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민연금, 삼성 합병 반대해선 안된다

국민연금이 SK CC와 SK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서자, 앞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할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주식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두 회사의 합병비율이 최태원 회장 일가 지분이 많은 SK CC에 유리해 SK의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는 이유를 들었다.수긍하기 어려운 논리다. 합병 비율은 임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기간별 주가를 평균해 산정토록 자본시장법에 못박혀 있다.우리는 민간의 의결권위원회가 국민연금의 입장을 결정하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본다. 위원회의 구성원들부터 회사 합병과 같은 중대하고 민감한 경영 사안을 평가할만한 전문성이나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위원회는 정부와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단체에서 2명씩, 연구기관에서 1명을 추천해 9명으로 구성된다. 모두 직접적인 기업 경영과 무관한 사람들이다.위원회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증대를 위한 ‘주주가치’를 의결권행사의 우선적 기준으로 삼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래의 주주가치는 현재의 계량적 지표로는 제대로 판단하기 힘들다. 게다가 합병 등은 시각에 따라 언제든 불공정 시비가 벌어질 수 있다. 전문성이 결여된 위원회가 일부 반(反)기업 시민단체들의 목소리에 휘둘릴 소지가 클 수 밖에 없다.그런 점에서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건에 대한 결정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삼성의 합병 사안은 SK의 그것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삼성은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방조한다면 국제 투기꾼의 ‘먹튀’를 돕고, 지배구조가 취약한 다른 국내 대기업들을 그들의 먹잇감으로 내모는 꼴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판단은 당연히 국민과 국가 이익을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

2015-06-25 16:10 사설

[사설] 국제투기꾼 돕겠다는 야당 '자사주 법안'

야당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처분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을 아예 뺏겠다는 것으로 재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물산이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경영권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KCC에 자사주를 매각, 백기사로 확보하자 급조된 졸속 입법으로 보인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등 야당 국회의원 10명은 최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상장사가 자사주를 처분하려면 원칙적으로 소각하거나 기존 주주의 지분율에 비례해 배분토록 한다는게 핵심 내용이다. 의결권을 살리기 위해 우호 세력에 넘기는 것이 금지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기업들이 더 이상 자사주를 이용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없게 된다.도대체 무엇을 위한 법안인지 알수 없다. 이 원내대표 측은 “자사주를 이용한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가 빈번하다”며 “주주평등주의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 간판 기업들이 외국 헤지펀드의 공격에 얼마나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그나마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방어가 불가능해진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지, 결국 누가 이득을 보게 될지 한번이라도 생각했는지 의문스럽다. 또 이렇게까지 지나친 반(反)기업적 제도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경영권은 의사결정의 배타적 권리로서, 기업의 자산이자 가치이다. 확실하게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 시장의 근본 질서다. 경영권 보호는 경영진이나 지배 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위협에 대한 예방 대책으로 방어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결국 주주 이익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런데 이마저 부정하고 경영권 방어의 마지노선인 자사주 이용 권리까지 없애겠다는 것이다.이 법안 뿐만이 아니다. 지금 국회에는 야당 의원들의 발의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규정한 독소적(毒素的) 법률 개정안들이 여럿 계류돼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식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 또한 외국 투기자본이 우리 기업들의 경영권을 공격하는 수단이 될것이란 우려가 높다. 특히 지주회사 형태로 여러 자회사를 둔 대기업들이 그 위험에 집중적으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 투기자본이 지주회사의 지분을 확보한 뒤 자회사에 대해 소송을 남발하는 방식으로 주식 시장을 조작할 수 있다.지금 우리 기업들이 경영권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자사주 말고 거의 없다. 엘리엇 같은 헤지펀드의 약탈적 경영권 위협에 우리 기업들을 발가벗긴 상태로 내몰겠다는 것이 자사주 처분 제한 법안이다. 투기세력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불필요하고 과도한 비용 지출이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고, 그들의 ‘먹튀’는 막대한 국부(國富) 유출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지난 2003년 SK를 공격한 소버린은 무려 9000억원이 넘는 돈을 챙겨갔다.그렇지 않아도 투기자본이 지배구조가 허술한 우리 대기업들을 파고 드는 제2의 엘리엇 사태를 막기 위해 포이즌 필, 차등의결권 등 선진국들이 도입하고 있는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마당이다. 그런데 야당은 거꾸로 가고 있다. 오히려 국제 투기꾼들을 도와 그들이 우리 자본시장에서 더 심한 분탕질을 치도록 하는 법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즉각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2015-06-24 18:28 사설

[사설] ‘서민금융’ 이름의 부실 대출은 없어야

금융위원회가 서민금융 지원 강화 방안을 내놨다. 서민 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자금 공급을 늘린다는 내용이다. 대부업법상 금융회사·대부업체의 최고 금리를 종전 연 34.9%에서 29.9%로 낮추고, 창업·운영자금 지원을 위한 미소금융과 햇살론, 새희망홀씨대출, 바꿔드림론 등 정책금융 공급을 연간 4조5000억원에서 5조7000억원으로 늘리면서 대출 상한 금리도 종전 12.0%에서 10.5%로 인하키로 했다. 대부업 상한 금리는 사실상 법정 최고 금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은행에서 소외된 이용자들의 혜택이 기대된다. 금융위는 약 270만명의 금융 소비자가 4600억원의 이자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내다 봤다. 메르스 충격으로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5% 수준까지 낮췄지만, 금융 사각지대에 있는 저신용 서민층은 저금리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문제는 대개의 정책 금융이 그렇듯이, ‘묻지마’식 지원이 결국 부실 대출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서민 금융은 수요자의 상환 능력과 자금 소요의 목적 등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채, 무작정 대출에다 특정 분야에 대한 쏠림 현상까지 보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금 메르스가 국내 소비에 전방위의 타격을 주고는 있지만, 이들에 대한 자금 대출이 과연 적정한 기준에 따라 적절한 규모로 이뤄지고 있는지 검증할 방법이 없는 까닭이다.천편 일률적인 신용 평가, 수박 겉할기식 기업 분석으로 정책 자금이 또 ‘눈 먼 돈’ 처럼 흐지부지 쓰이거나, 이런 저런 로비에 좌우되어서는 안된다. 정책 금융 또한 정부나 한국은행이 마음대로 찍어내는 공짜 돈이 아니라 국민들의 피땀이 어린 세금이다. 정말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만큼의 자금이 흘러들어 밑바닥부터 경기가 살아나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집중 투입해야 한다.

2015-06-23 17:48 사설

[사설] 朴대통령-아베 직접 만나 담판지으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그제 서울과 도쿄에서 열린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에 교차 참석해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박 대통령은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겠다”고 했고, 아베 총리는 “앞으로 50년을 내다보며 함께 손잡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자”고 말했다. 한·일 관계는 정말 민감한 사안이고, 양국 사이에 쌓인 과제가 너무 많다. 위안부 문제만 하더라도 일본의 근본적 반성과 사죄 말고 달리 해결할 길이 없다. 그런데도 도덕적 결함을 안은 일본이 그 사실 조차 부정하는 마당이니 마땅한 해법이 없다.그런 점에서 한·일 정상의 이번 메시지 교환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3년 2월,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각각 취임했지만 양국 정상간 회담은 한번도 없었다. 양국의 정치적 갈등은 심각했지만, 그래도 경제적 협력이 손상되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져 왔음을 생각할 때 매우 이례적이다. 이같은 갈등은 중국의 급속한 부상으로 세계 권력의 축이 변화하는 양상과 맞물려 한·미 동맹 관계의 심대한 변화까지 예고한다.어느 때보다 한·일 양국간 긴밀한 전략적 결합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한국과 일본은 경제적 상호 의존도가 큰 것 말고도, 과거 식민지배의 역사, 그리고 독도 등 영토 문제에 이르기까지 너무 깊게 얽혀 있다.그렇다면 이제 변죽만 울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양국 정상이 얼어붙은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정상회담을 통해 꼬인 매듭을 풀 차례다. 많은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 우리 입장을 단호하게 밝히고, 역사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한·일 정상회담은 빨리 열려야 한다.

2015-06-23 17:48 사설

[사설] 사학연금 개혁은 실기해서 안된다

새누리당이 사학연금 개혁을 위한 공론화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어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교육부로부터 사학연금 재정과 수지 전망에 대한 보고를 받고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다음으로 사학연금 개편이 불가피하다”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정부·여당이 지난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할 때부터 사학연금과 군인연금 등 다른 직역 연금의 개편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었고, 또 애초부터 이들 3대 연금은 한묶음으로 다뤘어야 할 과제였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반발에 더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교사와 군인들까지 등 돌리는 상황을 우려한 여당이 정략적으로 사학연금과 군인연금 개혁을 미룬 것이다.사학연금 또한 구조개편이 당장 급하고 당위성이 충분하다. 우선 공무원연금과의 형평성 문제에서 그렇다. 내년 초 시행되는 개정 공무원연금법은 공립학교 교원도 함께 적용받는다. 하지만 사립학교 교원은 사학연금법을 따른다. 그런데 사학연금법 규정은 상당 부분 공무원연금법을 준용하게 돼있다. 빨리 법을 바꾸지 않으면 규정 충돌로 이들의 연금체계가 달라지고 기여율과 지급률의 격차 등 모순과 혼란이 생길 수 밖에 없다.무엇보다 사학연금도 앞으로 국가 재정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아직은 흑자 재정이지만, 2023년 적자로 전환되고 2034년 기금이 고갈될 전망이다. 이에따라 정부가 보전해야할 연금 적자가 2033년 5조4000억원에서 2080년에는 85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건사회연구원은 추산했다.공무원연금 개혁은 당초 정부·여당이 강한 의지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공무원들의 거센 반발과 야당의 반대로 ‘반쪽 개혁’에 그쳤다. 사학연금 개편 또한 만만치 않아 보인다. 물론 고통이 크겠지만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는 개혁은 반드시 해야할 일이다. 미루면 결국 후세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짐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처사다. 사학연금을 하루빨리 개편해야 최대 난제인 군인연금, 나아가 국민연금 개혁까지 가능하다.

2015-06-22 17:02 사설

[사설] '더블 딥' 한국 경제, 구조개혁이 답이다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율이 결국 2%대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어제 산업연구원(KIET)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율을 2.9%로 전망했다. 국책연구기관의 2%대 성장 전망은 처음이다. 몇몇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이미 2%대 성장을 예측한 바 있다. 수출 부진과 내수 위축에 따른 저성장 추세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데다 예기치 못했던 메르스 충격까지 덮친 탓이다. 이로 인해 2013년 2.8%에서 지난해 힘겹게 3.4% 성장으로 회복 기미를 보였던 우리 경제가 ‘더블 딥’(이중침체)에 빠져드는 양상이다.당장에는 메르스라는 돌발 변수가 소비지출을 크게 감소시키면서 성장율을 적어도 0.1%P는 갉아먹는 족쇄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메르스가 빠른 시일내에 종식되더라도 우리 경제의 구조적 하방 요인이 가시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미국의 금리인상 파장, 중국의 성장 둔화, 그리스 사태에 따른 유럽의 불안, 엔저(低) 심화 등 중첩된 대외 악재(惡材)가 성장의 최대 걸림돌이다. 게다가 우리 경제는 성장 잠재력의 훼손으로 이미 세계 경기순환 사이클에서 상당히 벗어난 모습이다. 장기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이유다.이는 금리 인하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의 단기적 경기부양 조치만으로는 성장동력을 되살리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우리 경제의 본질적인 구조 개혁을 가속화하는 길 밖에 없다. 지지부진한 공공·노동·교육·금융개혁을 서두르고, 규제 철폐로 기업들의 투자를 늘려 성장 경로를 다시 되찾는 것이 답이다.

2015-06-22 17:02 사설

[사설] 투자해야할 돈 자사주에 쏟아붓는 현실

국내 10대그룹 상장사들이 보유한 자사주(自社株)가 총 발행주식의 평균 3.26%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자사주는 기업이 자기자금으로 사들인 자기회사 주식이다. 그룹별 자사주 보유 비율은 현대중공업그룹 3개 계열사가 평균 11.67%나 되고, 한진(6개사) 6.59%, 삼성(18개사) 6.41%, 한화(7개사) 4.86% 등의 순이었다. 이들 자사주의 시장 가치는 천문학적 규모다. 주요 기업들이 자사주 취득에 쓰는 돈만 한 해 수십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자사주를 대거 매입하는 주된 목적은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에 대비해 경영권을 지키는 방패로 삼는데 있다. 이번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은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KCC에 넘겨 우군으로 확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문제는 기업들의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투자와 연구개발(RD)에 들어가야할 막대한 자금이 경영권 방어용 자사주 매입에 새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SK와 KTG가 소버린과 칼 아이칸에 당한데 이어 이번 엘리엇 사태에서 보듯, 외국 투기자본의 국내 기업 경영권 침탈은 이미 현실의 위기인데도 방어장치가 전무(全無)한 까닭이다.우리 기업들이 너무 쉽게, 자주 외국 헤지펀드들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기업들은 막대한 돈을 자사주 매입에 쏟아부을 수 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당면한 고용창출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자국 기간산업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세계 각국의 법·제도 장치는 많다. 미국의 ‘엑슨-플로리어법’은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인의 적대적 MA 위협이 있을 때 대통령이 이를 금지할 수 있게 했을 정도다.포이즌 필(poison pill), 황금주, 차등의결권 제도도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은 오래 전 도입했다. 우리 기업들이 국제투기꾼들의 분탕질에 내몰리는 상황을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2015-06-21 17:32 사설

[사설] 그렉시트 위기, 강건너 불 아니다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와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리스가 노동 개혁과 공무원연금및 임금 삭감 등 채권단의 긴축 요구를 끝내 거부하고, 22일(현지시간)의 유럽연합(EU) 긴급 정상회의에서 구제금융 합의에 실패하는 최악의 경우에 대한 우려다.만에 하나 그리스의 디폴트와 그렉시트가 현실화된다면, 그리스 은행은 예금인출(뱅크런) 사태와 함께 외국 부채를 갚지 못해 금융시스템이 붕괴된다. 유동성 부족으로 기업의 줄도산과 대규모 실업자 발생이 불보듯하고, 국제 금융시장 또한 요동이 불가피하다. 우리 경제 또한 후폭풍의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무엇보다 수출이 줄고,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신흥시장의 자금이 빠져나가 우리 금융시장까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질 경우 우리의 유럽 수출은 1.4% 줄고, 그렉시트로 가면 최대 7.3% 감소한다는 전망도 나와 있다. 우리 수출의 9%를 차지하는 유럽 시장의 경기 후퇴는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감소 추세인 수출 부진을 더 가속화할 수 밖에 없다.정부 당국은 그리스 사태의 파장이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고 하지만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국지적(局地的) 금융위기가 글로벌 차원으로 확산된 적이 많다. 타격을 입은 유럽 국가의 한국내 자금 회수가 일시에 몰린다면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될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당장에는 엔저(低)에 겹친 유로화 약세가 수출에 주는 충격을 줄일 환율 방어수단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책도 강구해야 한다.

2015-06-21 17:32 사설

[사설] 황 총리, 무너진 정부 신뢰 어떻게 세울 건가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황 총리가 공식 취임했다. 야당의 반대로 진통은 있었지만 정상적인 국회 표결 절차를 거쳐 새 총리 체제가 출범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이로써 이완구 전 총리가 물러난지 52일만에 총리 공백상태가 해소됐다. 황 총리 앞에는 당장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가장 급한 것은 메르스 사태를 하루 빨리 종식시키는 일이다. 국내에서 메르스가 발병한 지 이미 한달이 지났지만 수습은 커녕 날로 확산되고 있다. 사회는 공포의 혼란에 빠져 있고 경제와 민생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힘들게 쌓아온 한국의 국제적 신인도 마저 큰 손상을 입었다. 메르스 사태의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계속 우왕좌왕해온 탓이다. 황 총리는 우선 메르스의 현장 일선에 나가 사태의 진상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대책 수립과 실행을 총괄 지휘함으로써 국정 리더십을 세우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무엇보다 메르스 사태로 인해 우리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는 크게 무너졌다.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초기 대응 실패가 화를 키웠다. 늑장 대처도 모자라 정보를 통제하다 결국 뒤늦게 병원 정보를 공개하는 등 이후의 관리 대책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메르스 사망자와 환자 증가, 3차 유행 우려,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에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정부당국의 메르스 대책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8.9%로, ‘신뢰한다’는 응답(27.2%)의 2.5배를 넘게 나온 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국민과의 투명한 소통으로 땅에 떨어진 정부 신뢰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다.황 총리는 후보자로 내정됐을 때 기자회견에서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 ‘비정상의 정상화’을 강조했었다. 경제를 활성화하고 민생 안정에 역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는 국정의 최우선 순위이다. 이는 총리실이 주도하고 있는 규제 개혁과 맥락이 닿아 있다. 기업 활력을 키우고 투자를 촉진해 꺼져가는 우리 경제의 엔진을 되살리는데 집중해야 한다. 기업 활동을 억압하는 모든 규제와 기업가들을 옥죄고 있는 족쇄를 풀어 그들의 역량을 이끌어내는 것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면서 불황의 늪을 탈출하는 길이다. 경기를 살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기업의 생산과 투자 활동이지, 금리 인하나 재정 확대로 돈을 푼다고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온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부문의 구조개혁도 핵심 과제다. 이는 우리 경제·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할 일이다. 그럼에도 이들 개혁 작업은 계속 지지부진이다. 공공부문의 핵심인 공무원연금 개혁은 사실상 반쪽 개혁에 그쳤고, 노동개혁은 노·사·정 대타협의 실패 이후 정부가 주도하고 나섰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가시밭길이다. 대한민국의 장래를 좌우하게 될 이들 개혁 작업을 더 강도높게 밀어부치지 않으면 안된다.이제 8월이 지나면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후반기로 접어든다. 이미 경제와 사회 모든 것이 엉망인 상태에서 제대로 된 국정 성과를 내지 못하면 레임덕은 피하기 어렵다. 이미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는 취임 초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있다. 조기 레임덕은 정부와 국민 모두의 불행이다. 박근혜 정부 임기 후반기의 국정 동력을 새로 추스릴 수 있느냐, 아니냐는 결국 황 총리가 앞으로 단기간내에 어떤 성과를 보이는 가에 달려 있다.

2015-06-18 17:39 사설

[사설] ‘상생 임금피크제’ 노동계는 받아들여야

정부가 어제 민간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1차 노동시장 개혁방안을 내놨다. 지난 4월의 노·사·정 대타협 결렬 이후 정부 주도의 노동개혁 조치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 고용절벽과 장년층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청·장년 상생고용 △원·하청 상생협력 △정규·비정규직 상생촉진 △노동시장 불확실성 해소 △노사파트너십 구축 등 5대 분야 36개 과제가 포함됐다. 우선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민간기업의 경우 조선·금융·제약·자동차·도소매 등 6개 업종과 상위 30대기업에 중점적으로 임금피크제를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원·하청 상생협력과 성과공유제 중소기업 등에 대한 세제및 재정 지원 등의 내용도 들어있다.임금피크제 도입은 불가피하고 절실한, 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에 틀림없다. 당장 내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정년이 60세로 연장된다. 이로 인한 기업의 부담 증가와 신규 고용 감소, 고용 시장 위축, 청년실업 확대는 불보듯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청년실업률은 10.2%로 1999년 이후 최고치였다. 60세 정년제는 청년실업을 더 심각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 정년연장이 가져올 세대간 갈등 해소를 위해서도 임금체계 개편이 다급하고, 정부는 노동시장 개혁을 더 강도높게 추진해야할 이유다.그런데도 노동계는 노사 합의없는 일방적 ‘개악(改惡)’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노총과 한국노총 모두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정년연장의 과실만 따먹고 청년고용 감소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고통 분담에는 눈감은, 제밥그릇 챙기기에 다름아니다. 그것이 곧 자신의 아들·딸들을 실업의 절망으로 몰아넣는 일임을 왜 모르는가.

2015-06-17 17:06 사설

[사설] 엘리엇 방어, 국민연금이 나서라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선 다음 달 17일의 합병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삼성물산의 삼성측 지분은 백기사로 나선 KCC 지분을 포함해 현재 19.8%다. 반면 엘리엇은 7.12%이고, 다른 외국인들의 지분은 26.7%다. 이들은 엘리엇 편에 설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10.15%의 삼성물산 지분이 합병 성사를 결정적으로 좌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국민연금의 결정은 국내 다른 기관투자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지분은 7.7%로 추정된다.이미 시장의 평가는 나와 있다. 합병 발표 이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는 급등한 반면, 엘리엇이 반대하고 나서자 떨어졌다. 양사의 합병이 사업 시너지를 강화해 주주 이익에 도움이 될것이란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무엇보다 이번 삼성의 합병이 무산될 경우, 우리의 수많은 다른 대기업들이 국제 투기꾼들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국내 30대그룹 계열 186개 상장사 가운데 외국인 지분이 대주주보다 많거나 비슷해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에 매우 취약한 곳이 25개나 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여기에는 삼성 뿐 아니라 현대차·LG·SK 등 국내 간판 대기업들의 계열사도 다수 포함돼 있다.국민연금은 우리 국민의 자산으로 국민 노후소득의 원천이기도 한 공공기금이다. 장기적인 운용 수익 극대화와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다. 국민들의 안정된 노후 보장을 위해서도 벌처 펀드의 ‘먹튀’에 따른 국부 유출을 막아야할 의무가 있다. 국민연금의 선택이 어느 쪽이어야 하는 지는 자명(自明)하다.

2015-06-17 17:06 사설

[사설] 메르스·가뭄 추경, 할거면 빨리 충분하게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면 가능한 한 빨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부총리가 추경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면서도 “6월 말까지 상황을 지켜보며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메르스 사태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추경 편성의 필요성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경기부양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서도 신속한 추경 편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게 경제계와 전문가들의 요구였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아직 이르다”는 미지근한 반응만 보여왔다. 이제라도 정부가 추경 편성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은 시장에 분명한 신호가 된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지금 메르스가 경제 전반에 주고 있는 충격도 크지만,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올해 40여년만의 극심한 가뭄이 지역 경제에 입히는 피해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적극적인 가뭄 대책 또한 어느 때보다 급한 실정이다.이런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재정지출 확대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 추경은 우선 시중의 유동성을 늘려 수요를 창출하고, 투자와 소비,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 경제가 2003년 카드사태, 2008년 금융위기 등을 비교적 잘 넘긴 것도 신속하고 과감한 규모의 추경 덕분이라는 데 별로 이론(異論)은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에서도 지난 2013년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 편성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67∼0.384%P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기왕에 추경을 편성한다면 선제적(先制的)이어야 하고 그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해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그리고 충분한 규모로 편성해 메르스와 가뭄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는 부문에 집중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별로 시간이 없다.

2015-06-16 16:15 사설

[사설] 우라늄 농축이 최우선 과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어니스트 모니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어제 워싱턴에서 ‘한ㆍ미 원자력협정’에 정식 서명했다. 지난 42년간 미국의 일방적 통제체제를 벗어나 호혜적(互惠的)으로 바뀐, 향후 20년간 적용될 신협정이다. 미국 의회의 심의가 순조로우면 연말께 발효될 전망이다. 새 협정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이 다른 나라에 고집해온,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골드 스탠더드(Gold Standard)’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한·미 양국은 원자력 연구·생산·이용에 있어 주권침해가 없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그동안 미국의 사전동의 규정에 따라 완전히 묶여 있던 우라늄 저농축과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을 통한 사용후핵연료 재활용의 길이 열린 셈이다. 사용후핵연료의 ‘조사(照射)후 시험’‘전해환원’ 등 핵심기술 연구를 국내에서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것이다. 핵물질이나 원자력 장비·부품의 제3국 이전도 가능하다. 우리의 독자적인 원전 수출이 보다 쉬워졌다.물론 농축과 재처리 기술개발의 모든 과정에서 자율성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주요 부분은 미국과 협의·합의를 거치도록 규정돼 있다. 이 ‘합의’를 위해서는 핵 비확산을 위한 신뢰 제고와 끊임없는 협상 노력이 필수적이다.앞으로 최우선 과제는 우라늄 농축이다. 사용후핵연료의 파이로프로세싱은 아직 실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반면, 농축기술 확보는 핵연료 자급을 위해 가장 시급하다. 전력의 30% 이상을 원전에 의존하는 우리에게 안정적 핵연료 공급이 에너지 안보, 또 국가 안보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2015-06-16 16:15 사설

[사설] 엘리엇 공격 국익차원 대응 절실하다

삼성을 공격하는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탐욕적 본색(本色)이 드러나고 있다. 처음 삼성물산 정관을 변경해 이 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등의 주식 현물 배당을 요구하면서 삼성전자까지 겨냥하고 잇따라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더니, 이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비율 조정을 주장하고 나섰다. 엘리엇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 ‘1 대 0.35’를 ‘1 대 1.6’으로, 삼성물산 가치를 무려 5배나 높일 것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전자·SDS·제일기획 등의 지분가치가 낮게 평가됐다는 논리다. 당연히 수용될 수 없다. 이 합병비율은 삼성이 우리 자본시장법의 상장사 간 합병비율 산정 기준에 따라 주식 가격을 근거로 결정된 것이다. 엘리엇의 집요한 공격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은 소송으로 계속 이어질게 분명하다. 그것이 엘리엇 특유의 전술이다. 한국 간판 기업 삼성 마저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양상이다. 단기 차익을 노리고 ‘먹튀’하려는 예사스런 헤지펀드, 일반적 기업사냥꾼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이 사안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는 것 같다.엘리엇이 위기에 처한 국가나 기업을 상대로 벌인 약탈적 행태의 악명(惡名)은 높다. 특히 아르헨티나 경제위기 때 가격이 폭락한 국채 4억달러 어치를 겨우 4800만달러에 사들여 10년 소송 끝에 아르헨티나를 디폴트 위기까지 몰아넣고 13억3000만달러를 받아낸 사례가 대표적이다.그뿐이 아니다. 2011년 최빈국 콩고 국채를 2000만달러에 사들인 뒤 보상 요구가 먹히지 않자 국유자산 4억달러를 압류, 결국 9000만달러를 회수했다. 당시 콩고에는 콜레라가 창궐했지만, 빈곤국을 돕기 위한 국제지원금까지 엘리엇 보상금으로 충당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미국의 유명한 탐사보도 기자인 그레그 팰러스트는 “누가 아프리카에서 어린 아이들이 죽게 만들었는지 아는가”라며 엘리엇의 냉혹함을 비난했다.엘리엇은 곤경에 빠진 기업들도 먹잇감으로 놓치지 않았다. 2005년 미국 오웬스코닝이 석면 공해로 사망한 일부 종업원들에 막대한 보상금을 지급해야할 처지에 놓이자, 이 회사를 사들인 뒤 보상금을 대폭 깎은 뒤 나중에 10억달러에 달하는 이익을 올렸다. 2009년에는 파산한 미국 델파이 채권을 달러당 20센트에 매입한 후 델파이가 GM 등 자동차 회사의 핵심 부품공급업체인 점을 악용해 회사 청산을 무기로 오바마 정부를 위협, 정부의 자동차산업 지원 펀드에서 12억9000만달러를 챙겼다. 합법의 허울만 썼을 뿐 최소한의 상도의도 찾아볼 수 없는, 위기를 틈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런 행태는 경제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하는 일임에 틀림없다.결국 엘리엇은 지금 삼성을 공격하는 단계이지만, 곧 한국 경제의 기반, 자본시장 시스템까지 흔들겠다는 본색을 드러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런데도 일각에선 우리 글로벌 기업 압축성장 과정의 태생적 한계인 지배구조 취약성을 탓하기만 한다. 삼성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대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나라 경제의 중대한 위협인데도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은 별 관심없이 허투루 보는 모습이다.엘리엇의 공격으로 만에 하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무산된다면, 그야 말로 전세계 벌처펀드(vulture fund)들이 우리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허점을 노려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빌미가 될게 뻔하다. 국익 차원의 대응으로 국부 유출을 막는 것이 정말 중요한 때다. 벌처펀드 공격에 우리 글로벌 기업이 당하지 않는다는 힘과, 국제 투기꾼이 한국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없음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2015-06-15 17:23 사설

[사설] 주식 가격제한폭 확대, 증시 실력 키울 기회다

주식 시장 가격제한폭이 15일부터 ±30%로 확대된다. 1998년 12%에서 15%로 늘린 뒤 17년 만의 규제 완화다. 증시에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거래 증가와 합리적 주가 형성으로 시장이 건전화될 것이라는 기대, 다른 한편으로는 가격 변동이 심해져 개인 투자자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걱정도 많다. 일리있는 지적이다.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 투자 리스크 또한 증대된다. 특히 우리 증시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금액 기준으로 절반이 훨씬 넘고, 코스닥 시장은 80%를 웃돈다. 일본 도쿄증시의 개인 비중 20%선과 비교해도 배 이상이다.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이들 개인들만 피해를 떠안을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주가하락을 예측한 기관과 외국인들이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지면 이를 되갚아 차익을 얻는 공매도(空賣渡)가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그럼에도 주가 조작을 위한 자금 동원의 규모가 커져 앞으로 작전 세력이 활개를 칠 소지는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를 더 기대할만 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무엇보다 주가 등락폭 제한은 시장을 왜곡시키는 중첩된 규제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증시는 주가가 급등락할 때 서킷브레이커 같은 변동성 완화 장치 말고 다른 규제가 아예 없다.우리 증시는 규모에 비해 변동성이 세계적으로 크다. 서킷브레이커나 사이드카 등 주가 급등락을 막는 장치 외에 가격 규제가 시장의 취약성을 키우고 시세 조종을 쉽게 하는 요인이다. 이번 가격 제한폭 확대는 우리 증시의 실력을 키울 중요한 시험대이다.물론 특별한 사유없이 등락이 심하거나, 주가 급변이 우려되는 종목에 대한 투자자 보호 차원의 시장감시 강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2015-06-14 17:34 사설

[사설] 황 총리 인준 거부, 야당의 끝없는 발목잡기

새누리당이 지난 주말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를 단독 채택한 데 이어 총리 인준 표결을 서두르고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완강한 반대로 난항이다. 여당은 단독 표결 방침까지 시사하고 있다. 정국이 갈수록 꼬이기만 하는 상황은 정말 답답하다. 야당 문재인 대표는 “의혹이 많은 데 자료 제출이 부실하고 청문회에서도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했다”며 “인준 불가”를 선언했다. 황 후보자의 총리 적격성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고, 우리 또한 그런 문제점은 결코 부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야당의 ‘불가론’은 공허하기 짝이 없다. 야당은 황 후보자에 대해 전관 예우나 병역 기피, 사면 로비 등 온갖 의혹들을 제기했지만, 기껏 자료 부실만 탓했을 뿐 청문회에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밝혀낸 게 없다. 야당의 끝없는 발목잡기, ‘반대를 위한 반대’의 상습적 행태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지금 메르스 사태로 모든 것이 올스톱된 국난(國難)의 상황인데도 국정은 공백이다. 지난 4월 27일 이완구 전 총리 사퇴 이후 50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의 총리 대행 체제는 아직도 정작 누가 메르스 사태의 컨트롤 타워인지 우왕좌왕이다. 국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해 있고, 사태 수습이 하루가 급한데 국회는 여전히 불감증이다. 당장 해야할 일은 팽개쳐 놓고 정쟁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법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벌써 법을 어기고 있는 지도 모르는 것 같다. 인사청문회법의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법정시한은 오늘이다. 하지만 여야는 아직 인준을 위한 본회의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지금 가장 급한 것은 국난 극복을 위한 국정 정상화이다. 하루빨리 총리 인준을 서둘러야 한다.

2015-06-14 17:33 사설

[사설] 금리 인하 다음 追更편성 이어져야

한국은행이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로 인하했다. 금통위가 가계부채 급증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메르스로 인한 경제 타격이 예상보다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조치에 다름아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앞으로 더 이상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이미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급격한 자본 유출의 가능성이 크고 보면, 우리도 방어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이 커질 게 분명하다. 더욱이 1100조원을 넘고 있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는 점에서도 그렇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금리 인하를 경기 회복의 모멘텀으로 삼아 경제 활력을 높이는 효과를 어떻게 극대화하느냐의 문제이다. 이번 인하 이전에 지난 해 8월과 10월, 올해 3월 잇따라 금리를 내렸음에도 최경환 경제팀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금리 인하가 엔저(低) 대응력을 키워 줄곧 감소하고 있는 수출의 활로를 어느 정도 틔우겠지만, 더 나아가 풀린 돈이 소비와 투자로 흘러들어야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내수·서비스산업 규제를 하루빨리 철폐하는 등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를 늘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도 뒤따라야 한다. 금리 인하는 보완적일 뿐, 재정 확대가 경기에 미치는 파급력이 훨씬 크고 투자와 소비 심리를 살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메르스 사태가 우리 경제에 예기치 못한 충격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루 빨리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 확대로 경기부양 효과의 시너지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2015-06-11 16:57 사설

[사설] 엘리엇 위법 없었나? 철저히 조사하라

삼성과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간 분쟁이 확전(擴戰)으로 치닫고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자사주 5.76%를 KCC에 팔기로 한 것은 불법이라며 이를 막기 위한 법적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어제 밝혔다. ‘의결권 가진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불법적 시도’라는 주장이다. 엘리엇은 지난 9일에도 서울중앙지법에 삼성물산을 상대로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즉각 반박했다. 자사주 매각은 사업 다각화와 시너지 제고 등을 달성하고, 외국 헤지펀드의 공격으로부터 회사 및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며,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한 적법 행위라는 입장이다. 엘리엇이 어떤 근거로 ‘불법’을 말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설명 또한 없다. 우리의 규정은 자사주 처분을 위한 이사회 소집과 결정만 적법하다면 별다른 제약이 없다. 그런데도 엘리엇이 소송을 거듭 제기하는 것은 삼성 측의 적극 대응으로 공격이 여의치 않자 장기소송전으로 기업을 계속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엘리엇은 과거에도 다른 나라에서 이런 행태를 반복하면서 이득을 취해 왔다. 앞으로 미국 법원이나 삼성물산 주식예탁증서(DR)가 상장된 영국 법원에도 잇따라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우리는 오히려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을 대량 취득하는 과정에서의 위법 행위 가능성을 더 주목한다. 엘리엇은 합병 반대 하루 전인 지난 3일 삼성물산 주식 339만여주를 사들여 지분을 4.95%에서 7.12%로 일시에 늘렸다. 이날 삼성물산 주식 전체 거래량의 80%가 넘는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 또는 담합으로 시세를 조작한 통정(通情)매매 등 불법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금융감독 당국은 이 부분부터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2015-06-11 16:56 사설

[사설] 초라한 '초이노믹스', 최경환의 정치복귀?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사흘간의 국회 청문회가 어제 끝났다. 병역 기피 의혹 등을 문제삼은 야당의 반대로 국회 본회의의 임명동의안 처리에 난항이 예상되지만 총리 인준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총리 취임 이후 메르스 사태가 잡혀가면 개각론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책임 추궁과 함께, 경제정책 운용 사령탑인 최경환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국회 복귀 전망이 지배적이다. ‘친박’(親朴)의 핵심 실세인 그가 내년 4월 총선에서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고, 그 스스로도 “내년 총선을 위해 조만간 물러나겠다”는 의중을 밝혀왔다고 한다.하지만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지난해 7월 그가 취임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그동안 최경환 경제팀이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보잘게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라 경제와 민생은 나쁜 쪽으로만 흘렀다. 처음의 기대는 컸다.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의 구원투수를 자임하면서 ‘초이노믹스’를 내세워 대대적인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지금 아무 것도 먹을게 없다.‘초이노믹스’는 한마디로 시장에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정책이었다. 부동산 담보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하고, 금리를 낮추면서 기업의 배당확대 및 사내유보금 과세 등으로 시장에 돈이 흘러가게 함으로써 소비를 진작시킨다는 방향이다. 최 부총리는 “지도에 없는 길도 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46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정책 패키지’ 등 재정 확대, LTV(주택담보인정비율)과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규제 완화,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이다.그러나 성적표는 초라하다. 성장과 수출, 내수, 물가 등 핵심 경제지표들은 악화일로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3%보다 추락한 2%대에 그칠 것이 확실하고, 수출은 올들어 계속 줄어들어 5월 감소율이 무려 10.9%에 이르렀다. 1분기 민간소비가 겨우 0.6% 늘어났는데 2분기에는 메르스 사태로 심한 위축이 불보듯하다. 소비자물가 상승율은 6개월째 0%대다. 지난 1년간 세차례 기준금리가 인하됐음에도 효과를 살리지 못했다. 주택 거래가 살아나는 듯 하지만, 전세가격이 폭등해 집값과 차이가 없어지자 아예 집을 사려는 수요로 옮겨간 것일 뿐 실속이 없다. 오히려 가계부채만 급격히 늘렸다.강력한 경기부양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되는 등 구조개혁은 굼뜨기만 하다. 다시 최 부총리는 “임금이 올라야 내수가 회복된다”며 기업에 임금인상을 압박하고 나섰다. 어느 것 하나 정책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니 이것저것 중구난방 찌르는 식이다. 혼란스러운 정책 방향에 경제 불확실성만 증폭됐다.물론 그도 할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유로존 위기 등에 따른 글로벌 침체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주었고, 연말정산 파동이 정책 추진력에 큰 타격을 입혔다. 무엇보다 국회가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의 발목을 잡아 주요 정책들이 실기(失機)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양적 완화를 내세워 지금까지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초이노믹스’ 실패는 별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지금 우리 경제는 다시 ‘메르스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 때보다 더 큰 후폭풍이 우려된다. 비상대책으로 휘청대는 민생을 구하고 경제 활력을 살리는 것이 가장 급한데 총체적 경제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역량과 리더십은 여전히 불안하다.

2015-06-10 18:37 사설

[사설] 원전 건설, ‘님비’에 휘둘릴 수는 없다

정부가 오는 2029년까지 강원도 삼척 또는 경북 영덕에 원자력발전소 2기를 신설키로 했다. 최종 입지는 2018년쯤 확정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같은 내용의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그 입지가 최대 걸림돌이다. 원전이 들어설 곳의 지방자치단체와 벌써부터 갈등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척과 영덕 두 곳 모두 문제다.특히 삼척의 반발이 심하다. 삼척은 2010년 원전 유치를 신청했고, 정부는 2012년 영덕과 함께 이곳에 원전 예정부지를 고시했다. 그런데 지난 해 새로 선출된 시장이 기정사실화된 원전 건설 계획을 뒤집겠다며 주민투표를 강행했다. 법적·절차적 정당성이 전혀 없는 이 반대투표에 많은 반핵·시민단체들이 가세해 여론을 부추겼다. 지난해 10월 주민투표에서 ‘원전 유치 반대 85%’의 결과가 나왔고, 삼척시는 원전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역이기주의를 앞세운 님비(NIMBY)현상에 다름아니다.영덕 또한 술렁거리고 있다. 원전 유치에 주민 의견이 무시됐다며 일부 시민·종교단체들이 나서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최근 군의회의 여론조사에서는 주민 59%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원전 입지를 둘러싼 소모적 갈등이 나라 안보의 핵심이자 경제·사회의 지속 발전에 필수적인 안정적 전력 공급 기반을 흔드는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열악한 부존자원과 제조업 중심 경제구조, 온실가스 감축의무 등을 고려할 때 원전 확충은 우리의 불가피한 선택이자 달리 대안도 없다. 국가 차원에서 원전을 유치하는 지역에 상응한 인센티브를 주어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역 사회의 신뢰를 얻을 방도부터 강구해 원전 건설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15-06-09 18:05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