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지소미아 정상복원 검토할 때 됐다

박진 외교부장관이 ‘지소미아’(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정상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가깝게는 북한 견제를 위한 군사적 방편이지만, 길게 보면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박 장관은 13일(미국 현지시간) 한미 외교장관 회의 후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선 중국과 일본의 긍정적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지소미아’ 조기 정상화를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폐기’까지 갈 뻔 했다가 미국 측 설득으로 가까스로 유명무실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지소미아를 조기에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알다시피 지소미아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한 반발로 우리가 일방적으로 중단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한일관계 복원을 원하고 있는 만큼, 이달 말 스페인에서 열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모종의 계기를 마련할 지 기대된다.지금은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인 상태다. 부쩍 잦아진 미사일 공세에 이어 조만간 7차 핵실험까지 예고되어 있다. 미국과 혈맹관계를 기초로 전략자산 전개와 함께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조기 재가동까지 추진 중이지만, 일본이 빠진 상태에선 아무래도 완벽한 대북 억지력을 갖추기에 역부족이다.북한을 설득하려면 도발을 억제할 힘부터 갖춰야 한다. 장·단기 군사대비태세 구축을 위해선 한미일 3국이 힘을 모아 역할 분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3국이 8월 초 하와이에서 북한 미사일 추적·탐지훈련을 실시키로 한 것은 한일 양국의 군사적 협력관계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문제 협의차 최근 3국 장관들이 정례적으로 모이는 것도 긍정적인 변화다.오래 된 한일 두 나라 갈등을 이대로 마냥 지속할 순 없는 일이다. 지금은 풍전등화 같은 경제위기 상황이다. 전방위적인 글로벌 협력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시기다. 당연히 일본과의 관계도 개산되어야 한다. 지나치게 과거에만 집착하지 말고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실리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다. 지소미아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우리는 일본과 척을 지다 방위력의 중요한 한 부분을 상실한 상태다. 일본이 밉다고, 일본의 군사력 증강이 두렵다고 북한문제에서 일본을 배제한 결과가 지금 같은 상황이다. 일본과 뭘 하려고 만 하면 친일, 토착왜구라며 선동하던 이들도 이번 만큼은 냉정해 주길 바란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은 ‘실리’와 ‘힘’이다.

2022-06-14 14:47 사설 기자

[사설] 화물연대, 파업부터 풀고 협상에 임하라

안전운임제 연장 및 확대를 요구하며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11일과 12일 연 이틀 정부와 벌였던 마라톤 협상이 결렬되면서 화물연대는 13일 더욱 수위를 높여 파업에 임할 것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화물연대가 공개한 잠정 합의문을 놓고 진실공방까지 빚어져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화물연대 측은 국토부와 국민의힘, 화주단체까지 4자가 안전운임제의 지속적인 추진 및 대상 품목 확대를 적극 논의키로 잠정 안에 합의했음에도 타결 직전에 국민의힘이 돌연 번복하는 바람에 최종 합의가 무산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국토부나 국민의힘 모두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 의지가 없음이 확인됐다며 파업 수위를 더욱 높이겠다고 한다.국토부 얘기는 다르다.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컨테이너와 시멘트로 국한된 품목의 추가확대 등 대안을 제시했으나 검토 결과 수용이 곤란하다고 판단해 대화가 중단됐다는 것이다. 화물연대가 공개한 합의안도 실무 협의 과정에서 논의된 대안이지, 관계기관 간에 최종 합의 내용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화물연대는 대화 중단을 선언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대화의 문을 열어 놓은 상태다. 지금으로선 사태의 원만하고 조속한 해결을 위해 화물연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일단 파업부터 푸는 게 우선이다. 협상 기간 만이라도 파업을 중단하고 물류가 정상화되도록 돕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화물연대 파업으로 온 나라 경제가 멈춰 서고 있다. 시멘트가 공급 안돼 건설현장이 스톱될 상황이다. 자동차와 반도체, 철강 등 주력 산업들이 모두 정상 조업도 못하고 오히려 늘어나는 불필요한 지출에 속 앓이 하고 있다. 덕분에 물가는 품목을 가리지 않고 더욱 치솟아, 국민들은 그 원인 제공자인 화물연대에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경제 6단체가 12일 호소했듯이 지금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인상 등 ‘3중고’의 경제 복합위기 상황이다. 우리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인 수출길마저 막혀버릴 판이다. 이래로 가면 공멸이다. 사정이 어려운 화물 차주들마저 강제 업무개시명령이라는 극약 처방으로 범법자를 만들게 놔둘 순 없지 않은가.국민을 볼모로 한 ‘키친게임’은 안된다. 화물연대의 선 복귀-후 협상이 지금으로선 최선이다. 국가경제와 국민을 인질로 벌이는 파업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안전운임제를 화물업계의 최저임금이라고 본다면, 차제에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업종별 차등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2022-06-13 14:16 사설 기자

[사설] 자중지란 정치권 … ‘민생 외면’ 국민대표들

여야 정치권이 심각한 내홍에 휩싸이며 대선과 지방선거 후유증을 톡톡히 앓고 있다. 저마다 책임론을 내세워 남 탓만 하는 통에 편가르기만 격화하고 있다. 보신(保身)의 방편으로 정계 복귀를 선언하는 이들까지 온갖 구설에 휘말리는 등 민생은 거들떠도 않고 불란만 부추기는 정치권 행태에 국민들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패퇴한 더불어민주당은 책임 떠넘기기의 극치를 보여준다. 분당 위기설이 나올 정도로 친명(이재명)과 비명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강성 친명 지지자들로부터 겉과 속이 다른 ‘수박’이라 공격받았던 같은 친명계 한 의원이 이들에게 ‘수박’에 비유해 다시 역공을 가하면서 같은 당 계파 내 갈등까지 불거지고 있다.친명·친문간 선명성 경쟁은 도를 넘고 있다. 이재명 의원이 강성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부탁했지만 선거 패배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모습은 불성 사납다. 잇단 선거 패배에 대한 반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계파청산이 시급한 상황에서 오히려 계파분열를 부추기는 모양새다.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국정원 X파일’을 언급하며 불필요한 의혹을 야기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뒤늦게 사과는 했으나, 정치적 생명 연장을 의도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86그룹 대표인 이인영 전 통일부장관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동지인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에게 돌리며 정치권에 복귀했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86 용퇴론’도 함께 공격하며 정치 복귀의 당위성을 알렸다.국민의힘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통령 측근 의원들이 다양한 민심을 들어 윤석열 정부를 돕겠다며 ‘민들레’라는 조직을 결성하려다 심각한 내홍을 빚었다. ‘윤핵관’ 내 세력 다툼으로 비쳐지자 황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순수치 않은 의도만 드러났다. 민심은 그렇게 대놓고 듣는 게 아님을 전혀 모르니 ‘정치적 사조직’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핵심 인물인 장제원 의원이 빠지는 것으로 일단락되었지만 향후 국민의힘 내부에서 얼마나 많은 계파 갈등과 논공행상 힘 겨루기가 일어날 지 짐작케 한다. 건강한 씽크탱크의 역할을 하려면 취지부터 명징해야 하는데, 각 계파가 앞다퉈 공부모임을 만든다며 세를 모으고 있으니 점입가경이다.정치권 누구도 민생을 챙기지 않으니 ‘국민의 대표’라는 의원 타이틀이 무색한 지경이 되어 버렸다. 화물연대는 일주일 째 파업인데, 국회는 뒷짐지고 대통령은 노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하니 산업 현장만 죽어날 지경이다. 정치가 정말 국민을 위한 것인지 되묻게 되는 요즈음이다.

2022-06-12 15:40 사설 기자

[사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내로남불’ 안돼

윤석열 정부의 인사를 두고 검찰 편향적이라는 비판이 많다. 핵심 요직에 검찰 출신들이 대거 중용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줄곳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겠다. 널리 인재를 등용하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했는데 그 ‘유능한 인재’ 들이 결국 검찰 출신들을 의미한 것이었느냐는 지적이다.문재인 대통령 시절 핵심요직이 86 운동권과 참여연대, 민변 출신 일색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누구든 자신과 코드가 맞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고 정책을 펼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편향적 정책과 내로남불이 양산되었음을 보고서도 그 길을 따라가겠다는 것 같으니 걱정이다.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제 사람들만 챙기느라 적폐청산과 비리척결을 제대로 못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기에 자신이 가장 믿고 인정하는 검찰 후배들을 통해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는 검찰 특수부 출신들을 중용해 정권 초기 국가기강을 잡겠다는 의미로 읽힌다.검찰 출신 인사 활용은 나름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다만, 검찰이 ‘벌 주기’에 더 특화되었다는 것이 우려되는 점 중의 하나다. 사건을 파헤치고 법의 이름으로 단죄하는데 익숙하지만, 결과를 중시하느라 일부 무리수를 둘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순기능이 훨씬 많은 ‘예방’이 상대적으로 간과될 수 있다는 우려다.윤 대통령이 모르는 인재는 차고도 넘칠 것이다. 자신이 검증한 사람들 위주로 주변을 꾸린다면, 너른 인재 발굴의 약속을 스스로 어기는 모양이 된다. “과거에는 민변 출신이 도배를 하지 않았나”는 말도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니다. “문 정부도 그리 했는데 무슨 문제냐”는 식의 인식은 대단히 위험하다. 윤 정부는 문 정부의 공과 과를 교훈 삼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할 사명이 있다. 과거를 어떨 땐 부정하고 어떨 땐 선택적으로 이용하는 내로남불은 안된다. 정권 초기에 기강을 잡기 위한 인사였다면 다음 인사는 달라야 할 것이다. 민변 등에 의한 사유화를 얘기하는 대통령이 검찰 사유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귀를 닫아서도 안될 일이다. 과하면 늘 문제가 생긴다. 널리 인재를 더 찾는 노력과 함께 인사의 원칙과 방향을 다시 가다듬어야 할 때다. 특히 ‘사람’이 아닌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제 내로남불식 감성 정치 보다는 냉철한 원칙의 정치가 필요한 때다. 공정하고 공감 가는 인사가 그 시작일 것이다.

2022-06-09 14:07 사설 기자

[사설] 수출만이 탈출구… 파업 조기 종료를

지난 1분기 우리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낮은 0.6%에 그쳤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뒷걸음질친 가운데 그나마 수출이 3%대 성장으로 뒤를 받쳤다. 코로나 이후 이어오던 분기별 연속 성장세도 멈추고, 작년 4분기의 1.3% 성장에 비해 무려 0.7%포인트나 추락했다.민간소비가 0.5%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2019년 1분기 -8.3% 이후 3년만에 가장 낮은 -3.9%를 기록했다. 반도체와 화학제품 호조 덕에 수출이 3.6% 늘지 않았다면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 뻔했다. 수출 증가율도 사실은 전 분기 보다 0.5%포인트 낮아진 것이라 2분기 이후를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주변 여건은 최악이다. 중국 수입시장에선 대만은 물론 아세안 국가들에 크게 밀린다. 점유율이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는 중국 10대 수입국 중 8%에 그쳤다. 중간재 수출이 부진했고, 메모리반도체나 컴퓨터 같은 고기술 제품까지 잠식당했다. 중국의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 우리 전체 수출의 25% 가량을 담당해 온 중국 시장까지 휘청하고 있다.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는 우리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원유 가스 등 국제 원자재값 상승에 수입이 수출보다 많아지면서 무역적자가 확대되어 발목을 잡는다. 올해 우리 연간 무역수지가 158억 달러 적자에 이를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교역 조건 악화는 곧 성장률 하락이다.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성장률 전망치를 2.9%로 대폭 낮췄다.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상당하다는 코멘트가 따라왔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야기된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대부분 나라들이 경기침체 파고를 넘지 못하는 처지다. 미국 조차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할 뾰족한 방법을 못 찾고 있다.국내 경기예측기관들도 일제히 올해 우리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중반 정도로 낮춰잡고 있다. 반면 물가 전망치는 평균 4%대, 최대 6%까지 예측하고 있다.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해결하기 어려운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금리 인상에 따른 ‘영끌 대출’ 상환압박에, 떨어지는 집값까지 악재 투성이다.이런 와중에 물류대란은 현실화하고 있다. 지금 화물연대 파업은 모두가 공멸하는 지름길이다.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원만히 조기에 해결되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상의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혼자 사는 방법보다 모두가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민관의 슬기로운 협력만이 이 총체적 난국을 헤쳐나갈 유일한 길이다.

2022-06-08 14:18 사설 기자

[사설] 민생 외면하고 노동계 파업에 입다문 여야

화물연대가 결국 총파업에 들어갔다. 당장 편의점 주류 대란을 시작으로 어디까지 파업의 여파가 미칠 지 가늠하기 힘든 지경이 되었다. 가뜩이나 글로벌 공급난에 물류 혼란과 가격 상승이 심각한 상황에서 노동계 파업은 우리 경제와 국민들에게 너무도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다.정부는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물류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들을 추진 중이다. 화물연대가 차량을 이용해 교통과 운송방해를 할 경우 운전면허를 정지 또는 취소하고, 업무개시명령 불응 시 화물운송 자격을 취소키로 하는 등 무관용 강경대응도 천명했다. 파업이 일단 시작되었으니 이제 차선은 최대한 조기에 파업이 끝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만, 현재로선 파업을 스스로 멈추는 것 외에는 모든 대책이 무의미해 보인다.이런 상황에서 아쉬운 것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와 정치권이 파업에 따른 국민경제 피해에 관해 한 마디도 비판하지 않고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혁신’만을 외치며 진영 꾸리기 계파 싸움에 열중하고 있다. 저마다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운운하지만 정치적 제 몫 챙기기에만 급급한 양태다.더불어민주당은 친문(문재인)과 친명(이재명) 팬덤이 서로 선거 패배 책임을 미루느라 민생은 완전히 뒷전이다.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얘기하지만 정작 물가 등 민생 문제 해결과 화물연대 파업에 관해선 일체 입을 다물고 있다. 노동계가 지지기반인 탓이겠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국민의 질타는 전혀 두렵지 않은 모양이다.선거에서 압승한 국민의힘은 벌써 승리에 취해 논공행상에 눈이 멀었다. 차기 당권에 혈안이 되어 물고 물리는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혁신위 구성을 지시한 이준석 대표를 향한 ‘윤핵관’들의 견제가 본격화되었고, 특히 때 이른 공천 혁신 이야기로 당 내 혁신 동력조치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혁신도, 공정과 상식도 없는 당이 될 판이다.덕분에 국회는 완전히 개점 휴업 상태다. 전반기 국회가 마무리된 후 일주일 넘도록 의장단 선출과 원 구성에 막혀 민생은 완전히 뒷전이다. 국회의장 자리와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벌이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서 어느 누구도 민생을 챙겨야 한다는 얘기를 않는다.여야 어디에서도 노동계 파업을 꾸짖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화물연대 파업만이 문제가 아니라 하반기 줄줄이 예고된 노동계 파업에 정치권은 어떤 대책과 훈수를 내놓을 지 고민이 전혀 없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민들의 먹거리 물가에 대한 공포심에는 나 몰라라 한다. 도대체 그들은 누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인가.

2022-06-07 14:24 사설 기자

[사설] 지금이 파업할 때인가

큰 선거가 끝나자마자 노동계의 ‘줄파업’이 시작됐다. 지난 2일 하이트진로 화물차주들 파업을 시작으로 7일 화물연대 총파업에 이어 연말까지 거의 매달 대규모 파업이 예고돼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 속에 가뭄까지 겹친 상황에서 엄청난 물류대란으로 경제 전체가 고꾸라질 위기에 처했다.잇단 파업이 강경 일변도의 민주노총 주도 아래 이뤄진다는 점이 특히 우려스럽다. 7월 2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이어 산하 금속노조가 7월 중순 총파업을 예고했고 8월에는 8·15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다. 같은 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보건의료노조가, 10월에는 민주노총 총파업이 한 차례 더 예고된 상태다. 민중 총궐기 대회도 11월로 예정돼 있다.노동계의 잘못된 판단과 선택이 안스럽다. 외생변수로 인한 경유값 폭등의 책임을 실력 행사로 밀어붙여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려 한다. 연말까지 유지되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파업 명분으로 삼는 것은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대화로 해결될 문제를 세 과시로 풀려는 의도 자체가 대단히 정치적이다.20만 총파업 같은 국민 겁박은 있어선 안될 일이다. 잇단 파업으로 물류에 심대한 차질이 빚어지면 그나마 유지되던 수출길마저 위태로워진다. 그 책임은 오롯이 노동계의 몫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민생이다. 치솟는 물가에 가뭄까지 겹쳐 허리띠를 졸라 매도 어려운 최악 상황에 파업은 안될 일이다.탈법적 집단행동에는 엄정한 법 집행 밖에 방법이 없다. 정부도 ‘법이 허용하는 권리 행사’ 내에서 원만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하겠지만 운송 방해 같은 불법행위에는 단호한 ‘법과 원칙의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 이어질 모든 불법·탈법 파업에 공히 적용되어야 할 대원칙이다. 어물쩍 타협해서는 노동계의 뱃심만 키워줄 뿐이다.어느 정권에서나 노동계는 파업으로 목소리를 내 왔다. 한결 같이 새 정부를 ‘반 노동’이라 비판해 왔다. 윤석열 정부 역시 이미 ‘반노동, 반민중 정권’으로 규정된 상태다. 친 노동 정부라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주도권 잡기식 파업은 예외가 아니었다. 문제는 파업하겠다는 지금이 우리 경제에 있어 가장 위태로운 시기라는 점이다.애초에 노동계의 강경 일변도 행보가 우려됐기에 윤 대통령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한국노총 출신을 선임했었다. 원만한 노·정 관계를 희망 한다는 메시지를 노동계가 이렇게 뿌리쳐선 안될 일이다. 지금은 모든 노·사·정 협의체에 진심으로 참여해 대한민국을 함께 살릴 현명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2022-06-06 14:10 사설 기자

[사설] 민심(民心)은 변하는 것이다

이번 6·1 지방선거는 변화와 쇄신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 준 선거였다. 오만과 독선에 빠진 우리 정치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보기 보다, 그들의 손에 쥐어진 ‘표’만을 바라본 결과였다.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막게 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국민들은 오히려 거대야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쪽을 선택했다. 반성하지 않고 쇄신 의지도 보이지 않는 정치를 심판한 것이다. “대선에서 졌지만 잘 싸웠다”고 안위한 채, 선거 막판까지 자중지란 했던 민주당의 자업자득이다.이재명과 송영길의 명분 없는 출마, 지역 표 얻겠다고 대선 때 이미 용도폐기된 김포공항 이전 안을 꺼내 들어 노이즈 마케팅하는 구태의연함을 국민들은 좌시하지 않았다. ‘검수완박’ 등 밀어 부치기 독선과 당내 성 비위까지 겹친데다 열혈 추종세력만 쫓는 극도의 팬덤 정치에 기존 지지층까지 등을 돌렸다.반성은 않고 견제만 강요하는 민주당에 노무현·조국 효과도 없었다. ‘노무현의 적자’ 이광재는 강원도에서, 조국·추미애의 비호를 받은 최민희는 남양주에서 패했다. 연고도 없는 곳에서 기사회생한 이재명을 두고는 당 내에서 조차 “한 명 살고 다 죽었군요”라는 한탄의 목소리가 나왔다.그렇다고 국민의힘도 마냥 기뻐할 때가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번 승리는 여당 프리미엄 덕이 컸다. 손실보전금 추경을 비롯해 각종 지역 공약 지원 등 집권당이 써먹을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끌어다 쓴 결과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라는 컨벤션 효과도 컸다. 선거 직전 청와대 개방과 한미정상회담도 표를 모으는 데 일조했다.무엇보다 민주당의 목불인견 작태에 대한 거부감이었지, 국민의힘이 미더워서 국민들이 표를 몰아준 것이 아님을 국민의힘은 절절하게 느껴야 한다. 중도층이 견제론보다는 안정론에 힘을 실어준 덕분이었다. 5.18 막말에도 ‘당 투표’라는 대세 덕에 승리한 김진태 당선자, 반대로 막판 재산신고 누락으로 석패한 김은혜 후보 등 모두가 반면교사 대상이다.선거 후 여야 지도부는 하나 같이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늘 똑같은 약속을 하지만 지켜지지 않은 약속이다. 그렇기에 여야 정치권은 이번 선거의 낮은 투표율이 주는 의미를 잘 새겨야 할 것이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정치는 외면받게 되어 있다. 여야 모두에게 이번 선거가 처절한 반성과 쇄신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2022-06-02 14:11 사설 기자

[사설] 남발된 공약 추스르고 이제 다시 ‘민생’으로

6·1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역대급 사전투표율 만큼이나 갈등과 논란이 난무했던 선거였다. 거대야당의 벽을 허물어야 하는 국민의힘 여당과, 정치적 힘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 간 치열한 기 싸움 속에 무리한 정책과 소모적 논쟁이 횡행했다. 특히 지방선거 답게 선심성 지역 공약이 남발돼 앞으로 어떻게 주어 담을 지 걱정이다.이제 그런 공약들을 추스르고 다시 민생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오로지 표만 얻으면 된다는 얕은 수에 쏟아냈던 공약(空約)은 다시 현실에 맞게 원위치 되어야 할 것이다. 김포공항 이전 등 지역구 유권자에게만 솔깃했던 공약이 대표적이다. 어떤 정책이든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이 있을 순 있으나 이제는 ‘유권자’보다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가 필요한 때다.아쉽게도 선거 하루 전 날 대통령 탄핵을 꺼내든 야당은 우리 정치를 또 다시 과거로 돌려놓는 악수를 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 영상을 문제 삼아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하며 탄핵을 들먹었다. 오로지 선거만 생각한, 선을 넘은 행위였다. 과거 정부에서 난무했던 반대파에 대한 문자폭탄 세례를 ‘양념’이라고 했던 이들이 누구였는지 자성할 부분이다. 이걸 두고 또 “제 정신이 아니다”라고 비판한 여당도 진중하지 못했기는 마찬가지다.지금 경제는 엉망이고 민생은 최악이다. 4월 소비는 전달 보다 0.2% 줄었고, 생산은 반도체까지 포함해 0.7% 감소했다. 투자는 무려 7.5%나 뒷걸음질쳤다. 생산과 소비 투자가 동반감소한 것은 2020년 2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손실보존금 지급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경기 회복에 회의적이다. 소상공인 6월 전망 경기지수(BSI)가 87.1로, 지난 5월 전망치 101.0을 크게 밑돌았다. 경기 회복 기대감이 한 달 새 확 바뀐 것이다.성장과 일자리를 만드는 핵심인 제조업의 성장동력은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 4월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105.0로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1년 8개월 만의 최저치다. 제조업 가동률지수도 103.5로 전월 대비 1.6%나 하락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7.0%로 전월 대비 1.3%포인트 하락했다. 추락의 끝이 보이질 않는 형국이다.이제 앞으로 2년 가량은 큰 선거가 없다. 큰 선거야 말로 이제까지 우리 정치를 한 발 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 요인 가운데 하나다. 그 때까지 만이라도 여야가 선거 분위기를 추스르고 다시 국민과 민생을 위한 협치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한다. 이대로 여와 야가 물과 기름이어선 안된다.

2022-06-02 06:00 사설 기자

[사설] 자영업 손실보상추경 정확·신속한 집행을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이 29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 371만 명에게 30일부터 최대 1000만 원까지 총 23조 원 규모의 손실보전금이 지급된다. 정부의 들쭉날쭉한 방역 정책 탓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소상공·자영업자들에게는 늦었지만 그래도 다행스런 일이다.손실보전금 지급 대상이 대폭 확대된 것은 특히나 의미가 크다. 작년 12월 15일 이전에 개업해 같은 달 31일 현재 영업 중이면서 매출액이 감소한 소상공인·소기업, 연 매출 10억 원 초과 50억 원 이하 중기업까지 지원 대상이 됐다. 연 매출 30억 원 초과 50억 원 이하인 식당과 카페, 학원, 실내체육시설 등도 단비 같은 지원을 받게 되었다.다만, 추경 통과까지의 정치권의 구태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추경 집행의 효율성과 신속성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는다. 여야는 대선 전까지만 해도 앞다퉈 “어서 빨리 추경안을 통과시키라”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러다 6.1 지방선거가 맞물리자 유세를 빌미로 짬짜미 하다 자칫 국회회기를 놓쳐 타이밍을 놓칠 뻔 했다.책임 떠넘기기 구태는 더욱 부끄러운 지경이었다. 손실금 소급적용을 주장하며 당정안을 거부하던 민주당은 “그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며 추경안 지연을 꾸짖는 윤 대통령에게 ‘적반하장’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국민의힘은 1년 전 소급 적용 입법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할 때는 무시하다가, 야당이 되니 이제 와서 표를 노리고 소급 운운한다며 비판했다.추경은 국가 재정 형편과 직결되는 만큼 늘 신중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줄곳 추경 편성에 신중할 것을 지적해 왔다. 이렇게 여야가 선거 표만을 의식해 ‘전격 합의’니 ‘대승적 결단’이니 들먹이며 생색 내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선거가 더 중요하니, 며칠 기다리는 게 뭐 대수냐 식으로 생각했다면 국회 자격도 없다고 봐야 한다.우여곡절 끝에 손실보전금 실제 지급이 이뤄지게 됐다. 이왕 이렇게 되었다면 이제는 가능한 빠르고 정확하게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당국은 무엇보다 이번 손실보상이 국민지원금 지급 때 이상으로 더 심한 사후논란을 가져올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그만큼 투명하고 신속한 사후 과정 관리가 필수다.객관적인 피해 규모 측정 없이는 누구든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보상이냐 지원이냐를 놓고 자영업자들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프리랜서 등에 대한 지원에 불만을 터트리는 것도 잘 조율해야 할 일이다. 자칫 퍼주고 욕먹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정확하고 신속하게 지원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22-05-30 14:24 사설 기자

[사설] 칸의 쾌거… ‘문화 콘텐츠 허브’ 디딤돌 되길

칸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예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한국 감독이 칸 감독상을 받은 것은 2002년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에 이어 두 번째다. ‘브로커’의 주연배우 송강호는 7번의 도전 끝에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감독상과 주연남우상 2관왕이라는 ‘칸의 쾌거’는 한국이 영화, 나아가 문화 콘텐츠 부문에서 더 이상 변방국가가 아님을 인정 받은 ‘사건’이다. 우리가 당당히 주류의 반열에 올라섰음을 공인받은 것이다. 한국이 영화의 허브, 문화 콘텐츠의 중심지로 거듭날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큰 박수를 보낸다.한국 영화가 이런 평가를 받기까지 정말로 많은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 1984년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로 칸을 처음 두드렸던 이두용 감독을 시작으로 ‘춘향뎐’과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과 ‘밀양’의 이창동 감독, ‘하녀’의 임상수 감독, 그리고 2019년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기생충’ 의 봉준호 감독 등이 모두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윤여정 배우, 1987년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고 강수연 배우와 2007년 칸 여우주연상의 전도연 배우 등도 지금의 한국 영화 위상을 세운 선지자들이다. 여기에 공전의 히트를 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까지, 이제 전 세계 문화 콘텐츠 시장이 한국을 주목하는 세상이 됐다.한국은 이제 더욱 자신감 있게 세계시장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세계의 허브도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탁월한 감독과 영혼의 연기를 펼치는 연기자들이 있고, 예술성과 영감의 스토리로 무장한 콘텐츠 퀄리티가 있으니 자격은 정말 차고도 넘친다.세계의 영화인들이 한국과 손 잡고 작품을 만들고 싶어한다. 우리 영화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존경심을 보인다. 한국적 예술성과 특이성에 세계가 매료당하고 있다. 현란함보다는 진중함, 철학과 사회의식을 담은 독특한 스토리, 새로운 소재와 쟝르에 대한 부단한 도전이 한국을 어느 덧 세계 문화 콘텐트의 허브로 만들어 가고 있다.이제 이런 우리만의 강장점이 더욱 극대화되도록 지원 체계를 가다듬어야 할 때다. 문화 콘텐츠 강국을 향한 보다 전향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예술성’과 ‘흥행성’을 동시 만족하는 한국형 콘텐츠가 더욱 빛을 발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코로나 어려운 시기를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온 우리 영화인들에게 주는 보상이 될 것이다.

2022-05-29 14:43 사설 기자

[사설] 금리급등기, 서민위한 정책공조 시급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7년 7월과 8월에 이후 처음이다. 치솟는 물가를 잡고 미국과의 금리역전 시기를 늦추려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두 달 새 0.5%포인트나 올라 기준금리가 연 1.75%까지 올랐지만, 시장 예상치는 이미 연말 2.25% 수준까지 다다랐다. 당분간 가파른 금리 인상을 막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문제는 이렇게 기준금리를 꾸준히 올리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는 점이다. 최근의 잇단 물가 인상이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외부적 요인에 더 크게 기인한 때문이다. 금리 인상의 물가 제어 효과는 크지 않고 오히려 서민 물가 부담과 대출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물가는 못 잡고 금리만 올라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 몫이다.금리 인상 속도조절론이 힘을 받는 것이 이 때문이다. 서민 생활고와 취약층 이자 부담 등을 고려해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미국과의 금리격차를 좁히려 급하게 기준금리를 올리려다 자칫 환율까지 따라 올라 물가 억제 효과가 퇴색될 수 있음이다. 실제로 민간 경제단체들도 벌써 ‘완만한 금리인상’을 압박하고 있다.계속 발목을 잡는 것은 심상치 않은 물가다. 한은도 이날 올해 물가상승률을 4.5%로 수정 전망했다. 14년 만의 최고수준이다. 하반기에는 이 보다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월에 이미 4.8%를 기록했고 향후 1년의 기대인플레이션율도 5월 3.3%로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다. 생산자물가도 네 달 연속 올라 당분간 물가압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결국 가장 큰 부담은 가계다.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그대로만 올라도 대출자 이자 부담이 17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연말까지 계속 기준금리가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중채무자와 2030 ‘영끌 세대’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더구나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 1752조 7000억 원 가운데 77%가 변동금리 대출이다. ‘주담대 금리 7%대 시대’가 먼 미래가 아니다.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인플레이션도 억제하고 서민들의 물가·부채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려면 ‘정책 믹스’ 외에 방법이 없다. 금리와 통화정책으로 경제를 조율하는 한국은행과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슬기롭고 조화로운 협업이 필수다. 이제 재정 안정성을 담보하면서 한미 기준금리 역전의 후폭풍까지 감내할 새로운 ‘정책 조합’에 승부를 걸어야 할 때다.

2022-05-26 15:41 사설 기자

[사설]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고용 약속 폄하말라

삼성과 현대차 롯데 한화 그룹이 24일 국내 투자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데 이어 SK, LG 등 여타 그룹들도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할 분위기다. 24일 ‘신 기업가 정신’을 선포하며 거듭날 것을 다짐한 기업들이, 의미 있는 투자와 고용계획까지 발표해 대단히 고무적이다.3~5년을 목표로 국내 10대 그룹 정도가 계획 중인 투자 규모는 어림잡아 8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최소 60~70%가 국내용 투자라고 한다. 단순 계산으로도 한 해 평균 100조 원 이상이 국내 경기를 살리고 고용을 늘리는 데 투입된다는 얘기다. 이 같은 투자에 수반되는 신규 고용 창출 규모도 12만 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일각에서는 당초 계획에 없던 깜짝 이벤트라며 폄하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 선물 보따리로 내놓은 미국 현지 투자 규모가 과하다는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서둘러 만들어낸 일회성 발표라는 비판도 있다. 윤석열 새 정부와 코드 맞추기 용이라는 지적도 심심치 않다.기업 투자를 매 번 이렇게 정치적 시각으로 보는 것 자체가 올드 한 발상이다. 기업을 정쟁의 도구로 끌어들여선 안된다는 역대 정권의 교훈을 벌써 잊은 듯 하다. 기업을 있는 그대로 봐주어야 기업도 신명나게 투자도 하고 고용도 하는 것인데, 여전히 이렇게 정칙적 음해의 시선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태도는 반드시 불식되어야 마땅하다.물론 기업들도 약속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번 그룹별 발표 내용을 보면, 그동안 추진해 왔던 투자 계획 가운데 상당 부분이 겹치거나 다소 부풀려진 부분이 없지 않다. 핵심은 실천 의지다. 앞으로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동안 매년 수 백조원 씩 투자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흔들리지 않고 지속되도록 꾸준히 점검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대기업들의 이번 대규모 투자 계획은 협력 중견·중소기업들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들에게는 기업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해 줄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참에 정부도 당초 약속한 민간 위주의 경제 패러다임대로, 미래 전략 산업에 대해 실효성 있는 세제 혜택과 각종 불합리한 규제 개선으로 화답해 주길 바란다.국내외 환경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대기업의 대단위 투자계획을 삐딱한 시선으로 보기 보다는, 대기업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지 감시하고 독려하는 것이 훨씬 더 가치있고 일이다. 국내 대기업들의 이번 수 백조원 투자 계획이 부디 ‘선한 낙수효과’로 나타나길 기대한다.

2022-05-25 14:09 사설 기자

[사설] ‘신기업가 정신’ 발현 위한 지원책 절실하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4일 ‘신(新)기업가 정신 선포식’이 열렸다. 기업인들은 이윤 창출을 넘어 윤리적 가치를 실천하고 기업의 긍정적인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4개 경제단체와 삼성 SK 현대차 LG 등 70여 국내 기업이 ‘기업선언문’에 서명해 동반 실천의지를 다졌다.기업인들은 직면한 디지털 전환과 기후변화, 인구절벽 등의 새로운 위기에 맞서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함께 극복하자는 쪽으로 힘을 모았다. 성장을 통한 일자리와 이윤 창출 역할에서 진화해 이제는 고객과 조직 구성원, 주주와 협력회사 및 지역사회 와 공존의 가치를 공유하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발전할 것을 선언했다.이들은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별 실천과제를 제시하고 그 실천기구로 ‘신기업가 정신 협의회(ERT)’도 구성키로 했다. 신기업가 정신을 확산하고 보다 많은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후속보완책이다. 정권 교체기의 ‘일회성’ 선언이 아닌, 지속적인 실천이 담보되는 기업사회운동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결연한 의지다.지금 기업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정은 녹록치 않다. 기업경기전망부터 너무 암울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도 96.3으로 3개월 연속 부진을 면치 못했다.원자재 가격 폭등이 결정적이지만 꽤 오랜 기간 이런 상황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주요 교역국의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경우 경영환경은 더 나빠질 수 밖에 없고, 기업 채산성과 자금 사정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 기업인들이 아무리 ‘신기업가 정신’을 외친다 해도, 물리적으로 글로벌 경기 하강에 맞서기는 무리다.더욱이 국내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붕괴 조짐 속에 금융비용 압박까지 심하게 받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당장 급한 것은 주요 수입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 조치다. 이를 통해 기업의 수익성을 최소한도라도 확보해 주어야 한다. 원가 부담을 줄여주는 것 만큼 지금 시급한 과제는 없다.기업의 법인세 부담 완화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과제다. 더 많이 벌 수 있게 해 주고, 그 대가로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 들인다는 ‘전향적인 세정(稅政)’이 필요하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불합리한 규제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국회 차원의 협조도 절실하다. 노동계 역시 정치적 파업을 자제하고, 기업과 함께 유례 없는 난관을 극복해 가는 아름다운 ‘동행의식’이 발휘되어야 할 때다.

2022-05-24 14:03 사설 기자

[사설] ‘노무현 정신’을 정치적으로만 이용 말라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 여야 전·현직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지난 18일 광주에서 열렸던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이어 내노라 하는 정치인이 다시 한 자리에서 만났다. 참석자들 모두 하나 같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노무현 정신’을 기렸다.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노무현 정신은 ‘통합’과 ‘진심’이다. 정파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었으나 그는 최대한 사리사욕을 억제하려 노력했고 실천했다. 자신이나 자기 당파 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더 깊이 생각했다. 그래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체결과 이라크 파병,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가능했다. 그는 북한 김정일과도 당당하게 악수했다.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팬덤도 설득할 땐 설득하고 때론 꾸짖기도 했다. 상식에 맞지 않으면 따르지 않았고, 지나친 정치적 해석과 과도한 편가르기를 경계했다. 마지막 가는 길에는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자 했다. 그것이 ‘노무현 정신’이었다. 그런데 지금 봉하 마을을 찾은 이들이 과연 그런 노무현 정신을 제대로 새기고 갔는 지 의문이다.노무현을 그리는 많은 이들은 지금의 자칭 ‘노무현 정신 계승자’들이 ‘노무현’이라는 브랜드만 이용하려 한다고 우려한다. 정쟁에만 써먹는 ‘전가의 보도’로 여긴다는 것이다. 선거철만 되면 너나 없이 봉하로 달려가 눈물 흘리며 ‘노무현’이란 이름을 팔지만, 결국 속내는 제 정치적 이익 챙기기에 불과하다며 한숨 짓는다.“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이려 했던 것처럼,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를 죽이려 해선 절대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대선 후보에 대한 음해와 공격, 수사가 이어지지 않으리 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느냐”는 윤색된 정치언어들이 난무한다. 이것이 전형적인 ‘노무현 팔이’가 아니면 무엇인가.노무현 정신의 ‘아류 계승자’들은 자신에 집착하는 정치 팬덤을 관리하고 장악하기 보다는, 이용하고 마지못해 끌려가는 듯 행동하고 있다. 그렇게 정치적 목적으로 팬덤을 과도하게 활용하고 스스로 이용당하다 보니, 어느 새 나라는 반쪽이 나고 정치판에 협치는 사라져 버렸다.이날 노 전 대통령 추도식 주제가 ‘나는 깨어있는 강물이다’였다. 고인이 생전에 바랐던, 소통과 통합의 정신을 기리는 주제라고 했다. 선거를 앞두고 우르르 몰려가 표심을 구하는데 급급하는 정치인들을 고인은 과연 어떻게 보고 있을 지 궁금하다. 그래서 더더욱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한국 정치에 참 안타깝고 비극적인 일이다.

2022-05-23 14:45 사설 기자

[사설] 한미 경제안보동맹, 실효적 성과 기대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박 3일 방한은 한미 두 나라의 발전적 미래에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의 계기가 되었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선언’으로 훨씬 넓고 깊은 동맹 관계가 구축되었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정치 군사적 안보를 넘어 ‘경제안보’ 시대를 함께 헤쳐나가기로 한 점에서 한미 동맹이 나아갈 이정표를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우선, 단순한 공급망 보완이 아닌 첨단산업과 원전분야까지 포괄하는 경제안보동맹을 구축하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반도체와 전기차용 배터리, 인공지능, 양자 및 바이오기술을 비롯한 핵심·신흥기술 파트너십을 증진하고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를 확인했다는 점은 매우 의미가 크다.정치적 목적을 넘어 ‘경제안보대화’를 대통령실과 백악관 간 정례화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경제질서인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에 한국이 참여키로 한 것이나,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미국에 50억 달러 추가 투자를 약속한 것은 전방위 동맹 확대에 대한 약속이다.둘째, 북한에 대한 접근 방식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재확인한 점이 중요하다. 윤석열-바이든 두 정상은 ‘한미 정상 공동성명’을 통해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미군 전략자산 전개 재확인, 한미 연합연습 및 훈련 확대 등에 합의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도 재확인했다. 강력한 대북 억지력 강화에 공감하면서도, 북한이 다시 협상에 나선다면 통 큰 지원을 하겠다며 퇴로도 열어 주었다.세 번째는 원전 분야 협력을 크게 강화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탈 원전 정책 폐기 공약과 맞물려 원전 수출 길이 한층 넓어지고 속도도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 원전동맹’을 통해 우리 기술력과 미국의 외교력이 결합한다면 두 나라는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공동 개발과 신형 원전 건설 등을 기반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해 온 세계 원전건설시장에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제는 남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교적 실리 해법 찾기다. 미국 주도의 세계 공급망 계획에 중국이 팔짱 끼고 있을 리 없다. 희토류 등 희귀금속 채굴 및 가공에 독점력을 지닌 중국을 가볍게 볼 상황이 아니다. 중국을 완전 배제하지 않는 절묘한 경제외교력 복원이 필요한 이유다. 북한에 대한 꾸준한 유인책도 함께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로 위기를 맞은 북한에 동포애적 인도적 지원을 꾸준히 제안하면서, 단절된 대화채널을 복구하는 게 우선이다.

2022-05-22 15:17 사설 기자

[사설] 국민과 반대로 가는 선거 안된다

17개 광역단체의 장과 교육감, 226명의 기초단체장, 779명의 광역의원과 2602명의 기초의원, 그리고 7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6·1 지방선거 및 보궐선거의 막이 올랐다. 19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후보자들은 이달 31일까지 13일 동안 사활을 건 유세전을 펼치며 국민의 선택을 구하게 된다.이번 선거는 윤석열 새 정권과 문재인 전 정권에 대한 첫 평가·검증의 무대이다. ‘정권 안정론’과 ‘정권 견제론’의 대결이다. 선거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도 그에 따라 향후 정국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미니 대선급 빅 매치가 예정되어 있고 오차 범위 내 접전 지역도 적지 않아 국민들의 관심도 남다르다.소수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달라며 ‘예산 폭탄’ 공약까지 던지는 초강수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거대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새정부의 인사 참사 등을 심판해야 한다며 거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양 강 구조가 워낙 공고해 선거 유세 첫날부터 서로의 약점과 치부를 드러내는 막말전이 본격화되고 있다.현실적으로 이번 지방·보궐선거는 ‘대선 2라운드’가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대선 때와는 다른 ‘페어 플레이 선거’, ‘깨끗한 선거’일 것이다. 대선 때 보여준 구태 선거, 발목 잡는 정치가 반복되어선 안 될 일이다. 정치를 후퇴시키는 선거부정과 부패는 반드시 발본되어야 한다.‘클린 선거’를 이루려면 집권당이 된 국민의힘부터 자성해야 한다. 40% 넘게 지속되는 당 지지율만 믿을 상황이 아니다. 집권당에 국민들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귀담아 듣고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 역시 국민의힘과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현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금까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입건된 사람만 벌써 800명을 넘어섰다. 허위사실 유포, 금품수수, 공무원의 선거관여 등 과거 구태 선거 때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이번 선거까지는 이른바 ‘검수완박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검찰의 직접 수사 여부를 떠나 선거에 임하는 자세부터 다잡아야 할 때다.특히 공직자들의 선거 중립이 긴요하다. 지방에서의 공직자 줄타기는 기필코 척결되어야 한다. 개인 SNS를 통해 선거에 개입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위법 공직자에겐 재기불능의 철퇴를 내려야 한다. 선거에 임하는 모든 이들이 ‘클린 선거’를 지향하고 실천해야 우리 정치가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될 것이다.

2022-05-19 14:09 사설 기자

[사설] 공기업·정부 동시 워크아웃 시급하다

지난 5년 동안 몸집을 불려온 공공부문에 대대적인 워크아웃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가 최근 제시한 공공기관 군살 빼기에 더해 정부 부문 대수술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대중 정부부터 시작해 20년 가까이 진행하고도 늘 미진한 성과 속에 되레 철밥통만 키워 온 공공부문을 이번 정권에서는 반드시 다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기획재정부는 하반기부터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비정규직 제로(0)’ 정책에 문재인 정부 때 크게 불어난 인력을 감축 또는 동결하겠다는 것이다. 성과 있는 공기업에는 인센티브도 주고, 일부 업무는 아예 민간으로 돌릴 계획이다. 공기업 절반이 적자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부문은 과감히 정비할 방침이다.공기업 수술의 궁극의 목표는 누적 부실과 비효율의 제거에 있어야 한다. 철저히 생산성과 효율성 제고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5년 무려 80조원 넘게 불어 부채 총액이 600조원에 육박하는 것은 분명 부실한 운용 탓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에서 얼마가 적자 나도 성과급은 꼬박 챙기는 모럴 헤저드는 더더욱 좌시할 수 없는 민폐다.정부 부문의 군살빼기도 하루가 급하다. 특히 예산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정부가 공언한 세출 구조조정이 그래서 기대가 된다. 하지만 당장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칼질되는 추경 예산을 보면 정상적인 군살빼기와 거리가 있다. 심지어는 엉뚱한 곳에서 예산을 빼다가 복지 예산을 늘리는 식으로 운용되어 우려를 낳는다.실제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당초 정부 추경안보다 복지예산을 2조 원 가량을 늘렸다. 기준연금 지급에 1435억 6900만 원, 4분기 코로나 손실보상에 4346억원, 사망자 장례비 지원에 2337억 1400만원 등이다. 반면에 국방위원회에선 그 재원을 마련한다고 국방 예산 1조 5000억 원이 삭감됐다. 덕분에 해상초계기-Ⅱ와 해상작전 헬기, 신형 고속정, 차기 호위함 프로젝트는 추진이 더디게 됐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F-35A 전투기 성능개량 사업도 지체가 불가피하다.국방부는 마지못해 이월·불용 예상액을 줄였다고 하지만, 핵 실험을 예고한 북한과 첨예하게 대립 중인 현 상황을 고려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구조조정이다. 이렇게 줄인 예산이 복지 예산으로 전용되는 것도 영 개운치 않다. 야당조차 거세게 비판할 정도였다. 새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이 이렇게 엉뚱하게 정부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방향으로 가선 결코 안될 것이다.

2022-05-18 14:00 사설 기자

[사설] '식량 외교', 우린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

‘밀가루 대란’ 우려에 가격이 폭등하면서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사재기 조짐이 확연하다고 한다. 전 세계에 25% 넘게 밀을 공급해 오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이어 세계 2위 생산국인 인도마저 당초 약속을 깨고 ‘식량 안보’를 이유로 지난 14일부터 밀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곡물·원자재 대란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주요 곡물 생산국들이 ‘내수시장 우선 공급’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식량보호주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집트도 향후 3개월 동안 밀과 밀가루, 콩 같은 곡물 수출을 중단키로 했고, 아르헨티나는 대두유와 콩가루 수출세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수출 길을 막고 있다. 터키나 세르비아 등도 수출 금지 혹은 통제를 추진 중이다.국제 곡물 가격은 당연히 급등세다. 인도의 수출 금지 소식에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 가격은 17일 한때 6% 가까이 올랐다. 올 들어 밀 가격은 이미 60% 이상 오른 상태다. 대두유가 50%, 옥수수도 올 들어 벌써40% 가까이 치솟았다. 곡물 원자재를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로선 전방위적인 물가 폭등에 사면초가 상태다.식량 수출국들이 빗장을 잠그면서 ‘식량 안보’까지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우리는 식량 수급권이 상실되어 별 수단이 없다는 게 문제다. 모니터링만 하다가 급하다 싶으면 곳간과 재정을 풀어 해결하겠다는 정도다. 그나마 비축된 물량이 있는 곡물은 최소한으로 견딜 수 있지만 대부분은 사재기가 아니면 장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정부는 식량 안보 위기를 극복해 식량 주권을 확보하겠다고 거듭 약속하고 있다. 자급률 낮은 밀과 콩의 국내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비축 인프라를 늘리겠다고 한다. 특히 밀가루를 대체할 건식 쌀가루의 산업화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해외 곡물시장 진출 기업을 지원해 안정적인 해외 공급망을 확보하고, 식량안보에 필수인 농지 확보에도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하지만 너무 먼 얘기다. 구체적인 시점도 특정 되지 않았다. 농업·농촌과 식품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이자 미래성장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정부 공약도, 원료 확보가 전제되지 못하는 한 허황한 꿈이다. 이 같은 중장기 대책과 함께 단기 해법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현재로선 ‘식량 외교’ 밖에 없다. 이집트가 최근 인도와 50만t 밀 수입에 합의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도는 타국 정부 요청으로 정부가 허가한 경우는 밀 수출을 용인하겠다고 했다. 정치외교 못지 않게 식량 외교, 원자재 외교가 중요한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우리의 외교 역량과 네트워크를 기대해 본다.

2022-05-17 14:28 사설 기자

[사설] 기재부·한은 정책 공조가 가장 필요한 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취임 후 첫 조찬 회동을 갖고 경제·금융 전반 현안에 대한 정책 공조를 다짐했다. 유례 없는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안팎으로 산적한 현안 해결에 필요한 최적의 정책 조합을 모색하는 데 힘을 모았다 하니 다행이다.두 사람은 이날 성장세 둔화가 확연한 상황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작금의 경제 현실을 공유했다. 특히 종합적인 물가안정 대책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 과정에서 두 기관이 전향적인 정책공조를 통해 최적의 해결책을 찾자고 의기투합했다.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최고조인 상황이다. 4%를 넘어 5% 넘게 치닫는 소비자 물가는 국민들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어렵게 코로나 위기를 탈출하고 있는 국면에서 성장동력이 다시 고꾸라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당장 현실이다. 고물가·고금리·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 미국의 ‘빅 스텝’ 금리 인상 러시에 금리격차를 해소해야 하는 우리 상황에선 빠른 기준금리의 인상이 불가피한 형국이다. 이창용 총재도 이날 기준금리 0.5%p 인상 가능성에 말 끝을 흐렸다,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에게 환율은 ‘아킬레스건’이다. 환율을 잡지 못하면 경상수지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고, 기업 수입 감소와 법인세 감소 등으로 이어진다. 성장 동력은 무너지고, 추경 편성의 재원마저 사라지게 된다. 사실상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시급한 것이 환율 방어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은 그래서 더더욱 전향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달러 조달이 쉬워져야 환율 방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환율 방어는 물가관리와도 맞닿는다. 환율 상승에 수입 물가가 높아지면 국내 소비자 물가도 따라 오르기 때문이다.50조 원 넘는 추경이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후속조치 마련도 시급하다. 소상공·자영업자와 서민에 도움이 되는 것은 좋지만, 물가를 자극하지 않도록 특별관리가 필요하다. 그야말로 ‘다양하고 종합적인’ 물가 안정 대책이 요구된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민간 주도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게 기업을 다시 뛰게 만들 실효성 있는 지원도 필요하다.새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 모두 어려운 때 힘든 과업을 떠안게 됐다. 두 사람 모두 합리적인 성품에 경제부문의 전문 소양을 갖추었으니 그나마 기대가 크다. 각자 임명권자는 달랐지만 두 사람이 역대 정부 최고의 팀 워크를 발휘하길 기대해 본다.

2022-05-16 14:09 사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