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클릭 시사] 호모 파베르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0-08-27 14:33 수정일 2020-08-27 14:34 발행일 2020-08-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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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다른 동물이나 생명체와 구분되는 인간의 특성으로 ‘지성’을 꼽았다. 특히 기술을 익히고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호모 파베르(Homo Faber)’의 지성이 인류를 지금과 같은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호모 파베르란 ‘도구의 인간’을 말한다. 자연을 가꿀 수 있는 ‘연장을 갖춘 자’라는 뜻이다.

베르그송은 특히 인간이 유·무형의 도구를 만드는 동시에 인간 스스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인류를 살리는 이런 ‘지성’이 반대로 인류사회를 해체로 이끌 가장 큰 위험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인류를 살리는 것도, 인류를 파멸로 이끄는 것도 ‘지성’이라고 본 것이다.

베르그송은 인간의 자살을 그 가장 비근한 사례로 들었다. 그 좋은 머리로 자살 도구와 자살 방법을 생각해 스스로를 없애려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로봇이 파베르의 역설을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인간의 편의를 위한 ‘도구’로 만든 인공지능과 로봇이 오히려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무시무시한 괴물로 둔갑할 것이라는 우려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