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직업윤리 팽개친 공인회계사 뿌리뽑아야

대형 회계법인 공인회계사들이 기업의 미공개 실적정보를 누설하고 주식거래에 이용했다가 무더기로 덜미가 잡혔다. 서울남부지검은 어제 이같은 혐의로 회계사 32명을 적발했다. 국내 최대의 삼일회계법인 소속이 26명, 삼정회계 4명, 안진회계 2명이다. 금융시장을 감시해야할 공인회계사, 그것도 고액 연봉을 받는 유명 법인 회계사들이 직업윤리를 완전히 팽개치고 사익(私益)을 챙기는데 골몰한 것이다.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의 극치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이들은 감사대상 기업의 실적정보를 미리 입수해 예상보다 좋으면 그 기업 주식을 매수했다가 공시후 즉시 팔아 이익을 남겼다. 반대로 예상보다 실적이 나쁘면 공시전 선물로 매도하기도 했다. 부당이득 규모는 6억6000여만원에 이른다무엇보다 이들은 모두 3~4년차 초년생 회계사들로 학연과 입사동기 등의 연줄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정보를 주고 받았으며 윤리적 문제의식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업무상 취득한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얻는 행위를 중대한 범죄로 여기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이들의 불법 행위로 피해를 본 이들은 선량한 일반 투자자들이었다.문제는 직업윤리를 의식 조차 하지 못하고 비리에 젖은 공인회계사들이 이들 뿐이겠냐는 점이다.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들이 이런 마당이니 다른 곳은 어떨까 싶은 것이 솔직한 의문이다. 어쩌면 회계사 집단의 구조적 모럴해저드일 수 있다. 회계사 직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뢰성이다. 근본적으로 회계법인 내부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이고 보면 근본적인 신뢰회복 대책이 시급하다. 자본시장 건전성을 높이고 선량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같은 비리를 엄히 다스리고 철저하게 뿌리뽑아야 한다.

2015-11-19 15:38 사설

[사설] 면세점 5년 특허 “한국, 제 발에 총 쏜 것”

SK와 롯데가 면세점 허가를 상실한 이후, 현행 면세점 특허제도에 대한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5년마다 ‘원점 경쟁’을 거쳐 소수 업체에만 허가하는 방식은 지나친 진입규제로 면세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근본적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문제 제기다. 면세점의 제대로된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와 시간이 필요한데, 현행 제도로는 5년마다 사업의 지속성이 위협받는다. 투자 환수가 어렵고 불안한 상황에서 어떤 기업도 과감한 투자를 할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글로벌 유통전문지인 무디리포트는 “5년짜리 면세점은 재앙이며, 한국 정부는 자기 발에 총을 쏜 셈”이라고 비판했다.국내 면세점은 지난 1984년 이후 사실상 등록제였다가 면세점 난립을 막는다며 2008년 허가제로 바꿨다. 이때부터 중국과 일본 등의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면세점 시장도 고속 성장했다. 문제는 2013년 야당이 면세점을 대기업에 대한 특혜와 독과점으로 몰아붙여 관세법을 개정, 5년마다 원점에서 사업권을 재심사토록 한것이다.한국 면세점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성장속도도 빠르다. 지난해 시장규모만 77억8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고객이 외국인, 특히 중국 관광객으로 외화 획득 측면에서 사실상 수출산업이고 고용 증대 등의 부수효과도 크다. 우리의 관광자원을 크게 내세울게 없는 실정이고 보면 면세점이야말로 관광산업의 핵심으로 이를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것이다.그런 만큼 적극적인 투자와 영업의 역량을 갖춘 사업자가 자본금과 인력 등 기본 요건을 충족한다면 신고제로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춰 경쟁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의 지갑을 더 열게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토록 해야 한다. 정부가 특허권을 틀어 쥐고 있는 것이 오히려 특혜 논란을 부추기고 면세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2015-11-19 15:38 사설

[사설] 이근면 “공무원 잔디와 잡초 구분” 주목한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앞으로는 공무원의 값어치가 매겨질 것”이라며 “공무원들이 현재 승진시스템이 지속된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통해서다. 이 처장은 또 “신상필벌을 명확히 해 잔디와 잡초를 구분하겠다. 장관보다 봉급을 더 받는 공무원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과장 직위 4000여개 가운데 10%를 민간에 개방하고, 공무원들이 휴직하고 민간 기업에 가서 일하는 민간근무고용휴직제도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민간 근무를 다녀온 공무원은 직위 보장등 특전을 제공하고, 핵심 인재로 양성키로 했다.공무원 인사관리의 일대 변화를 기대할만 하다. 인사혁신처는 얼마 전에도 무능 공무원 퇴출 방안을 발표, 내년부터 중앙부처 1~3급 고위공무원단 1500명 가운데 성과평가가 현저히 낮은 부적격 인물을 직권면직키로 했다.관건은 이같은 인사 혁신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공직사회 또한 경쟁력을 높이려면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로 만연한 무사안일을 타파하는 것이 급선무다. 공무원들이 일을 아무리 못해도 60세, 2017년부터는 65세로 늘어나는 정년까지 자리가 보장되는 ‘철밥통’부터 깨는 것이 우선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어떤 조직에서나 신상필벌이 인사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여태 공무원 사회에서는 지켜지지 않아왔다. 그런 점에서 이 처장의 말처럼 ‘잡초’부터 가려내 솎아내는 것이 공직 개혁의 출발점이다.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로 반드시 정착시켜야 할 혁신 과제다.

2015-11-18 14:34 사설

[사설] 기업가정신 못살리면 한국 경제 미래없다

세계 기업가정신 주간을 맞아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어제부터 오늘까지 ‘창업 열정 토크콘서트’ ‘산업융합 컨퍼런스’ ‘동반성장포럼’ 등 다양한 행사를 연다. 세계 기업가정신 주간은 매년 11월 셋째 주 세계 각국이 동시에 갖는 기업가정신 확산 행사다. 기업가정신은 무엇인가. 미래의 불확실성과 높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주도적으로 기회를 포착, 도전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실천 역량으로 정의된다. 조지프 슘페터는 그 특징을 ‘창조적 파괴’로 규정했다.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 개발, 신시장 개척 등의 혁신으로, 그것에 앞장서는 사람을 기업가라고 설명했다.기업가정신은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핵심 요건이다. 오늘날 한국 경제는 저성장 고착화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가라앉는 경제, 늙어가는 나라로 추락하는 ‘성장절벽’의 암울한 상황을 벗어나려면 혁신적 발전모델을 하루빨리 구축하고 성장주체인 기업의 활력을 되살리는 것이 가장 급하다.과거 왕성한 기업가정신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기적을 이끈 동력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엔진이 꺼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8월 발표한 올해 글로벌 기업가정신지수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2위에 그쳤다. 반기업 정서에 포획돼 시장 질서를 부정하고 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양산되고 있는 탓이다.마침 오늘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28주기이고, 오는 25일은 정주영 현대 창업주 탄생 100주년이다. 이들이 미래의 통찰력과, 새로운 것에 창의적으로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으로 우리 경제의 신화적 성취를 견인한 선구자이자 영웅이었음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지금 우리의 가장 절실한 과제가 바로 그러한 기업가정신에 다시 불을 붙이는 일이다. 기업가가 개척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벌이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도록 해야 한다. 투자 촉진을 위한 규제의 과감한 혁파, 시장경제의 장애물 제거, 노동·금융 등 개혁을 빨리 마무리짓기 위한 정부의 리더십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2015-11-18 14:33 사설

[사설] 한·중FTA 비준 한시가 급하다

정부와 여당이 어제 한·중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오는 26일까지 처리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정기국회 종료일인 12월 9일까지 2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합의를 통한 비준안 처리가 여의치 않자 배수진을 치고 나온 것이다. 여당은 한·중FTA의 여·야·정 협의체 가동에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당·정 협의체만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야당에 대한 최후통첩이다. 농·어업 및 중소기업 피해 대책을 세우기 위한 야당과의 논의가 성과없이 지지부진하자 더 기다리지 않고 비준안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다.26일로 비준일을 정한 것은 올해 연말 1차 관세인하 혜택을 받고 2016년부터 추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최종 기한이기 때문이라는게 정부·여당의 설명이다. 원내 과반 의석의 새누리당이 수적 우위로 비준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이고 보면, 또 다시 야당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그럼에도 한·중FTA 비준안 처리는 정말 시급하다. 발효 즉시 958개 품목의 관세가 없어지고 중국 수입관세가 1.5%포인트 인하된다. 발효시기가 내년으로 넘어가면 13억5000만달러의 수출 손실이 발생한다는 추계도 나와있다. FTA 발효 이후 10년간 국내총생산(GDP)이 0.96%포인트 추가 성장하고, 5만4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게다가 이미 미국과 일본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타결된 마당이다. 중국과 맺은 FTA의 선점 효과를 놓치지 않는 것이 급선무인 것이다. 한·중FTA 발효를 위해서는 늦어도 올해 안, 반드시 이번 정기국회에서의 비준이 필수불가결한 과제다. 한·중FTA 비준을 더는 질질 끌어서 안된다.

2015-11-17 16:33 사설

[사설] 노동개혁, 국회 결단이 절실하다

새누리당이 지난 9월 발의한 노동개혁 5대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돼 심의에 들어갔지만 여·야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5대 법안은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기간제·단시간근로자보호법, 파견근로자보호법 등이다. 비정규직과 관련된 기간제법과 파견법이 최대 쟁점 사안인데, 노사정위원회가 합의에 실패하고 국회로 공을 떠넘겼을 때부터 예상됐던 대립이다.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고, 파견법은 파견허용 업종을 전문직과 금형·용접 등 뿌리산업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여당은 고용환경을 개선하고 중소·중견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법안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불안정한 일자리만 양산하면서 고용의 질적 하락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개혁’과 ‘개악’(改惡)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으니 국회 합의가 무망(無望)해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결국 여·야간 공방만 벌이다 흐지부지될 소지가 크다는 우려가 높다. 게다가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는 위원장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고 여·야 의원 동수로 구성돼 있다. 법안 통과 가능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확산되고 있다. 노동개혁 법안들은 19대 국회 통과가 무산되면 자동 폐기된다.그래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노동개혁은 국가경제의 경쟁력 회복과 일자리문제 해결을 위해 절실한 과제다. 유연하고 안정된 노동시장을 만들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해소하고, 청년 일자리를 늘려 경제 활성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할 사안이다. 해를 넘기면 내년 총선 정국에서 노동개혁은 결국 물건너 갈 공산이 크다. 어느 때보다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이 급박한데, 야당의 발목잡기와 시간끌기로 허송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 절박한 현안에 대한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

2015-11-17 16:33 사설

[사설] 반기문 전격 방북, 북핵 해결 돌파구될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번 주내에 북한 평양을 방문한다고 한다. 역대 유엔 사무총장으로는 1979년 쿠르트 발트하임, 1993년 부트로스 갈리에 이어 세번째다. 반 총장은 지난 5월 개성공단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방북 직전 북의 돌연한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반 총장이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특히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는 것 같다. 김정은 제1 국방위원장과의 회동도 이뤄질 전망이다. 반 총장 방북은 북이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경제제재 등으로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고립 탈피를 위한 활로 모색의 의도로 읽힌다.북의 이같은 유화적 제스처가 전향적 태도 변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북은 지난 8월 남북간 군사충돌 위기를 고위급 회담으로 넘긴 이후,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에도 우려와는 달리 장거리로켓을 발사하지 않고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치르는 등 모처럼 형성된 남북대화 분위기를 깨는 도발은 피했다. 반 총장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의 촉매가 될것이라는 희망적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최대 현안은 역시 북핵 문제다. 반 총장의 방북 성과가 ‘빈 손’이 아니라면 북핵 해결을 위한 논의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마침 터키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도 “북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과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연간 630억달러 수요의 동북아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그럼에도 섣불리 낙관하기는 어렵다. 북이 어떤 약속을 해도 여전히 신뢰하기 어려운 상대이기 때문이다. 6자회담 또한 북핵의 근본적 해법일 수 없다. 북은 그동안 끊임없이 핵 폐기를 내걸고 국제사회 지원의 댓가를 챙겼지만 핵개발을 멈추지 않으면서 도발을 거듭했다. 반 총장 방북이 어떤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015-11-16 15:28 사설

[사설] 파리 테러 파장, 실물경제 충격 차단해야

프랑스 파리의 폭탄테러가 우려했던 대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져오고 있다. 어제 일본·중국·호주·싱가포르 등 주요국 증시가 크게 흔들렸고, 우리 코스피지수도 1.53%(30.27포인트) 폭락했다. 원화가치 또한 달러당 10.3원 떨어졌다. 아직은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앞으로 어디까지 파급될지 점치기 어렵다. 당장 프랑스 공군이 이슬람국가(IS)의 본거지인 시리아 북쪽 락까에 대한 보복 공습에 나섰다. 만에 하나 후속 테러 등으로 이어질 경우 세계 경제가 먹구름에 덮이게 된다. 금융시장의 단기 충격에 그치지 않고 실물경제도 심대한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우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경제 위축이 불가피하다. 유럽은 중국과 미국 다음의 우리나라 세번째 교역 대상이다. 이 시장의 침체는 그렇지 않아도 부진한 한국 수출의 악재다. 더욱이 유럽 수출비중이 15.8%에 이르는 중국이 타격을 입을 공산도 크다.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로 버티고 있는 우리나라가 입을 간접적 피해가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증대 또한 소비심리 냉각에 따른 글로벌 경기 후퇴와 교역 감소 요인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유럽 경제 불확실성 등 중첩된 악재에 눌려 회복이 더욱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우리 경제가 더 이상 침체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번 테러 파장이 단기적 금융시장 충격에 머문다면 다행이지만, 사태 전개에 따라서는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예상되는 파급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 신속한 대응 조치를 강구하는 당국의 비상한 노력이 요구된다.

2015-11-16 15:28 사설

[사설] 내년도 2%대 저성장, 위기 눈감은 국회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2%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태 겪어보지 못한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얘기다.내년 성장전망을 내놓은 국내외 19개 기관의 예측치 평균은 2.9%로 올해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다. 기획재정부가 3.3%로 가장 높고,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3.2%, 한국개발연구원(KDI)·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외에, BOA메릴린치,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일부 투자은행(IB)들이 3%대를 전망했다. 반면 민간의 현대경제연구원(2.8%), LG경제연구원(2.7%), 한국경제연구원(2.6%)과 BNP파리바 및 씨티(2.4%) 노무라(2.5%) 등이 2%대를 점쳤다. 모건스탠리가 2.2%로 가장 낮다.어떤 전망치도 우리 경제의 정상적인 성장궤도 복귀와는 거리가 멀다. 조금 숫자가 오른다 해도 올해 워낙 수출부진이 심각한데 따른 성장률 하락의 기저(基底)효과로 봐야 한다. 그런데 주요기관들의 예측치는 계속 내려가고 있다. OECD가 6월 내놓았던 전망치보다 0.5%포인트, IMF는 7월보다 0.3%포인트 낮춘 수정전망치를 최근 발표했다. 다른 곳들도 대체로 마찬가지다.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기의 경착륙 가능성, 여기에 신흥국 위기 등이 국내 경기를 더 끌어내릴 하방경직성만 더 높이고 있는 것이다. 성장률이 떨어질 가능성만 커지고 있는데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성장동력을 되살려 더 이상의 경제 추락을 막기 위한 노동 등 4대 구조개혁,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어느 때보다 다급한 상황인데 국회는 여전히 위기에 눈감은 채 정쟁에만 빠져 핵심 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답답하기 짝이 없다.

2015-11-15 15:48 사설

[사설] 중국 逆직구 시장 선점대책 시급하다

지난 주 중국 최대의 온라인 쇼핑이벤트인 광군제(光棍節) 열풍이 대륙을 휩쓸었다. 이 행사를 기획한 알리바바는 11일 하루에만 16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지난해 실적의 10배에 이르렀다. 이번 대목에 해외 업체로는 한국이 미국, 일본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상품주문 건수를 달성했다. 상품 배송물량이 평시보다 100배 이상 늘어나 전세기가 동원됐고, 올해 행사에 처음 참여한 이마트가 국내 매장 한곳의 하루 평균 매출보다 10여배나 많은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이처럼 예상을 뛰어넘은 광군제 특수(特需)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특히 글로벌 쇼핑이 이제 전자상거래를 통한 ‘직구’(直購)가 대세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의 행사는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으로 진행되는 반면, 광군제는 온라인만으로 블랙프라이데이의 판매 실적을 뛰어넘었다.무엇보다 이같은 글로벌 온라인 직구 열풍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거대 시장인 중국의 한국 상품 역(逆)직구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라는 점에서 그렇다. 중국전자상거래연구센터는 중국 소비자의 해외 직구금액은 2013년 13조원대였지만 올해 27조원, 2016년 106조원, 2018년 400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소비자 공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얘기다.우리 상품에 대한 중국인의 선호도는 높다. 정부는 최근 역직구 활성화를 위한 전자상거래 수출신고 절차 간소화에 나서기로 했지만 보다 적극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지난 해 ‘천송이 코트’ 논란 이후 해외 결제시스템 개선이 이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실효성이 미흡하다. 국제적 기준에 적합한 간편 결제시스템 도입 등 금융규제를 걷어내는 것이 급선무이다. 무엇보다 무관세나 통관 간소화 등을 통해 한국 상품 역직구 확대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한·중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 다급한 실정이다.

2015-11-15 15:47 사설

[사설] 중소기업 구조조정, 옥석가려 최대한 빨리

부실 중소기업에 대한 채권은행 주도의 고강도 구조조정이 본격화된다. 금융감독원의 신용위험평가 결과 C(워크아웃)와 D(법정관리)등급을 받은 175개 기업이 대상이다. 부실 징후는 있지만 경영정상화가 가능한 C등급 70곳, 정상화가 어려운 D등급 105곳이다. 이제 관건은 채권은행들이 얼마나 빨리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경영을 정상화시키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곳은 퇴출시키느냐에 달려있다. 그간 은행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은 채권은행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지지부진한 문제점이 있었지만 앞으로 그런 걸림돌은 해소된다.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유암코가 은행에서 부실기업 채권을 사들여 은행 부실을 빨리 털어주면 은행들 간 합의과정이 생략돼 구조조정 속도를 높일 수 있다.한계기업에 대한 신속하고 선제적인 정리 만이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기둔화 등 ‘G2 리스크’가 한국 경제를 크게 위협하는 실정에 기업부채의 뇌관까지 터지면 금융시스템 전반이 위기를 맞게 된다.그런 만큼 선제적 구조조정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옥석(玉石) 가리기로 워크아웃 기업에 신속한 금융지원이 이뤄져야 하고, 자구노력이 미흡한 곳은 여신 중단 및 회수 등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감독당국은 이같은 채권은행들의 구조조정 진척 상황에 대해 엄정한 현장 확인으로 누수(漏水)가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다음 달에는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결과도 나올 예정이다. 부실정도가 심각한 조선업을 비롯해, 해운·석유화학·철강·건설 등 5대 업종이 주된 대상이다. 대기업 부실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훨씬 큰 만큼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2015-11-12 15:50 사설

[사설] 국회의원 정수 확대? 국민을 뭘로 보나

선거구 획정안을 놓고 여·야가 연일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절충점을 찾지 못하자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얘기가 나온다.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를 줄일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집하면서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했고, 새누리당은 이를 받아들일지 고민 중이라는 것이다.현재 300석인 의원 정수를 최소 2∼3석, 최대 5~7석까지 늘린다는 방안이다. 여당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했지만, 논의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선거구 획정안 법정 처리시한을 하루 앞둔 어제도 양당 대표·원내대표들이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막판에 의원 정수를 늘리는 쪽으로 여·야가 합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한마디로 안될 일이다. 지금 국회의원 수가 모자라서 국회가 일을 못하고, 민생을 챙겨야 할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실망과 환멸이 어느 때보다 크고 보면 의원 수를 줄여도 시원찮을 판이다. 지난 7월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국민 57%가 국회의원 정수를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회의원들이 무소불위의 특권층으로 국민 혈세인 막대한 세비만 낭비하면서 당리당략에 얽매인 정쟁만 일삼는 행태에 대한 좌절감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농어촌의 대표성을 위해 지역구를 온존시켜야 한다면 비례대표를 줄이면 된다. 비례대표제는 의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는게 원래 취지이지만, 얼마나 그 목적에 충실했는지 따져보면 부정적인 대답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돈으로 국회의원을 사는 제도, 줄세우기 정치의 도구라는 비판과 함께, 비례대표가 지역구 의원으로 입신하기 위한 디딤돌로 전락했다는 문제가 지적된 지는 오래다. 거듭 강조하지만 의원 정수 확대는 안된다. 그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2015-11-12 15:50 사설

[사설] 강제 모금 청년희망펀드로 희망생기겠나

청년희망펀드에 대기업들의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달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의 사재 200억원과 임원진의 50억원을 더한 250억원,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20억원을 내놓은뒤 현대자동차 200억원, SK와 LG, 롯데가 총수와 임원진 명의로 100억원씩 기부하고, GS(50억원), 포스코(40억원), 한화(40억원), 두산(35억원), 효성(20억원)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참했다. 신세계도 어제 100억원을 기부키로 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청년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이 펀드에 대기업들이 적극 참여하는 것은 물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당초 사회지도층, 공직자, 일반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기금을 마련한다는 취지가 변질되고, 정부가 기업들을 압박하면서 ‘준조세’가 되고 있다는 잡음이 이는 까닭이다. 대기업 규모별로 기부금을 할당하고, 참여 시기에 대한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는 말도 나온다.우리가 처음부터 우려했던 그대로다.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에 1호로 가입하고, 국무위원, 여당 의원, 공공기관장들이 뒤따르면서 벌써 관제(官制)모금은 예고됐다. 정부는 기부금 할당을 부인하지만 삼척동자도 다 알만한 일이다.이렇게라도 해서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 돈을 모으고만 있을 뿐, 펀드를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쓸 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기본적으로 일자리는 기업의 투자 확대를 통해 만들어지고,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그것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철폐 등 제도적 환경 개선이다. 모금 이벤트로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발상부터 틀렸다.

2015-11-11 15:34 사설

[사설] ‘기회의 땅’ 미얀마 시장 주목해야할 이유

25년만에 치러진 미얀마의 첫 자유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압승했다. 군부독재가 끝나면서 정권교체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미얀마의 경제개혁과 개방이 급속도로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의 경제제재가 풀릴 전망이고,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도 대규모 개발금융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아시아의 마지막 미개척지인 미얀마 시장이 활짝 열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미얀마의 경제적 잠재력은 대단하다. 원유와 가스, 금속 등 막대한 자원이 묻혀 있고, 인구가 5500여만명으로 값싼 노동력이 풍부하다.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보다 경제개방이 늦었지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개방 첫해인 2011년 5.9%에서 2012년 7.3%, 2013년과 2014년 8.5% 등으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이미 일본과 중국은 이 시장에 투자를 쏟아붓고 있는 반면 한국의 진출은 아직 부진하다. 미얀마투자청 통계에서 올해 4∼9월 한국 투자는 2300만달러로 일본 1억5500만달러, 중국 1억2500만달러에 훨씬 못미친다.하지만 중국·인도·태국·라오스·방글라데시 등 5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반경 2000㎞ 안에 20억명의 인구가 사는 미얀마의 매력은 뛰어나다.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관심과 진출, 전략적 투자가 시급한 이유다. 진출 여건도 좋다. 미얀마는 과거 최빈국에서 경제 기적을 이뤄낸 한국을 본보기로 삼고, 우리의 새마을운동 경험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 드라마가 외국 방송프로그램의 80%를 차지하면서 한류 전문채널까지 만들어졌다.물론 아직 미얀마의 법적·제도적 투자환경이 크게 미비한 문제점은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최근 미얀마 발전시설, 전력망 등에 집중 투자하면서 일본기업 전용 산업단지를 늘려가고 있다. 우리도 장기적 관점에서 미얀마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개척의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민간기업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요구된다.

2015-11-11 15:34 사설

[사설] ‘인구절벽’, 과감한 이민 수용이 대안이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시리아 사태로 유입된 대규모 난민이 2017년 EU 국내총생산(GDP)을 0.2∼0.3%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난민 수용에 가장 적극적인 독일은 올해 GDP가 0.2%, 내년 0.4%, 2020년 0.7%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저출산·고령화의 위기에 직면한 한국 사회가 주목할만한 보고서다.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1.21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중이다.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부터 줄어든다. 경제·사회 전반에 심대한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경고는 새롭지 않다. 생산과 소비 위축, 경제활력 저하로 잠재성장률은 추락하는데, 사회보장 부담만 급증하는 ‘인구절벽’의 재앙이다.출산율 제고가 최우선 과제이지만, 정부는 지난 10년간 120조원 넘게 쏟아붓고도 출산율을 높이는데 실패했다. 이제는 적극적인 이민 유입으로 인구절벽을 피해 나갈 방도를 찾지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그 필요성도 이미 여러 차례 강조됐다.하지만 우리 사회의 이민 수용도는 매우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에서 한국은 2013년 전체인구 대비 유입 이민이 0.13%로, 22개 회원국 중 멕시코(0.02%), 일본(0.04%)에 이어 최하위권이다. 사회적 저항과 편견이 큰 까닭이다. 청년실업과 고용불안이 심각한 마당에 외국인까지 들여와 일자리 경쟁을 격화시켜야 하느냐에 대한 반발이다.그럼에도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보다 적극적인 이민 수용정책이 시급하다. 생산인구 감소를 극복하려면 오는 2060년까지 736만명의 이민 유입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우수한 전문인력을 유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민청을 설립해 이민정책을 주도하도록 서둘러야 한다.

2015-11-10 15:54 사설

[사설] 현대차 ‘제네시스’ 名車 도전을 주목한다

현대자동차가 어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신차 EQ900의 성능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초대형 럭셔리 세단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라며, 최고급 명차인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8 등과 글로벌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일단 품질과 성능에 대한 자신감은 충만해 보인다. 지난해 세계 시장의 고급차 판매는 833만대, 200조원 규모로 전체 시장에서의 비중이 10%이지만, 수익으로는 30% 정도를 차지했고 연간 10%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명차 시장에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각축전이 치열하지만 독일계 3대 브랜드가 시장의 65%를 장악하고 있다. 신생 브랜드의 입지 확보가 여간 어렵지 않은 여건에서 현대차의 승부수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몹시 험난한 도전이지만 가능성은 있다. 제네시스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에 이어 럭셔리 차종 판매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해외에서 존재감이 미약한 국산 고급차의 약점을 극복한 성과로 볼만 하다.현대차는 제네시스의 명차 시장 진출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전통적 주력산업은 지금 쇠퇴 조짐이 뚜렷하고, 자동차도 세계 시장 성장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값싼 중국 차의 공세까지 거세지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실정인 것이다. 명차 시장에서 성가를 높인다면 대중차의 판매도 함께 늘어날 것이다.현대차가 오늘날 글로벌 톱5 자동차 메이커로 올라선 것은,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1990년대말 ‘10년 10만마일 무상보증’이라는 무모하고도 파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싸구려 이미지를 털어낸 데 힘입은 바 크다. 그 성공사례를 다시 재현해 새로운 도약의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2015-11-10 15:54 사설

[사설] 잇따른 ‘찔끔 개각’, 국정 표류 어찌할 건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사의 표명으로 금명간 또 개각이 이뤄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4일부터 23일까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의 참석을 위한 출국 이전 일부 개각을 단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달 유일호 국토교통부·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교체가 이뤄진 뒤, 한 달도 안된 총선용 ‘찔끔 개각’이다. 내년 총선 출마가 확실한 황우여 사회부총리·김희정 여성부 장관, 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번 개각에 포함될 가능성도 크다. 이후에도 다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12월 교체가 불가피하다. 최 부총리는 이미 총선 출마를 공언한 상태로, 내년 예산안 국회 처리를 마무리한 뒤 물러날 예정이다. 이들만 합쳐도 17개 부처 장관 가운데 7명이 바뀌는 것이다. 1차 개각 대상이었던 유일호·유기준 전 장관의 경우 재임기간이 겨우 7개월이었고 보면, “장관 자리가 국회의원 출마용 스펙을 쌓는 용도 아닌가”라는 야당의 비난을 들어도 할말이 없는 실정이다.청와대는 “마음이 총선에 가있는 장관들이 일을 제대로 하겠느냐”며, 출마할 인물들을 빨리 털어내 국정에 매진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하지만 군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다. 애초 의원 겸직 장관들을 대거 기용한 박 대통령의 책임이다.문제는 국정의 누수(漏水)에 있다. 핵심 장관들의 잇따른 교체는 내각 불안과 함께 부처별 후속 인사의 불확실성만 높인다. 신임 장관들의 조직 장악에도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고, 공직사회의 업무 기강도 이미 흐트러져 행정 일선 공무원들이 일손을 제쳐둔채 복지부동(伏地不動)의 분위기다. 이래서야 어떻게 주요 정책이 추진 동력을 이어갈지, 다급한 핵심 과제들의 개혁을 연내 완수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2015-11-09 16:17 사설

[사설] 국회 정상화, 민생 현안 처리로 말하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발해 장외로 나갔던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로 복귀하면서 정기국회가 어제부터 다시 가동됐다. 공전했던 내년 예산안 및 법안 심의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상임위가 일단 재개된 것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8일 여·야 원내지도부의 ‘3+3’회동에서 계류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과 의제 조율에는 실패함으로써 국회는 ‘반쪽 정상화’에 그쳤다.예산안과 법안 심의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다. 야당이 국회로 돌아온 명분 또한 ‘민생’이지만, 쟁점 현안에 대해 여당과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난항이 예고된다.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는 정쟁으로 또 다시 국회가 파행을 빚게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여당은 예산안을 비롯, 노동 등 4대 개혁과제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핵심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한·중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전·월세 상한제,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누리과정’예산 정부지원이 ‘진짜 민생’이라며 이들 문제부터 먼저 처리할 것을 고집한다. 또 여당이 역점을 둔 공공·노동·금융·교육의 4대 개혁을 ‘개악’(改惡)이라며, 주거·중소기업·갑을관계·노동 등 그들 나름의 4대 개혁을 내세워 맞불을 놓았다. 다급한 법안 처리 어느 것 하나 야당의 반대를 넘기 어려운 상황이다.결국 말로만 국회 정상화일 뿐, 시간만 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의 가장 중요한 일은 민생을 챙기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수출·내수의 동시 부진으로 경제는 살아날 줄 모르고, 성장잠재력은 갈수록 떨어지면서 한계기업만 늘어나고 있다. 당장 노동 등 4대 개혁과 고용창출을 위한 경제활성화법으로 청년일자리를 만들고, 한·중FTA의 조속한 비준으로 수출의 돌파구를 여는 것보다 시급한 현안은 없다. 여·야 모두 정말 민생을 위한다면 이들 절박한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2015-11-09 16:17 사설

[사설] 美 금리인상 임박, 가계부채 대책이 관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해진 분위기다. 미국 고용지표가 뚜렷한 개선 추세를 보이면서 연내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지난 6일 공개된 미국의 10월 고용지표는 비농업 취업자가 서비스부문 중심으로 27만1000명 늘면서 시장예상치(18만5000명)를 크게 웃돌았고, 실업률도 5.0%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시장도 이제는 미국 경기 호전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뉴욕증시가 지난 주말 상승세였고, 달러도 강세를 보였다. 미국 경기회복은 우리 수출에 호재가 될수 있다.오래 전부터 예고됐던 미국 금리인상이 그동안 늦춰지면서 우리 경제가 상당한 완충능력을 키워오기는 했다. 국내 자금유출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면서 외환보유액이 3700억달러에 이르는 등 경제 기초여건이 비교적 탄탄하고, 어느 정도 외화 유출에도 대응 가능해 금융불안의 우려는 낮다는게 한국은행 진단이다.하지만 미국 금리인상이 신흥국에는 심각한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자본유출로 신흥국 금융과 실물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외환위기의 상황이 초래되면 그 전이(轉移)효과로 한국에서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는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우리 또한 시차를 둔 금리인상이 불가피하고 보면 기업과 가계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은행 빚으로 겨우 연명하는 한계기업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고삐를 죄고 있지만, 무려 1130조원 규모의 가계부채가 또 다른 뇌관이다. 문제는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실효성있는 관리 방안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2015-11-08 17:05 사설

[사설] 대기업 무더기 신용강등, 시스템 위기 막아야

올들어 신용등급이 떨어진 국내 기업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로 나타났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45개 기업의 등급을 하향 조정했고, 나이스신용평가는 56개사, 한국기업평가는 42개사의 등급을 내렸다. 외환위기 때의 61개사 이래 가장 많고,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30여개보다 훨씬 늘어났다. 직접적인 이유는 대기업들의 잇따른 ‘실적 쇼크’다. 장기 불황에 시달려온 조선·해운·건설 등의 업종 말고도, 그동안 ‘제조업 한국’을 지켜온 전자·석유화학·철강 등 주력 업종 모두가 쇠퇴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기업경영분석 자료에서도 작년 제조업 매출액이 1.6% 줄었다. 제조업 매출 감소는 1961년 이후 처음이다.주요 그룹도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신용등급 하락을 비켜가지 못했다. 삼성을 비롯한 포스코, SK, 두산, GS, 한진 등의 주요 계열사들도 무더기로 강등됐다. 신용 하락은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인다. 우량기업까지 신용경색(梗塞)의 덫에 갇혀 부채위험이 커지면서 멀쩡한 기업도 부실화되고 한국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는 악순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세계 경기 회복이 계속 늦어지고, 중국 성장 둔화, 엔화 약세로 기업 환경은 더 나빠질 전망이고 수출 부진도 당분간 타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저금리 기조에서 빚에 의존해 온 기업의 부담은 미국 금리인상 이후 더 커질게 불문가지다.기업들의 신용경색에 따른 경제의 시스템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 속도를 높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 금리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에 서둘러 부실기업 정리를 마무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조선·해운·철강·건설 등 과잉공급 업종을 신속·과감하게 정리하고, 성장가능성과 부가가치 높은 산업에 자원 투입을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기업 구조조정의 원칙이다.

2015-11-08 17:04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