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위기의 건설업, 투자만이 탈출구

이계풍 기자
입력일 2018-05-17 15:34 수정일 2018-05-17 15:35 발행일 2018-05-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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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epoong lee
이계풍 부동산부 기자

“요즘은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가 보여요. 언제 올지 모르는 상사의 호출에 대비해야 하거든요.”

최근 기자가 만난 K건설사 임직원들이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없는 일감을 찾아오라는 윗선의 닦달에 이들의 한숨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은 비단 K사만이 아니라 건설업계 전반에 걸쳐 벌어지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에 정부의 각종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신규 사업 수주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고 입을 모은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는 건설사들의 자세다. 건설사들은 주택 미분양과 같은 사업 위험을 우려해 투자를 대폭 줄이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관망적인 자세를 취하고 나섰다. 이는 재무전문가 출신 최고경영자(CEO)의 선임과 이들에 의한 관리 위주 경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업계 일각에서는 수비적인 경영이 절대적인 답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변화가 일시적인 성과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흔히 건설업은 다른 업종과 다르게 ‘1+1=2’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투자 대비 ‘2’ 이상의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 ‘1+1=0’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0’이 두려워 투자를 꺼린다면 결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최근 열린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로 건설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남북 경제 협력이 본격화될 시 북한 개발에 대한 건설사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높은 리스크를 떠안은 채 투자를 단행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계풍 부동산부 기자 kple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