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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클릭 시사] 에포케(epoche)

독일 철학자 E. 후설은 “모든 사물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려면 ‘에포케(epoche)’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포케란 고대 그리스의 회의론자들이 즐겨 쓰던 용어로, ‘판단 중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멈춤’ 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는 뜻이다. 그리스의 회의론자들은 어떤 사물 등을 판단할 때, 판단하는 사람이나 그 대상의 입장과 조건 등이 모두 다르다는 점을 중시했다. 때문에 일률적으로 좋다, 나쁘다 혹은 옳다, 그르다 등의 판단을 쉽게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매사에 쉽게 판단하지 말고, 가능하면 확실한 결론을 도출할 때 까지 판단을 보류하는 게 좋다는 것이었다. E.후설은 에포케의 정의에 대해 ‘틀린 판단을 내리지 않기 위해 먼저 눈으로 대상을 괄호로 묶어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섣부른 결론을 내기 전에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보내는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른바 ‘현상학적 환원(還元)’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자연스러운 판단을 그대로 진실이라 하지 말고 일단 판단을 보류해 보라고 권했다. 그에 앞서서는 근세 철학자 R.데카르트도 ‘방법적 회의’라는 저서에서 에포케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7-23 14:05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올리가르히(oligarch)

‘올리가르히’는 원래는 러시아의 신흥 재벌을 지칭하는 말이다. 고대 그리스에 존재했다는 ‘소수자에 의한 정치 지배’ 즉, 과두정치를 의미하는 ‘올리가키(oligarch)’가 어원이다. 이들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 시절에 30여 경공업 사업 분야에서 독점을 허가받았다. 소련연방 해체 이후 국영산업 민영화 과정에서 정경유착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이들은 언론과 산업 전반을 장악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사실상 러시아의 경제와 정치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쳤다. 러시아 마피아의 몸통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올리가르히라는 용어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물론 우버의 트레비스 캘러닉 등 글로벌 기술 기업 창업자들을 ‘미국판 올리가르히’라고 부른다. 이들은 기술 기업을 일으켜 막대한 부를 축적했음에도 조직 내 노동 문제나 인권 문제 등에 관해선 좀처럼 성의를 보이지 않는 공통점을 가졌다는 비판을 받는다. 직원들을 감시하고 노동력을 뽑아 먹으려고 혈안이 되었지, 직원들의 노동 환경이나 복지에는 반인간적이라는 것이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7-20 14:09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이도류(にとうりゅう)

이도류(にとうりゅう)는 일본 검술에서 쓰이는 말이다. 양손에 칼을 한 자루씩 쥐고 싸우는 쌍검술이다. 과거 메이지 유신 직전까지 사무라이 시절에 대부분 일본 무사들은 장검을 가지고 싸웠는데, 극강의 고수 가운데 양 쪽 허리춤에 두 개의 칼을 차고 대결하는 사무라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이도류가 최근 들어서는 스포츠 경기, 특히 야구에서 새로운 개념으로 발전했다. 야구에서는 이도류를 두 가지 포지션, 구체적으로는 타자와 투수를 겸하는 선수를 지칭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등학교까지는 투수가 4번 타자를 하는 이도류가 흔했으나, 최근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도류가 출현해 큰 관심을 모았다.주인공은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로,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부터 투수와 타자로 빼어난 활약을 펼쳐 메이저리그에서도 상품성을 인정받아 꾸준히 이도류로 출전해 왔다. 참고로 한국 프로야구에도 이도류가 있었다. 프로야구 초창기이던 1980년대 해태 타이거즈에서 활약했던 김성한 선수였다. 그는 프로야구 원년이던 1982년 한 해 투수로 10승, 타자로 3할을 기록했다. 홈런도 13개나 기록했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7-19 14:58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무라하치부(村八分)

‘무라하치부(村八分)’는 마을 집단 따돌림을 뜻한다. 마을 전체가 특정인이나 가족을 따돌리는 징벌적 행위다. 잘못한 사람들을 벌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특정인들과 절교할 것으로 선언하고, 이들을 마치 투명인간처럼 취급한다. 평소 아는 체 안하는 것은 기본이다. 결혼식이나 성인식은 물론 출산이나 간병, 여행, 집 증·개축에 심지어 수해 예방 등 상부상조가 필요한 마을의 크고작은 중요한 일에서 철저히 외면 당해 일체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마을의 집단 이지메인 셈이다.일본에서는 따돌림이라는 뜻의 이지메가 보편화되어 있다. 학교 생활에서부터 이지메가 일반화되다 보니 사회인이 되어서도 같은 인식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 통계를 보면, 학교 내 집단 따돌림으로 정식 인정된 이지메 건수가 54만 3933건에 달했다고 한다. 전년과 비교하면 1년 새 무려 13만 건이나 폭증한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갈수록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이지메가 42만 5844건으로 전체의 78%에 달했다고 한다. 일본 초등생 인구를 감안하면 20명 중 한 명이 이지메를 당했다는 얘기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7-14 14:04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테크 브로(tech bro)

테크 브로(tech bro)란, 기술 산업에 종사하는 부유한 청년을 말한다. 청년기에 창업해 굴지의 대기업으로 키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부터 구글을 창업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그런 기술기업에서 일하면서 엄청난 연봉과 함께 일부 스톡 옵션까지 받아 백만장자의 반열에 오른 청년들까지 포함해 이렇게 부른다. 이들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나뉜다.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들 덕분에 세상이 더 편리하고 스마트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그만큼 많은 연봉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반면에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테크 브로들을 ‘졸부’의 전형이라고 비판한다. 마치 군대 용병처럼 돈 버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 자신들로 인해 사회가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 지에 관해 고민이 없다고 말한다.실리콘밸리에서도 최근 비판론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이들이 샌프란시스코를 망치고 있다”면서 “탐욕으로 똘똘 뭉친 테크 브로들이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도록 그대로 맡겨두어선 안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자신들은 큰돈을 벌었지만, 사회의 다른 면을 함께 보듬는 따뜻함이 없다는 비판이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7-13 13:59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삼보사찰’

불교에서 불보(佛寶), 법보(法寶), 승보(僧寶)를 가리켜 ‘삼보(三寶)’라고 한다. ‘불(佛)’은 불교의 창시자인 석가모니와 일체의 불제자들을 가리킨다. 법(法)은 석가모니의 가르침과 후대 정립된 이론을 의미한다. 승(僧)은 불교 교리를 신봉하고 전파하는 승려 집단으로, 승가(僧伽)라고도 한다. 불교권 국가에는 대부분 ‘삼보’를 대표하는 사찰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통도사와 해인사, 송광사를 ‘삼보 사찰’이라고 부른다. ‘불보’는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보관 중인 통도사다. ‘법보’는 부처님의 진리의 말씀을 담은 팔만대장경을 보관 중인 합천 해인사다. ‘승보’는 명승들을 많이 배출한 곳으로 전남 순천의 송광사가 대표적이다.특히 송광사는 ‘조계종의 본산’으로 평가된다. 고려 때 보조국사 지눌이 사채놀이 등으로 부정한 부를 쌓던 불교계를 혁신하겠다며 내려와 새로운 신앙결사운동을 펼쳤던 곳이다. 이곳에서 그는 전통의 선종과 교종을 통합한 ‘조계종’을 창시해 현재 대한민국의 대표 종파로 자리매김 하게 했다. 4000명을 한번에 먹일 수 있는 쌀 7가마분의 밥을 담는 ‘비사리구시’가 남아 있어 당시의 위용을 보여준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7-09 14:07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감옥의 아이러니

‘감옥의 아이러니’와 관련해선 두 가지 얘기가 있다. 하나는, 어떤 미국의 연구소가 감옥에 들어온 사람들의 IQ(지능지수)를 조사했다고 한다. 결론은 ‘평균 이하’였다. 이 결과를 놓고 단순한 학자들은 이런 결론을 냈다. “범죄자는 IQ가 낮다”. 그러나 같은 통계를 보고 일부 통찰력 있는 학자는 이렇게 분석했다고 한다. “머리 나쁜 사람들만 잡혀 들어왔다”. 특수한 상황에서 어떤 결과를 놓고 서로 다른 원인 분석과 평가가 나타나는 경우다.다른 하나는 영화 ‘쇼쌩크 탈출’을 모티브로 한다. 이 영화에는 유독 장기 복역수들이 많이 나온다. 대부분 오랜 감옥 생활에 길들여져 지내다 보니 이들에게 감옥은 아이러니하게도 ‘편안한 집’이다. 석방되어 바깥 세상으로 나갈 기회가 생겼는데도 오히려 불안해 하고 거부한다. 급기야 한 고령의 출소자는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려 죄를 지으려다 결국 모텔 방에서 스스로 목을 맨다. 래딩 레드(모건 프리먼 분)도 만기 전 출소해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며 한 때 극단적인 생각에 그가 묵었던 모텔 방을 찾았지만, 현명한 그는 이 ‘마음의 감옥’에서 과감히 탈출해 옛 동료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 분)을 찾아 남은 여생을 보낸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7-02 10:28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스와팅

스와팅(swatting)은 미국 경찰특공대(SWAT)에서 비롯된 말이다. 전화나 SNS를 통한 장난 전화나 거짓 신고를 의미한다. 특히 경찰에 거짓으로 테러나 범죄 신고를 해 특정 장소로 경찰특공대 팀을 출동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 붙여 졌다. 거의 불법에 가까운 수준으로 자행되어 미국에서 특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대표적인 사례는 납치나 총격전 등에 관한 것 들이다. 무장 괴한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거나 인질로 잡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은 사실 여부를 떠나 무조건 출동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앙심을 품은 거짓 신고로 예기치 않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2017년 12월에 미국에서는 인질국이 벌어지고 있다는 장난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가 20대 가장이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영문도 모른 채 경찰에 희생당한 사건이 있었다.잦은 스와팅 때문에 경찰이 장난전화로 치부하다가 오히려 사상자를 내는 경우도 있다. 이전에 비슷한 장난 전화를 걸어 왔던 주소지에서 인질 신고가 왔지만 경찰이 출동하지 않은 것이다. 스마트폰과 게임 등 SNS 문화에 익숙한 유년시절부터 교육과 계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6-29 10:16 조진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