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영삼 ‘화합과 통합’ 실현, 정치권 책무다

사설
입력일 2015-11-25 15:31 수정일 2015-11-25 16:00 발행일 2015-11-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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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이 오늘 엄수되면서 영면의 길을 떠난다. 고인은 국회의사당에서의 영결식 이후 상도동 사저를 거쳐 서울현충원에 안장된다. 이로써 한국 현대 정치사의 거목이었던 고인은 역사속으로 퇴장한다. 그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한다.

민주화를 위해 일생을 헌신한 고인은 이제 역사의 인물로 남게 됐지만, 그가 유지(遺志)로 남긴 ‘화합과 통합’의 절실한 화두가 갖는 울림이 크다. 우리 사회의 분열과 반목, 대립의 청산없이 불가능한 일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번 국가장에서 여당과 야당, 정치권의 구세대와 지금 세대, 과거 YS(김영삼)의 상도동계와 대척점에 있었던 DJ(김대중)의 동교동계가 모두 상주를 자처하면서 한마음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기렸다. 화합의 단초가 될만 하다. 무엇보다 30여년 동안 한국 정치를 지배했던 ‘양김(兩金)시대’의 종언으로 정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디딤돌을 놓아졌다고 볼수 있다.

고인의 뜻을 되새겨 새로운 화합의 시대를 여는 것이 남아있는 우리의 책임이다. 우선 정치권의 각성과 개혁이 그 전제이다. 과거 YS와 DJ는 끝없이 싸우면서 대립했지만, ‘경쟁적 협력관계’의 틀 속에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현실 정치의 주체인 정당들은 상대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그저 좌우(左右)의 이분법적 평행선을 달리면서 서로 원수처럼 극단적 대립만 일삼고 있다. 이번에도 여·야는 언제 고인을 함께 애도했냐는 듯이 상대방에 날선 비난으로 갈등의 쳇바퀴만 돌리고 있다.

화합과 통합은 국민적 염원이자 시대적 요구이다. 동서의 지역갈등과 좌우이념의 간극을 극복하는 것이 핵심이고 상생과 공존의 길을 여는 길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 정치를 이끄는 인물들 또한 고인 세대의 그늘에서 성장해왔다. 동과 서, 좌우를 아우르는 사회통합과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기 위한 방도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실천함으로써 구시대의 병폐를 털어내야 한다. 그것이 고인이 남긴 뜻이자,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치권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