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정건전성도 경제활력도 놓친 내년 예산

내년도 정부 예산이 올해(375조4000억원)보다 3.0% 늘어난 386조7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정부는 어제 이같은 내용의 2016년 예산안을 심의·의결하고 11일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내년 예산안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10년의 2.9% 이후 가장 낮다. 그럼에도 내년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50조원 가량 많은 645조원대로 불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그 비율이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한 마지노선인 4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내년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예산이 21% 늘어나고, 보건과 노동을 포함한 복지예산 비중은 31.8%로 사상 최고치다. 국방예산도 4.0% 증액됐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이 6.0%,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은 2.0% 줄었다. 연구개발(RD) 예산도 겨우 0.2% 늘어나 사실상 동결됐다. 한마디로 일자리와 복지에 집중한 예산이다.SOC예산의 대폭 축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선심성 지역예산 요구가 밀려들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될 것을 염두에 둔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산업지원 예산이 줄고, RD예산도 거의 늘지 않은 것은 분명 문제다.결국 균형재정에 가까운 내년 예산안으로 불확실한 경제 여건에 대응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부진, 수출 감소, 소비 회복 지연 등으로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어느 때보다 재정의 역할 확대가 중요한 상황에 지나치게 보수적 예산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경기 활성화와 재정건전성의 균형점을 찾으려 고민한 예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스탠스로는 경제활력 회복과 재정건전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 놓칠 수 밖에 없다.

2015-09-08 15:56 사설

[사설] 사내유보금이 곳간에 쌓아놓은 돈인가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을 풀어 일자리를 늘리라는 야당과 노동계, 시민단체들의 요구가 거세다. 지난해 정부가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한데 이어,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사내유보금을 고용문제의 해법인 것 처럼 너도나도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연설에서 “1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 504조원의 1%인 5조원만 사용해도 비정규직 50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당대표도 “대기업 유보금의 1%만 풀어도 월 200만원의 청년일자리 30만개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기업들이 곳간에 돈을 쌓아만 놓고 고용창출을 도외시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그 배경인 것 같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는 주장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30대그룹 사내유보금은 약 683조원이다. 이중 현금성 자산은 118조원이다.하지만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이익에서 세금과 배당을 제외하고 남은 잉여금을 뜻한다. 상당 부분은 생산설비와 건물, 토지 등의 형태로 누적되고 일부 현금이 포함된다. 현금성 자산도 설비투자와 원재료, 부품 구입, 인건비, 차입금 상환 등을 위해 준비하는 금액이다. 쓰고 남아 쌓아놓은 여윳돈이 아닌 것이다.사내유보금으로 고용을 늘리라는 요구는 한마디로 무지(無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근본적으로 일자리는 생산력 증대를 위한 투자 확대의 결과로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내유보금을 풀어 억지로 고용을 늘리는 것은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오히려 기업의 투자 위축을 불러와 고용사정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2015-09-07 15:54 사설

[사설] 노동개혁, 결국 他律 밖에 길이 없나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와 함께 노사정이 대타협을 위한 논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한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 않은채 계속 공전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합의 시한으로 못박은 10일까지 겨우 사흘 밖에 남지 않았는데 정부와 노동계의 대립으로 여전히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정부 주도의 타율에 의한 노동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노동계는 정부의 압박에 대해 협상 결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개혁의 핵심 사안인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서는 일단 정부가 장기 과제로 돌려놓았음에도, 단기적인 최우선 과제인 임금피크제 도입을 비롯해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파견근로 업종 확대, 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등에 대한 노동계 반발이 크다. 특히 정부가 공공기관 임금피크제를 밀어붙이자, 김동만 노총 위원장은 “신뢰가 깨진 것으로 절대 용인할 수 없다”며 발끈하고 나섰다.이런 식이라면 노사정 합의를 통한 노동개혁은 물건너 갈수 밖에 없다. 최 부총리가 “공공기관 임금피크제는 노사정 타협 대상이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노사정 타협은 시간을 더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라며 거듭 강경하게 나온 것도 그런 상황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위는 어제도 ‘노동시장 구조개선 토론회’를 열어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등 주요 쟁점들에 대한 의견 접근에 나섰지만, 정부와 노동계는 여전히 팽팽히 맞선 채 평행선을 그렸다.갈곳 없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사회 갈등구조인 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으로 우리 경제 회생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노동개혁의 당위성, 또 그것이 당면한 최대 현안임은 더 설명이 필요치 않다. 노동계 또한 이같은 대의(大義)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상생의 대타협을 통한 개혁의 추진이 가장 바람직한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더 이상 머뭇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노동계의 대승적 결단이 없다면 결국 정부가 결단할 수 밖에 없지 않나.

2015-09-07 15:53 사설

[사설] 전문직·자영업자 탈세 빈틈없이 색출해야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들의 탈세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세청이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에 제출한 ‘고소득 자영업자 세무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의사, 변호사, 예식장 및 룸살롱 경영자 등 전문직과 고소득 자영업자 870명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1조51억원의 소득탈루를 적발했다. 지난 2010년 4018억원의 2.5배나 되는 금액으로, 이들이 자진신고한 소득은 1조3296억원에 그쳤다. 100원을 벌면 43.1원은 뒤로 빼돌리고 나머지 56.9원만 소득으로 신고한 것이다. 1인당 소득탈루 금액만 평균 11억5500만원에 이르렀다. 국세청은 또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서, 이들 가운데 의사·변호사·세무사·회계사 등 전문직 270명의 경우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탈루액 비중인 소득적출률이 32.9%였다고 밝혔다. 100원을 벌면 77.1원의 소득만 신고하고 나머지 32.9원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숨겼다는 의미다. 1인당 누락한 소득은 평균 9억7000만원 수준이다.이들의 수법은 고객들에 영수증없이 현금결제토록 하고 소득에서 빼돌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같은 현금거래를 현장에서 일일이 적발할 수 없으니 항상 ‘빙산의 일각’만 드러나고, 캐면 캘수록 더많은 탈세가 드러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들의 소득탈루가 문제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들에게서 만연한 소득탈루는 지하경제의 온상으로, 공평과세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수 없는 사안이다. 이들로부터 세금을 제대로 거두기만 해도 국가의 세수부족을 상당 부분 보전하고 성실납세자들의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 과세 당국은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소득탈루에 대한 빈틈없는 검증과 조사능력을 높여 지속적으로 색출하고, 철저한 세금 추징과 처벌로 조세정의를 실현하는데 최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015-09-06 15:44 사설

[사설] 한국 경제 성장률 2%선 마저 무너지나

한국 경제의 3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2%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악을 기록할 것이라는 암담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가 해외 투자은행(IB)들의 분석을 집계한 결과 평균 2.4% 성장이 전망된 가운데,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2.1%, 시장조사기관인 IHS이코노믹스는 2.0%까지 내려잡았다. 사실상 2% 성장도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들의 전망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어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1년전 해외 IB들의 올해 3분기 한국 경제 성장 전망은 4%였지만 줄곧 추락했다.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탓에 더 낮아질 가능성도 크다.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이 올들어 8개월때 계속 감소되고 있는데다 되살아날 기미마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지난 8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7%나 줄어 6년만에 최악이었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기부진과 엔저(低), 유가하락, 미국의 금리인상 예고 등이 한꺼번에 겹쳐 신흥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한 것이 한국 경제를 먹구름 속에 몰아넣고 있다.결국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2% 성장을 기대하기 난망인 상황이다. 1분기 2.4%, 2분기 2.2%의 저조한 실적에 이어 3분기와 4분기에 더 가라앉게 되면, 정부가 방어에 총력을 쏟고있는 3% 성장은 이미 물건너갔고 자칫 2%선도 무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경제는 이제 장기 저성장의 엄중한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과거 겪어보지 못했던 이같은 도전을 이겨내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저앉을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2015-09-06 15:43 사설

[사설] 신흥국發 디플레 위기에 대한 경고

세계 경제가 미국발 금융위기(2008~2009년)와 유럽 재정위기(2011~2012년)에 이어 다시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적 자산운용업체인 피델리티의 최고투자책임자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기고한 내용이지만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요지는 신흥국들의 외환시장 혼란으로 위기의 방아쇠가 당겨진데 이어, 중국이 단행한 위안화 평가절하가 불에 기름을 붓듯 세계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자원수출국을 중심으로 신흥국 통화는 급락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통화가치가 17년만에 최저로 떨어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 통화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로 자금이 빠져나간 것도 큰 악재였다.FT는 세계 107개 신흥국의 통화가치 변화와 교역량을 조사한 결과, 통화가치가 1% 떨어질 때마다 연간 수입물량은 0.5% 줄어들고 수출량은 전혀 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디플레로 가격하락 압력만 커지고 신흥국의 공급이 감소된다는 얘기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달러 강세는 신흥국의 저성장과 저물가를 가속시킬 가능성이 크다.우리 경제 또한 저물가·저성장의 디플레에 직면하고 있다. 올해 3% 성장은 사실상 어렵고, 물가 또한 5분기 연속 0%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디플레는 자산가치의 붕괴를 불러오고, 다시 물가 하락, 소비와 투자 위축에 따른 경기 추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정책 당국이 어떤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2015-09-03 16:19 사설

[사설] 한중FTA 비준 더 미룰 일이 아니다

한중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가 다시 국회에서 발목이 잡히고 있다. 지난달 말 여당이 외교통일위원회에 비준동의안을 단독 상정하자 야당이 크게 반발하고 나선 까닭이다. 야당은 한중FTA특별위원회 구성과 함께 농어업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 무역이득공유제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중FTA는 지난해 11월 양국 정상이 타결을 선언하고 지난 6월 1일 정식 서명했다. 지금 중국 경제가 부진하지만 여전히 인구 13억의 거대 시장을 우리가 선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고, 그동안 우리 경제에 대한 효과 분석도 수없이 이뤄졌다. 야당이 이제와서 철저한 검증이니, FTA특위니 하면서 비준에 제동을 거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한중FTA가 발효되면 즉시 958개 품목의 관세가 없어지고 중국 수입관세가 1.5%포인트 인하된다. 청와대는 발효시기가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수출에서 13억5000만달러, 수입에서 13억40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FTA 발효 이후 10년간 국내총생산(GDP) 0.96% 추가 성장과 소비자후생 146억달러의 개선이 기대되고 5만3000여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란 전망도 나와있다.물론 한중FTA로 농어업이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시중 농산물 대부분이 값싼 중국산으로 넘쳐나는데, 수입관세마저 없어지면 우리 농산물이 완전히 설땅을 잃게될 우려도 크다. 피해를 방지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구조조정과 지원대책의 조기 수립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에만 매달려 우리 경제 큰 틀에서의 이득을 놓친다면 이보다 더 어리석은 일이 없다. 더구나 한중FTA는 쌀을 완전히 제외했고, 기타 농수산물은 품목수 기준 70%, 수입액 기준 40%만 개방키로 했다. 다른 개방분야는 상품·서비스·투자·금융·통신·전자상거래·엔터테인먼트 등 경제 전반을 포괄한다.그렇지 않아도 가라앉고 있는 우리 경제의 돌파구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한중FTA를 통한 중국시장 선점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더 이상 국회 비준을 미룰 일이 아니다. 조속한 처리가 급선무다.

2015-09-03 16:19 사설

[사설] '롯데국감' '삼성국감'… 이래도 되나

오는 10일 시작되는 국정감사의 증인 신청 문제를 놓고 여·야가 다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야당은 문제있는 재벌기업 총수들을 대거 불러 증인석에 앉히겠다는 기세이고, 여당은 “정치 공세용 무분별한 증인 채택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상임위마다 경쟁하듯 총수들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국감 증인 채택 1순위는 단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정무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위, 기획재정위 등이 각각 지배구조, 골목상권 침해, 면세점 독과점 문제를 따지겠다고 나섰다. 이번 국감은 ‘롯데국감’이 될 것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정무위와 보건복지위에서 거론된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땅콩회항’과 학교앞 호텔건립 문제로 산업위,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출석을 요구받고 있다. 야당은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도 소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여당은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해 증인을 최소화하고 중복 신청됐을 경우 어느 한 상임위에서만 질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막무가내다.이같은 총수 소환이 기업 길들이기를 겨냥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총수들을 불러 증언을 듣기는 커녕 고압적인 호통이나 윽박지르기로 일관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게다가 증인 신청을 무기삼아 기업에 지역구 민원이나 친인척의 취업문제 해결을 압박하고 후원금을 요구하는 행태가 공공연한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법에 규정된 국감 대상은 국가기관, 특별시·광역시·도 등이다. 국정에 대한 감시는 겉핥기로 넘어가면서, 기업인들을 무차별로 불러세워 망신주고 기업들의 피로감만 높이는 국감은 경제활력까지 갉아먹는 중대한 해악이다.

2015-09-02 15:06 사설

[사설] ‘經熱’ 이어 ‘政熱’ 확인한 한중정상회담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중국에 도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등 한반도 문제와 동북아 정세, 한중일 3국 체제 등과 관한 협력을 논의했다. 양국 정상간 회담은 이번이 여섯번 째이고, 또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은 한미동맹의 부담을 감안할 때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고 보면 회담의 의미는 각별하다. 전승절에 참석하는 정상 가운데 박 대통령이 유일하게 시 주석과 특별오찬까지 가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 회담의 성과는 북핵 등과 관련한 양국간 정치·안보협력의 의지를 확인한 것을 첫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북핵 문제 해결과 함께 통일을 목표로한 남북간 신뢰프로세스를 진전시키려면 중국을 지렛대로 삼지 않을 수 없고, 중국 또한 한국과의 밀접한 관계로 동북아에서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려는 의도인 만큼 서로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다.사실 양국은 2008년 최고 수준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맺었으나, 그동안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우선해왔다. 양국간 교역액이 지난해 2354억달러에 이르고 인적 교류는 연간 1000만명을 넘어섰지만, 북한 관련 사안에서는 우리와의 갈등이 적지 않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그러한 ‘경열(經熱)’에 이어, 정치분야 협력이 업그레이드되는 ‘정열(政熱)’의 관계 진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된것이다.양국 정상은 또 우리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 및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을 통한 협력 방안도 협의했다. 경협 분야를 지역협력 모델로 보다 심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우리는 능동적인 동북아 외교의 지평을 넓힌 성과도 거두었다. 공고해진 중국과의 정치·안보협력을 더욱 확장해 여전히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는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고, 남북 긴장완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에 대한 협력을 담보하는 일이 과제이다.

2015-09-02 15:06 사설

[사설] 수출 최악 위기, 특단의 대책이 급하다

우리 수출에 초비상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발표한 ‘8월 수출입동향’에서 지난 달 수출은 393억25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4.7%나 줄어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만에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8개월째 연속 감소로, 역시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1월이후 1년간 계속된 수출 마이너스 기록까지 깰 전망이다. 한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수출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유가 하락, 엔저, 중국 경기부진 등 악재들이 한꺼번에 겹친 탓이다. 주력 품목 대부분 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석유관련 제품이 유가 하락으로 수출액이 30%나 줄고 있고, 자동차·철강·가전 등도 부진을 면치 못하기는 마찬가지다.문제는 앞으로의 전망은 더 어둡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우리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시장인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 감퇴, 중국 내수시장의 한국제품 수요 위축,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과의 경쟁 격화로 충격의 강도는 더 커질수 밖에 없다. 중국은 벌써 석유화학·철강·자동차 등에서 한국의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게다가 공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로 우리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수출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제조업 성장력 제고와 차세대 유망 품목 육성을 위한 RD(연구개발) 투자,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활성화를 위한 무역금융 확대, 시장 다변화 등 그동안 여러 방안이 나오기는 했지만 원론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새로운 핵심기술의 확보,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통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

2015-09-01 15:42 사설

[사설] 역외탈세, 이번 기회에 확실히 뿌리뽑아야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6개월간 국내 거주자와 법인이 미신고한 해외소득과 재산을 자진신고할 경우 처벌을 대폭 면제해주기로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어제 이같은 내용의 합동담화문을 발표했다. 기한내 자진신고한 뒤 세금을 내면 과거 신고의무 위반이나 세금미납에 따른 처벌을 면제하고 형사적 관용도 베푼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가 역외탈세를 근절하고 조세정의와 공평과세를 실현하는 확실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역외소득과 재산은 과세의 사각(死角)지대였다. 세원이나 탈세의 단서를 파악하기가 어려웠고, 근거를 확보해도 상대국 정부에 정보제공을 요청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가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한국과 미국간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이, 2017년에는 영국 등 50여개국과의 다자간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이 발효되면서 외국 소재 금융기관이 보유한 한국 거주자 및 법인의 소득을 비롯한 모든 금융계좌정보를 국세당국이 공유하게 된다. 여기에는 역외탈세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케이만제도,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처 정보도 포함된다. 우리 당국이 역외탈세를 막을 강력한 무기를 갖게된 것이다.특히 조세회피처가 문제다. 대부분 해외자산 은닉, 탈세, 비자금 조성 등의 경로로 악용되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 2007년 이후 국내 기업들이 조세회피처에 묶어두고 있는 자금이 186조원(1583억달러)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역외탈세 혐의자 211명을 조사해 1조2000여억원을 추징했지만, 이렇게 적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탈세는 중대 범죄다. 과세 형평성을 저해하고, 세수부족을 일으켜 제대로 세금을 내는 선량한 납세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사회적 악(惡)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보다 촘촘한 그물망을 짜고, 역외탈세를 남김없이 추적해 이를 반드시 뿌리뽑아야 한다.

2015-09-01 15:42 사설

[사설] 朴대통령 訪中, 북한문제 주도 계기되기를

박근혜 대통령이 2일부터 사흘간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위해 방중한다. 이번 중국 방문이 어느 때보다 주목되는 것은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또 미국의 동맹 및 우방국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의 ‘군사굴기’를 과시하는 열병식까지 참관한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 기류를 감안할 때 파격적이다. 적지 않은 외교적 부담에도 이런 결단을 한것은 보다 긴밀한 한중관계를 바탕으로 동북아 외교의 입지를 넓히고, 특히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우리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최근 북중관계가 악화되고는 있지만, 중국에 있어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변함이 없고 중국은 아직도 북한의 정치·경제적 후견(後見) 국가이다. 한반도 정세관리에 있어 중국은 핵심적인 지렛대인 것이다.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 결정도 그런 상황 인식에서 내려졌을 것이다. 그런 만큼 박 대통령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보다 진전된 수준의 한중 정상간 협의를 통해 북핵 해결의 전기를 마련하고, 남북관계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이끌어내야 하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남북간 8·25합의로 군사적 긴장 해소와 함께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음에도 북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관계 개선에 나설지 의문이라는 점에서 그렇다.박 대통령의 방중 외교는 오는 10월1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진다. 우리 외교와 대외관계의 중심축은 여전히 한미동맹이다. 진전된 한중관계를 바탕으로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우리가 주도하는 남북관계 개선에 미국의 공조와 확실한 지지를 담보하는 것 또한 최우선적인 과제다.

2015-08-31 16:07 사설 기자

[사설] 노동개혁, 재계·노조 相生의 해법찾아야

경제 5단체가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노동개혁에 대한 재계 입장을 내놓았다.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했지만 협의가 제대로 진전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법제도 차원의 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한 내용이다. 해고 규제 및 파견근로 규제의 대폭 완화, 직무성과급제 중심의 임금체계 개혁 등이 골자다. 재계는 노조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호응한다면 ‘청년고용 절벽’ 완화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재계의 이같은 주장은 저성과자나 근무불량자들을 언제든지 내보낼수 있는 ‘일반해고 지침’,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근로자 동의를 받도록한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 정부·여당이 한발 물러서고 있는데 대한 위기감의 반영으로 보인다. 이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재계의 우려처럼 기업 경쟁력의 추락과 고용창출 기반의 약화가 불보듯 뻔하다.이들 쟁점이 노동개혁의 핵심이고 당위성 또한 큰것이 사실이다. 엄격한 해고규제로 능력이나 성과와는 무관하게 고용이 보장되고, 해마다 호봉이 올라가는 제도가 결국 기득권 근로자를 과도하게 보호함으로써 기업이 정규직 채용을 꺼려 청년들의 괜찮은 일자리 진입 기회를 줄이고 있다. 게다가 정년연장으로 기업의 인력 배출 출구가 막혀 청년채용의 여력을 줄이고 있는 현실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이는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정부나, 지속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직된 노동시장의 최대 피해자가 미취업 청년, 비정규직 근로자들이고 보면, 엄연한 경제주체의 하나인 노동계 또한 상생(相生)의 해법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재계의 요구가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이 결코 쉽지 않은 난제(難題)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노동개혁은 더 미룰수 없는 당면 현안이다. 재계가 앞장서 막대한 사내유보금의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차별 해소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이유다.

2015-08-31 16:06 사설

[사설] 가산금리 올려 수익 챙기는 은행들

국내 은행들이 지난 2년간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25%포인트(2.75%→1.5%)나 떨어졌는데도 가산금리를 올려 일정 수준의 이윤을 유지해왔다고 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인 코픽스 금리가 43개월째 하락했지만 지난 7월의 만기 10년이상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 2.98%에서 가산금리분은 1.13%로 2년전에 비해 0.22%포인트 높아졌다는 것이다.은행들이 기준금리 하락에 따른 예대(預貸)마진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려 수익을 보전해왔다는 얘기다. 은행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자수입이 줄어들자 고객들에게 손실을 떠넘기는 것에 다름아니다. 가산금리는 은행 마음대로 결정하고 있다. 은행들은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개인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커져 신용등급이나 거래실적 등을 감안한 가산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이미 큰 폭으로 낮아졌는데도 거꾸로 가산금리를 올리는 것은 정책금리 인하를 통한 실물경제 진작효과를 감쇠시키고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국내 은행들이 예대업무 중심의 단순한 영업구조로 국내에서 ‘땅짚고 헤엄치기식’의 이자 장사에만 치중하고 있는 탓이다. 이런 후진적 관행이 새로운 금융환경 및 수요에 둔감하게 만들고,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는 한계가 지적되어온 것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결국 은행산업의 고질적 문제점인 담보 위주 여신, 국내 시장 빼앗기식의 우물안 영업, 이자수익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관행을 시급히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과 사업 다각화로 비(非)이자수익의 비중을 높이지 않으면 안된다.

2015-08-30 16:36 사설

[사설] 9월 정기국회, 개혁 입법 마지막 기회다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내일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을 비롯해 쟁점 법안들을 둘러싸고 여·야가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어 벌써부터 짙은 먹구름이 끼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개혁 법안,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관광진흥법·국제의료지원법 등 3대 법안 등을 반드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로 맞불을 놓으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예산안과 관련해서도 법인세율 인상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을 공언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차별화 전략에 다름아니다.여기에 국가정보원 등의 특수활동비 문제가 불거져 8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를 파행으로 몰고 가면서 정기국회의 발목까지 붙잡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갈 길은 바쁜데 다급한 핵심 법안마다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심한 진통이 예고되는 상황인 것이다.지금 가라앉고 있는 한국 경제 회생의 전기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노동을 비롯한 4대 개혁의 완수, 3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서비스산업기본법과 관광진흥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통한 경제구조의 혁신임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반(反)기업의 프레임에 매몰된 야당은 사사건건 재벌 대기업에만 특혜를 주는 입법이라며 이분법적 갈등구조를 부추기고 있다.정기국회가 끝나면 바로 내년 20대 총선 정국에 들어간다. 국회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이번 회기가 사실상 마지막이고, 이 기간을 허송세월하면 개혁과 경제활성화 입법은 물건너갈 수 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 박근혜 정부 후반기의 국정 동력 또한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개혁을 위한 핵심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여당의 비상한 각오가 요구된다.

2015-08-30 16:35 사설

[사설] 남북 해빙 성급한 기대는 금물

청와대가 남북 고위급의 ‘8·25 합의’ 이후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자 “협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어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도 “추석을 계기로한 이산가족 상봉 방안과 일정을 협의했을 뿐, 5.24조치 해제및 금강산 관광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고 정부의 기본 입장 변화도 없다”고 민경욱 대변인은 전했다. 청와대의 신중한 대응은 옳은 방향이다. 8·25 합의를 통해 북의 지뢰도발에 대한 유감 표명을 얻어내고 당국 회담, 이산가족 상봉, 민간 교류 활성화 등을 추진키로 했지만, 과연 북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실천에 나설지 전혀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첫 시험대가 이산가족 상봉 행사다.무엇보다 북은 그동안 남북간, 또 국제사회와의 수많은 합의를 파기한 전례가 많다. 1994년 북미간 제네바 합의를 통해 핵 동결과 관련 시설 해체를 약속했지만, 2002년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공개했고 2005년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6자회담에서 핵무기를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기로 했으나 세 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서로 무력사용을 자제하자고 해놓고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등의 도발을 거듭했다. 최근만 해도 2013년 9월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다가 행사 직전 일방적으로 무산시켰다.아직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북이 언제든지 합의를 파기하면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우리가 성급하게 미리 5·24 조치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가능성을 앞서 거론하고 미리 기대를 표출하는 것은 북측과의 협상력만 떨어뜨릴 뿐 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일이다. 북의 진정성을 충분히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2015-08-27 15:57 사설

[사설] 기업인 망신주기 국감 또 되풀이할 건가

오는 9월 10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또다시 대기업 총수 등 기업인들을 대거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할 움직임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모두 ‘문제있는 총수는 국감 증언대에 세우겠다’며 명단 선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거론되고 있는 기업인들은 많다. 최근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을 여·야가 함께 벼르고 있고, 올해 초의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중앙대 특혜에 대한 뇌물 혐의로 기소된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얘기도 나온다. 그밖의 다수 기업인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이름이 오르고 있다.국회의 국정감사는 정부의 독주를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한 것이다. 시장의 감시를 받는 민간 대기업의 총수를 부르는 것은 국감 본연의 취지에 어긋난다. 꼭 필요하다면 문제를 일으킨 기업인들을 불러 추궁할 수는 있다 하더라도, 그동안 수많은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소환한 국감이 과연 국정에 대한 감사인지 기업을 손보기 위한 자리인지 모를 지경인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무엇보다 실무 담당자도 아니고 경영에 분초(分秒)를 쪼개쓰는 총수나 기업 대표들을 정작 불러놓고는 장시간 기다리게 한 후 아예 질문 조차 않거나, 겨우 몇 마디 답변을 듣는 국감이 그간의 행태였다. 심지어 제대로 설명할 기회는 막고 고압적인 호통으로 윽박지르면서 죄인 다루듯 기업인 망신주기로 일관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기업인들을 국감 증인으로 불러내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반드시 사라져야할 악습을 이번에도 되풀이하려는가.

2015-08-27 15:57 사설

[사설] 한노총 노사정 복귀, 대승적 고통분담을

한국노총이 4개월여 만에 노사정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 대화 복귀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한노총은 그러나 지난 4월 대화 결렬의 이유로 삼았던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의 거부 입장에서는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한노총의 대화 복귀는 정부·여당이 이들 두 사안을 ‘대화와 합의로 추진한다’는 선언적 중장기 과제로 미루겠다며 명분을 만들어준데 따른 것이다. 노사정 대화가 다시 이어지게 됐음에도 제대로 결실을 만들어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정부·여당이 ‘합의’에 매달린 나머지 노동개혁의 핵심인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을 양보했지만, 나머지 주요 과제들에서도 정부와 노동계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파견업종 확대, 근로시간 단축,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 해소 등의 현안이 그렇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둘러싼 노동계의 반발도 크다.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을 초청한 오찬 자리에서도 노동개혁을 특별히 강조하면서 국가 경제와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해결하도록 당부했다. 정부·여당은 연말까지 노사정 대타협과 노동개혁 입법을 마무리하는데 최대한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지만 이같은 이견으로 갈등은 불가피하다.어떻게든 올해 안에 노동개혁을 매듭짓지 못하면 내년 총선의 정치 일정상 결국 물건너갈 공산이 크다. 이는 갈곳없는 청년들을 더욱 절망으로 몰아넣는 일이다. 한노총이 대화 복귀 후에도 합의를 내세워 생산적 논의를 진척시키기보다는 시간끌기식으로 버틴다면 결국 대타협은 어려워진다. 최경환 부총리가 “노사정 대타협의 진전이 없으면 정부가 조치할 것”이라고 노동계를 압박하고 나선 것도 그런 우려 때문일 것이다. 다급한 노동개혁을 위해 어느 때보다 노동계의 고통분담을 위한 대승적 양보가 요구된다.

2015-08-26 16:02 사설

[사설] 남북 고위급 상시 대화채널 구축해야

정부가 8·25 남북 합의사항의 실행을 위한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우선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 준비를 시작했고, 당국 회담의 체계화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이명박 정부 이래 지속되어온 남북대결 상태가 대화 국면으로 바뀌는 계기를 마련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만큼 지속적인 대화의 추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시적인 고위급 대화 채널을 하루빨리 복원하는 것이 급선무다. 남북은 합의문의 첫 조항으로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내에 당국 회담을 개최한다’고 명시했지만 대화 창구는 결정되지 않았다. 이번처럼 ‘2+2’ 형식, 또는 장관급 회담이 조속히 이뤄지고 회담의 정례화를 담보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경제협력과 민간교류 확대도 중요하다. 이는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조치의 해제 및 금강산 관광 재개와 직결된 사안이다. 이번 남북 접촉에서 이 문제에 대해 특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한은 그동안 꾸준히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해왔다. 당국 회담의 중심 의제가 되겠지만 북의 사과와 재발방지에 대한 분명한 약속이 선결되어야 한다.이제 남북 대화는 겨우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무엇보다 역대 정부에서도 많은 남북 합의가 이뤄졌으나 제대로 이행된 적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하다. 이번 합의도 북이 미사일 발사나 추가 핵실험으로 또다시 도발을 감행한다면 휴지조각이 될수 밖에 없다.모든 것이 북의 태도 변화, 진정성있는 합의 내용 실천에 달린 것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그러한 바탕 위에서 진척될 수 있다. 도발의 중단이 전제인 것이다. 그래야 전향적인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도 가능하다.

2015-08-26 16:01 사설

[사설] 포스코 5개월 수사, 도대체 뭘 건졌나

검찰이 5개월 넘게 매달려온 포스코 수사가 마무리 단계다. 검찰은 지난 3월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과 이명박 정권 실세들의 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다음 주 정 전 회장의 소환 조사후 불구속 기소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동안 검찰은 포스코 전·현직 임원 9명, 협력업체 대표 3명 등 12명을 구속했으나 당초 겨냥했던 정 전 회장 등의 비리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한채 수사의 동력을 상실했다. 정 전 회장과 연결된 비리의 배후로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과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을 지목해 수사력을 집중했지만,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됐다. 검찰 수사의 무능 탓이 아니라면, 애초 무리한 수사였다는 얘기다.비리를 뿌리뽑겠다며 포스코건설 본사와 협력업체 10여곳을 압수 수색하고, 100여명의 임직원을 무차별 소환 조사한 결과가 겨우 변죽만 울리는데 그친 꼴이다. 한마디로 하명(下命)수사, 표적수사의 문제점만 고스란히 드러내고 말았다.뚜렷한 범죄 사실을 밝혀내지도 못하면서 몇달째 먼지털기식으로 피로감만 높인 수사로 인해 포스코는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철강기업의 이미지와 신뢰는 추락했고, 투자와 해외 합작사업 등이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로 경영역량만 크게 손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수사였는지 알기 어렵다.

2015-08-25 15:55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