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미·중 ‘북핵 不容 단합’, 중국의 압박이 관건

수전 라이스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촉구하는데 있어 똑같이 단합돼 있다”며 “미국도, 중국도 북한을 결코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5일의 오바마-시진핑간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발언으로,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관해 양국 정상의 보다 강력한 공동의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라이스 보좌관은 또 “두 나라 정상은 북한이 핵보유와 경제발전 가운데 분명한 선택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이 큰 ‘지렛목’으로서 북의 핵개발 중단을 압박하는데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도 볼수 있다. 최근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는 어떤 행동에도 반대한다”며 “한반도 비핵화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물론 북핵 해법을 둘러싼 양국간 입장차가 여전히 크고 보면 기대만큼의 진전된 결론이 나오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은 그동안 말로는 북핵을 반대하면서도 실제로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줄곧 6자회담을 통한 해결만을 주장하면서 사실상 용인한 것이다. 하지만 6자회담으로 북핵을 억지할 수 없음은 이미 입증됐다. 지난 2003년 베이징의 첫 회담 이래 10여년 동안 북에 핵능력을 키우는 시간만 벌어줬고, 북은 핵보유 선언, 세차례의 핵실험, 거듭된 장거리 로켓 발사, 고농축 우라늄 생산 등 돌아올 수 없는 길로만 내달았다.따라서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북핵 불능화’를 위한 보다 구체적 방안이 도출돼야 한다. 중국 또한 진정 한반도 비핵화를 원한다면 그 의지를 행동으로 증명할 필요가 있다. 북핵 폐기를 위한 강력한 압박과 국제 공조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우선임은 물론이다.

2015-09-22 15:57 사설

[사설] 글로벌 환율전쟁, 한국의 환율정책은?

지난 1985년 9월 22일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선진 5개국이 달러가치를 떨어뜨리고,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가치는 높이기로 한 ‘플라자 합의’에 이른지 어제로서 30년이 지났다. 당시 무역·재정 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의 압박으로 선진국들이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정키로 한것이다. 이후 2년간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50%, 마르크화는 30% 급등했다. 지금 다시 글로벌 환율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과 유럽이 앞다퉈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달러 가치가 크게 올랐다. 결국 미국은 최근 기준금리 인상을 유보했다. 중국 경기불안이 세계 경제에 가져올 충격을 우려했다지만,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가치 상승이 미국 경제 회복을 지연시킬 것을 경계한 때문으로 봐야 한다.미국 금리동결 이후 유로존과 중국, 일본 등이 제각기 근린궁핍화를 초래할 통화가치 떨어뜨리기에 나설 태세다. 유럽중앙은행이 유로화 강세를 막기 위한 양적완화 확대를 시사했고, 중국도 위안화 추가 절하에 나설 움직임이다. 일본 역시 추가 양적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결국 환율전쟁은 더 격화될 수 밖에 없다.우리 환율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연세대 김정식 교수가 2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정책세미나에서 “수출을 통한 우리 경제의 성장전략이 절실하다”며 고환율 정책을 주문한 것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한국은 이미 자본자유화가 이뤄져 인위적 환율 개입이 어렵고, 자본유출 우려로 정책의 여지 또한 매우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심각한 저성장을 탈피하기 위한 수출 증대가 우선돼야 하고, 이를 위한 원화절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의 미국 금리인상은 우리 원화가치의 절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엔화와 위안화 약세에 대응하기 위해 원화의 적정 환율을 유지하는 정책이 시급히 강구돼야 한다.

2015-09-22 15:57 사설

[사설] 産銀 낙하산이 결국 부실 키운 것 아닌가

지난 2분기 3조2000억원에 이르는 최악의 영업손실을 감춘 것으로 드러난 대우조선해양 부실과 관련,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대우조선 사태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이와 함께 산은 임직원들이 낙하산 인사가 부실을 키운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어제 진행된 국감에서 오신환 의원(새누리당)은 최근 5년간 산은의 퇴직 임원급 43명이 모두 산은 자회사, 투자회사 등에 재취업했고, 이들 기업에 대한 추가 대출 및 대출연장 사례가 16곳이라고 주장했다. 또 민병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2004년부터 특별한 자문실적 없이 대우조선으로부터 억대 연봉과 고급 차량, 사무실 임대료 등을 지원받은 자문·고문·상담역만 60명이라고 밝혔다. 대부분 산은 등 국책은행, 정부기관 출신이었다.그 결과는 산은의 부실채권 비율이 일반은행보다 훨씬 높은 것에서 짐작된다. 산은 부실채권은 3조원을 넘어 총여신 대비 2.5%에 달하고, 대우조선 손실을 반영하면 4%이상으로 추정된다. 일반은행 1.7%선의 2배를 넘는다. 감사원은 2013년 산은에 퇴직 임원들의 전관예우 및 대출·투자기업에 대한 재취업 금지를 요구했으나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산은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은행이다. 공공성을 무시하고 낙하산 인사로 부실을 방조하게 되면 결국 국민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정책금융기관 퇴직자의 유관 기업 재취업을 제한하고, 산은의 직무태만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묻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2015-09-21 16:02 사설

[사설] 잠재성장률 추락, 엔진꺼지는 한국 경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2%대 초반으로 떨어지고, 잠재성장률도 몇년 이내에 1%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가 해외 36개 금융기관들의 한국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집계한 결과 올해 성장률이 평균 2.5%에 그쳤고, 일부는 2.2∼2.3%까지 낮게 예측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성장률은 중국 경제 부진, 신흥국 위기, 미국 금리인상 등 각종 불안 요인에 의해 더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수출 감소세가 심화되고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데 따른 것이다. 내년 성장 전망 또한 어둡기 짝이 없다. 대외 악재들의 충격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전망치를 2.2%로 내다봤다.더 큰 문제는 잠재성장률 마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0년대 4.6%였던 우리 잠재성장률은 2010~2014년 3.6%로 낮아졌고, 2015~2019년에는 2.5%선, 그 이후에는 1%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큰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내 연구기관들이 특히 비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0년대 중반 잠재성장률을 2% 아래로, LG경제연구원도 2020~2030년 평균치가 1.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잠재성장률은 국가가 자본, 노동, 기술 등 가용자원을 동원해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수준으로 중장기 성장의 지표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지고 있다는 얘기다. 2017년부터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가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결정적 요인이 될것이란 분석이고 보면 그 하락 추세를 막기 어렵다는데 심각성이 있다.결국 달리 길이 없다. 청년 고용률을 높이고 투자를 늘려 생산성을 제고하면서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종합적인 대책이 급하다. 서비스산업으로 수요를 창출하고 내수를 활성화함으로써 성장력을 복원하기 위한 경제구조의 신속한 전환 또한 최우선 과제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 고착화의 늪에 빠져 주저앉을 수 밖에 없다.

2015-09-21 16:02 사설

[사설] 꼴불견 국감부터 개혁해야 하지 않나

지난 10일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가 3주차로 접어들면서 절반의 일정이 지났다. 하지만 이번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에서 여·야 모두 다짐했던 ‘민생국감’은 일찌기 실종됐다. 반면 우려했던 대로 저질의 막말과 고성, 정쟁으로 파행을 빚고, 꼴불견의 행태가 난무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역대 최악의 국감이라는 질타도 나온다. 여·야 의원들을 가리지 않은 볼썽사나운 모습들은 열거하기 조차 힘들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출석시켜 놓고는 경영권 분쟁이나 기업 지배구조를 따지기는 커녕, “한·일 축구전에서 한국을 응원하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지역구 민원 해결을 요구했다. 경찰 총수에게 모의권총 쏘기 시연을 시키고,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에게 “집 나간 며느리가 전어 철 되니 돌아왔나”라고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은 야당 의원도 있었다. 또 어떤 야당 의원은 증인에게 “‘물건’ 좀 꺼내 보라”는 도를 넘은 막장 발언까지 일삼았다.핵심을 비껴간 엉뚱한 질문, 피감기관과 증인을 죄인다루듯 고압적으로 호통치는 악습, 무차별로 기업인들을 불러 놓고 질문도 제대로 하지 않고 돌려보내는 구태(舊態), 현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무성의한 답변 등은 올해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당연히 국감 무용론이 다시 비등하고 있다. 국감은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정부 정책과 예산 집행 등 행정 전반에 대한 감시와 견제기능을 수행하는 절차다. 이런 본연의 취지는 사라지고 국회의원들의 자질과 정치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국감으로 변질된지 오래다. 더 이상 이런 꼴불견 국감이 거듭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 국회 스스로 심각한 반성과 함께 문제점들에 대한 제도 개선 등 근본적인 개혁 방안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2015-09-20 15:52 사설

[사설] 중국 경제 심각성 확인한 美 금리인상 유예

미국 금리인상이 유예되면서 중국 경제 부진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증폭되는 양상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재닛 옐런 의장은 지난 17일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중국 경기 부진에 따른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미국 경제를 다소 위축시킬 수 있다”며, “중국 경제의 갑작스러운 둔화가 가져올 위험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중국 리스크 때문에 금리인상을 미뤘다는 얘기이자,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임을 시인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금리인상 시기의 불확실성 또한 더 커졌다. 연내 인상은 어려워졌다는 전망도 나온다.미국의 금리동결로 우리 금융시장이 단기적인 안정을 되찾을 수 있게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중국 경제의 감속(減速)이 한국 경제에 가져올 더 심각한 충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대 중국 수출비중이 25.1%로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수출이 급속히 줄고, 또 중국이 위안화를 추가 절하할 경우 우리 제품의 경쟁력 추락이 불가피하다. 이미 중국에 대한 수출은 지난 8월 전년 동월 대비 7.6%나 줄어들었다.중국의 7% 경제성장률도 부풀려졌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 당국은 지난 6월 이후 주식시장이 요동치자, 천문학적인 자금 투입과 금리인하, 위안화 절하 등의 조치를 총동원하고 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채 경기에 대한 불안감만 더 높아지는 양상이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연간 성장률이 5%대로 떨어지면서 세계 경제 추락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선진국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특히 자원수출국 등 신흥국의 경제위기론이 비등하고 있다.우리 경제가 미국의 금리인상 유예로 시간을 벌었다기 보다는, 중국 경제 부진과 신흥국 위기 등의 더 큰 악재에 짓눌리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모든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수출을 살리기 위한 경쟁력 제고와 새로운 시장 개척, 내수 활성화등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어느 때보다 급하다.

2015-09-20 15:51 사설

[사설] 국제 망신 자초하는 현대重 노조의 일탈

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복지재단 이사장이 회장 출마를 선언한 국제축구연맹(FIFA) 스위스 본부에 투쟁단을 보내 선출을 저지키로 했다고 한다. 정 이사장을 압박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노조가 이런 식으로 국제적 망신까지 자초해야 하는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노조는 회사가 경영위기를 이유로 임금동결안을 내놓은데 대해, 임금인상과 성과연봉제 폐지, 고용안정 협약 체결 등을 요구하면서 어제까지 8차례의 부분파업과 사업부별 순환파업을 거듭했다. 이제 대주주를 겨냥해 “정 이사장이 FIFA 회장 후보로 자격이 있는지 검증할 것”이라고 나선 것이다. 노조의 도를 넘은 일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현대중공업은 작년에만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 올 2분기까지 7분기 연속적자를 기록하면서 이미 100명이 넘는 임원을 내보냈다. 그런데도 노조는 이런 사정은 아랑곳 않고, 회사 자산을 팔아서라도 임금을 올리라고 주장한다.정 이사장의 FIFA 회장 도전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관련됐고, 그가 당선되면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쾌거이자 경사임에 틀림없다. 모든 국민들이 성원해야 할 일인 것이다. 무엇보다 그가 대주주라 하더라도 개별 기업의 노사협상과는 전혀 무관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노조는 자신들의 이득만을 위해 내부 문제를 바깥으로 끌고나가 선전 도구로 삼는데 골몰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어제 이를 두고 “국제적인 망신”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같은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2015-09-17 16:05 사설

[사설] 화폐 리디노미네이션 추진 필요성 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화폐단위를 변경하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며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제 한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 답변을 통해서다. 이 총재가 화폐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가치에 변동을 주지 않으면서 거래단위를 바꾸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 1달러당 1000원 단위 환율로 거래되는 것을 10원 단위로 바꾸는 것이다. 우리 화폐단위의 변경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지난 2003년 박승 당시 한은 총재가 처음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로 인해 논의 단계에 머물렀고, 5만원권이 발행된 이후인 2010년에도 논쟁의 대상이 됐다.사실 우리 화폐의 거래단위는 너무 높다. 1962년 이후 그 단위가 변하지 않은 까닭에 달러당 원화 환율만 해도 네자릿수이고, 각종 경제지표나 회계, 금융거래 등의 숫자단위가 조(兆)의 1만배인 경(京)을 넘은지 오래다. 1경은 영(0)이 무려 16개나 달린 숫자다.문제는 이런 단위가 상거래나 회계 등에서 크게 불편하고, 우리 경제 위상에도 전혀 걸맞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환율이 화폐가치를 반영하는데,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우리 원화의 달러 환율이 네자릿수나 되면서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인플레가 심한 후진국과 비교될 정도이다. 원화의 국제화를 위해서도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한 화폐단위 변경이 필요한 것이다.물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당장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와 함께, 새로운 화폐 제조 및 교환, 회계 혼란, 컴퓨터시스템 변경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막대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순기능으로 지하경제 양성화의 계기가 되지만, 묵혀둔 현금을 새 화폐로 교환해야 하는 현금 부자들의 저항도 충분히 예상된다.그렇더라도 요즘은 신용카드나 모바일 뱅킹 등 정보기술(IT) 발전으로 현금거래나 교환의 필요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이번 기회에 본격적인 공론화를 통해 리디노미네이션이 본격 추진되어야 한다.

2015-09-17 16:05 사설

[사설] 대기업 부실 가속, 자율 구조조정 급하다

대기업 그룹의 절반이 부채비율 200%를 넘어섰고, 10개 그룹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경제개혁연대로부터 받은 보고서 내용이다. 대기업 연쇄부도 사태가 발생했던 1997년 외환위기 때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자산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48개 중에서 23개 그룹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섰다. 워크아웃 등 이미 구조조정에 들어간 STX 등 4개 그룹을 제외하고, 2014년말 부채비율 200~300%의 대기업이 두산 등 9개, 300~400%는 한화 등 5개였다. 특히 한진 금호 동부 현대 한국GM 등 5개는 400%가 넘었다. 이들 가운데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부실징후 기업이 10개인 것이다. 2007년 2개였던 부실징후 기업은 2010년 5개, 2011년 6개, 2012년 이후 10개로 계속 늘어났다.상당수 대기업의 부실화는 물론 글로벌 불황의 장기화, 수출과 내수의 동시 부진에 따른 국내 경기 침체에 기인한다. 문제는 이들의 부실이 계속 방치될 경우 결국 그 채무 부담을 정부소유 은행을 통해 국민 세금으로 떠안아야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자율적이고 선제적이며 신속한 구조조정이 급선무라는 얘기다. 우선 한계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촉진하기 위한 ‘기업활력 제고 특별법’(원샷법)과, 올해 일몰 예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하는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시급하다. 최근 대기업 중에서도 한계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2015-09-16 14:39 사설

[사설] 노사정 합의 부정하는 야당의 개혁법 반대

새누리당이 어제 의원총회를 열고 노동개혁 5대 법안을 당론 발의했다. 근로기준법·파견근로자보호법·기간제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험법의 개정안이다. 새누리당은 노사정 합의를 동력으로 삼아 개혁 법안들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하지만 야당은 어림없다는 입장이다. 노사정 대타협의 정신을 살린 입법을 빨리 마무리지어야 하는데 야당이 단단히 발목을 잡을 기세이고 보면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야당은 한국노총의 대승적인 고통분담 결단으로 성사된 이번 합의마저 부정하고 있다.새정치민주연합은 노사정 대타협을 ‘강압적 합의’‘고용의 하향평준화’‘노동계의 항복’이라며 거듭 비난하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부의 토끼몰이식 악법 추진”으로 “마구잡이 노동개악의 강행은 안된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은 여당과의 원만한 협의가 어렵다며 대안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혁법안 처리를 지연시킬 심산이고 보면 여·야 충돌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민주노총은 ‘최악의 야합이 불러온 노동재앙’이라면서 총파업을 예고했다.가장 큰 암초는 국회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다. 야당 위원장에 여·야 8명씩의 동수로 구성돼있다. 입법의 열쇠를 야당이 쥐고있어 끝까지 훼방을 놓으면 법안 처리가 불가능한 구조이다. 야당의 합의없이는 어떤 법안도 통과되기 어려운 국회선진화법도 장애물이다.사실 이번 노사정 합의는 노동시장의 근본적 개혁과 거리가 멀다.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임금제도 등과 관련된 현안을 해결하고, 파견근로자법, 기간제법 등도 노사정이 협의해 시행키로 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인 일반해고 기준과 취업규칙 변경은 일단 행정지침으로 남기면서 중장기 과제로 돌렸다. 이 부분에 대한 재계의 불만도 크다.그런데도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고 있다. 노사정 대타협은 청년일자리를 늘리고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해 어렵게 이뤄낸 사회적 합의다. 야당이 그것까지 부정하고, 지금 가장 절박한 과제인 노동개혁을 외면하고 있다.

2015-09-16 14:38 사설

[사설] 가계부채 신흥국 최고, 정말 뇌관되나

한국의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신흥국 가운데 최고이고,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선진 12개국과 신흥 14개국의 국내총생산(GDP)대비 부채비율을 조사해 어제 밝힌 보고서에서다. 한국 가계부채는 작년말 GDP의 84%로 신흥국 평균(30%)의 2.5배에 달했고, 선진국 평균(73%)보다 높았다.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수 있다.폭증하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수 있다는 경고는 새삼스럽지 않다. 최근 그 증가속도가 더욱 빨라져 6월말 113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부동산경기를 살리기 위한 DTI(총부채상환비율) 등의 규제 완화에 따른 것이다.문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점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 또한 금리인상 압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로 경제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한은이 미국을 따라 곧바로 국내 금리를 올리기는 어렵다. 그렇다 해도 금리차로 인한 자본유출을 막으려면 시차를 둔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금리 상승이 가져올 부채 가계에 대한 충격은 클 수 밖에 없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려도 700조∼800조원의 변동금리 대출 추가 이자부담이 연간 1조7500억∼2조원 규모다.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이고 중산층 차입자가 대다수여서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는 견해도 있지만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한은은 부채상환에 취약한 부실위험가구가 112만 가구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금리 상승기에 이들 가계가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 금융권 부실, 부동산 침체, 소비위축, 기업경쟁력 약화 등 악순환에 빠지면서 다시 경제 위기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가계부채가 가져올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비책이 정말 급하다.

2015-09-15 16:20 사설

[사설] 北, 로켓 발사로 ‘8.25합의’ 판 깰건가

북한이 우려했던대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의 우주개발국장은 14일 “세계는 선군조선의 위성들이 우리 당 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 높이 날아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이 내달 10일의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로켓 발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북이 로켓을 쏘아올리면 모처럼 대화 국면을 맞은 남북 관계에도 다시 먹구름이 낄수 밖에 없다. 당장 10월 20∼26일로 잡혀있는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역시 순조로운 진행을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 국무부는 즉각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위성발사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북의 로켓 발사에 유엔 차원에서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얘기다.물론 실제 로켓을 발사할 지 아직 예단할 수 없고, 북이 미국에 적대적 대북 정책을 전환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북의 로켓 발사는 중대한 무력 도발임에 분명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유엔의 제재조치 논의와 우리의 단호한 대응은 불가피하다.이 경우 남북 관계는 다시 얼어붙고, 양측이 고위급 회담을 통해 어렵게 만들어낸 ‘8·25 합의’의 실천에 대한 북의 진정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분위기가 악화되면 이산가족 상봉 마저 어려워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은 2013년 9월에도 상봉 행사를 불과 나흘 앞두고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전력이 있다.남북간 합의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당국회담과 민간교류 활성화에도 찬물을 끼얹게 된다. 결국 ‘8·25 합의’의 판이 깨질 우려가 큰것이다. 북이 진정 남북관계와 미국과의 적대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반드시 로켓 도발을 멈춰야 한다.

2015-09-15 16:20 사설

[브릿지경제 창간 1주년 제언] 소통·상생·감동의 ‘따뜻한 시장경제’를

재벌개혁의 목소리가 높다. 야당은 재벌개혁을 올해 국정감사의 핵심 이슈로 삼고 전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여당도 다르지 않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공개적으로 재벌개혁을 언급했다. 재벌개혁은 우리 사회의 해묵은 쟁점이다. 사회 일각의 반(反)재벌 정서가 뿌리깊은 탓이다. 올들어서만 재벌 3세의 분별없는 ‘갑질’에서 비롯된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 삼성과 엘리엇의 분쟁에서 문제된 편법 경영승계 논란, 롯데의 오너 형제간 경영권 싸움 등이 잇따르면서 다시 부각됐다. 개혁의 키워드 또한 지배구조 개선이다. 총수가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거대 그룹의 독재적 지배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는다며 출자총액 규제, 순환출자 금지, 대주주 의결권 제한 등의 단골 메뉴를 내놓는 것은 새로울 게 없다.그러나 문제제기만으로 개혁의 당위성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재벌개혁에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것은, 그 결과로 국민경제가 풍요로워져야 한다는 점이다. 재벌의 지배구조를 바꿔 해외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경쟁력이 한층 높아지며, 일자리가 늘어나 경제가 활성화될수 있을까? 대·중소기업이 상생하고 소득분배가 공평해져 사회 양극화가 해소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을까?그 기대의 충족을 확신할 수 없다면 무엇을 위한 재벌개혁인지 공허하다. 우리 경제에서 재벌의 가치에 대한 제대로된 성찰이 없으니 명분만 앞세운 이상주의(理想主義)의 독선이다. 더 이상의 경제 추락을 막고 다시 활력을 살릴 대안이 없는 재벌개혁론이고 보면 자폐적이기도 하다.물론 재벌 홀로 존재할 수 없고, 기업이 국민의 사랑을 받지못하면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 기업은 대주주나 경영자, 종업원들만의 것이 아니라, 소비자, 국가사회, 글로벌 시장과의 네트워크에 의존된 유기적 요소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윤추구를 위한 경영행위가 사회의 보편적 가치관과 규범을 지켜야 하고 공익에도 기여해야 하는 의무도 함께 지워졌다.그것이 바로 새로운 화두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다. 신자유주의의 대가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에 최대 수익을 올리는 그 이상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자유사회를 망치는 일”이라고도 주장했지만, CSR은 이제 기업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강요된 책임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의 자각이자 지속 성장을 위한 고민 끝의 미래전략인 것이다.CSR은 거스를 수 없는 ‘뉴 노멀’(New Normal)이다. 최근 삼성은 엘리엇 사태를 계기로 사회공헌 투자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에 진 빚을 보답한다는 뜻이다. 국민이 지켜낸 국민의 기업으로서 당연한 의무다. 더 큰 책임은 투자와 고용 확대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결국 CSR은 국가 사회와 소통·협력하고 중소기업과 상생하면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한 기업의 핵심가치이다. 또 대한민국 공동체의 번영과 ‘따뜻한 시장경제’ 구현을 위한 방향이기도 하다. 국민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새로운 기업의 책임’이 오늘 창간 1주년을 맞은 브릿지경제의 제언이다.

2015-09-14 19:21 사설

[사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세계 금융시장이 초긴장 상태에서 지켜보고 있다. 미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제로(0) 금리에 종지부를 찍는다면 세계 각국의 환율과 금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되고, 주식·채권 등의 금융시장에도 엄청난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번에 당장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 해도 연내 인상은 기정사실이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그 파장은 간단치 않다. 특히 신흥국들에 유입됐던 자금이 달러 등 안전자산을 찾아 대거 유출되면서 주식값과 화폐 가치가 급속히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이미 그 조짐이 뚜렷한 중국 경제의 경착륙과 복합적으로 겹치면 글로벌 불황을 심화시키는 결정타가 될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치명적 위기가 될수 있다. 국내 기준금리도 인상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금리를 올렸다가는 그렇지 않아도 가라앉아 있는 경기에 다시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무엇보다 1천300조원을 넘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를 뒤흔들 뇌관으로 작용할 소지 또한 크다.국제 금융시장 변동이 우리 경제에 가져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가동해야 하지만 정책 여력이 매우 제한적인 게 문제다. 금리정책의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고 보면, 환율 대책이 그나마 선택가능하다. 경상흑자 누적으로 우리 외환보유고가 비교적 충분해 자본유출에 따른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전제에서 그렇다.

2015-09-13 16:05 사설

[사설] 노사정 대타협, 최후의 결단을 기대한다

새누리당이 이번 주 당정협의와 정책 의원총회를 소집, 근로기준법·파견근로자보호법·기간제법 5개 노동개혁 법안을 당론 발의키로 했다. 노사정위원회의 대타협이 이뤄지지 못하면 정부가 독자적으로 입법 조치를 취하겠다는 청와대와 정부 입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노사정위는 당초 정부가 제시한 지난 10일까지의 합의 시한을 넘긴 채 회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여전히 막판 타협에 진통을 겪고 있다. 기본적으로 노사의 고통 분담과 기득권 양보를 전제로 하는 노사정 대타협은, 이들 이해당사자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사안이다. 노사정위는 작년 12월 노동시장 구조 개선에 합의했지만, 지난 4월 한국노총의 이탈과 8월말 대화 복귀 과정을 거치면서 시간만 허비했다.그런 점에서 여당이 단독 입법에 속도를 내기로 한것은 노동계 결단을 압박하는 최후통첩에 다름아니다. 물론 노사정위원회의 대타협을 통한 노동개혁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노동개혁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 차례에 걸쳐 그 절박성을 강조해온 최우선 국정 현안이고, 청년일자리 문제와 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을 위해 올해 안에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다급한 과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연말부터 내년 총선 정국으로 들어서면서 개혁의 동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야당과 노동계의 반발이 극심한 것은 예측된 일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가 노동계를 협박하고 있다”며 “일방적 입법을 결코 묵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도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 등은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나섰고, 민주노총은 “정권을 상대로 전면적인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는 성명을 내놓았다.결국 여·야간, 정부와 노동계간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럼에도 노사정 합의를 마냥 기다릴 수 없는 것이 지금 우리 경제와 사회가 처한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노사정은 대타협의 결단을 내리는 것이 최선이다. 야당도 노동계의 눈치를 살피면서 표 계산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또다시 ‘국회선진화법’에 기대 노동개혁의 발목을 잡아서는 결코 안된다.

2015-09-13 16:05 사설

[사설] 이재현 CJ회장 배임죄 파기한 대법원

대법원이 어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최종 판결에서 배임에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을 적용한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이 회장의 일본 부동산 매입에 따른 배임은 특경가법이 아닌 형법을 적용해야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에 징역 3년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한 원심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특경가법은 배임으로 인한 이득 금액이 크면 가중처벌하도록 돼있지만, 형법의 형량은 훨씬 낮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 회장의 형량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배임죄에 대한 대법원의 전향적 판단이 갖는 의미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하여 본인(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죄’로 우리 형법과 상법 등에 징역 또는 벌금형이 규정돼 있다.그러나 이에 대한 처벌이 기업영역의 대표적 과잉형법이라는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배임죄는 범죄 구성요건이 모호해 ‘걸면 걸리는 범죄’라고 할 정도로 기업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경영상 판단의 문제를 배임죄로 옳아매는 법적용으로, 기업인들을 ‘교도소 담장 위를 걷게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배임은 ‘신의에 대한 배신’으로, 이는 형벌이 아닌 민사문제로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실제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형법상 배임죄를 두고 있는 나라는 독일과 일본밖에 없다.그런 점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계들도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를 계기로 기업인들의 배임죄 적용 잣대가 다시 논의되어야할 필요성 또한 크다. 경영자의 기업 이익을 위한 판단이 설령 틀렸더라도 그 과정이 공정한 절차를 거쳤다면 책임을 면하게 해주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2015-09-10 16:17 사설

[사설] 가계부채보다 기업부채가 더 심각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최근 내부 회의에서 기업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고 한다. “부채는 양철지붕 위의 눈과 같다”며 “일시에 엄청난 무게로 변해 약한 지붕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기업부채로 인해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어느 업종 할것없이 기업 성장성이 악화되면서 많은 한계기업들이 저금리에 기댄 부채로 연명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곧바로 세계 경제가 충격을 받게되고, 국내 금리 또한 점진적 인상 압력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한계기업들의 도산이 늘면서 금융회사들의 부실로 전이된다. 결국 한국 경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기업부채에 대한 우려다.한국은행도 최근 가계부채보다 기업부채를 더 주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규모가 클 뿐 아니라 경제에 미치는 파괴력이 전방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기업의 금융회사 대출과 회사채 등을 포함한 총부채는 올해 1분기말 2347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3조원 늘어난 것으로 한은은 집계하고 있다. 2013년 이후 저금리 기조를 타고 증가 속도는 더 빨라졌다.게다가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잠재적 부채는 계속 늘고 있다. 과거 기업들에 단기적 유동성 위기가 왔을 경우 채권은행들이 이를 먼저 해결하고 경기회복 이후 영업이익으로 부채를 갚을 수 있었으나, 이제 그런 순환구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 경제성장률 하락 등으로 장기 침체가 고착화되고 있는 탓이다.결국 한계기업들에 대한 신속한 구조조정 밖에 길이 없다. 금리 상승에 취약하고 부도 위험이 높은 기업들은 빨리 청산시켜야 한다. 반면 살릴 수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집중 지원하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어느 때보다 기업부채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절실한 때다.

2015-09-10 16:17 사설

[사설] 문어발 ‘産銀 재벌’ 대수술 빨리 속도내야

금융위원회가 다음 달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역할 강화 방안을 내놓는다고 한다. 산은의 비금융 자회사 매각 계획이 핵심으로, 우선 20여 곳의 매각을 서두르겠다고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밝혔다. 산은이 국책은행이자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기능을 재정립하겠다는 뜻이다. 산은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것은 오래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민영화를 위해 산은금융지주와 정책금융공사로 분리됐으나, 박근혜 정부 들어 정책금융 강화를 이유로 다시 통합됐다. 통합된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과 회사채 인수, 신성장산업 지원 등을 모두 떠맡았다.그 과정에서 산은은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출자전환이나, 벤처기업 지분 투자로 현재 비금융 자회사를 118개나 갖고 있다. 6월말 기준으로 산은이 15%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는 모두 288개다. 숫자로 보면 국내 최대의 재벌이다.문제는 출자전환한 회사들이다. 대우조선해양, 동부제철, STX 계열사들, 한국항공우주 등 기간산업체라는 이유로 지원을 늘리다 끌어안은 굵직한 기업만 16개다. 하지만 이들 회사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리 없다. 경영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사실상 주인없는 회사이다 보니 내부통제 시스템 미흡, 경영진의 정치권 줄대기,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낙하산 인사, 노조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경영개입 등이 만연했다. 결국 부실 경영은 필연이었고, 지난 2분기 무려 3조원대의 부실을 숨긴 것으로 드러난 대우조선이 대표적 사례다.산은의 구조조정부터 서두르는 것이 시급한 이유다. 비금융 자회사 매각의 속도를 최대한 높이고 미래 신성장동력산업 지원, 벤처투자 활성화 등으로 경제활력을 높이는 일에 집중함으로써 정책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2015-09-09 15:46 사설

[사설] 파업 또 파업, 직장을 파탄시키고 나면

국내 대형 사업장들이 노조의 잇따른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임금피크제 도입 등 노동개혁에 대한 반발과 함께 무리한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본격 ‘추투’(秋鬪)에 들어간 양상이다. 나라 경제는 이미 막다른 위기에 처해있고, 해당 기업들 또한 최악의 영업 실적에 신음하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정말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금호타이어는 노조가 임금인상과 임금피크제 유보를 주장하며 지난달 17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가자 회사는 지난 6일 결국 직장폐쇄까지 단행했다. 효성중공업 창원공장 노조는 이미 3주일째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7분기 연속 영업손실에 지난해 3조2000억원대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 노조도 사측이 임금동결을 제시하자 지난 달 26일과 지난 4일 파업에 이어, 어제 다시 3차 부분파업에 나섰다. 노조는 “회사 자산을 매각해 임금을 올려라”는 식의 어이없는 요구까지 내놓고 있다.현대자동차 노조는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정년 65세 연장을 요구하고 임금피크제는 반대하면서 어제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가 4년 연속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대표적 귀족 노조의 도를 넘는 집단이기주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지금 세계 경제는 이미 중국발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한국 경제 또한 최악의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으로 벼랑끝에 몰려 있다. 노사가 고통분담으로 함께 힘을 모아 난국을 극복하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마당에, 이같은 위기에는 눈감고 기득권만 지키려 하는 일부 대기업 노조의 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은 크다.무엇보다 이들 노조의 무리한 파업이 거듭되면 회사 경영만 더욱 악화되고, 수많은 협력업체와 지역경제의 연쇄적인 피해로 이어진다. 경기는 더 가라앉고 투자가 위축되면서 일자리 또한 줄어드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 회사가 파탄에 이른 뒤에 그들은 과연 어디에서 기득권을 지킬 것인가.

2015-09-09 15:46 사설

[사설] 이산가족 상봉 첫단추는 끼웠다. 그러나…

남과 북이 다음달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 면회소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로 했다. 남북 적십자는 지난 이틀동안 판문점에서 실무접촉을 갖고, 쌍방의 각각 100명씩 이산가족이 함께 만나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동안 애타게 상봉을 기다려온 이산가족들의 열망을 생각할 때, 작년 2월 마지막으로 가졌던 상봉 행사가 1년 8개월만에 다시 열리게 된것은 정말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우리 측이 10월 10일 북의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그 이전 상봉행사를 갖자고 강하게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아쉽다. 그렇더라도 이번 합의는 지난 달 남북 고위급 회담을 통해 타결된 ‘8·25 합의’의 이행을 위한 첫 단추를 무난하게 끼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그럼에도 아직 낙관할 수 없는 변수는 상존한다. 이것만으로 북의 진정성을 속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합의가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기 위한 사전 수순이라는 관측도 있다. ‘8·25 합의’의 첫 시험대인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지도 않고 바로 미사일로 도발할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이 북에 쏠리는 것은 물론 남북관계가 다시 대치 상태로 되돌아가면서 고위급 회담의 합의문을 휴지조각으로 만들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미 북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미사일을 발사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가 논의되면서 한반도 정세에 다시 먹구름이 낄 수 밖에 없다.이번 합의를 통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예정대로 이뤄져야 대화 국면을 이어가고 당국간 회담, 민간교류 활성화 등의 다른 과제가 진전되는 추동력이 확보될 수 있다. 어느 때보다 북의 진정성이 절실하고, 북이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멈춰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2015-09-08 15:57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