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심 떠 보기식 정책실험 이제 그만

사설 기자
입력일 2022-08-03 14:26 수정일 2022-08-03 14:27 발행일 2022-08-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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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정부든 개혁과 혁신에 목말라 한다. 진영을 달리 하는 정권 교체 후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다 보니 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일을 뒤엎기 다반사였다. 의욕만 앞서 충분한 연구와 논의, 협의 없이 민심 떠보기 식으로 툭 던져놓는 무책임한 정책 관행이 난무했다. 민심을 악용한 ‘민심 간보기’였다.

‘만 5세 조기입학’이 역풍에 몰려 나흘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2일 학부모 단체와 간담회에서 “국민이 원치 않으면 폐기될 수 있다”며 한 걸음 물러섰다. 대통령실도 “아직 공식화된 정책이 아니다”라며 발을 뺐다. 백년대계 교육 정책을 너무도 무책임하게 졸속 처리하려 한 나쁜 사례로 남게 됐다.

얼마 전에는 대형마트 주말 휴업 폐지 건이 없던 일로 되었다. 대통령실이 국민제안 10건을 투표에 부쳐 상위 3건을 국정에 반영하겠다던 계획을 뒤집었다. 번복 이유는 어뷰징(중복 전송). 투표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투표 방해 세력이 있었다느니,참고자료로 쓰려 했다느니 변명이 뒤따랐다. 투표한 국민들이나 목놓아 기다렸던 대형마트만 바보가 되었다.

민심 간보기 정책은 이전 정부에서도 많았다. 전 정부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부자 때려잡겠다며 시장 수급은 살피지 않고 시장과 싸우려다 엄청난 부작용만 일으켰다. 이 때도 대다수 국민들이 호응하는 정책이라고 포장했다.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고 전세 인상폭 제한에 서민들은 울었다. 젊은이들과 실수요자들은 다시 주거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됐다.

공공부문 개혁은 늘 시늉만 하다 국민을 실망시킨 대표적 전시성 정책이다. 현 정부도 국민연금 개혁에 목소리를 내곤 있으나 거대야당 앞에서 제대로 추진될 지 의문이다. 형편이 안돼 가입 못하는 빈곤층과 사각지대를 찾아 보완해야 하는데, 말로는 모두가 ‘민생’을 외치면서도 정작 개혁 앞에선 작아진다.

최대 3배 징벌적 배상 책임을 물리겠다며 밀어 부쳤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정작 가짜뉴스와 음모론의 양산처가 특정 정치꾼이나 정체불명 1인 미디어 탓이라는 역풍에 부딪쳐 제자리 걸음이다. 민심을 앞세워 대리만족하려다 언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높였다. 유력 정치인들은 여전히 무슨 비판만 나오면 언론 탓 하기 일쑤다.

어떤 정책이든 그로 인해 영향을 받을 대상의 의견부터 충분히 들어봐야 한다. 그래야 반발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정책 실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론화해 ‘대타협’ 할 것이면 그렇게 해야 한다. 이해관계자의 이해와 설득이 모든 민생 정책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