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신흥국 자금 유출 썰물, 한국 안전하지 않다

지난 한해동안 신흥국에 투자된 펀드에서 992억달러가 빠져나가 선진국 펀드 등에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15년 신흥국 펀드 순유출 금액은 주식형에서 723억달러, 채권형 268억달러였고, 이는 전년의 주식·채권을 합친 252억달러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부터 신흥국에 유입된 자금 가운데 지난 3년동안 60%가 이탈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금리인상 예고, 중국 증시 폭락, 원자재 가격하락에 따른 자원 수출국의 경기 부진 등이 겹친 결과다. 이미 대규모 자금이 유출된 만큼 올해는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유출세가 더 가속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 지속, 중국발(發) 세계 경기둔화,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추가 하락 가능성 등 리스크 요인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경우 신흥국의 과도한 부채 부담까지 가중돼 심각한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한국 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도 작지 않다. 물론 아직은 괜찮다. 우리 주식·채권시장에서 지난해 순유출된 금액은 21억달러 정도로 전체 외국인 투자 잔액 7000여억달러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될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3700억달러 규모의 외화보유고,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 등 탄탄한 경제 기초여건과 역대 최고의 국가신용등급 등이 자금 유출의 방어막으로 과거와 같은 외환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그럼에도 신흥국의 금융 불안, 위기의 전염 우려를 허투루 봐서는 안된다. 미국 금리인상의 속도와 폭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또한 크게 부각될 수 밖에 없다. 면밀한 대응책이 요구된다.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 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제도 등 거시건전성 3종 세트의 정비를 빨리 서둘러야 한다. 외환 유동성의 모니터링 강화와 함께 관리 제도의 보완으로 금융 리스크 요인을 초기에 차단해야 한다.

2016-01-04 15:23 사설

[사설] 한국 경제 사면초가, 구조개혁은 실종

올해 우리 경제가 지난해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가 세계 유력 투자은행 39곳의 2016년 한국 경제 성장전망을 집계한 결과 평균 2.9%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티그룹, 다이와, 데카뱅크 등 몇몇 곳은 지난해 2%대 중반보다 더 낮은 2%대 초반의 성장을 내다봤다. 대부분 정부 예상치인 3.3%보다 훨씬 낮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이 ‘무기력한(lacklustre) 성장’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긴축, 중국 경제 경착륙, 신흥국 부채 위기, 바닥없는 유가 추락 등이 심각한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요 시장인 중국, 미국, 신흥국, 산유국 모두의 불안이 중첩돼 우리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 추세가 더 가속화될 것이란 얘기다.설령 성장률이 조금 개선된다 하더라도 지난해 워낙 좋지 않았던 기저(基底)효과를 감안한다면 오히려 하방위험에 직면할 우려가 크다. 대내적으로는 막대한 기업·가계부채가 시한폭탄 같은 대형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이미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위기에 빠졌다는 진단도 새삼스럽지 않다.한마디로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금리·환율 등 거시 경제정책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국면에서 탄력적 정책운용의 여지가 별로 없다. 지금은 단기적 경기부양으로 난국을 헤쳐나가기 어렵다. 기업과 가계부채의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노동시장 구조개혁, 한계기업 구조조정, 첨단의 신성장산업 발굴, 규제혁파를 통한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 등 경제체질 혁신에 속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그런데도 개혁 과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진척되는 게 없다.

2016-01-03 16:22 사설

[사설] 쟁점 법안 폐기 수순, 국회의장 결단해야

해를 넘긴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법 등 쟁점 법안들이 결국 폐기 수순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오는 8일로 임시국회가 끝나지만 이들 쟁점 법안들은 아직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한 채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시 임시국회를 소집한다 해도 10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정국에 휩싸여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릴 공산이 크다. 게다가 6일부터 지난 연말 개각에 따른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여·야간 정쟁만 가열될 수 밖에 없고 보면 쟁점 법안 심의와 처리는 더욱 가물가물해지고 있다. 정말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새누리당은 노동개혁 5법과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기업활력제고 특별법 등과 선거구 획정안을 연계해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하고,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지금은 ‘경제 비상사태’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 의장은 여전히 선거구획정안 외의 쟁점 법안은 직권상정이 불가(不可)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 분열과 소속 의원들의 잇따른 탈당으로 사실상 분당(分黨)상태에 놓였다. 여·야 협상이 제대로 이뤄질리가 없다.여·야의 정치력으로는 쟁점 법안 처리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당이 아무리 밀어붙여도 야당이 꿈쩍않고 있다. 선거구 획정안의 여·야 합의 실패에 따른 ‘입법 마비’의 비상한 상황은 다른 쟁점 법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이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된다면 우리 경제 회생을 위한 구조개혁은 영영 물건너 갈 수 밖에 없다.이같은 입법 마비를 풀어야할 책임은 결국 국회의장의 몫이다. 쟁점 법안들의 직권상정이 국회선진화법의 해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국회의장의 고뇌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 너무나 엄중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쟁점 법안 입법 마비를 계속 방치할 수 없다. 여·야 합의 전망 또한 캄캄하다. 어떤 식으로든 국회 책무를 지키기 위한 국회의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2016-01-03 16:22 사설

[신년 사설] 성장엔진 다시 불붙여 희망 경제 만들어야

2016년 새해가 밝았다. 기대와 희망보다는 두려움으로 맞이하는 아침이다. 캄캄한 터널에 갇힌 한국 경제와 우리 사회의 위기를 헤쳐나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 해 대한민국은 불안과 상실, 분열과 혼란에 파묻혀 미래를 향해 한 발짝도 내딛지 못했다. 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밝은 빛은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없는 청년세대는 ‘헬조선’의 좌절감만 가득하다.활력을 잃은 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경제의 퇴보가 위기의 본질이다. 우리 경제는 이미 저성장 고착화의 늪에 빠져들었다. 지난해 2%대 성장에 그친데 이어 올해도 전망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수출과 고용의 절벽, 초저유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의 도미노 부실 우려, 최대 시장인 중국 경제의 경착륙, 시한폭탄과도 같은 가계와 기업부채 등 대형 리스크들이 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는 첩첩산중의 비상한 상황이다.그런데도 정치는 대립과 갈등으로 지새면서 ‘경제 죽이기’로 일관하고 있다. 무능과 무책임으로 국정의 발목만 잡는 국회, 어떤 현안도 해결하지 못하는 불임(不姙)정치가 위기를 키운 주범이다. 대통령이 수도 없이 호소하고 애원했음에도 청년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경제 회생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하루가 급한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 핵심 법안들은 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다. 내분에 휩싸인 야당의 책임 방기(放棄)와 당리당략에 매몰된 막무가내식 반대 탓이다. 오는 8일까지 몇일 남지않은 임시국회에서 이들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놓쳐버릴수 밖에 없다.게다가 오는 4월 총선은 내년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때이른 대선 정국의 기폭제(起爆劑)가 될것이다.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되면서 각종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릴게 틀림없다. 이는 필연적으로 경제 정책과 성장자원의 배분을 왜곡시키게 된다. 경제가 정치에 휩쓸려 성장복원력을 되찾는 길이 갈수록 멀어지고, 국민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 뿐이다. 재벌개혁을 내세운 좌파 세력의 반기업 정서 부추기기 또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기업가정신을 파괴해 추락을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그럼에도 올해 우리 경제는 반드시 희망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더 이상 갈등과분열로 불확실성만 증폭시키면서 성장에너지를 낭비할 수는 없다. 지속가능한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 기업가정신의 고양을 통해 투자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려야 가라앉는 경제를 다시 일으켜 확대재생산의 경로로 되돌릴수 있다. 투자에 조금이라도 걸림돌이 되는 규제의 혁파, 진입장벽 해소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 합리적 노사관계의 재구축이 선결조건임은 물론이다. 지난해 시동을 건 노동과 공공·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은 사활적(死活的) 과제다. 올해 안에 완결해야 한다.한국 경제는 지금 끝을 알수 없는 불황을 탈출하느냐, 그 늪에서 허우적대면서 결국 주저앉고 마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으면 반전(反轉)은 어렵지 않다. 새해 아침, 불안과 두려움을 떨치고 다시 경제 재도약을 위해 달려나갈 각오를 다져야 한다.

2015-12-31 14:10 사설

[사설] AIIB 곧 출범, 인프라 선점 전략 서둘러야

중국이 주도해 설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곧 공식 출범한다. 중국은 지난 25일 AIIB의 공식 발족을 선언한데 이어 내년 1월 중순 창립총회를 열 계획이다. 수권자본금 1000억달러 규모인 AIIB는 바로 본격적인 인프라 투자에 들어간다. 내년에만 5~10건, 5억~12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시작으로 2018년에는 45~60건, 25억~35억달러까지 늘릴 예정으로 알려졌다. AIIB는 아시아의 경제, 사회발전 촉진과 부(富)를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역내의 부족한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다국적 은행이다. 57개국이 참여했고, 우리나라의 지분율은 중국과 인도, 러시아, 독일에 이어 5위다. AIIB는 우선 수요가 많은 건설·교통·전력·통신 등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융자·보증·지분투자·기술원조 등의 역할을 맡는다. 중국은 AIIB를 통해 21세기판 실크로드로 불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앞으로 아시아 역내 인프라 건설 시장이 크게 확대된다는 의미다. 이 분야는 우리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해외건설 및 엔지니어링 산업의 새로운 기회로서 우리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가 높다. 인프라 투자 지원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대규모 금융시장이 형성돼 국내 금융회사들의 참여도 늘릴 수 있다.AIIB를 통해 열리게 될 인프라 건설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우리 경제가 활력을 찾는 계기로 삼기 위한 민·관 합동의 전략 마련을 서둘러야 할 이유다. 우선 우리의 지분율에 걸맞는 부총재 자리 확보와, 인프라 투자와 PF 전문가 등 한국 인력의 AIIB 고위직 진출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2015-12-30 16:09 사설

[사설] 기업 구조조정 혼란 예고하는 기촉법 일몰

금융감독원이 어제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 368개를 대상으로한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워크아웃 대상 C등급 11개사, 퇴출되는 D등급 8개사 등 19개 대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다. 상반기에 선정된 35곳을 합하면 모두 54개로 지난 2010년(65개) 이후 최대 규모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들 기업 구조조정의 고삐를 최대한 죄어 빨리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부실 기업에 대한 신속하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다급한 실정임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회생의 가능성이 낮은데도 빚으로 연명하는 부실기업이 급증하면서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어느 때보다 크다. 이들을 방치할 경우 미국 금리인상 이후 국내 금리 상승 등의 충격이 닥치면 채권 금융회사의 대규모 부실을 야기하고 성장을 더욱 후퇴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탓이다. 기업부채의 뇌관이 터지면 금융시스템 전반이 위기를 맞게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하지만 심각한 문제는 이들의 구조조정을 뒷받침해야 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31일 일몰(日沒)돼 내년부터 워크아웃 제도의 근거가 사라져 버린다는 점이다. 일몰 연장을 위한 기촉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목잡혀 올해 마지막 날인 오늘도 처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촉법이 효력을 잃으면 구조조정 수단은 채권단 자율협약이나 법정관리만 남게 된다. 하지만 자율협약은 채권단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성사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법정관리가 불가피해지고,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까지 일시적인 자금 부족으로 대거 부도사태를 맞으면서 일대 혼란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당장 기촉법 일몰 연장이 급하다. 정리 대상 기업들의 옥석을 가려 살릴 곳은 살려야 한다. 때를 놓치지 않고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서야 우리 경제의 불안 요인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국회는 당장 오늘 본회의에서 기촉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2015-12-30 16:09 사설

[사설] 공무원들이 남원·영월에서 배워야 할 것

역시 공무원들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었다. 대한상의가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와 제주특별자치도, 세종특별자치시 등 228곳의 기업관련 조례와 규칙 등을 분석해 28일 공개한 ‘2015년 전국 규제지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무엇보다 기업환경을 뜻하는 경제활동 친화성에서 1위에 오른 전북 남원과 종합 기업만족도 1위를 차지한 강원 영월의 사례가 주목된다. 남원은 친기업 마인드로 무장한 공무원들의 전향적 자세가 돋보이며 다가구주택건축, 음식점 창업, 물류, 공공수주 납품 등 4개 항목에서 다른 지자체들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의는 공무원이 기업을 직접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이를 끝까지 처리해 주는 ‘규제후견인제도’를 높이 평가했다.강원도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영월은 관내 110여개 기업의 인·허가와 민원해결을 위해 공무원 6명을 전담 배치해 24시간 밀착 지원할 정도로 정성을 쏟았다. 기업들은 점심 시간이나 일과 후에도 전담 공무원과 휴대전화로 상담할 수 있는데 환호했고 “이런게 바로 핫라인이고 원스톱 서비스”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지자체 살림살이에 기업은 절대적 존재다. 기업이 잘 돌아가야 지자체는 에너지가 넘치고 민심도 여유로워진다. 조선 경기가 곤두박질치자 활력을 잃은 거제의 경우가 단적인 증거다.남원과 영월은 지리적 접근성과 도시기반시설, 물류 인프라 등에서 여건이 좋은 곳이 아니다. 내륙 산악지대로 오히려 경쟁력이 뒤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이 두 곳에 최고의 평가가 내려진 사실에 다른 지자체와 공무원들은 주목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거창한 구호나 현수막이 아니다. 규제를 깨부수고 없애는 공무원들의 열린 마음과 전향적 자세가 기업을 부르고 돈을 풀게 한다.

2015-12-29 15:18 사설

[사설] 한·일관계 정상화, 국익위해 속도높여야

한·일 양국이 24년 동안 해묵은 난제였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타결했지만 국내의 반발 여론이 적지 않다. 피해자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 크게 미흡한데도 ‘최종적·불가역적 합의’를 선언한 것은 성급하게 일본에 면죄부를 준 굴욕적 협상이라는 비판이다.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명시되지 않으면서 벌써 양국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고, 특히 우리 정부가 위안부 소녀상의 이전 문제를 거론한 것도 역풍을 불러오고 있다. 그럼에도 오랜 기간 비정상적 관계의 교착 상태를 빚어온 양국 관계에 있어 위안부 문제라는 최대 걸림돌이 제거되면서 이제 관계 정상화의 국면으로 진전되는 돌파구가 마련된 것은 틀림없다. 위축됐던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양국간 교류·협력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물론 관계 개선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한 최우선의 전제 조건은 신뢰다. 전적으로 일본이 지금부터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합의 내용을 이행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외면함으로써 또 다시 갈등을 증폭시킬 다른 암초들도 널려 있다. 일본의 독도 침탈 시도는 상시적으로 계속되고 있고, 아베 총리 등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교과서 왜곡, 틈만 나면 불거지는 정치인들의 망언 등 한 두가지가 아니다.하지만 한·일 양국이 앞으로 전략적 협력을 통해 풀어야할 과제 또한 산적해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의 한국 참여, 북핵 위협에의 대응, 동북아 평화 및 한반도 통일 등을 위해서도 한·미·일 공조의 핵심 축인 일본의 도움이 절실한 것이 사실이다. 과거사의 아픔을 씻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위안부 협상 결과이지만 미래를 지향하는 양국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출발점으로 삼아야할 이유다. 일본 또한 더 이상 우리 국민을 자극해 겨우 살려낸 관계 정상화의 불씨에 찬물을 끼얹는 도발을 일삼아서는 안된다.

2015-12-29 15:17 사설

[사설] 생필품·공공요금 줄인상, 서민 살림 물가충격

소주와 탄산음료 값이 이달 초 줄줄이 오른데 이어 맥주 값도 인상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주 제조사들은 주원료인 국제 맥아와 호프 가격이 급등했고 할당관세 혜택마저 없어진 탓에 원가부담이 크게 늘어났다며 값 올리기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라면업체들도 고가의 신제품을 앞다퉈 내놓으며 사실상 값 올리기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서민들의 생계 안정과 직결된 식음료품들의 가격 인상에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윤을 내야 하는 기업들에게 적자를 감수하며 물건을 만들어 팔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그러나 유통과정에서 가격 질서가 왜곡되면서 실제 인상분의 몇 곱절에 해당하는 마진이 판매자에게 얹혀 최종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것이 현실이다. 출고가 50원이 인상된 소주 판매가격이 일선 주점에서 1000원 오른다거나 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게다가 내년 초부터 시내버스와 쓰레기봉투, 도시가스 등 공공요금의 인상러시가 개별 지자체 또는 전국 단위로 줄줄이 예고된 상태다. 경기악화로 가뜩이나 빠듯한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서민가계는 ‘물가충격’이라는 또 하나의 한파를 피할 수 없게 돼있는 셈이다.저물가추세가 장기화되면서 물가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느긋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편법 인상과 부당한 가격 전가로 서민가계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물가 당국은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나라 살림에서 정부가 아무리 밝은 소식을 강조하고 경제가 좋아진다고 외쳐도 서민들은 피부로 느끼는 물가고로 경제정책에 점수를 매기기 마련이다.

2015-12-28 17:02 사설

[사설] 위안부 타결 불만스럽지만 이젠 미래봐야

한국과 일본 외무장관이 어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협상을 최종 타결지었다.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과,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엔의 예산을 출연키로 한 내용이 골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또한 총리대신 자격으로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일간 해묵은 과제였던 위안부 문제가 일단락됐다. 그러나 핵심 쟁점이었던 일본 정부의 법적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이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은 것은 우려했던 그대로다. 우회적인 책임인정이라고 하지만 모호하기 짝이 없는 수사(修辭)다. 그동안 우리 측의 일관된 요구는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해결’이었다. 그런 점에서 기대에 못미친 어정쩡한 타협으로 앞으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그럼에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과거의 ‘도의적 책임’ 수준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정부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전향적이고 진일보한 성과임에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일본이 과연 얼마나 적극적인 의지로 후속 조치를 이행하느냐의 여부다.결코 만족스럽지 않은 위안부 문제 해법이지만 이제 가장 큰 현안은 한·일관계의 정상화이다. 그동안 특히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양국간 반목과 갈등은 오랜 기간 비정상적인 관계의 교착을 불러왔다. 올해가 한·일국교 정상화 50주년의 해인데도 양국 정상간의 회담은 3년 반만에 지난 달 겨우 열렸을 정도다.한·일 두 나라의 긴밀한 관계 증진과 전략적 협력이 양국 국익에 필수적인 전제 조건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일본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서 안보와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뗄려야 뗄수 없는 관계로 엮여 있다. 당장 시급한 우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부터 북핵 문제의 해결, 나아가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를 이루려면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 대국적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를 매듭지을 때다.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 양국 관계가 퇴보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된다.

2015-12-28 17:02 사설

[사설] 대졸청년 4명중 1명 ‘니트’족, 암담한 현실

우리나라 15~29세 청년 대졸자 4명중 1명은 취업포기 상태인 ‘니트’(NEET)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니트족은 어느 곳에도 고용돼 있지 않고 교육·훈련도 받지 않는 무업자(無業者)를 말한다. 대졸 니트족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3번째로 높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OECD 주요국가 청년 NEET의 특징 및 시사점’보고서에서 한국 대졸 청년의 니트족 비중이 24.4%로 그리스, 터키 다음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는 OECD 평균(12.9%)보다도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고학력 니트족이 특히 많은 것은, 이들이 일할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기 보다는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 처럼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계속 기다리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소득이 없는 니트족 증가는 소비 능력 감퇴와 잠재성장력 저하로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고용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실업자 증가가 빈곤의 대물림, 중산층 붕괴로 이어져 이미 사회불안까지 유발하는 양상이다. 최근의 ‘헬조선’이니 ‘금수저, 흙수저’니 하는 병리적 현상이 그것이다.결국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어 이들을 고용시장으로 흡수하는 것 말고 달리 뾰족한 대책이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에서 추진중인 직업교육이나 취업역량 강화, 창업지원 등을 위한 프로그램 등이 여전히 체계적이지 못하고 체감 효과가 낮은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학력 과잉 상태에서 청년들의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 또한 현실적이지 않다. 대학의 진로교육 강화,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들이 나와야 한다.

2015-12-27 15:43 사설

[사설] 위안부 전향적 담판으로 한·일 미래열어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오늘 서울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최종 담판을 벌인다. 앞서 어제 양국간 국장급 협의를 갖고 핵심 쟁점들을 조율했으나 여전히 이견이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타결의 기대는 크지만 회담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우리 정부는 그동안 위안부 문제 해법이 피해자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일본에 강조해왔다. 핵심은 일본의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 측이 최근 몇일동안 자국 언론을 통해 흘린 입장은 우리 요구와 상당한 괴리가 있다.그들의 해결책은 우선 아베 총리가 편지 형식으로 사과하고, 1억엔을 초과하는 피해자 지원기금을 새로 설치하며, 이번 합의 이후 한국 정부가 다시는 문제 제기를 않는다는 ‘최종해결’을 보장하는 것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한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사과가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인지, 그것을 반영한 지원기금인지 분명치 않다. 일본은 ‘도의적 책임’과 ‘인도주의적 지원’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보인다.위안부 문제의 타결은 양국간 최소한의 신뢰 구축을 위한 디딤돌이다. 일본 측이 과연 진정성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우리가 한·일 관계정상화를 위한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 해도 일본 측의 결자해지(結者解之) 의지와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전제되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그럼에도 이번에는 반드시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언제까지 과거사에 매달려 양국이 반목과 갈등을 이어갈 수는 없다. 두 나라는 지난 달에야 3년 6개월만의 정상회담을 통해 가까스로 관계정상화의 물꼬를 틔웠다. 당장 우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북핵문제 해결 등 협력해야할 현안들이 너무나 많다.

2015-12-27 15:42 사설

[사설] 예고된 파행, 매장 빈 채 문여는 면세점

우려가 결국 현실로 나타났다. 허가기간 5년짜리 시한부 면세점의 선정과정에서 제기됐던 문제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7월 특허를 따낸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은 24일과 28일 개점에 들어가지만 매장의 상당 부분을 아직 채우지 못했다고 한다. 면세점의 꽃인 명품 유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내년 상반기면 명품을 들여올 것이라고 말하지만 입점이 확정된 업체가 어디냐는 질문에는 확답을 못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사태는 이 뿐이 아니다. 지난 11월 허가갱신 과정에서 탈락한 SK워커힐면세점과 롯데월드타워면세점은 직원들의 대량 실업 위기에 직면해 있다. 새로 허가받은 업체들이 최대한의 고용승계를 다짐했지만 성사여부가 불투명하고 개인별로 사정이 달라 적지 않은 직원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매장 꾸미는데 들어간 돈이 날아가는 것은 물론 재고상품의 처리과정에서도 큰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한쪽에서는 매장이 텅 비고, 다른 한쪽에서는 직원들이 칼바람 속에 거리로 내몰려야 할 일이 벌어지게 된 직접적 원인은 허가를 5년으로 제한한 법 규정에 있다. 국회는 10년 단위로 자동갱신해 주던 허가 기간을 2012년부터 5년으로 줄였다. 독과점을 막고 재벌을 견제한다는 게 명분이었다.하지만 그 잘못된 판단이 몰고 온 후폭풍을 우리는 지금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5년짜리 시한부 면세점 허가제는 당장 바꿔야 한다. 대그룹의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해서라면 중소기업, 영세사업자 등 누구라도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해 경쟁을 유도하면 된다. 지금 시한부 면세점 허가제는 기업에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라고 주문하면서 오히려 규제의 암 덩어리만 키운 꼴이다.

2015-12-23 14:37 사설

[사설] 야당 경제살리기 입법 거부 해도 너무한다

쟁점 법안 논의를 위한 상임위원회가 어제 재가동됐지만 역시 파행이었다. 환경노동위와 산업통상자원위와 각각 노동개혁 5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심의를 시도했으나 여·야간 끝없는 대립으로 겉돌기만 한채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것이다. 임시국회가 소집된지 2주일이 지나고 있는데도 여전히 개점휴업 상태다. 무조건 거부로 일관하고 있는 야당은 도대체 어쩌자는 심산인지 알수 없다. 소속 의원들의 잇따른 탈당 등 내부 분란에 휩싸여 국회는 아예 뒷전이다. 22일에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와 상임위 간사들을 불러 중재하려 했지만 야당은 이마저 외면했다. 그러면서도 정부·여당의 노동개혁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을 볼모로, 그들이 내세운 사회보장기본법·기초연금법 개정안 등 엉뚱한 법안들을 함께 논의하자며 또다시 법안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정말 후안무치하다.결국 국회 본회의는 지난 15일에 이어 22일에도 무산됐고, 28일 본회의마저 열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청년일자리를 만들고,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우리 경제 회생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하루가 다급한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법안의 연내 처리가 갈수록 절망적인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박근혜 대통령은 어제도 “국회의 비협조로 노동개혁이 좌초된다면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거듭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대통령의 이같은 간청과 호소는 이미 셀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권은 경제불안 심리를 조작하는 ‘경풍’(經風) 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 야당은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고 있다.비상한 경제위기에서 야당이 이런 식으로 계속 입법을 거부한다면 정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한 쟁점 법안 처리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 야당이 자꾸 그런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2015-12-23 14:37 사설

[사설] 좀비기업 구조조정 빨리 속도내야

국내 기업 10곳중 1곳이 빚으로 연명하는 만성적 ‘좀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어제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기업 2만7995곳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못하는 상태가 장기간 이어진 ‘만성적 한계기업’이 2009년 1851개(8.2%)에서 지난해 2561개(10.6%)로 5년 사이 700여곳 늘어난 것이다. 증가세는 대기업이 더 가팔랐다. 전체 대기업 중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6.6%에서 10.8%로 상승했다. 기업의 단기 위험부채도 급증하면서 시장금리가 1.5%포인트 오르면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위험기업’ 비중은 21.1%로 금융위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부채가 많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유동성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한은은 경기부진이 지속되면서 만성적 한계기업과, 금리 상승으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위험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건설·철강 등의 업종이 가장 취약했다. 성장 둔화와 함께 미국 금리인상 이후 국내 시중금리가 오르는 복합 충격이 올 경우 기업들의 줄도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만성적 한계기업이 빚을 계속 늘리면서 연명할 수 있었던 것은 채권금융회사의 기업 신용평가와 자산건전성 관리 부실, 여기에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이 구조조정을 지연시킨 탓이 크다. 이들 부실기업은 더 이상 존립이 어려운 곳이다. 투자와 고용에 대한 부정적 영향 뿐 아니라 외부 충격이 닥칠 경우 금융회사의 대규모 부실을 야기하고 성장을 더욱 후퇴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 밖에 답이 없다. 더 이상 실기하지 말고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2015-12-22 16:05 사설

[사설] 유일호 경제팀, 위기 돌파에 명운 걸어라

내년 총선을 앞둔 개각이 마무리되면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등 모두 5개 부처 장관이 새로 내정됐다. 특히 유일호 경제팀은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진용으로 볼수 있다. 청와대는 유 내정자에 대해 “경제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경기 활성화를 추진할 적임자”라고 설명했지만,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국토교통부 장관 8개월만에 지난 10월 그만 둔 그를 부총리로 복귀시킨 과정은 납득하기 어렵다.유 내정자는 대표적 친박(親朴)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청와대가 역점을 둔 개혁작업에 더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경제학자 출신의 재선 의원으로 국회와의 원만한 소통을 기대할만 하다는 평가와 함께, 경제활력이 꺼져가고 있는 지금의 비상한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추진력과 리더십을 갖췄는지 의문이라는 우려도 많다.유 내정자는 개각 발표후 “구조개혁 문제가 미완의 상태이고 가장 중요하다. 경제활성화, 구조개혁, 노동개혁 법안을 국회에서 빨리 통과시켜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현재 우리 경제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 직전과 유사하다”면서 “단기적으론 경기부양, 중장기적으로 구조조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구조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성장잠재력을 높여 선순환을 이끄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동안 최경환 경제팀은 단기적 경기부양에 급급한 나머지 노동개혁 등 4대 개혁과 기업구조조정 등 고질적 문제 해결은 거의 진척되지 못했다.다른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쪼그라들고 있는 수출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우리 경제는 수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내수 활성화도 어렵고 투자와 고용감소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다. 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는 가계·기업부채에 대한 위기관리도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이제 곧 박근혜 정부 4년차로 접어들지만 그동안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이고 보면, 새 경제팀은 비상한 각오로 경제구조의 개혁에 올인해야 한다.

2015-12-22 16:05 사설

[사설] 빚덩이 지방공기업 퇴출, 더 늦추지 말라

정부가 빚덩이 부실 지방공기업들을 더 이상 방치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행정자치부는 21일 입법예고한 지방공기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부채비율 400% 이상, 완전 자본잠식 또는 2회계연도연속 자본잠식율이 50% 이상이며, 사업전망이 없어 회생이 어려운 경우는 지방공기업 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행자부 장관이 해산을 요구할 수 있게 했다. 해산요구를 받은 지자체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할 수 없다 .이번 조치는 행자부 장관에게 부실 지방공기업에 대한 해산요구권을 부여하는 지방공기업법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지자체와 일부 지방공기업들은 행정과 경영의 자율성을 해치는 간섭이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이미 지방 공기업의 부실에 따른 폐해가 한계에 이르런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행자부 등에 따르면 지방공기업과 지자체 출자·출연기관 등의 부채는 2013년 말 기준으로 50조4000억원에 달했다. 전체 지방부채 106조9000억원의 47.1%에 달하는 수치다. 자력으로 존립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마구잡이로 돈을 당겨써 재정에 큰 짐을 안긴 공기업이 많다는 얘기다.행자부는 143개 지방공사, 공단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골프장 등 23 개 사업을 민간에 넘기기로 지난 9월 말 결정한 바 있다. 부실 경영에 한술 더 떠 민간의 영역을 침해하거나 본래 존재이유에 맞지 않는 사업을 벌인 공기업이 허다했던 것이다. 해산요구제는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첫 대상은 태백관광개발공사가 꼽히고 있다.정부는 금융위원회와 채권은행을 중심으로 민간 좀비기업들을 솎아내는 고강도 작업에 돌입하겠다고 지난 10월 공언했다. 부실 지방공기업들도 퇴출의 예외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5-12-21 15:16 사설

[사설] 경제계의 절박한 호소, 귀막은 야당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장들이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에 계류중인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들의 입법을 연내 마무리해줄 것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장들은 “지금 경제활력을 되살려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을 이루느냐, 저성장의 늪에 빠지느냐의 중대 기로에서 이들 법안의 연내 통과가 정말 다급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상의 회장단도 이날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가 여·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직권상정을 통해서라도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을 연내 처리해 줄것을 요청했다. 경제활성화와 성장기반 확충을 위한 필수 법안들이 야당의 끝없는 반대로 연내 처리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는데 따른 경제계의 위기감 표출이자 절박한 호소다. 이들은 특히 노동개혁 법안은 노동시장 활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이 많이 제외된, 미흡하기 짝이 없는 내용인데도 야당과 노동계는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는 잘못된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정도의 법 마저 통과되지 않는다면 청년일자리 창출은 요원하다는 것이다.하지만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여·야는 이들 쟁점 법안들의 임시국회 회기내 합의처리를 위한 상임위를 어제 재개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여전히 헛바퀴다. 여당은 노동개혁 5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을 일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야당은 일부의 분리 처리만 가능하다며 계속 어깃장이다.안될 일이다. 이미 노동개혁 법안이 그렇고 경제활성화법안들도 정작 중요한 핵심 내용이 빠진 채 누더기가 된 상태다. 이제와서 일부 법안만 처리하겠다는 것은 아예 껍데기에 불과한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무늬만 개혁’이고 경제활성화는 아예 불가능하다. 야당이 진정 노동자들의 권익과 청년고용의 절벽 상황을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더 이상 쟁점 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시간이 없다.

2015-12-21 15:16 사설

[사설] 3개 FTA 동시 발효, 수출 反轉 계기로

한·중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한·베트남, 한·뉴질랜드FTA가 어제 동시 발효됐다. 중국은 우리 수출의 25.4%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고, 베트남과 뉴질랜드를 합치면 그 비중은 31.5%에 이른다. 앞으로의 수출 증대,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번 FTA 발효로 중국에 수출하는 우리 상품 958개, 뉴질랜드는 2013개 품목의 관세가 철폐됐다. 또 중국에 대한 5779개, 베트남 272개, 뉴질랜드 1036개 품목의 관세가 어제에 이어 내년 1월 1일 두차례 인하된다. 정부는 향후 10년동안 국내총생산(GDP) 1% 추가성장, 연간 50억달러 수출 증가와 6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전망했다.관세 폐지 또는 인하로 시장선점 효과를 당분간은 누릴 수 있겠지만 한시적이다. 이미 미국·일본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중국 주도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메가 FTA’가 교역의 새로운 질서로 부상하고 있다.당장에는 FTA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급선무인 이유다. 국가별·품목별 맞춤형 대책이 시급하다. 중국의 경우 헬스케어, 정보기술(IT) 서비스, 개인위생용품 및 영유아용품 등의 소비시장이 유망하고, 우리 상품의 역직구(逆直購) 또한 급속한 확대가 예상된다. 베트남은 섬유·직물과 자동차부품 등 중간재, 소비가전제품 등이, 뉴질랜드 또한 소비가전과 건설중장비, 철강제품 등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이들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기 위해 원산지 증명을 비롯한 인증과 통관, 선적 등 절차 간소화, 중소기업들에 대한 FTA 정보 제공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2015-12-20 15:52 사설

[사설] ‘긴축발작’ 재연 우려, 비상한 대비책 세워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이 가중되면서 후폭풍이 본격적으로 몰아치는 모습이다. 금리인상 직후 글로벌 증시는 급등했다가 다시 추락했고, 외환시장의 환율도 연일 출렁이고 있다. 국제유가가 바닥을 모를 하락세를 보이면서 금·구리 등 다른 대표적 원자재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처음 안도했던 시장이 금리의 추가 인상에 대한 부담과 함께, 내년 금리인상 속도의 불확실성을 둘러싼 우려를 다시 키우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불안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내년 미국 기준금리가 2∼3차례에 걸쳐 1.00∼1.25% 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4차례에 1.5% 안팎까지 인상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지난 2013년 당시 벤 버냉키 Fed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야기된 ‘긴축발작’(taper tantrum)이 재연되는 것이다. 신흥국에 투자된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통화가치 하락으로 환율이 치솟고 주가와 채권값이 급락해 금융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도 그 충격을 피해갈 수 없다.물론 한국이 다른 신흥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37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 30%를 밑도는 단기외채 비중 등 대외건전성이 뛰어난 까닭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사상 최고인 Aa2로 상향조정함으로써 자본유출을 막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그럼에도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만반의 대비책을 조금도 소홀히 할수는 없다. 우선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경우 신속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상황별로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선물환 포지션 한도·외국인 채권투자 비과세 폐지·거시건전성 부담금 등 ‘거시건전성 3종 세트’ 규제도 하루빨리 재정비해 시장안정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015-12-20 15:52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