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삼성 합병 반대해선 안된다

사설
입력일 2015-06-25 16:10 수정일 2015-06-25 16:11 발행일 2015-06-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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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SK C&C와 SK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서자, 앞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할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주식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두 회사의 합병비율이 최태원 회장 일가 지분이 많은 SK C&C에 유리해 SK의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수긍하기 어려운 논리다. 합병 비율은 임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기간별 주가를 평균해 산정토록 자본시장법에 못박혀 있다.

우리는 민간의 의결권위원회가 국민연금의 입장을 결정하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본다. 위원회의 구성원들부터 회사 합병과 같은 중대하고 민감한 경영 사안을 평가할만한 전문성이나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위원회는 정부와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단체에서 2명씩, 연구기관에서 1명을 추천해 9명으로 구성된다. 모두 직접적인 기업 경영과 무관한 사람들이다.

위원회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증대를 위한 ‘주주가치’를 의결권행사의 우선적 기준으로 삼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래의 주주가치는 현재의 계량적 지표로는 제대로 판단하기 힘들다. 게다가 합병 등은 시각에 따라 언제든 불공정 시비가 벌어질 수 있다. 전문성이 결여된 위원회가 일부 반(反)기업 시민단체들의 목소리에 휘둘릴 소지가 클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건에 대한 결정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삼성의 합병 사안은 SK의 그것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삼성은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방조한다면 국제 투기꾼의 ‘먹튀’를 돕고, 지배구조가 취약한 다른 국내 대기업들을 그들의 먹잇감으로 내모는 꼴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판단은 당연히 국민과 국가 이익을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