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황 총리, 무너진 정부 신뢰 어떻게 세울 건가

사설
입력일 2015-06-18 17:39 수정일 2015-06-18 18:22 발행일 2015-06-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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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황 총리가 공식 취임했다. 야당의 반대로 진통은 있었지만 정상적인 국회 표결 절차를 거쳐 새 총리 체제가 출범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이로써 이완구 전 총리가 물러난지 52일만에 총리 공백상태가 해소됐다.

황 총리 앞에는 당장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가장 급한 것은 메르스 사태를 하루 빨리 종식시키는 일이다. 국내에서 메르스가 발병한 지 이미 한달이 지났지만 수습은 커녕 날로 확산되고 있다. 사회는 공포의 혼란에 빠져 있고 경제와 민생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힘들게 쌓아온 한국의 국제적 신인도 마저 큰 손상을 입었다. 메르스 사태의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계속 우왕좌왕해온 탓이다. 황 총리는 우선 메르스의 현장 일선에 나가 사태의 진상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대책 수립과 실행을 총괄 지휘함으로써 국정 리더십을 세우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 메르스 사태로 인해 우리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는 크게 무너졌다.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초기 대응 실패가 화를 키웠다. 늑장 대처도 모자라 정보를 통제하다 결국 뒤늦게 병원 정보를 공개하는 등 이후의 관리 대책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메르스 사망자와 환자 증가, 3차 유행 우려,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에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정부당국의 메르스 대책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8.9%로, ‘신뢰한다’는 응답(27.2%)의 2.5배를 넘게 나온 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국민과의 투명한 소통으로 땅에 떨어진 정부 신뢰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다.

황 총리는 후보자로 내정됐을 때 기자회견에서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 ‘비정상의 정상화’을 강조했었다. 경제를 활성화하고 민생 안정에 역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는 국정의 최우선 순위이다. 이는 총리실이 주도하고 있는 규제 개혁과 맥락이 닿아 있다. 기업 활력을 키우고 투자를 촉진해 꺼져가는 우리 경제의 엔진을 되살리는데 집중해야 한다. 기업 활동을 억압하는 모든 규제와 기업가들을 옥죄고 있는 족쇄를 풀어 그들의 역량을 이끌어내는 것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면서 불황의 늪을 탈출하는 길이다. 경기를 살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기업의 생산과 투자 활동이지, 금리 인하나 재정 확대로 돈을 푼다고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온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부문의 구조개혁도 핵심 과제다. 이는 우리 경제·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할 일이다. 그럼에도 이들 개혁 작업은 계속 지지부진이다. 공공부문의 핵심인 공무원연금 개혁은 사실상 반쪽 개혁에 그쳤고, 노동개혁은 노·사·정 대타협의 실패 이후 정부가 주도하고 나섰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가시밭길이다. 대한민국의 장래를 좌우하게 될 이들 개혁 작업을 더 강도높게 밀어부치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 8월이 지나면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후반기로 접어든다. 이미 경제와 사회 모든 것이 엉망인 상태에서 제대로 된 국정 성과를 내지 못하면 레임덕은 피하기 어렵다. 이미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는 취임 초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있다. 조기 레임덕은 정부와 국민 모두의 불행이다. 박근혜 정부 임기 후반기의 국정 동력을 새로 추스릴 수 있느냐, 아니냐는 결국 황 총리가 앞으로 단기간내에 어떤 성과를 보이는 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