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 창간 1주년 제언] 소통·상생·감동의 ‘따뜻한 시장경제’를

사설
입력일 2015-09-14 19:21 수정일 2015-09-14 19:21 발행일 2015-09-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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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없는 재벌개혁으론 경제 살릴 수 없어
CSR, 기업경영의 ‘뉴 노멀’이자 핵심가치
재벌개혁의 목소리가 높다. 야당은 재벌개혁을 올해 국정감사의 핵심 이슈로 삼고 전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여당도 다르지 않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공개적으로 재벌개혁을 언급했다.

재벌개혁은 우리 사회의 해묵은 쟁점이다. 사회 일각의 반(反)재벌 정서가 뿌리깊은 탓이다. 올들어서만 재벌 3세의 분별없는 ‘갑질’에서 비롯된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 삼성과 엘리엇의 분쟁에서 문제된 편법 경영승계 논란, 롯데의 오너 형제간 경영권 싸움 등이 잇따르면서 다시 부각됐다. 개혁의 키워드 또한 지배구조 개선이다. 총수가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거대 그룹의 독재적 지배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는다며 출자총액 규제, 순환출자 금지, 대주주 의결권 제한 등의 단골 메뉴를 내놓는 것은 새로울 게 없다.

그러나 문제제기만으로 개혁의 당위성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재벌개혁에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것은, 그 결과로 국민경제가 풍요로워져야 한다는 점이다. 재벌의 지배구조를 바꿔 해외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경쟁력이 한층 높아지며, 일자리가 늘어나 경제가 활성화될수 있을까? 대·중소기업이 상생하고 소득분배가 공평해져 사회 양극화가 해소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을까?

그 기대의 충족을 확신할 수 없다면 무엇을 위한 재벌개혁인지 공허하다. 우리 경제에서 재벌의 가치에 대한 제대로된 성찰이 없으니 명분만 앞세운 이상주의(理想主義)의 독선이다. 더 이상의 경제 추락을 막고 다시 활력을 살릴 대안이 없는 재벌개혁론이고 보면 자폐적이기도 하다.

물론 재벌 홀로 존재할 수 없고, 기업이 국민의 사랑을 받지못하면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 기업은 대주주나 경영자, 종업원들만의 것이 아니라, 소비자, 국가사회, 글로벌 시장과의 네트워크에 의존된 유기적 요소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윤추구를 위한 경영행위가 사회의 보편적 가치관과 규범을 지켜야 하고 공익에도 기여해야 하는 의무도 함께 지워졌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화두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다. 신자유주의의 대가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에 최대 수익을 올리는 그 이상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자유사회를 망치는 일”이라고도 주장했지만, CSR은 이제 기업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강요된 책임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의 자각이자 지속 성장을 위한 고민 끝의 미래전략인 것이다.

CSR은 거스를 수 없는 ‘뉴 노멀’(New Normal)이다. 최근 삼성은 엘리엇 사태를 계기로 사회공헌 투자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에 진 빚을 보답한다는 뜻이다. 국민이 지켜낸 국민의 기업으로서 당연한 의무다. 더 큰 책임은 투자와 고용 확대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결국 CSR은 국가 사회와 소통·협력하고 중소기업과 상생하면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한 기업의 핵심가치이다. 또 대한민국 공동체의 번영과 ‘따뜻한 시장경제’ 구현을 위한 방향이기도 하다. 국민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새로운 기업의 책임’이 오늘 창간 1주년을 맞은 브릿지경제의 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