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고된 파행, 매장 빈 채 문여는 면세점

사설
입력일 2015-12-23 14:37 수정일 2015-12-23 14:38 발행일 2015-12-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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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결국 현실로 나타났다. 허가기간 5년짜리 시한부 면세점의 선정과정에서 제기됐던 문제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7월 특허를 따낸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은 24일과 28일 개점에 들어가지만 매장의 상당 부분을 아직 채우지 못했다고 한다. 면세점의 꽃인 명품 유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내년 상반기면 명품을 들여올 것이라고 말하지만 입점이 확정된 업체가 어디냐는 질문에는 확답을 못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사태는 이 뿐이 아니다. 지난 11월 허가갱신 과정에서 탈락한 SK워커힐면세점과 롯데월드타워면세점은 직원들의 대량 실업 위기에 직면해 있다. 새로 허가받은 업체들이 최대한의 고용승계를 다짐했지만 성사여부가 불투명하고 개인별로 사정이 달라 적지 않은 직원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매장 꾸미는데 들어간 돈이 날아가는 것은 물론 재고상품의 처리과정에서도 큰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쪽에서는 매장이 텅 비고, 다른 한쪽에서는 직원들이 칼바람 속에 거리로 내몰려야 할 일이 벌어지게 된 직접적 원인은 허가를 5년으로 제한한 법 규정에 있다. 국회는 10년 단위로 자동갱신해 주던 허가 기간을 2012년부터 5년으로 줄였다. 독과점을 막고 재벌을 견제한다는 게 명분이었다.

하지만 그 잘못된 판단이 몰고 온 후폭풍을 우리는 지금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5년짜리 시한부 면세점 허가제는 당장 바꿔야 한다. 대그룹의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해서라면 중소기업, 영세사업자 등 누구라도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해 경쟁을 유도하면 된다. 지금 시한부 면세점 허가제는 기업에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라고 주문하면서 오히려 규제의 암 덩어리만 키운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