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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클릭 時事

[원 클릭 시사] 코로나19와 권리공간

사람이 남의 간섭을 받지 않고 일상 생활을 영위하려면 최소한의 개인적 공간이 필요하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권리공간’이라고 말한다. 대체로 한 사람 당 약 3평을 약간 웃도는 정도의 넓이로 이해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이 권리공간 침해다. 이 최소한의 자기 공간이 없어지거나 침범당한다고 생각되면서 폭력, 특히 가정폭력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유엔인구기금(UNFPA)에 따르면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가정 폭력이 20%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외출 제한 조치 탓에 가정폭력이 최대 24% 증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UNFPA는 앞으로도 최소한 1500만 건의 가정폭력이 추가로 일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2014년~2016년에 에볼라가 극성을 부렸을 때나 2015~2016년에 창궐했던 지카 바이러스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었다. 최소한의 공간을 얻지 못한 스트레스 때문에 분노조절 장애가 생기고, 권리가 침해당해 행복감이 상실되었다고 생각한 결과 울분이 쌓이고 터져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9-17 14:40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아키야 뱅크

일본 말 ‘아키야’는 ‘빈집’을 뜻한다. 아키야뱅크(空き家バンク)란 ‘빈집 은행’인 셈이다. 일본에 얼마나 많은 빈 집이 있는지 가늠케 한다. 실제로 일본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일본 전역에 빈집이 850만 채가 넘는다고 한다. 일본 전체 주택 수의 14%에 가까운 엄청난 규모다. 요즘은 도쿄 같은 수도권에서도 빈집이 늘고 있다고 한다. 아키야뱅크는 이런 빈집 정보를 소상히 소개해 주고 연결해 준다. 대부분 무료로 제공하거나 아주 싼 가격에 살 수 있게 해 준다. 입주 시 비용이 평균적으로 50만 엔에서 2000만 엔 정도에 불과하다. 입주자에 따른 차별적 혜택도 부여한다. 18세 이하 자녀를 두었거나 60세 이상 고령자와 함께 산다면 월세를 최대 4만엔까지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해 준다.빈 집 문제는 우리나라도 일본에 못지 않다. 2018년 현재 전국의 빈집이 142만 호에 달한다. 경기도에 25만 채, 경북에 13만 7000채가 빈집이고 서울에도 9만4000여 채가 비어 있다. 전체 주택의 8%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3년간 빈집 증가율이 30%에 달하는 등 증가율이 가팔라 우려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9-16 14:00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날이불치(涅而不緇)

‘날이불치(涅而不緇)’는 ‘아무리 검은 물을 들이려 해도 검게 물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날(涅)은 검은 물들일 날, 치(緇)는 검정을 의미한다. 성품과 인품이 고매하여, 아무리 주변에서 나쁜 영향을 주려 해도 물들지 않고 자기 중심을 잃지 않는다는 뜻이다. 논어(論語) 양화(陽貨)편에 나온다. 필힐이라는 자가 쿠데타를 일으켜 공자를 주군으로 모시겠다고 초청했다. 쿠데타가 마음에 걸렸지만, 공자는 평생을 꿈꾸었던 왕도정치, 민본정치를 실현할 기회라고 생각하고 청에 응하려 했다. 이 때 제자인 자로가 스승이 조롱거리가 될까 걱정되어 반대하고 나섰고, 이에 공자는 “검은 물을 들여도 검어지지 않는다”며 현실정치 참여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공자는 결국 정치에 임할 때 아무리 주변 환경이 바뀌고 유혹이 빗발쳐도 이에 영향받지 말고 처음 가졌던 초심을 끝까지 지켜 뜻을 펼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채찍질한 셈이다. 정치권의 유혹에 넘어가 정치를 한번 바꿔보겠다고 호기 있게 나섰다가 결국 자기 경력만 망치고 구태 정치인들의 전철을 밟는 정치인들에게 교훈이 될 얘기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9-14 14:16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헤어컷과 디폴트

헤어 컷(hair cut)이란 보유 자산의 가치가 떨어졌을 때 장부상 가치도 낮춰 실제 가치와 맞추는 것을 말한다. 국채 탕감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스의 경우 2011년에 EU 정상들이 헤어 컷 비율을 21%에서 50%까지 상향 조정해 준 적이 있다. 부채 상환 능력이 보이지 않는 그리스에게 받을 돈의 절반을 탕감해 준 것이다.헤어 컷 등으로 부채 상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선언하는 것이 모라토리엄(moratorium)이다. ‘지체하다’는 뜻의 라틴어 모라리(morari)에서 유래했다. 돈은 갚을 테니 일정 기간 기다려 달라는 것이다. 우리도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바 있다. 돈 빌린 나라의 마지막이 디폴트(default)다.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채권국들 입장에서는 채무를 모두 날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 대부분 디폴트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심각한 부채위기를 맞고 있는 아르헨티나도 8번이나 디폴트를 선언했지만 채권국들이 인정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디폴트를 선언해 인정받은 나라는 지난 1981년 영국 연방에서 탈퇴해 독립한 중남미 벨리즈가 유일하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9-09 14:00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헤테로지니어스

헤테로지니어스(heterogeneous)란 다양성을 용인하는 ‘이질적’ 성질을 말한다. 폐쇄성을 특징으로 하는 호모지니어스(homogeneous)와 대비되는 말이다. 헤테로지니어스가 용인되는 사회나 조직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자유롭게 토론하고 논쟁하기에 다양하고 개방적인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14세기에 유럽이 르네상스 시대로 꽃피웠던 것도 헤테로지니어스의 다양성이 가져온 시너지 덕분이었다. 수많은 인종과 세대가 어우러져 완전히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고대나 중세와 달리 이슬람을 비롯한 다른 세상의 문화와 사람의 이동이 제한받지 않고 사상의 다양성이 허락되자 그것이 창조와 자유로 발현된 것이다.다만 현대 사회에서는 헤테로지니어스 문화가 자칫 과도한 경쟁으로 내몰리는 부작용도 낳고 있어 주목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실리콘밸리다. 이곳에서는 최고 수준의 다양함이 용인되는 속에서 수 많은 창조와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늘 경쟁자보다 절대 우위에 있어야 하다는 절박감, 최고를 만들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위기감이 또 다른 호모지니어스를 만들어 낸다는 비판도 나온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9-08 14:07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하기오그라피(Hagiography)

하기오그래피(hagiography)는 이른바 ‘성인(聖人) 열전’을 말한다. 대상자를 우상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웅주의 사관에 의해 쓰여져 내용이 왜곡되고 과장된 전기(傳記)를 일컫는다. 자신이 지지하는 쪽의 부끄러운 과거나 역사는 철저히 감추거나 왜곡시키고, 대신 자랑스럽고 추앙받을 만한 내용을 추려 영웅적으로 확대 기술하는 방식으로 쓰여진 책이다. 아전인수 격 역사인 셈이다. 이 말은 원래는 독일어 Hagiografi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중국이 동북아 공정설을 퍼트리고 “한반도는 예로부터 중국 영토의 일부였다”고 주장하는 서적을 국가 차원에서 기술케 하는 것 등이 전형적인 하기오그라피다. 우리가 보통 ‘용비어천가’라고 우스갯소리로 얘기하는 것 들도 광의의 하기오그라피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초 최덕성 교수가 ‘하기오그래피와 역사관점’이라는 책에서 일제시대에 신사참배로 거짓 우상을 숭배한 한국 교계를 비판하며 이 단어를 처음 책 제목으로 썼다. 그는 광복 후에도 참회고백 없이 오히려 당시 일제의 앞잡이 역할을 했던 사람들을 민족지도자로 둔갑시켰다며 비판했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9-07 14:16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망탈리테(mentalite)

우리가 자주 쓰는 말 가운데 ‘멘탈’이라는 용어가 있다. 그 원어가 망탈리테(mentalite)다. 멘탈은 일반적으로 심성이나 정신상태를 말한다. 반면에 망텔리테는 사회학과이나 역사학적 의미로 주로 해석된다. 무의식적인 것, 인지되지 않은 것, 사회문화 현상의 바닥에 자리잡은 집단 무의식을 통칭한다. 특정한 시대에 개인들이 공유하는 집단적 의식 및 무의식을 일컫기도 한다. 망탈리테는 지적·정서적인 것을 망라한 태도와 심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집단주의나 권위주의, 민족주의를 대표적 특성으로 한다. 문제는 이것이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무척 큰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이것이 논리적 사유와 정서적 감정을 포괄하고 있기에 자칫 오도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심리적·정서적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예를 들어 20여 년 전에 혹독하게 경험했던 외환위기나 최근의 끝 모를 코로나 펜데믹 같은 것 들이 국민들로 하여금 “노력해도 안되는구나…”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어 불안과 위기감을 증폭시키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래서 정부와 정치, 정책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9-02 14:04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서바이벌 로터리 시스템

멘체스터 대학의 존 해리스 교수가 만성적인 ‘장기’ 부족 문제 해결에 ‘공리주의’ 이념을 도입하자는 취지로 주장한 이론이다. 해리스 교수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최고선으로 하는 공리주위 원칙에 따라, 한 명의 생명이 희생되더라도 그로 인해 다수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참된 공리주의의 실천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나아가 “한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자신의 장기에 관한 정보를 정부의 관리센터에 등록해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고 장기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공리주의에 비판도 많았다. 다수가 행복한 것이 반드시 도덕적으로 옳거나 정의로운 것이냐는 것이었다. 다수결의 원칙이 최선이라며, 늘 다수가 결정한대로 따르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냐 하는 의문과 유사하다.영화 ‘리포 맨’을 보면 인류는 멀지 않은 미래에 인공장기를 개발한다. 할부로 장기이식을 받을 수도 있게 된다. 하지만 할부금을 갚지 못하면, 미납금 회수원인 ‘리포 맨’이 강제로 장기를 적출해 회수해 가게 된다. 끔찍한 미래가 아닐 수 없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8-31 14:15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페티시즘(Fetishism)

지금은 ‘성 도착증’ 정도로 해석되는 페티시즘(Fetishism)이란 용어를 처음 대중화한 사람은 ‘자본론’을 쓴 카를 마르크스였다. 이 책의 제1권 1장 4절에 딱 한번 이 단어를 언급했다. 그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 단어를 사용했다. 상품과 인간의 관계가 바뀌어, 자신이 생산한 상품을 인간이 숭배하게 되었다는 의미로 쓴 것이다.페티시(fetish)란 용어 자체도 원래 ‘숭배 대상이 되는 자연적·인공적 물건’을 지칭했다. 이 물건을 가지게 되면 갖가지 질병과 해악을 피할 수 있는 주술적 힘을 갖게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이 단어는 곧 ‘특정한 사물에의 집착’이라는 뜻으로 확장되었다. 자신이 숭배하는 대상이나 물건을 접하면 흥분과 환상에 빠져 이성적 판단이 흐려진다는 의미로 해석됐다.이것이 정신분석학에서 ‘물건’을 ‘성적인 대상’으로 대치하면서 완전히 의미가 바뀌게 된다. 특히 프로이트는 “페티시즘은 그 대체된 대상을 성적으로 과대평가하게 된다”고 주장했고 이후 ‘일반적인 사람들이 성적 흥분을 느끼지 못하는 사물 또는 대상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증세’로 일반화되어 버렸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8-24 13:58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코로나 카스트

TBS 방송 화면 캡쳐카스트(Caste)란 힌두교를 믿는 인도에서 사람들의 신분을 계층별로 구별하던 제도를 말한다. 종교 일을 담당하는 브라만, 정치·군대 일을 하는 크샤트리아, 상업·농업을 맡는 바이샤, 그리고 이들 세 계급의 시중을 드는 노예 계급 수드라가 있다. 이들 4개 계급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이들도 있는데 아직도 인도에서는 이들을 ‘불가촉 천민’이라고 부른다.카스트의 신분 구분이 코로나 펜데믹 탓에 현대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 카스트’다.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빈부격차나 사회적 지위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경제·사회적 격차에 따라 의료 접근권을 넘어 결국은 생명권 격차로까지 이어진다는 얘기다. 코로나 카스트의 4개 계층은 대체로 △언제든 원격근무가 가능한 계층 △제한된 위험 속에서 대면 접촉 업무를 하는 계층 △일하고도 임금도 못 받는 계층 △잊혀진 계층으로 구분된다. 뒤로 갈수록 코로나 확산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콜센터, 물류센터 등의 집단감염 사태를 비롯해 임시직 등 고용이 불안정한 직군이나 영세 사업장에서 코로나 직격탄을 맏고 있어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8-23 14:51 조진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