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부동산 시장 위험하다는 잇따른 경고

과열된 부동산 시장이 우리 경제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어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국 금리인상과 주택공급 과잉이 겹쳐 경제 전반에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올해 급증한 아파트 분양물량이 가계부채를 크게 늘려, 이후 입주시점에 부동산과 금융시장을 흔드는 뇌관으로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도 주택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주택 인허가가 급증해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적정 수준의 공급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KDI 분석에서 올해 분양된 아파트 49만가구는 이미 정부의 중장기 주택공급계획 수치인 연평균 27만가구를 크게 초과했고, 연말까지 공급은 1990년 이후 최대인 70만가구를 넘을 것으로 나타났다.문제는 3년의 시차를 두고 입주시점에 발생하는 미입주 사태와 준공후 미분양 증가가 심각하게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 경우 이미 수익성이 한계에 이른 건설사의 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KDI는 2018년 준공후 미분양물량이 2만1000가구에서 3만가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2017년 이후 ‘깡통 주택’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다시 부동산 가격의 급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어렵게 살린 부동산 경기를 꺼트리지 않으면서 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우선 아파트 중도금에 대한 집단대출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는 만큼 집단대출의 건전성을 높이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선제적인 위험관리로 부동산발(發) 경기추락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2015-12-03 15:28 사설

[사설] 일본 법인세 낮추는데 거꾸로 가는 한국

일본의 집권 자민·공명 양당이 법인세 실효세율을 현재 32.11%에서 내년 회계연도부터 29.97%로 인하키로 했다고 한다. 법인세율을 낮추는 것은 아베 신조 총리의 역점 추진 사안으로, 지난 2013년 37%이던 세율이 3년만에 7%포인트 이상 떨어지게 됐다. 법인세율 인하는 기업의 세부담을 줄여 임금 인상과 설비투자를 유도하고, 외국기업 투자를 확대해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세계 각국이 이미 몇년전부터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다. 지난 5년간 미국과 영국·일본 등 36개국이 법인세율을 낮췄고, 최근에는 인도·아일랜드 등이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지방세를 포함해 2000년 30.8%에서 2005년 27.5%, 2008년 24.2%로 낮아졌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포인트 낮고 34개 회원국 가운데 19위 수준이다. 그러나 준조세를 합치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를 제외하더라도 기업들이 지난해 낸 95종류의 법정부담금이 13조4002억원에 달했다는 게 조세재정연구원 분석이다. 이를 포함한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은 31.8%에 이른다.어디 그뿐인가. 통계에도 잡히지 않고 준조세와 다름없는 각종 기부금이 기업들을 짓누르고 있다. 이번 한·중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관련해 걷기로 한 농어촌지원기금 1조원을 비롯해, 청년희망펀드, 창조혁신센터 지원 등 대기업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수십억, 수백억원씩 내는 부담금이 한두가지가 아니다.그런데도 야당은 줄곧 법인세율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부자 감세’를 되돌려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법인세 인상은 기업의 투자와 생산의욕을 떨어뜨리고 해외 탈출을 가속화해 오히려 세수 감소를 초래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미 준조세 부담만으로도 기업들은 허덕이고 있다. 한마디로 ‘거위의 배를 가르자’는 발상이다.

2015-12-03 15:26 사설

[사설] 온실가스 감축 공약, 우리 경제 족쇄채운 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20년 이후 적용될 신(新)기후체제 확정을 목표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1997년 채택됐던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다. 파리회의는 과거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의무감축분을 할당하던 방식에서 모든 나라에 자발적인 감축 목표를 제시·이행토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지난 6월 내놓은 목표였던,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을 약속했다. 처음부터 산업계가 과도한 목표치라며 거세게 반발했던 감축안이다. 달성가능한 수준인지도 의문인데다, 제조업 중심 경제구조를 무시한 주먹구구식 정책으로 우리 경제가 받을 심각한 타격을 우려한 까닭이다.이 목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은 2005년 대비 2025년까지 배출량을 26∼28%,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35%, 일본도 2030년까지 26%를 감축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우리가 선진국들보다도 지나치게 앞서나간 비현실적 목표이자 허세(虛勢)에 다름아니다.아직은 이번 총회에서 신기후체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 신흥국들이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협약에 극력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우리의 감축 목표는 이미 국제적 약속이 되고 말았다.그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들이 짊어져야 한다. 산업계는 최신의 기술들을 적용해 이미 세계 최고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찾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결국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막대한 과징금을 물수 밖에 없고,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 생산기지 해외 이전, 투자 축소 등에 따른 산업 공동화까지 우려된다. 과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스스로 잡는 꼴이 되고 있다.

2015-12-02 14:39 사설

[사설] 노동개혁법 처리 해넘겨선 절대 안된다

여·야가 지난 1일부터 밤샘 협상을 통해 일부 쟁점 법안들의 정기국회 처리에 합의했지만, 노동개혁 관련 5대 법안들은 임시국회로 넘김으로써 이들 법안의 연내 처리에 먹구름이 끼이고 있다. 여·야는 노동개혁 법안을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임시국회 일정이 잡혀지지 않은데다 여당은 12월 임시국회라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시기를 못박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합의처리와 관련해서도 야당은 ‘합의’만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노동개혁 법안이 계속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노동개혁 5대 법안은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파견근로자 보호법이다. 새누리당은 청년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해 하루가 급하다는 입장이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개악(改惡)’이라는 주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고 있다.결국 야당은 계속 시간을 끌어 노동개혁 입법을 무산시키겠다는 속내인 것으로 보인다.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의 야당 소속 위원장부터 법안 심의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면서, 임시국회의 ‘합의 처리’는 “할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할 정도다.노동개혁 법안의 연내 처리가 무산되면 내년 총선 정국의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아예 물건너 가고말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심각하게 우려되는 사태다. 노동개혁은 우리 경제 최대 과제인 청년들의 고용절벽 해소와 비정규직·중소기업 근로자 보호, 경제활성화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서 가장 절박한 과제임은 더 설명할 것도 없다. 이미 우리 경제는 장기 침체로 빠져들면서 성장엔진이 꺼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노동개혁에 실패하면 우리 경제를 살릴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 법안 처리가 해를 넘겨서는 결코 안된다.

2015-12-02 14:39 사설

[사설] FTA 할때마다 기부금 걷을 건가

한·중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을 위해 여·야·정이 합의한 ‘농어민지원 상생기금 1조원 조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말이 기업들의 자발적 기부금이지 사실상 준조세인데다, 합리성과 정당성도 없는 나쁜 선례를 남긴 데 따른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FTA를 체결한 국가 가운데 기부금을 걷어 피해를 보상하는 곳은 없고 보면 이런 변칙이 따로 없다. 기금으로 농어촌 자녀의 장학사업, 의료·문화 지원, 주거 개선, 농수산물 상품권 사업 등에 쓰겠다는 용도 또한 농어업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멀다.한·중FTA는 역대 FTA 가운데 농수산물 개방 정도가 가장 낮다. 우리가 20년내 관세를 철폐하는 대상은 전체 품목의 92%이지만, 농수산물은 품목수의 70%, 수입액 기준 40% 수준이고 쌀은 제외됐다. 반면 과거 한·미FTA에서는 최대 민감품목인 소고기를 비롯해 농산물의 90% 이상이 개방됐다. 그 때도 없었던 ‘상생기금’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업의 팔을 비틀어 농어민 반발을 무마하자는 선심정책으로 나온 것이다.그렇지 않아도 우리 농어업에는 끝없이 보조금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낙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에 따른 쌀시장 개방 이후 지금까지 퍼부은 농가보조금만 200조원이 넘는데도 농업 경쟁력이 나아졌다는 증거는 없다.제조업 중심의 우리 경제구조에서 어떤 FTA든 농어업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피해를 기업들의 기부금으로 보전하는 식이면, 앞으로 더 큰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나,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 참여할 때 다시 준조세의 기금이 생겨나지 말란 법도 없다. 정말 잘못된 포퓰리즘이다.

2015-12-01 15:28 사설

[사설] 위안화 기축통화, 위험 줄이고 기회 살려야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대로 중국 위안화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을 결정했다. SDR 편입비율 10.92%는 미국 달러(41.73%), 유럽연합 유로(30.93%)에 이어 3번째로, 일본 엔(8.33%)과 영국 파운드(8.09%)보다 높다. 위안화가 단숨에 세계 3대 기축통화로 부상한 것이다. 위안화의 SDR 편입은 국제통화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 무역결제나 금융거래에서 자유롭게 사용된다는 의미다. 달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미·중간 통화전쟁도 가열될 전망이다.중국 경제와 밀착된 우리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당장 큰 변화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금융과 실물경제 모두에 득실(得失)의 양면성이 혼재한다. 중국 자본시장 개방 가속화와 금융 영향력 확대로 위안화의 신뢰가 높아지면 국제 자금의 위안화 자산에 대한 투자수요가 늘어난다. 국내의 외국 투자자금이 유출될 소지가 큰 것이다.반면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외국자금 유입은 이 나라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고, 또 중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 쉽게 경기부양을 위한 유동성 확대 등에 나설 수 있게 된것은 긍정적이다. 이런 환경은 우리의 중국 수출을 늘리는데 도움이 된다. 또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우리 수출기업들의 경쟁력도 높아진다. 현재 우리 무역결제의 93%가 달러에 편중돼 있는데, 앞으로 원·위안화 직거래로 기업의 환전비용을 절감하고, 결제통화를 다변화해 달러화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질적 문제점도 개선할 수 있다.예상되는 리스크를 면밀히 분석해 미리 대비하고, 위안화 국제화에 따른 우리 경제의 이득을 확실히 챙기는 대응책 수립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우선 지난해 12월 서울에 개설된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을 더욱 활성화하고, 위안화 결제 및 보유를 늘려 달러 의존도를 줄이면서 그 변동성에 따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능력을 키우는게 급선무다.

2015-12-01 15:28 사설

[사설] 종교인 과세 이번엔 반드시 입법·시행돼야

종교인 과세가 오는 2018년부터 시행될 수 있게 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법안심사소위는 어제 세법개정안의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종교소득’ 항목을 신설키로 하는 정부안을 의결했다. 시행 일자는 당초 예정보다 2년 유예된 2018년 1월1일로 늦췄다. 47년째 해묵은 과제였던 종교인 과세의 길이 열린 것이다. 물론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과세의 구체적인 방법은 세금을 물리지 않는 필요경비율을 소득 4000만원 미만 80%, 4000만∼8000만원은 60%, 8000만∼1억5000만원은 40%, 그 이상은 20%로 규정하고, 학자금·식비·교통비 등 실비변상액은 비과세 소득으로 분류하는 내용이다.종교인 과세는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있고 조세 형평성과 국민개세(皆稅)주의 관점에서도 당연하다. 그런데도 여태 법제화가 이뤄지지 못했던 것은 종교계 영향력을 겁낸 정부의 의지 빈약, 표를 의식한 국회의 종교계 눈치보기, 종교계 일각의 이기주의 탓이 크다.그런 점에서 이번에 국회 본회의에서 확실히 종교인 과세 입법이 이뤄질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시행을 2년 미룬 것도 결국 5개월 앞의 총선, 또 2017년의 대선을 의식한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종교인 과세는 조세정의이자,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반드시 차질없이 입법,시행되어야 한다.

2015-11-30 16:11 사설

[사설] 한·중FTA 비준 넘어 경제활성화법 빨리

한·중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진통끝에 어제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협정의 연내 발효를 위해서는 후속 행정절차를 감안할 때 어제가 사실상 비준안 처리의 데드라인이었고 보면 정말 다행스럽다. 연내 발효가 무산될 경우 올해에만 1년치 관세혜택 등 1조5000억원이 날아갈 뻔 했던 것도 막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활력을 잃고 부진에 빠진 수출의 돌파구가 열리게 됐다. 한·중FTA가 발효되면 우리의 최대 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품목의 12% 정도인 958개 품목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5년 뒤 40.6%, 10년 뒤 71.3%의 관세도 없어진다. 14억 인구의 중국 내수시장 선점으로 향후 10년간 국내총생산(GDP) 0.96% 추가 성장, 5만3800여개 일자리창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소비자 후생의 개선 효과도 146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하지만 시한에 쫓긴 나머지 여·야·정이 끝내 변칙적 합의의 선례를 남기면서 비준안을 처리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야당이 줄곧 발목을 잡으면서 무리하게 요구했던 무역이득공유제가 변형된 형태로 수용됐다. 시장 원칙에 어긋나고 위헌 소지까지 있는 무역이득공유제의 대안으로 1조원 규모의 농어촌 상생협력·지원사업 기금을 조성키로 한것이다. 기금은 민간기업, 공기업, 농수협 등의 기부금을 재원으로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조성하게 된다.한·중FTA로 혜택받는 기업이 기부대상이라고 하지만 FTA로 어떤 기업이 얼마나 추가 이익을 올렸는지 계산하기란 불가능한 일이고 보면, 결국 기업 규모에 따라 할당하는 강제 모금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FTA 발효로 기업이익이 늘어나면 당연히 법인세가 늘어나는데 또 다시 기업을 쥐어 짜 준조세를 더 걷겠다는 것이다.이제 가까스로 한·중FTA 비준의 고비를 넘겼지만 앞으로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또 첩첩산중이다. 일부 법안에 대해서만 여·야의 주고받기로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가 합의됐다. 그러나 핵심적인 노동개혁 5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은 야당 반대로 여전히 논의의 진척이 없다. 이들 법안 또한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 빨리 처리해야 한다.

2015-11-30 16:11 사설

[사설] 내년 교역 1조달러 회복 기대할 수 있나

올해 한국 무역규모가 2011년 이후 4년만에 1조달러 밑으로 떨어진다는 공식 추계가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수출이 전년보다 7.1% 감소한 5320억달러, 수입은 16.3% 줄어든 4400억달러로 총교역이 972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수출은 2.3% 증가한 5440억달러, 수입이 4.8% 늘어난 4610억달러로 무역규모 1조50억달러를 예상했다.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시장 축소가 교역감소의 가장 큰 이유다. 문제는 내년에 교역규모 1조달러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무역연구원은 선진국 경기회복, 소비심리 회복 등으로 내년 세계교역이 4% 증가하는 등 무역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하지만 희망사항일 뿐이다. 최대 관건은 수출인데, 지금 ‘수출 절벽’을 벗어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의 경기 연착륙 여부가 불투명하다. 우리 산업구조 또한 한계에 부딪혀 있다. 스마트폰 등 무선통신기기를 제외하고는 주력산업인 조선, 디스플레이, 철강 등이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부진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수출의 의미있는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지난 10여년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만한 산업·제품을 키우지 못한 탓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가라앉는다면 미래가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수출 확대에 정책역량을 집중해 땜질 처방이나 재탕삼탕식 대책만 나열할 게 아니라,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 발굴, 산업 경쟁력 혁신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2015-11-29 16:44 사설

[사설] 첫 출범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 조건

금융위원회가 어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의결과를 발표하고 첫 사업자로 카카오가 이끄는 카카오은행과 KT의 케이뱅크 2곳을 선정했다. 23년만의 새로운 은행업 인가다. 이들은 내년 상반기중 본인가를 신청하고, 본인가 후 6개월 이내 영업에 들어간다. 인터넷은행은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무(無)점포 비(非)대면’ 거래가 특징으로 계좌개설이나 송금 등 모든 업무를 스마트폰이나 ATM으로 처리할 수 있다. 점포와 지점 인력이 없으니 기존 은행에 비해 비용 절감으로 고객에게 유리한 금리와 저렴한 수수료 혜택을 줄수 있다. 해외에서는 인터넷은행이 1990년대부터 운영되고 있다. 우리 출발이 한참 늦었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이 매우 높고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새로운 성장산업이 될만하다.인터넷은행의 본질은 핀테크(FinTech)를 통한 금융시장의 혁신과 소비자 편익 증대에 있다. 그런 만큼 성공의 관건도 기존 금융과의 차별화를 통한 고객맞춤형 서비스의 제공이다. 사업자가 고객들에게 얼마나 편리한 서비스와 높은 혜택을 줄것인가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우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수백개의 지점을 보유한 기존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다수 포함된 예비인가 컨소시엄의 구조 때문이다. 금융 노하우에 대한 현실적인 필요성 외에도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4%로 제한한 은행법의 제약 때문이다. 이런 구조가 무점포·비대면 거래 확장과 상충됨으로써 혁신적 핀테크의 발목을 잡을 소지가 크다.인터넷은행은 기본적으로 은산(銀産) 분리를 전제하고 있다. 국회에 상정돼있는 은산분리 규제완화 법안의 신속한 처리로 은행의 산업자본 비중을 50%까지 늘린다는 조건이 빨리 충족되어야할 이유다. SNS 등 다양한 형태의 금융소비자 빅데이터를 수집해 신용평가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규제 개선, 보안 강화 등도 서둘러야 한다. 인터넷은행의 성공에 대한 기대는 높다. 금융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파괴적 혁신이 바로 성공모델이다.

2015-11-29 16:44 사설

[사설] 노동의욕 최저·두뇌 유출, 미래가 안보인다

한국의 노동자 의욕이 세계 최하위권이고, 두뇌 유출로 인한 국가 경제의 경쟁력 저하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최근 발표한 ‘2015 세계 인재 보고서’의 내용이다. IMD의 61개국에 대한 조사 결과, 한국 기업 노동자 의욕은 54위로 아르헨티나·슬로베니아 등과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반면 일본은 11위, 중국도 25위였다. 우리 노동자들의 ‘헝그리 정신’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더욱이 한국은 61개국 가운데 두뇌유출로 인한 피해가 18번째로 큰 나라로 꼽혔다. 고급 인재들이 고국에서 일하기 보다는 좋은 일자리를 찾아 외국에 나가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이다. 실제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의 2012년 조사에서 미국내 한국인 이공계 박사 1천400명 가운데 60%가 미국 잔류의사를 밝혔었다.노동자 의욕이 바닥에 떨어지고 고급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는 가장 큰 이유가 양질의 일자리 부족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한국무역협회의 지난해 조사에서도 국내 고급 두뇌의 해외진출 의향이 90% 이상으로 나타났다. 변변한 자원이 없는 한국이 그동안 이뤄낸 경제 기적의 핵심 원동력이 인재 양성이었고 보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고급 두뇌들의 해외 진출은 국내 처우가 외국보다 미흡하고 연구개발 여건이 열악할 뿐 아니라 고용불안의 우려도 큰 것이 주된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이같은 문제가 개선되지 못하면 지속적인 인재 유출로 국가 경쟁력의 추락을 피하기 어려울수 밖에 없다.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고급 두뇌야말로 국가 경제의 미래를 밝히는 주역들이다. 인재들이 국내에서 마음놓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이고, 나아가 외국인 고급 인력들을 적극 유치하기 위한 파격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2015-11-26 15:36 사설

[사설] 의원 세비 인상분 반납? 삭감약속 지켜라

국회의원들이 내년 세비를 슬그머니 올리려다 말썽을 빚자 인상분을 반납키로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태·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의원은 어제 정부의 공무원 보수증가율(3%)을 반영한 내년 세비 인상분을 반납하는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17일 국회의원 봉급인 일반수당을 3% 올리고 입법활동비는 동결, 전체 세비를 2% 인상해 의원 1인당 연 1억4024만원이 지급되도록 하는 안을 별다른 검토나 논의없이 의결한 뒤 예결위에 넘겼다. 여론의 역풍이 인것은 당연하다. 의원 세비는 국민 혈세로 지급되는 돈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국회의 존재 가치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갖고 있는 마당에, 의원들이 무슨 염치로 제 밥그릇 챙기는데만 여·야가 한 통속이냐는 비난이 거셀 수 밖에 없다.국회의 민생과 경제를 외면한 행태와 입법기능 마비가 그 이유다. 다급하게 처리해야할 법안들은 산적해 있는데, 여·야는 핵심 현안 어느 것 하나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는 정쟁으로 파행만 일삼고 있다. 당장 급한 한·중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국회 처리 마지노선이 오늘 내일이지만 야당은 꿈적도 않고 있다.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개혁 법안과, 몇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관광진흥법 등 핵심 경제활성화 법안들도 도무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국회의원들의 세비는 오히려 삭감되는 것이 마땅하다. 여·야는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세비 삭감’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야당 박지원 의원이 당 소속 의원 전원의 서명을 받아 일반수당을 30% 삭감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새누리당도 처리에 동의했지만 여태 흐지부지다. 의원들에게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2015-11-26 15:36 사설

[사설] 우라늄 농축·핵연료 자립 서둘러야

한·미원자력협정이 어제 발효됐다. 지난 42년간 미국이 우리의 원자력 기술개발을 일방적으로 통제해온 구(舊)협정이 종료되고 향후 20년간 적용될 새로운 협정체제가 시작된 것이다. 새 협정의 특징은 미국산 우라늄의 20%미만 저농축과 사용후핵연료의 파이로프로세싱(건식재처리)에 대한 ‘추진경로’를 마련한 것이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 고집해온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포기 조항인 ‘골드 스탠더드(Gold Standard)’는 명시되지 않았다.종전에는 사용후핵연료의 ‘형상·내용변경’을 할때마다 건건이, 또는 5년마다 미국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일부 연구개발의 자율성을 갖는 ‘장기동의’를 확보했다. 사용후핵연료 재활용에 필수적인 조사(照射)후 시험과 파이로프로세싱의 첫 단계인 전해환원 등 핵심기술의 독자개발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우라늄 20% 농축의 길을 텄다.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농축과 재처리 연구를 위해서는 기술적 타당성, 경제적 실행 가능성, 핵비확산성 등의 조건 충족에 대한 양국 합의를 전제하고 있다. 미국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이 큰 장애가 될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그 걸림돌을 넘기 위한 핵비확산 노력의 신뢰 제고와 치밀한 협상전략 마련이 절실하다.가장 시급한 과제는 우라늄 농축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아직 실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장기과제인 반면, 농축기술 확보는 핵연료 자급에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전력의 30% 이상을 원전에 의존하는 우리에게 안정적 핵연료 공급이야말로 에너지 안보의 필수 요건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2015-11-25 15:31 사설

[사설] 김영삼 ‘화합과 통합’ 실현, 정치권 책무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이 오늘 엄수되면서 영면의 길을 떠난다. 고인은 국회의사당에서의 영결식 이후 상도동 사저를 거쳐 서울현충원에 안장된다. 이로써 한국 현대 정치사의 거목이었던 고인은 역사속으로 퇴장한다. 그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한다.민주화를 위해 일생을 헌신한 고인은 이제 역사의 인물로 남게 됐지만, 그가 유지(遺志)로 남긴 ‘화합과 통합’의 절실한 화두가 갖는 울림이 크다. 우리 사회의 분열과 반목, 대립의 청산없이 불가능한 일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이번 국가장에서 여당과 야당, 정치권의 구세대와 지금 세대, 과거 YS(김영삼)의 상도동계와 대척점에 있었던 DJ(김대중)의 동교동계가 모두 상주를 자처하면서 한마음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기렸다. 화합의 단초가 될만 하다. 무엇보다 30여년 동안 한국 정치를 지배했던 ‘양김(兩金)시대’의 종언으로 정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디딤돌을 놓아졌다고 볼수 있다.고인의 뜻을 되새겨 새로운 화합의 시대를 여는 것이 남아있는 우리의 책임이다. 우선 정치권의 각성과 개혁이 그 전제이다. 과거 YS와 DJ는 끝없이 싸우면서 대립했지만, ‘경쟁적 협력관계’의 틀 속에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현실 정치의 주체인 정당들은 상대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그저 좌우(左右)의 이분법적 평행선을 달리면서 서로 원수처럼 극단적 대립만 일삼고 있다. 이번에도 여·야는 언제 고인을 함께 애도했냐는 듯이 상대방에 날선 비난으로 갈등의 쳇바퀴만 돌리고 있다.화합과 통합은 국민적 염원이자 시대적 요구이다. 동서의 지역갈등과 좌우이념의 간극을 극복하는 것이 핵심이고 상생과 공존의 길을 여는 길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 정치를 이끄는 인물들 또한 고인 세대의 그늘에서 성장해왔다. 동과 서, 좌우를 아우르는 사회통합과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기 위한 방도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실천함으로써 구시대의 병폐를 털어내야 한다. 그것이 고인이 남긴 뜻이자,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치권의 책무다.

2015-11-25 15:31 사설

[사설] 중국에 따라잡히는 한국 제조업 기술

한국과 중국의 제조업 기술격차가 3.3년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모든 업종에서 중국의 기술 추격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지난 2011년 3.7년이었던 격차가 0.4년 좁혀진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반면 우리 제조업 기술력은 세계 최고의 80.8% 수준으로 4년전 81.9%보다 오히려 1.1% 포인트 하락했다. 무엇보다 우리가 압도적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여겨져온 정보통신기술(ICT)에서 한국이 뒷걸음질치면서 기술격차가 겨우 2.6년에 그쳤다. 중국이 이제 제조업의 첨단·응용기술에서 전통적인 강점을 지켜온 한국의 턱 밑까지 따라잡은 것이다.중국 기술이 한국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경고는 새삼스럽지 않다. 얼마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내놓은 자료에서는 핵심 분야인 기계·제조공정과 전자·정보·통신기술의 한·중간 격차가 0.6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의 텃밭이었던 ICT 마저 흔들리고, 5~10년후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에너지·자원탐사·무인비행체 등 첨단기술에서는 이미 중국이 훨씬 앞서가고 있다는 조사결과였다.우리 기술력이 퇴보하고 있는데 다른 이유는 없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들의 연구개발(RD)이 크게 위축된 탓이다. RD 방식에도 문제가 많다. 단기간내 상용화가 가능한 분야에만 인력과 자금을 집중해 원천기술 확보 노력은 매우 소홀하다. 국내외 기업간 협력도 외면해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선도기술 개발능력이 취약하다.결국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미래 핵심기술개발과 기초연구의 강화가 관건이다. RD 자금 및 인력 양성을 위한 정부의 획기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제조업 기술에서 우위를 지켜내지 못하고 중국의 추월을 허용하면 더 이상 한국 산업의 미래는 없다.

2015-11-24 15:33 사설

[사설] 기업매출 사상 첫 감소, 암울한 한국 경제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의 매출액이 사상 최초로 감소했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2014년 기업활동조사 잠정 결과’에 따르면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국내 전체 기업 매출액이 2231조원으로 전년 대비 1.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매출 감소는 2006년 통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의 부진이 빚어낸 결과다. 제조업 매출은 지난해 1385조원으로 전년의 1440조원에 비해 3.8% 줄었다. 석유정제·화학·전자·통신장비 증 주력산업 대부분에서 수출 주도형 대기업들의 매출이 깎였다. 제조업 순이익도 2013년 73조4830억원에서 64조1980억원으로 12.6%나 감소했다. 전체 기업 순이익은 94조원으로 5.9% 증가했지만,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비용절감으로 전기·가스업과 운수업 등의 이익이 급증한 덕분이라 별 의미를 두기 어렵다.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2010년 16.3%, 2011년 12.2%, 2012년 6.0%, 2013년 1.1%로 줄곧 하향 추세를 보이다 지난해 결국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세계경기 둔화로 수출이 부진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그래도 전체 수출이 2.4% 늘어났다. 올해에는 10개월 연속 수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실적이 더 악화될게 틀림없다.기업은 경제성장의 동력이요, 일자리의 원천이다. 기업의 매출 감소는 한국 경제가 갈수록 쪼그라들면서 퇴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얘기다.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기업 활력을 살리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와 한·중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국회의 무책임과 직무유기를 강도높게 질타했다. 우리 경제를 살릴 기회를 더 이상 놓쳐서는 안된다. 국회의 각성을 촉구한다.

2015-11-24 15:33 사설

[사설] 아세안경제공동체, 우리 경제 활로 삼아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이 올해 12월 31일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아시아판 유럽연합(EU)’으로 총인구 6억3000만명, 국내총생산(GDP) 2조7000억달러의 세계 7위 거대 경제권이다. AEC는 우선 관세 폐지를 통한 역내 상품 및 서비스 교역장벽 해소, 자본과 인력 이동의 자유화 등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EU 수준의 실질적인 공동체까지는 갈 길이 멀다. 회원국간 경제 격차와 정치·사회적 이질성이 크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이 경제권의 가치는 지대하다. 아세안의 경제성장률은 앞으로 2030년까지 연평균 6.4%에 이를 전망이다. 원자재가 풍부하고 글로벌 제조업 생산기지인데다, 소비시장도 급속 팽창하는 등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한국은 ‘아세안+3’의 한 축으로서, 이 시장의 확대, 역내 저개발 국가의 경제발전 가속화, 인프라 투자 촉진 등은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의 돌파구가 될만 하다. 진출 여건도 좋다. 우리와 아세안의 교역규모는 지난해 1380억달러로 중국 다음의 2대 수출시장이다. 특히 한국이 이뤄낸 압축성장의 경제기적은 이들 동남아 국가의 발전모델이다.AEC 출범을 우리 경제의 활로로 삼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의 진출 및 투자 확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2015-11-23 16:33 사설

[사설] 정주영 탄생 100년, “해봤어?” 정신의 울림

내일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이다. 이를 기리기 위한 사진전과 그의 철학을 탐구하는 학술심포지엄이 어제 열렸다. 마침 브릿지경제신문은 불가능에 도전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정주영의 기업가정신을 조명하는 시리즈를 싣고 있다.아산(峨山) 정주영은 누구였나? 강원도 통천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열여섯살 때 아버지의 소 판 돈 70원을 들고 상경해 공사판 막노동, 쌀가게 점원 등을 전전하다, 건설·조선·자동차 등 한국의 대표산업을 일으킨 영웅이었다. 맨손으로 시작해 무수한 시련을 극복하면서 글로벌 대기업을 일군 끝없는 도전과 성공은 우리 주력산업 성장사였고 한국 경제의 신화였다. 오늘의 우리에게 큰 교훈이 아닐 수 없고 보면, 그의 불굴의 기업가정신이 새삼 그립다.지금 우리 경제가 직면한 암울하기 짝이 없는 상황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가 이뤄낸 성취는 뿌리째 흔들리고 앞날을 기대하기 어려운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경제의 견인차인 수출은 올들어 10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조선·철강·화학·건설 등 주력산업이 이미 한계 상황이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키운 반도체·전자·정보통신 등도 중국의 거센 추격에 위협받고 있다. 활로가 보이지 않는데 미래의 새로운 성장산업도 찾지 못하고 있다. 청년들은 체감실업률이 20%에 이르러 일자리를 못구해 아우성이다.아산이라면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갔을지 난국 돌파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가 평생 실천한 불굴의 도전은 “해보기나 했어?”라는 한마디에 함축돼있다. 미래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감수하면서 창의적 도전을 통해 결국 성공을 이끌어내는 기업가정신 그 자체다.지금 한국 경제의 위기는 달리 말하면 기업가정신의 실종이다. 어제 나온 암웨이의 ‘2015 글로벌 기업가정신 지수’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44개국 가운데 28위에 그쳤다. 중국은 5위, 인도 6위, 베트남 7위였고 터키도 22위였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 기업가정신 추락의 최대 요인이었다. 하지만 아산의 기업가정신은 불가능을 처음부터 부정하고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는 것이었다. 그것이 포기하지 않고 숱한 실패를 극복한 원동력이었다. 아산의 정신이 지금 가장 절박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2015-11-23 16:33 사설

[사설] 거듭된 가계·기업부채 경고, 대응책 뭔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기업 부채비율이 신흥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국제금융협회(IIF) 집계에서 한국은 1분기에 18개 신흥국 중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4%로 가장 높았고, 비금융기업 부채비율도 106%로 선진국의 90%를 크게 웃돌았다.우리 가계와 기업부채의 심각성에 대한 경고는 새삼스럽지 않다. 특히 가계부채는 1분기 1039조3000억원에서 2분기 1071조원으로 32조원 가까이 폭증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면 가계부채의 상환부담이 커지며 금융건전성이 악화되고 경기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미국 금리인상이 최대 리스크다. 이에따라 시장금리가 오르면 부채상환에 취약한 100여만 가구가 이자부담을 견디기 어려워질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권 부실, 부동산 침체, 소비 위축 등의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중국 경기 둔화, 신흥국 외환위기까지 겹치면 환율 변동성 확대로 기업들의 채무상환 부담과 외환위험까지 가중되면서 우량기업들까지 자금경색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비금융기업 부채에서 외화표시 채무가 많은 국가는 한국이 210억달러로 신흥국 가운데 최대다.장기적인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로 체력이 고갈된 한국 경제가 자본유출, 환율 상승, 채무상환 부담 증대 등으로 정말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가계 및 기업부채의 위험요인에 대한 선제적 점검 등에 나서고는 있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이 급하다. 금리 등 정책 수단이 별로 없는 것이 지금 가장 큰 문제다.

2015-11-22 16:27 사설

[사설]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국민통합 길 열어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어제 새벽 서거했다. 군사정권 시대 민주화 운동의 기수로서, 6년전 먼저 떠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 민주화에 독보적 발자취를 남긴 거인이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국민들과 함께 깊이 애도한다. 그의 60여년 정치역정은 영욕(榮辱)으로 점철됐고, 1993∼1998년의 대통령 재임기간 공과(功過)는 엇갈린다. 그럼에도 30여년 지속됐던 군사독재를 청산하고 문민시대를 연 첫 대통령으로서 과감한 사회개혁으로 한국 현대사를 이끌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김 전 대통령은 군부의 권력이었던 하나회 척결을 시작으로, 금융실명제와 부동산거래 실명제 도입, 공직자 재산공개, 지방자치제 부활 등 잇따른 개혁을 성공시켰다. 대외적으로는 적극적인 시장개방으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급격한 개방의 부작용을 극복하지 못해 결국 임기말 외환위기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사태를 불러왔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그의 업적이 폄훼(貶毁)되는 이유다.이제 고인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집권과정에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간 연대로 국민통합의 디딤돌을 놓았지만, 동서의 지역통합, 보수와 진보간 이념의 공존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지금 우리 사회 최대 갈등요인들이다.고인의 마지막 메시지가 ‘통합과 화합’이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에 여·야 정치권도 한마음으로 추모하고 있다. 사회 분열과 반목, 대립의 해소를 요구하는 국민적 염원이자, 정치권에 새로운 화합의 시대를 열라는 강력한 주문에 다름아니다. 정치권은 이같은 시대적 요구를 결코 외면해서 안된다. 극한대립으로 일관하면서 걸핏하면 거리로 나서 의회민주주의를 후진시키는 구태를 청산하기 위해 여·야 모두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 지역갈등과 이분법적 이념의 골을 극복하는 국민통합이 그 지향점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것 없이는 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 경제 또한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2015-11-22 16:27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