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어발 ‘産銀 재벌’ 대수술 빨리 속도내야

사설
입력일 2015-09-09 15:46 수정일 2015-09-09 16:10 발행일 2015-09-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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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다음 달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역할 강화 방안을 내놓는다고 한다. 산은의 비금융 자회사 매각 계획이 핵심으로, 우선 20여 곳의 매각을 서두르겠다고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밝혔다. 산은이 국책은행이자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기능을 재정립하겠다는 뜻이다.

산은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것은 오래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민영화를 위해 산은금융지주와 정책금융공사로 분리됐으나, 박근혜 정부 들어 정책금융 강화를 이유로 다시 통합됐다. 통합된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과 회사채 인수, 신성장산업 지원 등을 모두 떠맡았다.

그 과정에서 산은은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출자전환이나, 벤처기업 지분 투자로 현재 비금융 자회사를 118개나 갖고 있다. 6월말 기준으로 산은이 15%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는 모두 288개다. 숫자로 보면 국내 최대의 재벌이다.

문제는 출자전환한 회사들이다. 대우조선해양, 동부제철, STX 계열사들, 한국항공우주 등 기간산업체라는 이유로 지원을 늘리다 끌어안은 굵직한 기업만 16개다. 하지만 이들 회사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리 없다. 경영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사실상 주인없는 회사이다 보니 내부통제 시스템 미흡, 경영진의 정치권 줄대기,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낙하산 인사, 노조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경영개입 등이 만연했다. 결국 부실 경영은 필연이었고, 지난 2분기 무려 3조원대의 부실을 숨긴 것으로 드러난 대우조선이 대표적 사례다.

산은의 구조조정부터 서두르는 것이 시급한 이유다. 비금융 자회사 매각의 속도를 최대한 높이고 미래 신성장동력산업 지원, 벤처투자 활성화 등으로 경제활력을 높이는 일에 집중함으로써 정책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