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정건전성도 경제활력도 놓친 내년 예산

사설
입력일 2015-09-08 15:56 수정일 2015-09-08 16:31 발행일 2015-09-0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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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정부 예산이 올해(375조4000억원)보다 3.0% 늘어난 386조7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정부는 어제 이같은 내용의 2016년 예산안을 심의·의결하고 11일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내년 예산안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10년의 2.9% 이후 가장 낮다. 그럼에도 내년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50조원 가량 많은 645조원대로 불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그 비율이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한 마지노선인 4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내년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예산이 21% 늘어나고, 보건과 노동을 포함한 복지예산 비중은 31.8%로 사상 최고치다. 국방예산도 4.0% 증액됐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이 6.0%,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은 2.0% 줄었다. 연구개발(R&D) 예산도 겨우 0.2% 늘어나 사실상 동결됐다. 한마디로 일자리와 복지에 집중한 예산이다.

SOC예산의 대폭 축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선심성 지역예산 요구가 밀려들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될 것을 염두에 둔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산업지원 예산이 줄고, R&D예산도 거의 늘지 않은 것은 분명 문제다.

결국 균형재정에 가까운 내년 예산안으로 불확실한 경제 여건에 대응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부진, 수출 감소, 소비 회복 지연 등으로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어느 때보다 재정의 역할 확대가 중요한 상황에 지나치게 보수적 예산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경기 활성화와 재정건전성의 균형점을 찾으려 고민한 예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스탠스로는 경제활력 회복과 재정건전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 놓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