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주영 탄생 100년, “해봤어?” 정신의 울림

사설
입력일 2015-11-23 16:33 수정일 2015-11-23 16:35 발행일 2015-11-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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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이다. 이를 기리기 위한 사진전과 그의 철학을 탐구하는 학술심포지엄이 어제 열렸다. 마침 브릿지경제신문은 불가능에 도전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정주영의 기업가정신을 조명하는 시리즈를 싣고 있다.

아산(峨山) 정주영은 누구였나? 강원도 통천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열여섯살 때 아버지의 소 판 돈 70원을 들고 상경해 공사판 막노동, 쌀가게 점원 등을 전전하다, 건설·조선·자동차 등 한국의 대표산업을 일으킨 영웅이었다. 맨손으로 시작해 무수한 시련을 극복하면서 글로벌 대기업을 일군 끝없는 도전과 성공은 우리 주력산업 성장사였고 한국 경제의 신화였다. 오늘의 우리에게 큰 교훈이 아닐 수 없고 보면, 그의 불굴의 기업가정신이 새삼 그립다.

지금 우리 경제가 직면한 암울하기 짝이 없는 상황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가 이뤄낸 성취는 뿌리째 흔들리고 앞날을 기대하기 어려운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경제의 견인차인 수출은 올들어 10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조선·철강·화학·건설 등 주력산업이 이미 한계 상황이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키운 반도체·전자·정보통신 등도 중국의 거센 추격에 위협받고 있다. 활로가 보이지 않는데 미래의 새로운 성장산업도 찾지 못하고 있다. 청년들은 체감실업률이 20%에 이르러 일자리를 못구해 아우성이다.

아산이라면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갔을지 난국 돌파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가 평생 실천한 불굴의 도전은 “해보기나 했어?”라는 한마디에 함축돼있다. 미래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감수하면서 창의적 도전을 통해 결국 성공을 이끌어내는 기업가정신 그 자체다.

지금 한국 경제의 위기는 달리 말하면 기업가정신의 실종이다. 어제 나온 암웨이의 ‘2015 글로벌 기업가정신 지수’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44개국 가운데 28위에 그쳤다. 중국은 5위, 인도 6위, 베트남 7위였고 터키도 22위였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 기업가정신 추락의 최대 요인이었다. 하지만 아산의 기업가정신은 불가능을 처음부터 부정하고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는 것이었다. 그것이 포기하지 않고 숱한 실패를 극복한 원동력이었다. 아산의 정신이 지금 가장 절박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