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폐 리디노미네이션 추진 필요성 크다

사설
입력일 2015-09-17 16:05 수정일 2015-09-17 16:52 발행일 2015-09-1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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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화폐단위를 변경하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며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제 한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 답변을 통해서다. 이 총재가 화폐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가치에 변동을 주지 않으면서 거래단위를 바꾸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 1달러당 1000원 단위 환율로 거래되는 것을 10원 단위로 바꾸는 것이다. 우리 화폐단위의 변경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지난 2003년 박승 당시 한은 총재가 처음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로 인해 논의 단계에 머물렀고, 5만원권이 발행된 이후인 2010년에도 논쟁의 대상이 됐다.

사실 우리 화폐의 거래단위는 너무 높다. 1962년 이후 그 단위가 변하지 않은 까닭에 달러당 원화 환율만 해도 네자릿수이고, 각종 경제지표나 회계, 금융거래 등의 숫자단위가 조(兆)의 1만배인 경(京)을 넘은지 오래다. 1경은 영(0)이 무려 16개나 달린 숫자다.

문제는 이런 단위가 상거래나 회계 등에서 크게 불편하고, 우리 경제 위상에도 전혀 걸맞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환율이 화폐가치를 반영하는데,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우리 원화의 달러 환율이 네자릿수나 되면서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인플레가 심한 후진국과 비교될 정도이다. 원화의 국제화를 위해서도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한 화폐단위 변경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당장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와 함께, 새로운 화폐 제조 및 교환, 회계 혼란, 컴퓨터시스템 변경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막대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순기능으로 지하경제 양성화의 계기가 되지만, 묵혀둔 현금을 새 화폐로 교환해야 하는 현금 부자들의 저항도 충분히 예상된다.

그렇더라도 요즘은 신용카드나 모바일 뱅킹 등 정보기술(IT) 발전으로 현금거래나 교환의 필요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이번 기회에 본격적인 공론화를 통해 리디노미네이션이 본격 추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