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관계 정상화, 국익위해 속도높여야

사설
입력일 2015-12-29 15:17 수정일 2015-12-29 15:45 발행일 2015-12-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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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이 24년 동안 해묵은 난제였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타결했지만 국내의 반발 여론이 적지 않다. 피해자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 크게 미흡한데도 ‘최종적·불가역적 합의’를 선언한 것은 성급하게 일본에 면죄부를 준 굴욕적 협상이라는 비판이다.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명시되지 않으면서 벌써 양국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고, 특히 우리 정부가 위안부 소녀상의 이전 문제를 거론한 것도 역풍을 불러오고 있다.

그럼에도 오랜 기간 비정상적 관계의 교착 상태를 빚어온 양국 관계에 있어 위안부 문제라는 최대 걸림돌이 제거되면서 이제 관계 정상화의 국면으로 진전되는 돌파구가 마련된 것은 틀림없다. 위축됐던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양국간 교류·협력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물론 관계 개선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한 최우선의 전제 조건은 신뢰다. 전적으로 일본이 지금부터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합의 내용을 이행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외면함으로써 또 다시 갈등을 증폭시킬 다른 암초들도 널려 있다. 일본의 독도 침탈 시도는 상시적으로 계속되고 있고, 아베 총리 등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교과서 왜곡, 틈만 나면 불거지는 정치인들의 망언 등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한·일 양국이 앞으로 전략적 협력을 통해 풀어야할 과제 또한 산적해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의 한국 참여, 북핵 위협에의 대응, 동북아 평화 및 한반도 통일 등을 위해서도 한·미·일 공조의 핵심 축인 일본의 도움이 절실한 것이 사실이다. 과거사의 아픔을 씻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위안부 협상 결과이지만 미래를 지향하는 양국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출발점으로 삼아야할 이유다. 일본 또한 더 이상 우리 국민을 자극해 겨우 살려낸 관계 정상화의 불씨에 찬물을 끼얹는 도발을 일삼아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