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클릭 시사] 난득호도(難得糊塗)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1-05-09 15:11 수정일 2021-05-30 19:53 발행일 2021-05-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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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가장 전통적인 가훈(家訓)이 ‘가화만서성(家和萬事成)’이라면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가훈은 ‘난득호도(難得糊塗)’라고 한다. 여기서 호도(糊塗)란 바보, 멍청이를 뜻한다. 즉, 똑똑함을 감추고 바보처럼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중국 청나라 때 뛰어난 서예가이자 기인으로 통하던 판교 정섭의 사연에서 유래했다.

정섭이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고위관리에게 청탁을 넣어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받고는, 정중한 거부의 의사를 전하면서 액자를 만들어 보냈다는 글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총명하기도 어렵지만 어리석게 보이는 것도 어렵다(聰明難 糊塗難) 총명함을 잃지 않은 채 어리석게 보이기는 더욱 어렵다(由聰明而轉入糊塗更難) 두드러지지 말고 한 걸음 물러서서 마음도 내려놓아라(放一著 退一步 當下心) 이것이 어찌 훗날의 복 받기를 도모하는 일이 아니겠는가(安非圖後來福報也)’

자신 또는 주변의 능력을 과신해 가볍게 행동하거나 그것으로 사익을 취하려다간 험한 일을 겪을 수도 있으니 스스로 분수를 알고 안분자족하는 삶을 사는 것이 난세의 슬기로운 처신이라는 의미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