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 해빙 성급한 기대는 금물

사설
입력일 2015-08-27 15:57 수정일 2015-08-27 16:00 발행일 2015-08-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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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남북 고위급의 ‘8·25 합의’ 이후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자 “협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어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도 “추석을 계기로한 이산가족 상봉 방안과 일정을 협의했을 뿐, 5.24조치 해제및 금강산 관광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고 정부의 기본 입장 변화도 없다”고 민경욱 대변인은 전했다.

청와대의 신중한 대응은 옳은 방향이다. 8·25 합의를 통해 북의 지뢰도발에 대한 유감 표명을 얻어내고 당국 회담, 이산가족 상봉, 민간 교류 활성화 등을 추진키로 했지만, 과연 북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실천에 나설지 전혀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첫 시험대가 이산가족 상봉 행사다.

무엇보다 북은 그동안 남북간, 또 국제사회와의 수많은 합의를 파기한 전례가 많다. 1994년 북미간 제네바 합의를 통해 핵 동결과 관련 시설 해체를 약속했지만, 2002년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공개했고 2005년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6자회담에서 핵무기를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기로 했으나 세 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서로 무력사용을 자제하자고 해놓고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등의 도발을 거듭했다. 최근만 해도 2013년 9월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다가 행사 직전 일방적으로 무산시켰다.

아직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북이 언제든지 합의를 파기하면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우리가 성급하게 미리 5·24 조치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가능성을 앞서 거론하고 미리 기대를 표출하는 것은 북측과의 협상력만 떨어뜨릴 뿐 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일이다. 북의 진정성을 충분히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