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흥국發 디플레 위기에 대한 경고

사설
입력일 2015-09-03 16:19 수정일 2015-09-03 17:14 발행일 2015-09-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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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미국발 금융위기(2008~2009년)와 유럽 재정위기(2011~2012년)에 이어 다시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적 자산운용업체인 피델리티의 최고투자책임자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기고한 내용이지만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요지는 신흥국들의 외환시장 혼란으로 위기의 방아쇠가 당겨진데 이어, 중국이 단행한 위안화 평가절하가 불에 기름을 붓듯 세계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자원수출국을 중심으로 신흥국 통화는 급락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통화가치가 17년만에 최저로 떨어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 통화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로 자금이 빠져나간 것도 큰 악재였다.

FT는 세계 107개 신흥국의 통화가치 변화와 교역량을 조사한 결과, 통화가치가 1% 떨어질 때마다 연간 수입물량은 0.5% 줄어들고 수출량은 전혀 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디플레로 가격하락 압력만 커지고 신흥국의 공급이 감소된다는 얘기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달러 강세는 신흥국의 저성장과 저물가를 가속시킬 가능성이 크다.

우리 경제 또한 저물가·저성장의 디플레에 직면하고 있다. 올해 3% 성장은 사실상 어렵고, 물가 또한 5분기 연속 0%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디플레는 자산가치의 붕괴를 불러오고, 다시 물가 하락, 소비와 투자 위축에 따른 경기 추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정책 당국이 어떤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