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렉시트 위기, 강건너 불 아니다

사설
입력일 2015-06-21 17:32 수정일 2015-06-22 17:36 발행일 2015-06-2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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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와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리스가 노동 개혁과 공무원연금및 임금 삭감 등 채권단의 긴축 요구를 끝내 거부하고, 22일(현지시간)의 유럽연합(EU) 긴급 정상회의에서 구제금융 합의에 실패하는 최악의 경우에 대한 우려다.

만에 하나 그리스의 디폴트와 그렉시트가 현실화된다면, 그리스 은행은 예금인출(뱅크런) 사태와 함께 외국 부채를 갚지 못해 금융시스템이 붕괴된다. 유동성 부족으로 기업의 줄도산과 대규모 실업자 발생이 불보듯하고, 국제 금융시장 또한 요동이 불가피하다. 우리 경제 또한 후폭풍의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수출이 줄고,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신흥시장의 자금이 빠져나가 우리 금융시장까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질 경우 우리의 유럽 수출은 1.4% 줄고, 그렉시트로 가면 최대 7.3% 감소한다는 전망도 나와 있다. 우리 수출의 9%를 차지하는 유럽 시장의 경기 후퇴는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감소 추세인 수출 부진을 더 가속화할 수 밖에 없다.

정부 당국은 그리스 사태의 파장이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고 하지만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국지적(局地的) 금융위기가 글로벌 차원으로 확산된 적이 많다. 타격을 입은 유럽 국가의 한국내 자금 회수가 일시에 몰린다면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될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

당장에는 엔저(低)에 겹친 유로화 약세가 수출에 주는 충격을 줄일 환율 방어수단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책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