보따리상)들 뿐이었다. 유커로 발 디딜 틈 없었던 명동도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한 달 전 양제츠 위원이 방한해 “유커가 돌아올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말만 무성할 뿐 목매어 기다려도 유커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시작된 이후 지난 1년간 유커들은 한국 대신 일본으로 몰려갔다. 일본에서 먹거리와 볼거리를 만끽하며 쇼핑을 즐겼다. 그러면서 일본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일본인’이라는 등 중일 관계 악화로 인한 선입견이 심했던 중국인들이 일본을 실제 접하면서 인식이 달라진 것이다. 중국 미디어 등에 올라온 일본을 여행한 유커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다. 볼거리가 많은 관광지, 안전한 먹거리, 청결도, 친절한 서비스, 국민 자질, 화장품 등 질 좋은 제품까지 “역시 선진국”이라며 일본을 높게 평가했다.

반면 유커 붐이 불었던 2~3년 전 한국에 대한 유커들의 만족도는 어땠을까? 7000원 요금 거리를 5만원 부르는 택시, 몇 배나 비싼 외국인 전용 메뉴판을 내놓는 음식점 등 상인들의 주먹구구식 가격 흥정 바가지 상술부터 호텔 위생상태와 불친절, 심지어 감금 쇼핑까지…. 당시 관광불편신고센터에 신고된 관광객 민원 내용들이 낯 부끄러울 정도다. 관광 후진국 수준이었다.

사드 여파도 있겠지만 이 시점에서 유커가 돌아오지 않는 진짜 이유를 되새겨 봐야 할 것 같다. 유커를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손님을 맞이할 우리의 관광문화부터 재정비가 필요하겠다.

채현주 국제부 기자 chjbr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