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도로벽돌 뒤짚을 돈으로 배수설비 정비부터

느닷없는 ‘물 폭탄’에 서울과 경기도에서 사망자와 실종자가 속출하고 전국적으로 200명에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했다. 주민들은 급히 안전지대로 대피해야 했고, 8일 퇴근 길과 9일 출근 길은 혼란 자체였다. 경인선 선로 및 도로 침수 등 공공시설 피해가 막심했다. 행정안전부가 9일 오전 1시를 기해 풍수해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였다.이번 대형 침수 피해의 가장 큰 원인은 부실한 배수설비에 있었다. 상습 침수지역 임을 알고도 선제적 대비가 전혀 없었다. 빗물 흡수가 잘 안 되는 아스팔트도 한 몫 했다. 특히 서울 강남역 일대는 낮은 지대 탓에 고질적인 침수 지역이었건만, 일찌감치 예고된 국지성 호우 예보에도 사전 대비를 않는 바람에 도심 전체가 물바다가 되도록 만들었다.강남구와 서초구 일대에는 8일 오후 시간 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일부에서는 배수처리 용량을 초과한 집중 폭우가 침수 피해의 최대 원인이라며 불가항력을 지적한다. 하지만 집중호우가 사전에 예고됐음에도 피해를 최소화하지 못하고 대형 침수 사고를 방기한 서울시와 중앙정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실제로 잇단 강남 침수피해에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 2015년에 이 지역에 집중된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잘못 설치된 하수관로를 바로잡고, 높은 지대의 서울남부터미널 일대 빗물이 반포천 중류로 분산되어 흐르게 하는 지하 배수 유역분리터널 공사가 골자였다. 하지만 예산 부족과 설계 시비 등으로 공사는 지연됐고 결국 이번 사태를 맞았다.윤석열 대통령은 9일 오전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피해자 지원과 함께 신속한 복구를 지시했다. 관계부처와 지자체, 유관기관에 대해 비상 근무체계를 강화하고 인명피해 예방에 집중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상이 일상화된다는 점을 고려해 현재의 재난관리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도 지시했다.기후적 관점에서 볼 때 이번 물 폭탄은 길고 폭이 좁은 특이한 장마전선 때문이었다. 기후변화 탓에 앞으로 또 어떤 변칙적 자연재해가 일어날 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선제적 대비 외에는 방법이 없다. 배수 설비에 대한 보다 과감한 투자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연말만 되면 예산 소진하려 애꿎은 도로를 뒤엎는 헛수고는 그만 하자. 그런 예산이 배수설비 보완에 사용되었어야 했다. 침수 피해복구 못지않게 탄탄한 배수 인프라 구축에 이제 모든 지자체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2022-08-09 13:58 사설 기자

[사설] “초심 지키겠다”는 尹 대통령이 해야 할 일

윤석열 대통령이 여름휴가에서 돌아와 ‘초심(初心)’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국민의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적쇄신의 필요성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는 “모든 국정동력이라는 게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시사했다.아직 취임 100일도 안된 윤석열 정부지만 최근의 추락하는 지지율 등을 감안하면 지금이야 말로 대통령실과 내각, 대통령 주변에 대한 실질적이고도 분명한 ‘변화’가 실천되어야 할 시기다.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온 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그 필요성을 더욱 압박한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여전히 30%를 밑돌고, 부정 평가는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특히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걱정을 넘어 우려마저 낳고 있다. 학제 개편 이슈로 학부모층 지지율이 뚝 떨어진 것이 결정적이다.이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대통령실 참모진과 장관의 조기 인적 쇄신론에 대해 그동안의 부정적 태도를 바꿔 과감한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는 게 국민의 뜻이다. 비정상적인 주변 인사를 당장 바로잡지 않고 또다시 시간만 끈다면 향후 국정 운영에 막대한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결단해야 할 문제다.국민의힘 당내 문제에는 거리를 두겠다고 누차 강조해 왔지만, 대통령 측근이라는 ‘윤핵관’에 대한 정비는 시급해 보인다. 이준석 당 대표 문제도 대통령이 어느 정도 개입해야 풀릴 문제다. 끊임없이 논란이 되는 김건희 여사 주변인 인사도 마땅히 시정되어야 한다. 온갖 난무하는 의혹을 해소하려면 특별감찰관을 빨리 임명해 정리할 것은 과감히 정리해 주어야 한다.지금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크게 무너진 상황임을 직시해야 할 때다. 확실히 달라졌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면, 등 돌린 국민들의 지지를 되찾기 힘들다. 시급히 인적쇄신부터 단행한 후, 이달 말 선임되는 새로운 야당 대표와 조속히 만나 그를 국정 운영의 건전한 비판적 동반자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말로는 ‘민생’을 외치면서도 정작 내홍에 휩싸여 한 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각종 민생 대책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국민들의 신뢰는 정부가 그들의 아픔을 보듬는 진실된 정책을 일관되고 끊기지 않게, 그리고 국민과 소통하며 진행해야 되찾을 수 있다. 대통령 말대로 그런 ‘초심’으로 돌아가야만 국민신뢰도 다시 생겨날 것이다.

2022-08-08 14:15 사설 기자

[사설] 귀족노조 가족세습 폐단 꼭 근절돼야

정부가 ‘귀족노조’의 가족승계 관행에 메스를 가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가 단체협약에 위법한 우선·특별채용 조항이 포함된 63곳을 적발하고 시정조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위법 사례는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자, 직원의 직계가족 채용이 58건, 노조·직원의 추천자 채용이 5건이었다. 절반 가량이 중견기업 이상 대기업이었고,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이 43곳으로 70%에 육박했다. 구직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단계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공정한 채용기회를 보장하겠다는 조치이니 환영할 일이다.단체협약은 당연히 노사 자율이지만 법령에 위반된다면 즉시 시정되어야 한다. 우선·특별채용은 일반 구직자를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과 같다.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과 취업기회의 균등한 보장,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등을 명백히 위배되는 것이다. 정부는 노동위원회 의결로 시정명령하고, 이에 불응 시 엄정 사법조치하겠다고 한다. 단체협약에 위법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노사 교섭지도도 강화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눈치보기식 솜방망이 처벌로 근절될 일이 아니다.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대한민국에서 노조, 특히 민주노총은 절대권력자다. 지금도 민주노총 주도로 파업 또는 파업을 예고한 곳이 속출하고 있다. 노사분규에 따른 노동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지만, 우리는 경영진이 노조에 굴복해야 파업이 끝나는 나라다. 노동자와 노조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할 조직이지만 부정과 불법에 대한 제재는 다른 문제다. 불법과 탈법에는 같은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 노조 존중 못지 않게 기업에 대한 애정도 절실하다. 나락에 빠진 한국 경제를 다시 일으킬 주체도 기업이기에 더욱 그렇다.과거 진보 정권에서 노동정책은 기득권 노동자의 힘을 더 강화해 주는 쪽이었다. 정규직 만큼 비정규직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극단적으로 왜곡하는 바람에 결국 정규직은 엄청난 기득권을 누렸고, 둘 사이의 차별과 격차만 키웠다. 지금은 비정규직을 무리하게 정규직화하기 보다는 비정규직을 정규직만큼 안정적이고 대우받는 직업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정책의 물꼬를 틀어야 할 때다. 노동계에도 존재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귀족 노조가 계속 귀족노조가 되는 현상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강성 귀족노조가 연례행사처럼 임금인상과 처우 개선을 외치는 잘못된 노동 현장의 관행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이 참에 오직 파업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잘못된 노동계 악순환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2022-08-07 14:40 사설 기자

[사설] 다누리, 우주산업 지원체계 재구축 계기되길

국내 최초의 달 탐사 발사선 ‘다누리호’가 5일 오전(한국시간)에 미국 케이프 커네버럴 우주군 발사 기지에서 발사된다. 아마도 4개월 가량 후인 12월쯤이면 달 궤도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달 탐사 대열에 합류하게 되면서 우리도 이제 우주 산업 선진국들과 경쟁하며 ‘우주 시대’를 열 기반을 가지게 되었다.다누리호 발사는 탑제체 6개 중 5개를 국내기술로 만들었기에 더욱 각별하다. 고해상도 및 광시야편광 카메라, 자기장측정기, 감마선분광기, 우주인터넷이 항공우주연구소와 천문연구원 경희대 지질자원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우리 첨단과학기술의 결정체인 셈이다. 지난 6월 21일 한국형 발사체로 성공한 누리호에 이어 우리 과학·산업사에 쾌거가 아닐 수 없다.이제까지 달 궤도선 탐사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일본 유럽연합 중국 인도 등 6곳에 불과하다. 우리가 7번째인 것이다. 아직은 첫 걸음에 불과하지만 ‘희귀자원의 보고’이라는 달을 탐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심우주 탐사의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2031년 달 착륙선과 2035년 소행성 탐사·귀환선 발사라는 정부의 야심찬 목표가 현실화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마침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실이 우주개발 관련 역대 대통령기록물을 4일 공개했다. 이 자료를 보면 이미 우리는 1996년 ‘우주개발중장기 기본계획’부터 다누리호를 착실히 준비해 왔음을 알게 된다. 2000년대에 국산 달탐사 위성을 개발하고 위성 및 우주발사체 핵심기술까지 보유한 세계 7위권 우주강국 도약이라는 목표가 민관 협력으로 통해 진행돼 왔던 것이다.첫 발은 내디뎠지만 우주시대를 열기엔 과제가 산적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항공우주청’의 입지를 둘러싼 지자체 간 격렬한 유치전과 민간 주도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우주산업 클러스터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예사롭지 않다. 산업 발전을 위한 선의의 경쟁은 바람직하지만 지금은 정치권까지 개입되어 정상궤도를 이탈하는 모양새라 우려스럽다.우리가 30년 가량의 짧은 시간에 우주에 도전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은, 위험에 아랑곳 않고 외길을 개척해 온 공공·민간 연구기관 그리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밀어 준 정부였다. 앞으로 필요한 것도 이런 민간과 공공, 정부간 공고한 공조체제다. 첨단 기술 보유기업은 더 확실히 지원하고, 궤도를 이탈하는 과열 경쟁은 적절히 교통정리할 종합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 혹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중장기적 시스템 구축이 그 첫 번째 임무다.

2022-08-04 14:12 사설 기자

[사설] 민심 떠 보기식 정책실험 이제 그만

어떤 정부든 개혁과 혁신에 목말라 한다. 진영을 달리 하는 정권 교체 후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다 보니 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일을 뒤엎기 다반사였다. 의욕만 앞서 충분한 연구와 논의, 협의 없이 민심 떠보기 식으로 툭 던져놓는 무책임한 정책 관행이 난무했다. 민심을 악용한 ‘민심 간보기’였다.‘만 5세 조기입학’이 역풍에 몰려 나흘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2일 학부모 단체와 간담회에서 “국민이 원치 않으면 폐기될 수 있다”며 한 걸음 물러섰다. 대통령실도 “아직 공식화된 정책이 아니다”라며 발을 뺐다. 백년대계 교육 정책을 너무도 무책임하게 졸속 처리하려 한 나쁜 사례로 남게 됐다.얼마 전에는 대형마트 주말 휴업 폐지 건이 없던 일로 되었다. 대통령실이 국민제안 10건을 투표에 부쳐 상위 3건을 국정에 반영하겠다던 계획을 뒤집었다. 번복 이유는 어뷰징(중복 전송). 투표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투표 방해 세력이 있었다느니,참고자료로 쓰려 했다느니 변명이 뒤따랐다. 투표한 국민들이나 목놓아 기다렸던 대형마트만 바보가 되었다.민심 간보기 정책은 이전 정부에서도 많았다. 전 정부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부자 때려잡겠다며 시장 수급은 살피지 않고 시장과 싸우려다 엄청난 부작용만 일으켰다. 이 때도 대다수 국민들이 호응하는 정책이라고 포장했다.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고 전세 인상폭 제한에 서민들은 울었다. 젊은이들과 실수요자들은 다시 주거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됐다.공공부문 개혁은 늘 시늉만 하다 국민을 실망시킨 대표적 전시성 정책이다. 현 정부도 국민연금 개혁에 목소리를 내곤 있으나 거대야당 앞에서 제대로 추진될 지 의문이다. 형편이 안돼 가입 못하는 빈곤층과 사각지대를 찾아 보완해야 하는데, 말로는 모두가 ‘민생’을 외치면서도 정작 개혁 앞에선 작아진다.최대 3배 징벌적 배상 책임을 물리겠다며 밀어 부쳤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정작 가짜뉴스와 음모론의 양산처가 특정 정치꾼이나 정체불명 1인 미디어 탓이라는 역풍에 부딪쳐 제자리 걸음이다. 민심을 앞세워 대리만족하려다 언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높였다. 유력 정치인들은 여전히 무슨 비판만 나오면 언론 탓 하기 일쑤다.어떤 정책이든 그로 인해 영향을 받을 대상의 의견부터 충분히 들어봐야 한다. 그래야 반발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정책 실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론화해 ‘대타협’ 할 것이면 그렇게 해야 한다. 이해관계자의 이해와 설득이 모든 민생 정책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2022-08-03 14:26 사설 기자

[사설] 하반기 물가안정에 모든 정책적 노력을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8.74로 전년 동기대비 6.3% 올랐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의 6.8% 이후 거의 24년 만의 최고치다. 7%를 웃돌 것이란 우려도 있었는데 그나마 상승 속도가 그나마 둔화되고 있다니 다행이다. 그렇더라도 당분간은 6%대 고물가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물가 상승세가 주춤해 보이는 것은 전적으로 국제유가 안정세 덕분이다. 한 때 배럴당 120달러에 근접했던 두바이유 가격이 100달러 안팎에서 조정을 받으면서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이 리터당 1800원 대로 떨어졌다. 석유류가 주도하던 물가 상승세였기에 섣불리 일각에서는 당초의 10월이 아닌 7월이나 8월에 물가 정점이 올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한국은행은 기대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 당분간 6%대 소비자물가 시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다만, 물가 추가 급등 우려가 다소 완화되었기에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 보다 0.25%포인트의 베이비 스텝 가능성이 높다는 게 걱정을 덜어준다.7월의 기대인플레가 4.7%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지금,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금리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은 경제주체들에게 너무 큰 부담이다. 결국 금리를 덜 올리고, 물가를 덜 오르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최우선 목표가 될 수 밖에 없다.유가와 원자재 및 곡물 값이 다시 오르면 방법이 없다. 금리 정책을 넘어 총체적 경기부양책이 필요해 질 수 있다. 국회가 뒤늦게 나마 유류세 탄력세율을 2024년 말까지 50%로 한시 확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당장 유류가격이 뚝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정치권이 ‘민생’에 함께 머리를 맞대 나가야 할 것이다.따지고 보면 최근 물가 상승세가 주춤하는 최대 요인은 글로벌 소비 부진 우려 때문이다. 국제 원자재나 국제곡물 가격 주춤세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리스크가 점차 해소되는 분위기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소비 부진으로 나타나면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끝나지 않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든 유가와 곡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최대 리스크다. 수급 상황이 급격히 나아지지 않는 한 낙관적 견해는 아직 이르다. 더욱이 예년보다 빠른 추석 연휴, 변덕이 심한 기후 등도 국내 먹거리 가격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 요인들이 여전히 산적하다. 정부의 정책 역량과 민생 안정을 위한 정치적 시너지를 극대화할 때다.

2022-08-02 14:25 사설 기자

[사설] 만5세 초등 입학, 충분한 의견수렴부터

초등학교 취학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교육관련 단체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집단 시위에 나섰다. 만 5세부터 초등학교 입학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새 교육정책에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교육부가 “학부모들과 의견 수렴을 했다”고 해명한 것이 더 화를 키웠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추진하려는 데 대한 우려와 반발이 크다.교육부는 지난달 29일 대통령에게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2025년부터 4년간 단계적으로 만 5세로 낮추는 방안을 보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정과제에도 없던 정책이 불쑥 튀어나왔다. 교육 공급자나 수요자 어느 쪽과도 충분한 사전 의견수렴이나 정책 협의가 없었다.교육부는 아마도 3년 후에나 추진되는 사안이니 시간이 있다고 판단했을 지 모른다. 그 동안 의견수렴하고 정책화 과정을 밟으면 될 것이라 쉽게 생각한 듯 하다. 아동 지능 발달 속도가 빨라지고 급격한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시대에, 조기에 인력을 배출토록 하자는 기본 취지는 수긍할 만한 대목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일방적인 추진 방식이 문제다.학부모들은 유아 사교육이 더욱 성행해 육아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돌봄 공백도 큰 걱정거리다. 때문에 학제개편 전에 교육과정 개정과 돌봄 인프라 확충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2018∼2022년생의 대학 입학 및 취업의 불이익 우려도 크다. 교육단체들은 교사 부족 등 교육현장의 열악함 외에 자신들이 정책 추진과정에서 배제된 데 대한 배신감이 커 보인다.반발이 확산되자 급기야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박순애 교육부 장관에게 교육 수요자들의 보다 다양한 의견 수렴을 지시했다. 당연한 수순이다. 갑작스런 교육 제도 변화에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국민들을 먼저 헤아렸어야 했다. 한 총리 말처럼 아이들마다 발달 정도가 다르고, 가정이나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더욱 그렇다.만 5세 취학은 20년도 전인 김영삼 정부 때부터 나왔던 아이디어다.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하다 무산됐고, 이명박 정부 때는 실효성이 없다며 폐기됐던 정책이다. 어찌 보면 정권 교체로 이전 정부의 정책이 뒤엎어지는 ‘흑역사’의 희생양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졸속이어선 안된다. 교육 공급자와 수요자가 수긍할 안이 만들어져 충분한 찬반 토론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도록 여야 합의도 필수다. 그러려면 모든 과정이 투명하고 소상하게 국민들에게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2022-08-01 14:34 사설 기자

[사설] 당과 국민 편가르는 구태정치 더는 안돼

지각 출발한 국회가 여전히 공전 상태다. 상임위원회를 꾸릴 때부터 난장판이었던 행정안전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해 불협화음과 국한 감정대립이 횡행한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본연의 소명은 뒷전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상대 깎아내리기에 혈안이다.행안위는 경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발목을 잡는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던 이의 증인 채택 여부로 시끄럽다. 과방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거취 문제로 대립 중이다. 법제사법위와 국방위도 ‘검수완박’ 후속 입법, 서해 공무원 피격 및 탈북어민 북송 사건 등으로 일촉즉발 상태다.여야 모두 극심한 당내 편 싸움에 국민들 챙길 겨를이 없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문제로 내부 힘 겨루기가 한창이다. 당헌당규상 ‘당 대표 궐위’와 ‘최고위원회 기능상실’이 비대위 전환 요건인데, 저마다 자기에 유리한 해석들만 난무한다. 대통령 지지율 폭락에 책임을 통감해야 할 사람들이 여전히 내부 총질만 거듭하고 있다.지배구조 갈등이 봉합하지 못하니 대통령의 ‘영’도 서지 않고, 대야 투쟁도 무력해질 수 밖에 없다. 합리적 수순을 밟아 조기에 해결되지 못하면 사분오열할 수 밖에 없다. 잇단 언행 실수로 리더십에 한계를 보인 당 지도부를 대통령이 다시 신임하는 모양새도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믿고 맡길 사람이 없어 그렇다면 더더욱 암담하다.야당인 민주당에선 유력 당 대표 후보인 이재명 의원의 내편·네편 갈라치기와 무책임한 언행이 다시 구설에 오르내린다. 배우자 법인카드 불법유용 사건 참고인이 갑자기 숨지면서 벌써 의혹 관련자 4명이 죽음을 맞았음에도,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오히려 우리나라를 ‘무당의 나라’로 만들면서까지 자기 방어에 급급했다.그는 난데없이 검찰과 경찰의 강압수사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자신의 연관성을 차단하려 했다. “저학력·저소득층에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다”는 등 자신의 발언에 비판 보도가 나오면 무조건 언론의 ‘앞뒤 잘라먹기’로 책임을 돌려 버린다. 차기 당 대표, 나아가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정치인으로 책임 있는 언행이 아니다.지난 5년 동안 국민들은 정치권의 고의적·자의적 편가르기에 몸서리를 쳐야 했다. 나라가 두 쪽 나더라도 자신만을 지키려 국민을 편가르려는 정치는 더 이상 되풀이되어선 안된다. 여야,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똑같다. 생활고에 허덕이는 국민들은 보지 않고 오로지 집권욕에만 사로잡힌 그런 게 구태정치다.

2022-07-31 14:04 사설 기자

[사설] 국민의힘, 지금 선거하면 이길 수 있겠나

‘내부총질 파문’으로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안팎으로 사분오열 상태다. 당 대표 직무대행은 대통령과의 그릇된 문자 대화 탓에 리더십이 위태롭고, 의원들은 구심점 없이 우왕좌왕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전 당 대표는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측근)을 향해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며 또 다시 내부 총질이다.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바닥이다. 30% 밑으로 언제 떨어질지 전전긍긍이다. 당무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늘 얘기하던 대통령이었기에 이번 사태로 대통령은 물론 보수 여권 전체가 표리부동한 집단으로 내몰릴 참이다. 2030 젊은 지지층은 떠나 버렸고 그나마 견고해 보이던 보수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지지층 사이에서도 “깜도 안되는 ‘핵관’들이 논공행상만 따지다 대통령 보좌나 국정 운영은 뒷전이고 권력서열 잡기에만 혈안이 된 결과”라는 악평이 쏟아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승리 대가로 자리를 탐하던 이들에게 “이거 바라고 도와 주신건가요?”라고 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그러면서 제 사람만 챙기다 사분오열되었던 과거가 오버 랩 된다는 것이다.여권은 전 정권을 ‘반성도 모르는 파렴치’라고 성토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을 향한 비판에는 귀를 닫았다. “너희도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며 적폐를 습관적으로 답습했다. 전 정권 병폐를 방패 삼아 ‘내로남불’을 따라 즐겼다. 그런 수준 낮은 정치에 국민들이 지지를 철회하는 것인데 아직도 잘 모르는 듯 하다.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지도부 쇄신부터 시급하다. 국정 운영의 ABC도 모르고 권력에 취해 대통령과의 친분 뒤에 숨어 실세라 들먹이는 정치꾼부터 걸러내야 한다. 외부 수혈을 해서라도 ‘경륜’과 ‘젊음’을 보완해야 한다.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다. 부족한 것은 사과하고 주변부터 재정비해야 한다.지키지 않고 있는 대산 공약들도 서둘러 이행해야 할 것이다. 특별감찰관 임명이 대표적이다. 전 정권에는 그토록 몰아세우더니 집권 후로 말만 무성할 뿐 아직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있다. 주변 사람들을 지극히 살피는 모습에 지지층들 조차 신·구 대통령이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준비 안된 대통령’ 보다는 ‘준비 안된 여당’의 책임이 훨씬 크다. 지금 당장 선거가 없다는 게 천만다행이다. 지방선거야 대선의 탄력을 받아 어찌 어찌 이겼지만 2년 후 총선까지 국민의힘이 얼마나 버틸 지 의문이다. 당장 당을 쇄신하고 대통령의 합리적 정책 파트너이자 건강한 비판자로 남을 마음이 없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할 것이다.

2022-07-28 14:25 사설 기자

[사설] 기업 없이는 성장률 반등도 없다

IMF(국제통화기금)가 27일 올해 우리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낮췄다. 지난 4월 2.5% 전망 이후 불과 3개월 만이다. 내년 전망치는 더 낮춰 무려 0.8%p 낮은 2.1%로 하향조정했다. 거센 인플레이션 압력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값 급등세, 여기에 주력 수출국인 중국의 급격한 성장세 둔화 등이 반영된 결과다.그나마 연초 62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집행 덕분에 더 떨어질 수치를 떠받쳤다. 전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실질 GDP 성장률 0.7%라는 수치가 반영됐다면 2.3% 보다는 높게 나왔을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역부족이다. 불황 탈출에 모두 발버둥치고 있는데 예상보다 큰 폭의 조정이라 당혹스럽다. IMF는 세계 경제 전망도 암울하게 보았다. 당초 3.6%를 3.2%로 0.4%포인트나 낮췄다.미국은 2.3%로 1.4%포인트, 중국은 3.3%로 1.1%포인트 낮췄다. 최대 수출국인 두 나라 성장률이 정체되고 뒷걸음질치게 되면 그 여파는 우리에게 직격탄이 된다. 정부와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2.6~2.7% 수준으로 수정 제시했었는데 현재로선 2.3% 안팎 정도로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글로벌 경기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다면, 어쩌면 성장률 2%대를 지키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할 지도 모른다.IMF는 향후 정책 우선순위를 인플레이션 대응에 둘 것을 권고했다. 충실한 통화·재정 정책과 함께 구조개혁의 적절히 조화를 강조했다. 우리는 여기에 더해 기업의 국내 투자 확대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판단한다. 신규 투자 29조 원을 포함해 총 38조 원을 미국에 투자하겠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27일 발표가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SK그룹은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그린 에너지, 바이오 등 4대 분야에 걸쳐 대단위 투자를 약속했다. 미국 대학교와 반도체 연구개발(RD) 협력을 확대하고, 메모리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과 RD 센터를 짓겠다고 약속했다. 첨단 소형 원자로와 전기차 부문 투자도 다짐했다. 고스란히 국내에서 투자가 필요한 것 들이다.전 정부는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다시 국내로 돌아 오게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진정성도, 구체 액션 플랜도 없었다. 새 정부가 법인세 감면 등 기업 우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부지를 공짜로 내주고 세금을 아예 없애주는 미국 등에 비할 바가 아니다. 기업들이 다시 국내에 투자하고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이 없다면 우리 성장률 반등은 요원한 일이다.

2022-07-27 14:10 사설 기자

[사설] 다시 성장의 ‘질(質)’을 생각할 때다

2분기 우리 경제가 전분기 대비 0.7% 성장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 2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0.7%로, 1분기 0.6%에 비해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이로써 상반기 우리 성장률은 1.3%가 됐다. 올해 2.7% 성장을 목표로 잡은 정부가 기대했던 ‘매 분기 0.5% 이상 성장’을 이룬 것이라 썩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8분기 연속 성장세도 긍정적이다.하지만 질적으로 분석해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민간 소비가 2분기 성장을 절대적으로 주도했다는 점이 그렇다. 의류 신발 등 준 내구재와 음식숙박과 오락문화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3.0% 성장했는데, 전적으로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덕분이다. 신규 확진자가 다시 하루 10만 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민간소비가 지속적으로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수출과 투자 부진도 큰 문제다. 1분기에 성장을 주도했던 수출이 급격히 추락했다. 무려 3.1%나 줄어 2020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원유와 천연가스를 위주로 수입은 0.8% 주는 데 그쳐 향후 무역수지 적자 확대를 예견케 한다. 기업 부문에서 늘려야 할 투자가 부진했다는 점도 향후 성장률 회복 가능성을 의심하게 만든다.실제 하반기 전망도 암울하다. 정부는 10월이나 11월쯤 인플레이션 정점을 찍고 안정 기조로 돌아설 것이라 희망하지만, 당장 8월 BSI(기업경기실사지수)가 86.9에 그쳤다. 2020년 10월 이후 거의 2년 만에 다시 90선 밑으로 떨어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다.제조업이 82.5로 심각한 부진이 예상됐다. 비제조업도 91.4에 그쳐 3개월 연속 함께 부진하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탓으로만 돌리기엔 떨어지는 속도나 폭이 너무 빠르고 크다. 반도체 등 전자·통신장비업과 코로나 특수를 받는 의약품만이 각각 107.1과 100.0을 기록했을 뿐이다. 자금사정(89.6)과 채산성(89.6), 수출(93.9)과 투자(98.2)도 모두 위험 수위다.이제 성장의 ‘질’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거리두기 해제 같은 변수 없이도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는 ‘상수적 성장동력원’ 발굴이 시급하다. 재정을 투입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손 쉬운 방법만으론 안된다. 불투명한 경영환경이지만 기업이 다시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수출과 투자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다시 활력을 찾도록 규제 개선과 경제외교 확대에 나서는 한편으로 재정 투입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성장형 재정 운용’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2022-07-26 14:01 사설 기자

[사설] '청년도약계좌' 합리적 혜택 기준 마련을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지난 2월 도입된 ‘청년희망적금’의 이자소득 비과세 조치가 올 연말로 종료된다. 총 급여 3600만 원 이하인 만 19∼34세 청년이 2년 동안 월 50만 원 한도로 납입하면 정부가 저축장려금을 지원하고 이자 소득에 비과세 혜택까지 부여해 연 10% 정도의 이율이 나도록 한 상품이다. 덕분에 한 달여만에 조기 종료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정부는 이 제도의 순기능을 고려해 내년 상반기 쯤 ‘청년도약계좌’를 신설해 파격 지원할 방침이다. 만기 비과세혜택과 함께 정부 지원금과 연 3.5% 복리 혜택이 큰 메리트다.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만 19∼34세 청년이 매달 최대 70만 원을 저축하면 월 10만∼40만 원의 정부지원이 더해져 ‘10년-1억원’기 가능하다고 한다.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들도 만기 후 갈아탈 수 있게 해 줄 방침이란다.이 제도는 전 정부의 청년 지원정책을 새 정부가 계승하는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높은 기대만큼 우려도 많다. 일단 국회 문턱부터 넘어야 한다. 정부가 일정 자금을 지원하는 형태이니 당연히 재원 부담 방안이 이슈화될 것이다. 전 정부의 정책 취지를 이어가는 것이니 거대야당도 수긍은 하겠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형평성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청년들에게만 파격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벌써 “왜 우리는 그런 지원을 해 주지 않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청년희망적금 때 처럼, 가입이 가능한 청년과 그렇지 못한 청년들 사이에도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자신들만 소외되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올 수 있다.재원 마련도 큰 숙제다. 정부나 은행이 자금을 마구 퍼부을 순 없기 때문이다. 매년 예산을 지원하기엔 우리 재정 상태가 그렇게 여유롭지 못하다.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몰리기라도 하면 더욱 낭패다. 만기 때 1억 원을 만들려면 연 3.5%의 이자 수익을 충족해야 하는데, 자칫 시중금리와의 차이가 발생했을 때 은행이 이를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세간의 지적대로 중년층과 노년층, 취약계층을 아우르는 대책이 필요하지만 당장 모든 계층을 지원할 대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재로선 단계적 실시를 전제로 보다 폭 넓은 대상자 파악 및 합리적 지원 방안에 관한 연구가 절실하다. 우리 재정 상황과 금융권의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 수준의 지원 방안을 도출하는 게 우선이다. 그와 병행해 취약측과 노년층, 중산층까지 아우르는 지원책도 함께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2022-07-25 13:59 사설 기자

[사설] 경찰 독립성 중립성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행전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보류하라고 촉구하며 지난 23일 진행한 전국 경찰서장 회의의 여파가 예사롭지 않다. 일선 경찰관들을 지휘하는 총경급 가운데 3분의 1 가량인 190여 명이 벌인 사상 초유의 집단행동에 경찰청 지휘부가 강력한 징계 조치를 예고하고 나섰고, 여야 정치권으로 파문이 확산하는 모양새다.이들은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민주적 통제에는 동의한다면서 정작 경찰국 설치와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은 법치주의 훼손이며 역사적 퇴행이라고 성토했다. 신임 경찰청장과 행안부 장관에게 일선의 의사를 전달하려 했을 뿐, 결코 이번 모임이 불순한 실력행사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그러면서 국가경찰위원회를 경찰국 대안으로 제시했다.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총경급 다수가 특별한 목적을 갖고 단체 집회를 가졌다는 것 자체가 가볍지 않다. 경찰청 지휘부가 국민들의 우려를 고려해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행사를 강행한 것에 대해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목적이 어떻든 수단이 법과 규정에 저촉된다면 문제 삼을 수 밖에 없다.‘무소불위 경찰’에 대비해 견제와 감시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검찰의 많은 권한을 넘겨받게 된 경찰이 과거 ‘정치검찰’의 전철을 똑같이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의 자율적 감시와 규제 만으로는 부족하다. 더구나 지금은 민생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코로나 규제가 풀리면서 범죄가 다시 준동하고 노동계의 잇단 파업에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다.경찰 수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당연히 지켜지고 보장되어야 할 가치다. 그러나 이를 정치적으로 풀려 한다면, 그들이 그렇게 비판했던 과거 검찰과 다를 것이 없다. 공무원답게 법과 규정의 테두리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경찰이 법체계를 무시하고 상부 지시와 권고를 거부하며 실력행사를 계속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경찰국 설치를 권력기관 사유화 시도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왜 이런 비판이 나오는 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설득력 있게 경찰조직을 다독여 사태를 조속히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 경찰이 본연의 임무를 다하도록 힘을 실어주되. 그 힘이 너무 한 방향으로 쏠리거나 비대해지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도 추가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정부나 정치권이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경찰 스스로 지켜야 하는 가치이다. 힘 있는 제3자가 부여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야 경찰도 국민의 신망을 받고 ‘검찰과 다른 경찰’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2022-07-24 15:15 사설 기자

[사설] 경제·민생 위해 세제개편안 초당적 협조를

정부가 올해 세제개편안을 공식 발표했다. 기업 감세를 통한 기업 활동 제고, 종부세 완화 등을 통한 실수요자 및 취약계층 부담 완화가 핵심이다. 법인세를 깎아 주고 가업승계 관련 세제 지원을 확대해 줌으로써 기업들이 다시 경제활력 회복의 선봉에 서도록 하고, 서민과 취약계층에게는 세금 부담을 줄여주어 민생 회복을 돕는다는 취지다.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과표구간도 완화 조정키로 했다. 가업 승계 중견기업 범위를 매출액 1조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한도도 1000억원으로 높일 방침이다. 종부세 부담을 줄여주려 기존 주택 ‘수’에 따른 차등과세를 ‘가액’ 기준 과세로 바꾸고, 세율도 2.7%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기본공제 금액은 9억원으로 높이고 소득세도 하위 2개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새정부의 의욕적인 이 세제개편안이 현실화하려면 넘어야 할 큰 벽이 있다. 하나는 세법개정이 필요한 이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야당은 일찌감치 ‘부자감세’ 프레임으로 비판하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법인세 감세 만큼은 반드시 막겠다고 공언했다.지금 경제를 다시 일으킬 주체가 누구일까? 기업 외에 특별히 없다. 정부와 공공부문 투자는 한계에 이르렀다. 어찌 되었든 기업에 그 역할을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제와 민생이 기업의 투자와 고용확대 여부에 달려 있다. 경제를 살리는 것이 야당이 그토록 주장하는 ‘민생’이다. 초당적 협조가 필요한 이유다. 물론 기업들도 각고의 노력으로 보답해야 할 것이다.두번째는 재정 악화 우려다. 정부조차 이번 개편안대로 한다면 수 십 조원의 세수가 줄 것이라 예측했다. 당장 재정 안전성에 문제가 생긴다. 이는 정부가 풀어야 할 몫이다. 세수 감소를 상쇄할 지출 구조조정만이 답이다. 중앙은 물론 지방정부들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재정 누수를 원천 차단할 자체 감시 및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불용예산이 없도록 예산 효율성과 합리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전 정부에선 열 차례 추가경정예산으로 151조원이 넘는 나랏돈이 곳간에서 빠져 나갔다. 경기부양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도 있었지만 선거 득표를 위한 선심성 논란도 끊이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당시 여당이 지금 야당이 되었다고 재정을 재차 정쟁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면 안될 일이다. 기업 투자가 늘어야 일자리도 생기고 세수도 늘어난다. 그렇게 되도록 기업을 열심히 독려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다.

2022-07-21 14:11 사설 기자

[사설] 대우조선 하청파업, 제2 쌍용차돼선 안돼

협력업체 노동자 파업이 50일이나 이어지면서 대우조선해양에 짙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대통령이 19일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발언하면서, 공권력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주무부처 장관들과 경찰청장 후보자까지 잇달아 직접 현장을 찾아 노조 측에 파업 철회를 호소한 것도 공권력 투입에 앞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 나온다.20일에는 노-노 갈등의 극치에 보여 주어 그런 우려를 더욱 키웠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노조원들은 총파업 집회를, 반대로 협력사 측과 대우조선 근로자들은 불법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로 맞섰다. 노사협상은 큰 진전이 없어 협력업체 노동자 7명이 여전히 독 선박에서 스스로를 철창에 가두고 옥쇄 파업 중이다. 현장에는 경찰 8개 중대가 대기 중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점거 농성을 풀면 정부가 최선을 다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조했건만 파업 노동자들은 믿지 않는다. 대우조선 협력업체 노사도 지난 5년간 삭감된 임금의 부분 회복 등 일부 진전을 보았으나, 노조 전임자 인정 등 예민한 문제에서 여전히 이견이 크다.우리는 대우조선 하청파업 사태와 관련해 ‘선 복귀-후 대화’를 촉구해 왔다. 파업이 장기화하고 공권력까지 투입된다면 ‘공멸’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처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조선업 시황을 감안한다면, 일단 파업을 풀고 정부가 중재하는 별도의 대화 기구 속에서 노사정 대화를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지금으로선 중재를 약속한 정부를 믿어야 한다. 원청업체 대우조선과 주채권 산업은행도 협력사 일감을 더 늘려 임금을 일부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파업 노동자들의 권익을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대우조선이 앞서 공사대금을 3%가량 인상해 준 것처럼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가능한 조치들을 지원하는 게 옳다.노조 측도 얻는 만큼 양보가 필요하다. 노조 전임자 문제는 특히 강하게 주문할 이유가 없다. 노사 협력 채널을 구축해 그 안에서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은 방향이다. 자신들만이 피해자라고 우기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와 노조가 공권력 투입과 전면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면 정말로 과거 쌍용차 사태 같은 비극을 맞을 수 있다.노조 입김이 세다는 현대차도 최근 조합원 투표를 통해 4년 연속 파업을 않기로 결의했다. 극단적 파업이 해결해 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불법’이라는 족쇄만 찰 뿐. 공권력 투입이라는 극단의 사태로 모든 것을 잃지 않을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2022-07-20 16:06 사설 기자

[사설] 대기업 투자 끊겨선 안된다

SK하이닉스가 청주 신규 반도체 공장(M17) 증설 계획을 보류했다.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로 이사회가 제동을 건 것이다. 최태원 회장이 얼마 전 고환율·고물가 등 경제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투자는 지속하겠지만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 우려를 낳더니 결국 현실이 되었다.이번 투자는 연초 대기업들이 새 정부에 약속했던 대규모 투자 및 고용 계획의 일환이었다. 2025년까지 총 4조 3000억 원에 이르는 대단위 프로젝트였다. 문제는 SK의 투자 계획이 보류되면서 다른 대기업들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이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점이다. 섣불리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엔 글로벌 수요 침체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라 더욱 그렇다.가파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기에 미국 유럽에 이어 중국마저 확연히 경기둔화 양상을 보이며 수요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원화 약세로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불 보듯 뻔해, 투자 비용도 당초 예상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투자 계획이 내년으로 미뤄지면 자칫 향후 2~3년의 중장기 계획까지 전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번 조치가 ‘백지화’가 아니라 ‘보류’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 1000조 원이 넘는 중장기 투자계획을 밝혔던 주요 대기업들이 자칫 ‘다른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전국 확산 발대식’을 가진 것은 그런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19일 한국경영학회와 공동개최한 발대식에서 기업인들은 다시 ‘기업가 정신’으로 힘을 모아 최악의 글로벌 경기 침체를 극복하자고 다짐했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명예교수는 “기업이 자본주의의 심장이라면 기업가정신은 자본주의의 피, 그리고 한국경제를 발전시키는 에너지원”이라며 독려했다.국가적 위기가 있을 때마다 우리 기업들은 이윤 추구라는 본질적 존립 가치를 넘어 사회적 책임과 위기 극복의 DNA를 발휘해 왔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야 말로 또 다시 기업가정신이 발현되어야 할 때다.SK처럼 외부적 요인에 따른 계획수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기업들이 당초 악속대로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제반 지원 체계는 재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과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법인세 인하 등 세제 지원 입법을 서두르고, 중소·중견기업까지 투자와 기술 혁신에 과감히 다시 나설 수 있는 세제 개편 및 지원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022-07-19 14:04 사설 기자

[사설] ‘민생형’ 세제개편 앞서 지출구조조정부터

정부와 국민의힘이 18일 당정협의회를 갖고 서민과 중산층, 기업의 과세 부담을 줄여 민간 경제 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올해 세제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조세원칙에 맞는 합리적 재편을 통해 민간과 기업, 시장의 활력을 높이겠다고 했다. 기존의 ‘세법개정’ 대신 ‘세제개편’이라고 표현하며, 현장에서 체감할 현실감 있는 세제개편을 폭 넓게 추진하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당정은 이날 부동산 시장 왜곡을 불렀던 지난 정권의 징벌적 주택보유 세제를 바로잡고, 근로자와 자영업자 세 부담을 덜어주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물가안정과 민생안정을 이루면서 경제활력 제고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세제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은 당분간 어느 정도 세수 감소를 감내하더라도 서민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민생경제 부담을 최소화 하는 데에 모든 역량 집중하겠다고 공언했다.조만간 발표될 세제개편안에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3%포인트 낮추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에 징벌적 세금을 물리는 현행 종합부동산세제도 고쳐, 1세대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크게 낮추고 주택 수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전해졌다. 저소득층의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을 보다 세분화하고, 퇴직소득공제를 늘리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가업 승계 부담 완화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이번 세제개편안은 복합불황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를 살리려는 고육책이다. 문제는 이 개편안이 시급히 국회 문턱을 넘어설 수 있느냐는 것이다. 권성동 대행과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한 목소리로 국회의 입법 협조를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은 당파를 떠나 경제와 민생을 바라봐야 할 때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과거 부동산 세금 정책의 실패를 자인했던 만큼, 이제는 여야가 정치적 고려를 내려놓고 국민만을 바라보는 ‘협치’에 나서야 할 때다.이번 세제개편으로 상당 규모의 세수 부족이 불가피해 보인다. 답은 지출 구조조정 밖에 없다. 특히 정부와 공공부분에 과감히 메스가 가해져야 한다. 공공인력 수요 재검토와 함께 기존 예산 불용사업들도 정치적 고려 없이 사업적 타당성 만으로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내년 예산 편성 때 기존 예산에 대한 구조조정 없이 예산을 추가 요구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보다 꼼꼼한 지출 관리로 국민 혈세 누수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22-07-18 14:12 사설 기자

[사설] 대우조선 하청파업, 선 복귀-후 대화로 풀자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이 18일로 47일째에 이르렀다. 해결의 실마리가 여전히 풀리지 못한 채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인다. 파업에 따른 손해는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 6000억 원에 가깝다. 주력 수출산업인 국내 조선업의 국제 신인도 추락과 그에 따른 후속 파장도 우려되는 상황이다.민주노총 금속노조 하청업체지회 노조원 150여 명은 지난달 2일부터 임금 30% 인상, 노조 전임자 활동 보장, 단체교섭 인정 등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조선업 불황 장기화로 수년 째 급여가 주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며 지난달 22일부터는 도크까지 점거해 원유운반선(VLCC) 건조 작업이 올 스톱된 상태다.원청업체인 대우조선이 올해 공사대금을 3% 가량 인상해 주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노조 측이나 정치권에서는 대우조선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결단을 촉구하며 압박하지만 대우조선으로선 협력업체 노조와 교섭할 의무가 없어 난감하다. 여기에 노노(勞勞) 갈등 조짐까지 보이며 상황은 더욱 악화할 조짐이다.이번 사태는 7년 여를 끈 조선업 구조조정의 아픈 결과다. 채권단 관리를 받는 적자 기업이라는 점은 타개책 도출에 큰 걸림돌이다. 정부는 ‘위법한 행위’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고, 법원도 최근 하청 조합원들의 이동통로 점거, 천막 설치 등이 ‘업무 방해’라며 철거 명령을 내렸다. 공권력 투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현재로선 ‘선 복귀, 후 대화’가 유일한 해법이다. 원청업체와 협력업체, 그리고 지역사회가 공멸할 위기를 자초해선 안된다. 노조 측은 우선 업무에 복귀하고, 협력사와 원청사는 원만한 합의를 위해 대화 테이블에 앉을 것을 약속하는 게 순서다. 얼마 전 물류대란이 우려됐던 대한통운 택배기사 장기파업 사태도 결국 대화가 최후의 해법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대우조선은 올 상반기에 연간 수주 목표의 99% 이상을 달성하는 등 회복 조짐이 뚜렷한 상황이다. 해운 경기 침체와 글로벌 경기  악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수 많은 난관 속에서 이룬 의미 있는 성과였다. 이 기회를 놓쳐선 안된다. 극단적 투쟁 보다는 경영 회복으로 파이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서로 믿고 한 발 물러서는 게 순서다.정부는 일방적으로 어느 한 쪽에 고통분담을 강요해선 안될 것이다. 법과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하청업체 종사자들에 대한 금융 및 세제 지원 등의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좋다. 정치권이나 노동계도 노사 대립 감정을 부추겨 불법을 부추기는 우를 범해선 안될 것이다.

2022-07-17 15:05 사설 기자

[사설] 탈북어민 강제북송, 대북관계 새 전기 삼아야

2019년 11월 2일에 이뤄진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놓고 현 정권과 과거 정권의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현 정부는 북한 을 추종했던 진보 정권의 반 인륜 행위라며 철저한 조사를 압박했고, 과거 정부는 자신들을 강제 단죄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며 현 대통령실의 전횡을 성토하며 맞서고 있다.이번 사태의 본질은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들을 사흘 만에 서둘러 사지(死地)로 강제 추방했고, 그 과정에서 투명하지 못하게 일 처리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우리는 여기서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는 국민 인권에 관한 인식, 둘째는 정부의 대북관.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와대의 무소불위 권력 행사이다.헌법 3조의 정신에 따라 북한 탈북 주민은 경위가 어떻든 우리 국민이었다. 군사분계선 앞에서 두려움에 떨며 저항하던 모습을 뒤늦게 확인한 많은 국민들은 경악했다. 대통령을 포함해 인권 변호사 출신이 넘쳐났던 그 정부에서 탈북민의 재판받을 권리와 소중한 인권은 무참히 무시되었다.문재인 정부의 북한에 대한 일편단심 저자세가 탈이었다. 추방 직후 김정은 위원장을 부산 아세안 회의에 초청하는 문 대통령 친서가 전달되었다는 사실부터 석연치 않다. 북한이 그들을 살인자로 몰아 송환을 요구하자 두 말 없이 돌려보냈다. 귀순의사의 진정성은 안중에도 없었다. 온갖 역한 소리를 들어도 그들의 북한 추종 DNA는 늘 견고했다.당시 청와대의 무소불위 권력은 사태를 더욱 키웠다. 새정부 들어 국정원과 통일부가 자기 부정하게 만든 당시의 엉뚱한 발표와 조치들도 부처의 무력감 탓이었을 것이다. 합동조사가 이뤄졌다지만 애초부터 청와대의 생각과 지침대로 일사천리로 처리되었다. 일개 행정관이 국군 장성을 불러내 조사했을 시절이니 오죽 했겠나.이 사건은 인권문제를 각별히 여기는 국제사회에서도 큰 이슈로 부상할 조짐을 보인다. 당장 14일에 미 하원 인권위원회 크리스토퍼 스미스 공동의장이 “망명을 희망했던 어부들이 법적 절차 없이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 북송된 사진은 매우 고통스럽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국제 인권단체들도 곧 진상조사를 촉구할 태세다.이제 정치색을 철저히 배격하고 오로지 국민의 인권과 공정 차원에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북한으로 그들을 강제추방하라고 결정한 책임자와 관련자, 그 부당한 탈법 과정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명명백백 규명해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차제에 탈북민 관리에 대한 보다 정교한 관리 지침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022-07-14 14:12 사설 기자

[사설] ‘빅 스텝’ 다음은 통화스와프 헷징이다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만장일치로 ‘빅 스텝’을 결정했다.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올렸다. 이로써 국내 기준금리는 연 2.25%가 됐다. 세 차례 연속 인상을 포함해 최근 10개월 사이에 1.75%포인트나 올랐다. 물가 상승 억제 외에도 한미 금리역전 대응과 환율 방어까지 고려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미국 연준이 다음 주 기준금리를 0.75%에서 1%까지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보다 금리가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다. 원화 가치가 추락하고 무역수지 적자 확대와 수입물가 추가상승이 불가피하기에 선제적 조치가 필요했다.금통위가 빅 스텝을 단행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지금 우리 물가 상승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 원자재값 상승에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6.0%나 뛰었다. 이미 결정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등의 추가 인상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상시 7%대 물가 상승 가능성까지 점쳐진다.물가 관리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환율 방어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래서 빅 스텝 이후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한미 통화 스와프를 서둘러 체결하는 일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방한해 오는 19일에 열릴 한미 재무장관 회담에서 가능한 충분한 수준의 통화 스와프 계약이 이뤄져야 한다.양 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300억 달러, 2020년 코로나 국면에서 6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에도 600억 달러 수준이 바람직해 보인다. 아직 우리 외환보유액이 4380억 달러 안팎으로 여유가 있지만, 미국의 보증 아래 우리 원화의 안전성을 보장받고 우리 경제 펀더멘탈에도 이상이 없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무역적자 축소 노력도 한층 더 경주되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크지만 특단의 자체 수출 확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에너지 부분의 적자를 줄일 비책이 요구된다. 곧 있을 바이든 미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에서 증산에 합의하면 최선이지만, 우리도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한 다양한 자원외교가 필요한 상황이다.대내적으로는 취약계층을 위한 전방위적 민생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 서민 실수요자들을 위한 다양한 세제 및 금융 지원 이 이뤄져야 한다. 전 부서를 망라해 이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선별적 지원책들을 찾아내 정책화해야 할 것이다.

2022-07-13 14:11 사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