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리타분하지 않는 '서른넷 김정은'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8-04-30 15:13 수정일 2018-05-28 09:03 발행일 2018-05-01 23면
인쇄아이콘
20180314010005104_1
이희승 문화부 차장

지난 27일 남북 정상들이 손을 맞잡았다. 전국민이 울컥했던 그 순간은 장장 12시간을 정치·외교·국방을 비롯해 음식과 문화로 이어졌다. 이날은 그동안 남북한 화해 분위기를 이끌었던 예술인들도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즉석에서 가왕 조용필이 현송월과 함께 ‘그 겨울의 찻집’을 불렀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를 들으며 만찬이 마무리됐다. 남북한의 통일을 희망하는 가사를 담고 있는 이 노래는 이후 국내를 대표하는 K-팝 가수들이 대거 참여한 ‘원 드림 원 코리아’로 이어졌다. 

녹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인 문재인 대통령도 참여한 노래다. 음원 제작에는 엑소(EXO) 백현, 갓세븐(GOT7) 영재, 걸스데이 민아, 레드벨벳 웬디, 소유, BTS 정국 등이 목소리를 더했다. 현재 통일부 컬러링으로도 사용될 정도로 의미가 크다.

‘화해모드’의 정점은 평화의 집 벽을 큰 스크린으로 삼아 ‘하나의 봄’이라는 영상을 함께 시청하면서였다. 이 미디어 파사드는 하나의 봄을 주제로 한반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표현했다. 남북한을 가로막고 있는 철조망에 나비가 날아들고 꽃이 피는 영상의 배경음악으로는 ‘고향의 봄’이 흘러나왔다. 전세계 이목이 집중된 그 곳에서 가장 한국적인 것을 알려 좋지만 어쩌면 더 ‘젊은 감각’을 살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정은의 아버지는 영화광으로 알려져 있다. 어릴적 스위스 유학을 한 김정은은 분명 글로벌문화의 경험이 녹아있을 것이다. 부친의 영향을 받지 않았더라도 김정은이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남다른 안목을 가지고 있을 터. 그의 나이는 올해로 서른넷. 한국 사회에서도 사회와 가정 혹은 자신의 인생에서 뭔가를 결정하며 치열하게 살아갈 세대다. 분명 이번 공연도 감동이었지만 서른넷,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어깨를 ‘툭’치며 토닥일만한 ‘재미와 위로’를 준비해 오는 8월에 평양에서 선보이는 건 어떨까.

이희승 문화부 차장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