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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클릭 시사] 독-영 X-마스 휴전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1차 세계대전. 1914년 크리스마스 즈음까지 프랑스~스위스 국경의 800km 전선에는 여전히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어느 쪽에서 먼저 공격을 할 지 모두 하루하루 긴장감 속에 지내고 있던 그 때,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일어났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독일과 영국군 양 진영은 크리스마스 캐롤로 서로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음악 선율에 따라 옹기종기 모여 총칼 대신 담배를 서로 권했다. 이튿날에는 선물까지 교환하며 함께 단체사진도 찍고 두 차례나 축구시합을 펼쳤다. 마지막에는 상대방의 포격으로 사망한 전우들의 시체를 서로 묻어주며 찬송가도 함께 불렀다. 주소를 교환하며 전쟁이 끝나면 서로의 고향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기도 했다. 전쟁을 잊고 잠시나마 진짜 친구가 된 것이다.잇단 전쟁에 피로감과 함께 증오감을 갖고 있던 많은 사람들은 처음에는 이 사실을 믿지 않았다. 일부 보도가 나가기도 했지만 전쟁 후유증 탓에 누구도 “그럴 리 없다”며 유언비어로 치부했다. 그러다 1981년 영국 BBC방송이 ‘무인지대의 평화’라는 제목으로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면서 당시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알게 되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1-05-12 16:23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내전을 끝낸 뮬런로웨 광고

콜롬비아 내전이 한창이던 2010년 초에 글로벌 광고회사인 뮬런로웨에 콜롬비아 국방장관의 광고 제작 요청이 들어왔다. 게릴라들을 뿌리칠 게릴라식 광고 마케팅을 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당시 콜롬비아는 50년 이상 계속된 내전으로 2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던 때였다. 뮬런로웨는 2010년 12월에 게릴라들의 은신처인 정글 한 가운데 23m 높이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했다. 놀랍게도 한달 사이에 331명의 반군이 투항했다. 힘을 얻은 뮬런로웨는 2011년에는 ‘불빛의 강’ 작전을 펼쳤다. 반군에게 ‘집으로 돌아와라. 우리가 널 기다리고 있다’는 편지를 띄워 강 물에 떠내려 보냈다. 180명이 투항했다.2012년에는 ‘베들레햄 작전’을 전개했다. 정글에서 탈출하려다 길을 잃은 반군을 위해 군용 헬리콥터로 하늘에서 조명을 만들어주었다. ‘너는 게릴라가 되기 전에 내 아이였다’는 어머니의 육필이 쓰여진 반군의 어린 시절 사진도 곳곳에 붙여 놓았다. 218명의 청년과 아이들이 돌아왔다. 이 캠페인 핵심은 반군을 ‘범죄자’가 아닌 ‘정글에서 길을 잃은 어린이들’로 여겼다는 것이다. 멀지 않아 반 세기가 넘던 내전은 종식되었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1-04-29 14:01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껍데기 이론(Veneer theory)’

네덜란드 동물학자인 프란스 드발은 “문명이란 아주 가벼운 도발에도 갈라져버리는 얄팍한 껍데기 표면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껍데기 이론(Veneer theory)’이다. 인간은 나약해 주위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이 이론을 배경으로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고 공격적’이라는 신화가 만들어졌다. 여기서 더 발전해 ‘잔혹한 세계 증후군(mean world syndrom)’이라는 이론까지 나왔다. 인간이 본래 사악한 본성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이다.그러나 인류 역사 연구자들은 그런 부정적 성향들은 태생적인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현실은 그 반대로, 인간은 위기 때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최선’을 다한다고 말한다. 초강력 태풍이나 산사태 등으로 큰 피해를 입은 다른 나라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직접 구조 봉사를 가거나 모금 활동을 하는 사람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어려울 때일수록 배려와 자선, 용기가 넘쳐난다는 것이다.껍데기 이론 신봉자들이 의외로 많은 것은 뉴스와 SNS 등의 영향이라고 이들은 분석한다.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가 많다 보니 인간의 본성이 그렇게 착하지 않다고 믿게 된다는 것이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1-04-27 14:10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깨진 유리창 법칙’의 오류

‘깨진 유리창 이론’은 인간의 본성을 파괴적이고 집단지향적이라고 보는 데서 시작했다. 제임스 Q. 윌슨이 1982년에 제시한 이래로 수 많은 저명인들은 ‘가장 오류가 없는 보편적 범죄이론’이라고 받아들였다. 말콤 글래드웰은 자신의 저서에 빠지지 않고 소개하며 이를 ‘범죄의 전염병 이론’이라고 불렀다.이 이론을 현실에 접목한 것은 뉴욕 경찰이었다. 윌슨 신봉자인 교통경찰국 책임자 브래튼은 ‘범죄자에겐 그에 걸 맞는 철권통치만이 어울린다’며 강압적인 범죄 소탕 작전을 벌였다. 단순한 무임승차자들을 비롯해 사소한 법규 위반자들까지 모두 체포해 범죄의 싹을 자르려 했다. 덕분에 살인사건이나 노상강도 사건 등은 60% 이상 줄어들며 큰 효과를 보았다.하지만 부작용이 일어났다. 실적이 곧 승진이었기에 무리한 체포와 구금, 심지어 경찰관들이 실적을 조작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뉴욕 시민들은 모두 잠재적 용의자가 되었고 인종차별은 기승을 부렸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뉴욕 경찰은 죄수들을 인간으로 교화시키는 데 탁월한 성과를 내는 노르웨이 교정 정책을 벤치마킹했고, 그들의 결론은 ‘깨진 유리창 전략의 오류’였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1-04-20 14:39 조진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