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소미아 정상복원 검토할 때 됐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2-06-14 14:47 수정일 2022-06-14 14:47 발행일 2022-06-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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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장관이 ‘지소미아’(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정상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가깝게는 북한 견제를 위한 군사적 방편이지만, 길게 보면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박 장관은 13일(미국 현지시간) 한미 외교장관 회의 후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선 중국과 일본의 긍정적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지소미아’ 조기 정상화를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폐기’까지 갈 뻔 했다가 미국 측 설득으로 가까스로 유명무실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지소미아를 조기에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지소미아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한 반발로 우리가 일방적으로 중단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한일관계 복원을 원하고 있는 만큼, 이달 말 스페인에서 열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모종의 계기를 마련할 지 기대된다.

지금은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인 상태다. 부쩍 잦아진 미사일 공세에 이어 조만간 7차 핵실험까지 예고되어 있다. 미국과 혈맹관계를 기초로 전략자산 전개와 함께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조기 재가동까지 추진 중이지만, 일본이 빠진 상태에선 아무래도 완벽한 대북 억지력을 갖추기에 역부족이다.

북한을 설득하려면 도발을 억제할 힘부터 갖춰야 한다. 장·단기 군사대비태세 구축을 위해선 한미일 3국이 힘을 모아 역할 분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3국이 8월 초 하와이에서 북한 미사일 추적·탐지훈련을 실시키로 한 것은 한일 양국의 군사적 협력관계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문제 협의차 최근 3국 장관들이 정례적으로 모이는 것도 긍정적인 변화다.

오래 된 한일 두 나라 갈등을 이대로 마냥 지속할 순 없는 일이다. 지금은 풍전등화 같은 경제위기 상황이다. 전방위적인 글로벌 협력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시기다. 당연히 일본과의 관계도 개산되어야 한다. 지나치게 과거에만 집착하지 말고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실리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다. 지소미아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일본과 척을 지다 방위력의 중요한 한 부분을 상실한 상태다. 일본이 밉다고, 일본의 군사력 증강이 두렵다고 북한문제에서 일본을 배제한 결과가 지금 같은 상황이다. 일본과 뭘 하려고 만 하면 친일, 토착왜구라며 선동하던 이들도 이번 만큼은 냉정해 주길 바란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은 ‘실리’와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