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제 모금 청년희망펀드로 희망생기겠나

사설
입력일 2015-11-11 15:34 수정일 2015-11-11 15:46 발행일 2015-11-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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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희망펀드에 대기업들의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달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의 사재 200억원과 임원진의 50억원을 더한 250억원,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20억원을 내놓은뒤 현대자동차 200억원, SK와 LG, 롯데가 총수와 임원진 명의로 100억원씩 기부하고, GS(50억원), 포스코(40억원), 한화(40억원), 두산(35억원), 효성(20억원)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참했다. 신세계도 어제 100억원을 기부키로 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청년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이 펀드에 대기업들이 적극 참여하는 것은 물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당초 사회지도층, 공직자, 일반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기금을 마련한다는 취지가 변질되고, 정부가 기업들을 압박하면서 ‘준조세’가 되고 있다는 잡음이 이는 까닭이다. 대기업 규모별로 기부금을 할당하고, 참여 시기에 대한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는 말도 나온다.

우리가 처음부터 우려했던 그대로다.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에 1호로 가입하고, 국무위원, 여당 의원, 공공기관장들이 뒤따르면서 벌써 관제(官制)모금은 예고됐다. 정부는 기부금 할당을 부인하지만 삼척동자도 다 알만한 일이다.

이렇게라도 해서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 돈을 모으고만 있을 뿐, 펀드를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쓸 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기본적으로 일자리는 기업의 투자 확대를 통해 만들어지고,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그것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철폐 등 제도적 환경 개선이다. 모금 이벤트로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발상부터 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