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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상생형 스마트공장, ‘고도화’로도 만족도 높일 단계다

스마트 제조혁신 지원에 중소벤처기업부가 공을 들이고 있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내건 지능형 생산공장 구축에 활기를 띠는 것은 그 덕이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함께하는, 즉 대기업이 중소·중견기업과 협력해 스마트공장 솔루션을 구축하면 정부가 구축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자발적 확산 체계는 말 그대로 ‘상생형’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 삼성그룹 전자계열사(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가 참여한 2022년 대·중소 상생형(삼성) 스마트공장은 마치 교본처럼 모범적이다. 참여 기업의 92.3%에 이르는 높은 지원사업 만족도가 이를 입증한다. 지난해 중소기업 스마트공장은 3만 개를 초과했다. 양적으로는 일단 성공이다. 2014년부터 정부가 보급사업에 발벗고 나섰기에 가능한 성과다. 다만 전체 스마트공장의 4분의 3 이상이 기초단계에 머무른 점은 보완할 점이다. 특히 고도화 2단계 비율은 불과 몇 %대의 극소수다. 이제 스마트공장의 생산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고도화 1단계를 넘어 생산공정 실시간 제어가 되는 고도화 2단계를 추구할 단계다. 디지털 전환(DX) 역량이 없고 열악한 중소제조기업에 대해서는 생산정보를 디지털화하는 기초단계 구축도 급하지만 말이다.정부일반형, 부처협업형뿐 아니라 자치단체의 경우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현재 전남, 경기, 충남, 충북 등 광역자치단체가 자체 재원으로 지원하는 스마트공장 역시 기초단계 위주다. 사정이 이런데 정부 예산안에서 기초단계 구축 예산이 홀대받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스마트 공장화, 공장 자동화는 노후 설비 개선을 위한 필수 선택지로도 활용해야 한다. 제조업에 닥친 ‘빈 일자리’ 위기의 해결책이 들어 있는 것도 스마트공장의 장점이다. 하지만 기존 상생형 사업은 제조업이 집중된 특정 지역에 치우치는 문제도 있다. 현장의 ‘빈 일자리’와 낮은 생산성 해결을 위해서는 지원 사업의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스마트공장은 IoT, 5G, AI,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적용하는 생리상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고도화 1단계부터 되는 보안솔루션을 기초단계에도 적용했으면 한다. 중기부는 ‘신(新) 디지털 제조혁신 추진전략’으로 내년에도 중소 제조기업 스마트공장 구축에 총 1621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라 한다. 보급이 쉬운 기초단계 중심의 지원을 점차 보완하면서 ‘뿌려주기식’ 지원의 한계를 극복해야 할 때다. 그래야 생산성과 품질 향상, 더 나아가 매출 향상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의 선순환이 가능하다. 예산 투입 이후의 후속 관리나 인력 지원도 다소 미흡한 부분으로 지적할 수 있겠다.

2023-12-18 14:05 사설 기자

[사설] 한승구 대한건설협회 차기 회장 어깨 무겁다

내년 3월부터 4년간 대한건설협회는 한승구 계룡건설산업 대표이사 회장(전 건설협회 대전시회장)이 이끌어가게 됐다. 15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대의원 155명 중 97표(62.5%)를 받아 제29대 회장에 뽑혔다. 새 회장에 쏠린 이목은 1만2000개가 넘는 종합건설업체를 회원사로 둔 국내 최대 법정 단체의 회장이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민간 주택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며 건설업계가 처한 대내외적인 환경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어깨에 짊어져야 할 짐이 무겁다. 한 차기 회장이 당선인으로서의 소감에서도 밝혔듯이 업계는 전반적인 주택건설 경기 침체, 공사비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적정 공사비 부족, 과도한 안전 규제 등으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총선 이후 금융권에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만기 연장을 거절했을 경우는 유동성 위기를 겪을 회사가 속출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 등에 법령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역할이 중시될 수밖에 없다. 16개 건설단체의 연합체인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을 겸할 정도인 대건협의 대표성도 새로운 차원에서 강화해야 한다. 전문 경영인 출신으로서 대관(對官) 업무 능력은 더 절실히 요구된다.중견·중소업체 대표가 협회장을 맡아 교섭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더는 나오지 않게 하는 것도 시공능력평가 18위 계룡건설의 대표인 한승구 차기 회장의 몫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지금 건설업계 형편이 말이 아니다. 다수 건설사들은 신규 수주가 어렵고 인력을 줄여가는 형편이다. 차기 집행부가 시장 확보 노력을 통한 건설물량 창출과 공공낙착률 향상, 건설업계 수익성 확보를 위해 어떤 결실을 얻을지 관심사다. 건설산업이 4차 산업혁명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할 기간도 앞으로의 4년이다. 협회 임원 선거에 뛰어들지 않는 대형 건설사들과 잘 협력하고 연합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한 지붕 두 가족인 건설공제조합과의 갈등 관계도 무난하게 다독일 필요가 있다.회원사인 대형업체와 중소업계 간 상호 협력과 권익 옹호, 이해관계를 잘 조율해야 업계 전체의 대표성이 공고해질 수 있다. 건설업계는 내년에도 심상치 않은 비상등이 켜질 것으로 예견된다. 대건협 앞의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공약으로 내건 중소기업에 대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 시행을 유예시키는 일은 그중 하나다. 국민의 안전과 시공 품질 향상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건설산업 발전을 이루는 것도 4년간 역점을 둘 부분이다. 건설산업 재도약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봉이 되고 모든 건설인이 ‘다시 한 번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2023-12-17 12:54 사설 기자

[사설]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중단, 지방 주택경기 괜찮겠나

일몰을 앞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특례론) 연장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高)금리 시대에 가장 수요가 많았던 저리(低利)의 정책대출마저 중단하면 입주를 못하는 사례가 급증한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1월 출시 이래 신규주택구입에 쓰인 비중이나 높은 인기도를 생각할 때 건설업계에 미입주 악몽이 그려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현재로서는 일단 연장 없는 종료로 가닥이 잡혔다. 다음 달 29일까지만 공급하고 30일부터는 다른 방식으로 보금자리론을 취급하는 쪽이 될 것 같다. 시장자금이 마를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보다는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 쪽에 더 큰 방점이 찍혀 있다. 실제로 이렇게 되면 부동산 심리는 꽁꽁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말 일반형 판매 중단으로 특례론 문턱을 높인 뒤에 한 달 새 40% 가까이 월간 거래량이 감소한 경험도 있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종료 등 다른 원인이 함께 내포돼 있지만 특례론이 거래량 증감과 긴밀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인기몰이에 성공한 특례보금자리론이 완전 종료되고 ‘특례’를 뗀 ‘동생’ 보금자리론으로 대체되면 무슨 변화가 나타날지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한국주택금융공사)가 당초 1년 시한으로 도입한 것은 맞다. 하지만 정책 모기지가 가계대출 증가의 불쏘시개가 됐다는 쪽으로만 화살을 겨누면 안 되는 측면이 있다. 주택 대출 증가만 말하면 디딤돌대출, 앞으로의 변형된 보금자리론 등 다른 정책모기지, 내년 시행할 신생아 특례 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이 다 그렇다. 지금 중시할 것은 고금리에 따른 국민 주거 부담 완화라는 특례론 탄생의 명분이 여전히 살아 있는 부분이다. 우대형을 이용하려는 금융 소비자들이 줄을 서는 것은 일단 정책대출로서 성공했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주택 구매 실수요자에 집중해 공급 요건을 다소 강화해서라도 살리면 실보다는 득이 더 많을 제도다.연 4%대의 고정금리는 이자 상승 부담 없이 내 집 마련 사다리 역할에 충실했다고 본다. 주택경기 악화로 추운 겨울을 맞는 건설업계에는 특히 특례보금자리론의 존재감은 막강하다. 지난해 출시된 안심전환대출과 달리 부동산 시장 여건이 상당히 잘 반영된 제도라는 뜻이겠다. 가계대출 안정화를 위한 적정 수준의 관리 못지않게 주택시장 회복은 우리 경제에서 긴요한 과제다. 미분양 물량 10채 중 8채가 몰려 있는 지방에라도 대출 문턱을 낮춰 주택경기의 마중물 구실을 하는 게 좋겠다. 그러한 유력한 장치로서 특례보금자리론을 내년 3·4분기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해봤으면 한다.

2023-12-14 14:25 사설 기자

[사설] 노후계획도시 정비, 시행령에서 현안 풀어야 순항한다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내년 4월 시행 예정이지만 첩첩산중과 같다. 입주 30년 넘은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촉진이 당위성을 넘어서니 쌓인 숙제들이 기다린다. 노후계획도시 정비정책의 방향성부터 세밀하지 못하다. 시행령 제정으로 보완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정비사업의 원만한 추진을 위해 모두 딛고 가야 할 현안들이다.특별법의 성격부터 우선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 통상 아파트단지 재건축에 10~15년이 소요된다 치자. 이 법은 기본적으로 빠른 일괄 재정비를 위한 개발 특혜 부여가 본질이다. 안전진단 규제 완화, 용적률 상향, 통합심의를 통한 사업의 신속성은 마치 세 개의 비단주머니처럼 보인다. 그 반대급부에 공공성 확보와 개발이익 환수 이슈가 떠오른다. 어떤 의미로는 적정 이익의 환수에 사업 성패가 달려 있다. 이주대책과 기부채납 등 공공기여 비율이라는 복잡한 방정식이 대기 중이다. 개발이익의 투명하고 공정한 배분이 하나의 열쇠다.신도시 용적률 500% 완화는 그저 해주면 끝나는 특혜가 아니다. 늘리는 만큼 교통망과 상하수도, 학교, 공원 등 기반시설을 재구성하는 첫걸음부터 잘 떼야 한다. 용적률 500%가 대략 50층쯤이라고 가정해보면 대상이 주로 역세권 등인데 공공 인프라 확보가 얼마나 난제인지 가늠된다. 30만 가구도 아니고 산재한 전국 51곳에 100만여 가구를 재건축하는 일이다. 비현실적일 만큼 전례 없는 사업 아닌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일부 도시계획 전문가의 견해도 무리는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신도시별 정비기본계획부터 치밀히 세워 풀어가야 할 중대 사안이다.신도시 정비에서도 ‘순항’과 ‘연착륙’ 용어를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고밀개발로 발생한 개발이익을 어느 정도 보장하고 또 공공에 회수할지의 기준 산출을 잘해야 한다. 신도시 주민 입장에선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이 아무래도 부담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는데 공공기여 수준이 높으면 중복 환수 논란이 일 수 있다. 다른 한편에는 일반 정비사업과의 형평성이 있다. 왜 1기 신도시에만 특혜냐는 볼멘소리가 안 나오는 것 또한 중요하다.부동산 수요에 따른 사업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규모 정비사업에 따른 기반시설 부족과 이주 수요가 시장 불안을 야기하지 않는 것 또한 과제다. 지금부터는 해결한 현안만 남았다고 보면 된다. 시행령에서는 안산, 창원 등 산업단지 대상 지역이 추가될 수도 있다. 문제가 전국에서 한꺼번에 우후죽순처럼 터지지 않게 시행령을 보완적으로 잘 설계해야 한다.

2023-12-13 14:29 사설 기자

[사설] CCM 인증, ‘소비자 중심’ 기업이 인정받아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함께 최근 주목받는 것이 CCM(Consumer Centered Management, 소비자 중심경영)이다. 제도로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증하고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한다. 소비자 중심의 경영, 소비자 관점의 개선에 대한 국가 공인인 셈이다. 소비자가 보기에 끌리는 콘셉트를 경영에서 찾으려는 시도로 봐도 틀리지 않을 듯싶다. 소비자에 대한 지향점을 정량적으로 비교·평가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다만 CCM 인증을 휩쓴 제약업체 면면을 보면 고객에 대한 진심이 통하는 걸 알 수 있다. 7회 연속 인증을 유지해 명예의 전당 부문에 선정된 동아제약은 소비자 욕구에 맞춘 혁신적 서비스 개발이 돋보였다. 전 직원 대상의 고객 위주 기업문화에 앞서온 종근당엔 6회 연속 인증이 주어졌다. 일동제약은 업무 전반을 소비자 가치와 폭넓게 연계했다. 제약회사 외에 동승통상, 뉴트리원 등은 고객 패널단 운영, 최고고객책임자(CCO) 임명으로 소비자 의견을 잘 반영해 평가를 받았다.이처럼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는 사회적 가치 실현은 지속가능 경영으로 이어진다. 현재의 인증 제도에 소비자 예상이나 기대까지 얹으려면 좀더 ‘표준’을 갖출 필요는 있다. 인증받은 기업이 소비자 지향적이고 경영진의 실천 의지가 또렷한 것이 특징적인 공통점이긴 하다. ‘소비자 중심’이 확장되면 사후 분쟁이나 행정조치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절감한다. 소비자 중심의 선순환 시장을 조성할 수도 있다. 단, 제도가 제도에 머물지 않고 능동적 기능을 가졌을 때의 이야기다.소비자 중심을 이유로 받은 인증을 통해 다시 임직원의 소비자 중심 의식이 제고되면 이 역시 선순환 효과다. 인증에 따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실질적 인센티브는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상품보다 철학을 판다 하듯이 소비자 중심경영이 정착되면 기업·소비자 상생에도 기여할 것이다. 소비자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정부가 인정하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소비자의 인증제도 이해도나 인지도는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다. 정부기관과 기업, 학계와 소비자단체의 홍보활동으로 보완할 사항이다.소비자 인지도가 높아져야 결국 제도의 실효성도 커진다. 중대한 소비자 문제를 일으켜 부적합할 때는 인증 대상에서 제외하는 건 당연하다. 인증 기간을 늘리자는 의견도 있다. 참여기업들이 친환경 포장재 사용 등 ESG 경영에 기초해 다양한 활동을 곁들이면 더 좋은 상승효과까지 가능하다. 소비자 지향적 거래질서가 기업의 자율적 법규 준수를 유도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2023-12-12 14:07 사설 기자

[사설] 공급망 교란 사태에 전방위적 대응해야

제2의 요소수나 희토류 사태에 대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작년 10월 발의한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 기본법) 제정안이 늦장 통과했다. 위기가 지척에 이르러서야 움직이는 습성이 또 도졌다. 경제안보공급망 관련 장관급 회의가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리기도 했다. 공급망 안정을 위한 유비무환의 중요성이 늦게라도 부각된 것은 다행이다. 11일 공급망 관련 회의에서 요소 비축 물량을 긴급 방출하기로 했다. 요소 할당관세를 연장하기로 하는 등의 조치는 적절했다. 시장 안전을 위한 사재기 방지 모니터링은 기본이다. 매점매석 고시, 긴급수급조정조치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다만 품귀를 빚은 다음의 조치들은 효과가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공급망 교란 사태에 필요한 것은 전방위적인 대응이다. 공급망 다변화는 물론 자체 생산시설 구축까지 폭넓게 검토할 시점이다. 이차전지의 핵심 재료인 흑연 등도 똑같은 비중으로 다뤄야 한다.그것도 구조적으로 해결할 문제다. 지금 다급하지 않은 품목들이라고 긴장감을 놓으면 언젠가 공급망 위험의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사태가 진정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뒷전으로 미루는 것도 버려야 할 병폐다. 속도전 차원에서 정부입법 아닌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한다면서 지난주에야 처리된 공급망 기본법이 바로 그러한 예다. 핵심산업 품목의 공급망 위험 요인 전반을 면밀히 점검하고 국가 전반의 공급망 관리를 효율화해야 한다. 신설되는 공급망안정화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격이 10배까지 치솟으면서 허둥대던 2년 전 요소수 사태의 재연은 없어야 한다.우리는 작금의 요소수 수출통제가 내부 수급 불균형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그게 아니고 설령 미·중 자원전쟁 중의 원자재 보복 조치 등 경제적 강압이라 하더라도 타격 면에서는 다르지 않다. 두 경우 모두 시장에 오롯이 맡겨둘 수 없다. 한·미·일이 다짐한 산업 차원의 공조도 상징성을 넘어 실제 가동하게 다듬어야 한다. 요소 수입 기업 대다수가 중소기업이다. 가격이 저렴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어렵다는 애로점이 있다. 다변화하더라도 대중 소통 채널은 상시 가동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글로벌 공급망 대책에서 임시변통이 늘 통하지는 않는다. 요수와 인산이암모늄, 흑연 등 핵심산업에 연결된 공급망에 대해서도 단기 대책과 중장기 대책을 동시에 전방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비축물량 확대와 대체수입처 발굴은 우리가 선제적으로 할 일이다. 역시 중국 의존도가 높으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갈륨·게르마늄의 경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2023-12-11 14:06 사설 기자

[사설] 강남권 ‘빌라 전세’ 수요 증가, 어떻게 봐야 하나

전세 끼고 매수하는 이른바 ‘갭투자’ 유발 우려만을 내세운 주택법 개정 지연이 잘못됐음은 이미 수차례 지적했다. 시장 혼란 요인은 이밖에도 도처에 잠복하고 있다. 역전세 대란을 걱정했는데 연말에 이르며 어느 결에 전세난 양상으로 점진적으로 향한다.임대시장의 전세 기피도 양면성 내지 양극화로 나타난다. 빌라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 이면에서 서울 강남권처럼 빌라 전세 수요가 몰리는 경우는 좀 예외적이다. 10월 기준 빌라 전세 거래는 지난해 동월에 비해 강남구가 12%, 서초구는 15%가량 늘었다. 서울 전체로는 14.6% 감소했는데도 이렇다. 1~10월 서울 빌라 월세 거래량이 5만 건을 처음 넘어선 것과도 대조를 이룬다. 전세사기 신뢰 위기가 상대적으로 적고 아파트 대비 저렴한 가격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올해 전세거래 총액에서 비(非)아파트 비중이 20%를 밑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매매가 뚝 끊겨 전셋값이 올 3월 또는 한 달 전보다 3억 이상 오른 것도 있다. 매수를 보류한 수요자들이 전세로 눌러앉을 가능성이 잔뜩 커진 상태다.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별화된 움직임과 함께 공사비 인상 등으로 분양가가 오른다는 점까지 감안해야 한다. 내년 1분기 빌라 입주(준공) 물량은 역대 최소 수준까지 감소한다. 이런 측면까지 강남의 빌라 수요에 미리 반영된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서울 아파트값이 29주 만에 하락 전환한 것과 관련해서도 눈여겨봐야 한다. 집값 낙폭이 크지 않고 전셋값이 하방을 저지한다는 분석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빌라 전세에서 ‘강남 불패’ 재연 여부 한 가지보다 나무와 숲을 한꺼번에 읽는 게 최선이다. 빌라에서 빠져나간 주택 임대 수요가 아파트 전세나 월세로 선회하는 분위기는 얼마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셋값 고공행진을 계속하면 갭투자 수요를 다시금 자극할 수도 있다. 주택법 개정안이 재논의될지라도 갭투자 유발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고가 주택이 밀집된 강남권에서 보인 빌라의 일부 ‘선전’에는 시장의 복잡성이 내재한다. 어찌 보면 주택 임대 수요가 소형 아파트에 몰리는 현상의 다른 표현이다. 아직 전세난 수준 아닐 때, 꾸준한 전셋값 회복세(상승세)나 아파트 전세 수요 자극이 주택시장 불안 요인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내년 공급 가뭄은 선거판까지 흔들지 모를 부동산 시장의 상수(常數)다. 서울 입주 물량이 올해 3만470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만1367건으로 급감하는 내년이 더 문제다. 특히 집중할 것은 서민 주거 사다리가 무너질 수 있는 부분이다.

2023-12-10 14:01 사설 기자

[사설] ‘실거주 의무 폐지’ 무산, 실수요자 위한 대안 찾아야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 단지의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이 국회 문턱에 걸려 넘어졌다. 정기국회 종료일(9일) 전 마지막 소위(6일)였던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 주택법 개정안은 끝내 상정되지 않았다. 실거주 폐지라는 정부 발표를 철석같이 믿고 청약 넣고 당첨됐는데 마지노선이 무너진 셈이다. 수분양자(受分讓者)들은 흔히 하는 말로 ‘멘붕’ 상태다. 추가적으로 법안소위를 열 수도 없다니 혼란스럽고 난감하게 됐다. 지금 이 상황의 전조는 여러 차례 있었다. 지속됐다고 봐야 정확할 것이다. 실거주 의무 폐지안이 올해 2월 발의될 때만 해도 기세가 등등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5월 말 법안심사소위 이후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가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이러는 사이, 실거주 의무 폐지의 쌍끌이 격인 전매제한이 대폭 완화됐다.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가 없다. 당초 실거주 의무 폐지 관련법에는 부동산시장 침체로 위축된 매수심리를 살리려는 목표도 있었는데 유야무야로 그치고 만 것이다. 여당은 자금 여력이 부족하고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입주를 미루는 수요자를 배려하자는 입장이었다. 야당은 여당 시절이던 2021년 2월 이른바 갭투자를 막겠다는 구실로 규제를 밀어붙였던 기조 그대로다. 전면 폐지가 안 되면 다른 대안이라도 만들어야 할 정부와 국회 모두 무책임하다.실수요층이 아닌 투자 수요 유입이 완전히 없긴 힘들다. 그렇다고 실제 무주택 실수요자까지 투기 세력 취급해선 안 된다. 실수요자 위주로 주택공급을 한다는 원칙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본다면 크나큰 모순이다. 그럴 의도가 확실했다면 입주 시기를 구분하는 등 옥석을 구분하는 노력은 하는 게 맞다. 여야 이견을 좁힐 가능성은 타진하지 않고 설익은 정책부터 덜컥 내놓은 것이 전략적인 실책을 자초했다. 주택을 처분하기 전까지 실거주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절충안, 아니면 시행령을 통해 조건부 예외를 허용하는 방법을 놓고라도 협상을 했어야 한다.내년부터 총선 정국에 돌입하면 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총선 성적표에 따라 논의 재개를 기다린다는 건 막연한 이야기다. 잔금이 부족해 당장 이사를 못 가는 수요자들의 처지가 지금 가장 딱하다. 이 경우에는 금융 도움을 주는 방안을 비롯해 보호 방안이 요구된다. 임시국회를 소집해 소위를 한 번 더 여는 기회를 만드는 선택지도 버리지 않아야 한다. 시장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시장 혼란을 완화할 전향적인 대안을 끝까지 찾아볼 때다. 법 개정 없이 시행할 수 있는 대안을 포함해 실수요자를 위한 접근법이 매우 절실해졌다.

2023-12-07 14:07 사설 기자

[사설] 서울시 용적률 판매, 제도 정착의 조건 맞아야

고도 제한이나 문화재 규제 등에 막힌 높이만큼을 주변 건물에 판매하는 용적률 이전 제도 또는 용적률 이양제(Transfer of Development Right·TDR)가 검토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울공간 대개조’와 결부시키지 않더라도 부동산 국가지정문화재 982개 중 237개(24.1%)가 산재한 서울에 적합하고 실익이 많아 보인다. 발주할 용역처럼 ‘도심재개발 활력 제고를 위한 용적거래 실행모델 개발’이 되면 대규모 리뉴얼(재건축 및 리모델링) 효율화에 득이 된다는 그림이 그려진다. 장점 위주로 보면 좁은 국토를 더욱 좁게 쓰는 나라에서 토지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이용 방안으로 해볼 만한 제도다. 용적률을 팔아 개발비에 보태고 사는 건물을 더 올려 사업성을 높이는 양면적 이익만이 아니다. 문화재 주변 개발 압력을 해소하면서 투자 요인은 새로 생긴다. 도로나 교통상황, 분양 전망도 고려할 수 있다. 도심 고밀 개발을 가능케 하는 핵심 동력이 된다면 높이 규제로 다 못 쓴 용적률을 다른 건물·지역에서 살리는 것 이상의 시너지가 된다. 건축물 높이 규제를 받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참뜻’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용역 단계에서부터 보완할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결합건축, 건축협정 등이 선진사례라 하여 그냥 답습해서는 정착할 수 없다. 용적률 이전에 대한 투명한 공시 수단, 지가 차이를 고려한 용적 거래 비율 산정 등 건축법이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법률과 시행령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서울시의 도시계획 제도상 용적률 체계를 더 복잡하게 할 것도 뻔한 이치다. 토지와 건축물 매각 이후 제어가 어려운 점이나 대상 지역이 강남에 많아 불균형을 심화하는 측면까지 들여다봐야 할 일이다. 8년 전 입법화된 결합건축제가 건물 간 거리 등 규제로 시장 반응이 냉랭한 부분에서도 답의 일부를 찾아내야 한다.용적률 은행과 같은 제어 수단도 필요하다. 용적률 거래로 재개발·재건축 개발비용이 폭등하면 도시개발이 힘들어지는 역설도 나타난다.100여 년 역사를 가진 미국의 공중권(air rights)이나 60년 넘은 일본의 총합설계제도는 연륜에 비해 활용도가 높지는 않은 편이다. 하지만 뉴욕 브로드웨이의 극장 보전 방법이나 도쿄역사 인근 고층 복합개발 등 당장 본받아도 될 우수 사례가 있다. 용적률 판매·거래가 현실 시장에서 적용이 어려운 부분까지 찾아낸다면 서울에서도 승산이 있는 제도다. 거래를 통한 용적률 결합 개념을 계획적 국토관리 기반으로 확장한다면 더 큰 동심원이 그려질 것이다.

2023-12-06 13:41 사설 기자

[사설] 제2 요소수 대란 없게 상황관리 잘해야 한다

중국산 요소 수입이 또 막혔다. 물류와 산업이 마비 직전까지 갔던 2021년 11월의 요소수 대란 악몽이 이럴 때 떠오르는 건 자연스럽다.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약 3개월분의 요소 원재료가 비축돼 단기적이지만 조금 덜 걱정해도 된다는 것, 공식적으로는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 고시가 없었다는 점 정도다. 다만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에 요소 수출 중단을 지시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산업용 요소 통관을 막은 것만은 거의 틀림없다. 간단히 정리하면 2년 만에 요소수 수급 적신호가 갑자기 켜졌다. 원인이 무엇이건 중국이 자국 요소 수급 안전을 위해 수출을 막으면 언제라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 새삼스럽지만 재확인한 사실이다. 국내적으로는 대체 수입국가와 추가 물량을 확보해 나간다는 등의 비슷한 이야기를 또 듣게 된다. 수입선 다변화 역시 늘 되풀이되는 말이다. 국내 차량용 요소수만 놓고 보면 중국 의존도가 지난해 71%로 줄었다가 올 들어 91%까지 올랐다는 것 하나로도 이에 역행하는 것이다. 우리 총 수입액의 0.03%에 불과한 제품이라고 경시하다가 악화된 건 아닌가. 어떻게 관측되고 전망되든 ‘문제없다’고 자신할 게 아니라 상황관리를 잘해 정말 안정적인 대책이 되게 해야 한다.그 유효한 방법은 중국산 요소 수입 비중을 낮추고 비축분을 늘리는 것이다. 국내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설명만 갖고는 유사시에 대처할 수 없다. 비료용 요소를 현재 46만톤(t)가량 확보한다지만 더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필수 소재 고갈로 발전, 수송, 철강 등 주요 산업이 멈춰서지 않도록 상황을 잘 관리해야 한다. 동남아나 중동 등으로의 공급망 확보가 그렇게 어렵다면 보다 근원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가격 경쟁력과 공해 문제 등의 애로점은 있겠으나 요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가 맞는지는 신중히 검토할 여지가 있다. 보호무역의 관점까지 살피면서 중국의 통관 금지에 휘둘리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자는 뜻이다.적어도 이번 건은 단순히 절차적인 통관 지연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는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전략적으로 막는 경우의 수도 포함시켜야 한다. 요소 수출 제한 입김이나 낌새가 감지된다면 미리 소통하기 바란다. 갈륨을 비롯해 다른 희소자원에서도 중국이 수급 불안 등의 사유로 수출을 제한하는 일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베트남, 일본 등에서 들여올 물량을 합쳐 석 달치 재고가 확보될지라도 내년 1분기까지 수출이 제한받는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 정확한 상황 파악과 최적의 리스크 관리를 촉구한다.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최단기 목표다.

2023-12-05 14:44 사설 기자

[사설] ‘25% 제한’ IRA 세부 규정, ‘기회’만 되지는 않는다

미국 정부가 중국 자본 지분율이 25%를 넘는 합작법인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가장 단순화하면 탈중국 기조가 선명해져 기업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볼 수 있겠다. 4일 정부세종청사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그런 취지의 평가를 덧붙였다. 그런데 이번 IRA 친환경차 세액공제 해외우려기관(FEOC) 세부 규정은 보기보다 까다롭고 다층적이다. 구체적인 해석과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해외우려국의 지분 25% 규정에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 기업은 중국 파트너사와 합작투자 지분율 조정 등 전략 수정을 해야 한다. 중국 내 한·중 합작법인에서 생산하는 물량은 미국 외 시장에서 소화하는 것도 고려할 선택지가 된다. 계속 진행 중인 통상 도전 과제임을 기억하면서 논의하고 대처해야 한다. 중국산 소재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에 부담이 안 가게 하는 것 역시 중요한 현안이다.증권가는 4일 탈중국 기조가 더욱 분명해진 점을 국내 배터리 업계에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향후 북미 투자 등 경영·투자 불확실성이 걷힌 측면은 있다. 그런 점에서는 ‘기회’다. 북미 내 한국 배터리의 시장점유율을 높인다는 어느 정도의 계산은 가능하다. 그러면서도 중국 자본의 시장 침투 제한, 중국 영향력 배제가 한국 산업에 곧 이익이라는 등식이 바로 성립하기엔 만만찮은 요소가 많다. 리스크에 대한 후속 대비 소홀은 새로운 불확실성을 자라나게 한다. 불리한 확실성이 되어서도 안 된다.경제·안보상의 선택이 들어 있긴 하지만 한국은 미국이 IRA로 성과를 내는 데 사실상 제일 도움을 준 국가다.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이 점을 부각시켜 미국과 협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 내년부터는 배터리 부품에 해당하는 전해액, 분리막, 셀, 모듈 등도 규정에 따라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중국은 앞으로 지분율 25% 미만의 협력에 적극성을 보일지 모른다.우리는 특히 내년 미국 대선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 즉 바이드노믹스의 핵심 법안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다시 당선되면 IRA를 폐기할 것임을 공언하고 있다. 경영·투자상 불확실성 개선 이상의 전망과 분석, 해법을 준비해야 한다. 해외우려국 정부와 무관한 민간 기업과 합작할 경우는 어떻게 할지도 남은 문제다. 내년 1월 적용되는 배터리 부품, 적용 1년이 더 남은 핵심광물에 대해 세부적 대안이 나와야 한다. 발표 이후에도 ‘발등의 불’인 최대 통상 과제다.

2023-12-04 14:17 사설 기자

[사설] 기업 안전문화 확산, ‘처벌’ 문제가 아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나 5만명 이상의 기업에서나 생명과 안전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가치다. 그런 점에서 안전의식 내재화는 사업주와 근로자뿐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필수 요소라 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 안전보건 점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실천하거나 기업 간 맞손잡고 언론과도 협업하는 일은 권장할 일이다.각 분야 선도기업들이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과 유지에 솔선하는 변화상도 최근 자주 노출된다. 특화된 안전점검 경험과 노하우를 선도하는 기업 사례들이 공유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지속 성장에 중요한 가치를 사람에 두고 실천하는 노력들이 보기에 좋다. 어떤 기업은 안전 일터 정착 문구를 넣거나 안전 메시지 발송 등으로 사내 안전문화 확산에 나서기도 한다. 잠재적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글로벌 기준에 적합한 냉각탑과 냉동창고를 만드는 사업장도 브릿지경제 기사로 소개됐다. 중대재해 대응 모의훈련을 통해 선제적 또는 사후적인 대처 능력을 강화하는 것도 달라진 모습들이다.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해 1월 27일 시행된 이래 합헌성, 정당성 시비가 끊일 새가 없었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가중 처벌해 중대재해를 예방한다는 발상부터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이 상태로 다음달 27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적용하긴 어차피 어렵다. 대응 여력 없는 기업은 현장 단위에서 안전보건 체계를 구축하고 준수할 여력이 실제로 부족하다. 올해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기대효과가 미미했다. 안전문화 정착은 치밀한 설계를 통해 좀더 길게 보고 가야 할 사회적 과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근로자가 같이 하고 지역별로도 시민 참여가 더해지는 방향이 이상적이다.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 안전의식은 위험을 청소하는 빗자루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런 핵심 가치 아래 노사가 이루는 원팀이 중요하다. 사내 예방체제를 구축하는 공동활동 지원은 공공의 영역이라고 본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산재사고에 변화가 없는 이유를 솜방망이 처벌 탓으로 몰아간다면 인과관계를 잘못 짚은 것이다. 가정 같지만, 안전을 도모할수록 위험 감수에 부담할 비용이 줄면서 도리어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이른바 펠츠만 효과도 동시에 생각해볼 문제다. 눈앞의 처벌 회피에 급급한다면 온전한 안전몰입, 안전교육, 안전규정과 절차, 안전소통, 안전활동 참여가 이뤄지지 않는다. 안전시스템 구축에 소홀하면 주객이 전도될 것이다. 규제보다 인센티브로 전환하는 건 어떤가. 안전문화에 이르는 과정도 중요하다.

2023-12-03 13:29 사설 기자

[사설] 재초환법 ‘대못’, 완화 아닌 폐지까지 검토해야 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재초환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 문턱을 넘었다.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불리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함께 국토위 전체회의 및 법사위 전체회의와 다음달 본회의 통과 절차는 남아 있다. 부담금을 부과하는 재건축 초과이익(면제금액) 기준을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리는 것이 골자다. 이를 적용하면 재건축 부담금 부과 단지가 상당 부분 줄어든다. 재건축 속도를 높일 만한 유인책이다. 적정 수준인지를 떠나 어느 정도의 탄력을 붙이는 수단은 될 수 있겠다. 총선을 앞둬서가 아니다. 공급 부족 때문에라도 사업 추진 부담을 줄이는 법안 처리는 미룰 수 없었다. 3대 공급지표(입주·착공·인허가 물량) 축소를 봐도 재건축 시장 활성화는 꼭 필요한 시점이다. 재초환법 개정안으로 사업 추진에 다소 숨통은 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초과이익환수제를 2018년부터 시행하면서 재건축에 걸림돌이 된 사실만 갖고도 예견되는 일이다. 재건축 규제의 실효성 여부와 개인 재산권 침해 논란이 또 고개를 들 수는 있다. 법안 처리 이후에도 기억할 것은 재건축 부담금은 재건축 추진 여부를 결정할 때 제일의 판단 기준이라는 점이다.개정안에는 장기 보유 기간에 따라 부담금을 최대 70%까지 감면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초과이익 기준 상향으로 재건축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지만 한편에서는 재건축사업을 견인하는 데는 미흡하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초과이익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내는 기존 제도는 완화된다. 그런데도 미실현 이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반시장적 요소는 안고 가는 셈이 된다. 공급은 집값 안정에 절대적인 요소다. 현재 서울의 주택 공급 전망은 특히 어둡다. 공급 절벽이 길어지면 집값은 다시 크게 뛸 수 있다. 과열을 구실로 재건축을 제어해서는 안 되는 상황과 여건이다.그런 측면에서 재건축 대못을 아주 확실히 뽑는 게 현명할 수 있다. 까다로운 조건과 규제에도 재건축 방식을 선호한 이유는 분명하다. 다름 아닌 신축 아파트의 시세상승 효과와 높은 수익성이다. 관련된 시장의 진의는 아무래도 부과 금액 감소보다는 폐지를 원하는 쪽이다. 이대로 두면 재건축 사업 속도를 높이는 데 여전히 걸림돌이 된다. 양도소득세 등을 통해 시세상승분을 환수하는 절차도 있지 않은가. 완화가 아닌 전면 폐지로 퇴로를 열어주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본래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억제 목적으로 도입했다. 규제 완화의 문제이기 전에 정상적이고 기본적인 주택 공급의 문제로 볼 때가 됐다는 뜻이다.

2023-11-30 14:02 사설 기자

[사설] 부산 엑스포 유치 불발, ‘실패’로 끝낼 수는 없다

실패가 약이 된다고도 하지만 안타까운 결말을 선물처럼 받아들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반전 드라마를 못 쓰고 막 내린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은 뼈아프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큰 표차 완패에도 위안을 주는 것은 경제단체들의 논평이다. “한국 산업의 글로벌 지평도 확대”(대한상공회의소)하며 “글로벌 리딩(leading) 국가로 나아가는 데 밑거름”(한국경제인협회)으로 삼고 경제·문화적으로 발전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한국경영자총협회)로 꼭 만들었으면 한다. 허망감을 달래기 위한 덕담으로 끝낼 수는 없다.리야드가 압도적으로 부산을 제쳐 ‘박빙 판세’와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기업인이 앞장서고 민관이 하나되어 공들인 부분은 국민이 기억할 것이다. 총 165표 중 29표에 그쳐 의미 있는 득표에도 실패했다. 산술적인 결선 투표 시나리오 예측에 서툴렀고 전략적으로 더 치밀하지 못한 점은 인정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야 본격 유치전에 나선 초반 열세만이 패인은 아니다. 아쉽더라도 그 모든 여정을 소중한 자산으로 쓰는 일은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다. 무위(無爲)로 돌리지 않아야 한다.사우디아라비아 자본력 앞에 고배를 마신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실패 책임을 ‘금권 투표’ 등 외부를 탓해서는 안 된다. ‘코리아 원팀’의 동력이 허약한 부분까지 냉철하게 되짚어볼 필요는 있다. 사우디 전역에 3조3000억달러(한화 약 4296조원)를 투자한다는 식의 오일머니를 앞세운 유치전에도 결과론적으로는 대비했어야 한다. 한국은 미국 매체가 선정한 세계 강대국 순위 6위에까지 올라본 국가다. 첨단 기술과 서비스 중심의 경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강점이다. 글로벌 환경이 나쁘지 않은 나라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2035년 엑스포 유치 재도전은 그다음의 영역이다.엑스포라는 날개는 무참히 꺾였지만 약속대로 공적개발원조 예산 증대와 ‘지혜의 공유’는 멈춰서는 안 된다. 유치 과정에서 선보인 K-라이스벨트 프로젝트, 코리아-오션 이코노미 이니셔티브는 접지 않아야 할 구상이다. 민간 경제사절단이 개도국에 제시한 맞춤형 경제협력 패지키는 경제 네트워크로 활용해 나갈 숙제다. 신시장 개척, 공급망 다변화, 새로운 사업 기회 등을 엿볼 수 있었던 것 역시 작지 않은 경험이었다. 엑스포 유치의 경제적 효과가 불발된 점은 거듭 아쉽다. 그 상실감은 500여 일간 지구 495바퀴를 돌며 가능성을 봤던 경제외교 지평으로 메우고 보다 치열하게 넓혀 나가면 된다. 노력과 경험이 아깝지 않게 잘 살리면 실패가 약이 되기도 한다. 경제주체들도 그 역량과 역할에 충실할 것으로 믿는다.

2023-11-29 14:01 사설 기자

[사설] 달라진 시장 분위기… 서울 전세난 대책 세울 때다

역전세난 대책으로 임대인 대출 규제 완화가 나오는가 하면 아직도 적극적인 전세 사기 피해 대책을 마련할 때라고 주문한다. 전세시장에 찬바람이 쌩쌩 부는 줄로만 알았는데 오히려 전세난이 우려된다. 가격 측면에서는 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낮아지자 전세를 다시 찾기 때문이다. 서울은 12월부터 전세난이 시작될 거라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3대 공급지표인 입주, 착공, 인허가 물량 모두 줄면서 전세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세 대란을 단순하게 예측해보면 수요는 늘고 공급물량, 입주물량이 줄어든 데서 출발한다. 내막은 그보다 상당히 복잡하다. 12월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만 놓고 보면 9년 만에 가장 적다. 보도된 대로 서울은 입주 물량이 전혀 없는 상태라 보면 된다. 서울 도심에 2만1700채의 미니 신도시급 물량을 공급하겠다던 2020년 8·4 공급대책은 3년 넘게 공수표가 됐다. 주택 가격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면서 분양이 뚝 끊겼던 부분은 지금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3기 신도시는 계획보다 1, 2년 지연됐다. 매매시장의 관망세 수요까지 전세로 돌아선다. 역대 최대 수준의 입주 공백에 대비할 때가 지금이다.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다.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63% 적다. 전세난이 전셋값은 물론 집값 상승의 더 큰 불씨가 될 것이다. 2021년 하반기 계약분의 만기 도래 역시 전세시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요소다. 전세 물량 감소를 보충할 단기, 그리고 중장기 공급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세가가 오르면 전세난, 전세가가 내리면 역전세난 식의 이분법이 아닌 시장의 흐름을 내다본 큰 틀의 주택정책이 이래서 아쉽다.총선을 앞둔 여야가 의식하는 부동산 민심은 지금 처방과는 전혀 딴판으로 흐른다. 메가시티 서울과 1기 신도시 특별법 등 당장 시장만 자극할 정책 위주다. 재개발을 한다고 쳐도 이주민 발생과 주변 지역 전세난 대책 등은 보이지 않는다. 주택 유형에 따라 임차인을 보호하면서 임대인 권리까지 넓히는 정책까지 구사해야 하는데 말이다.특히 2021년 총 8567가구 등으로 분양 물량이 절대 부족한 서울은 내년은 올해에 비해 63%나 줄어든다. 시간이 덜 걸리는 소규모 재건축과 용적률 상향, 건축비 지원과 같은 전방위적 대안이 필요하다. 서울뿐 아니다. 아파트 전세 매물은 경기와 인천에서도 심각한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 한순간도 잊으면 안 될 것은 전세난은 실거주의 문제이며 주거안정이 흔들리는 문제라는 사실이다.

2023-11-28 14:31 사설 기자

[사설] ‘경제형벌’ 개선 입법, 21대 국회에서 손놓았나

국회에서 경제·민생법안 처리에 소홀한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경제형벌 개선 과제 부문을 떼놓고 보면 결과물은 너무 초라하다. 정부가 ‘경제 형벌규정 개선 TF’를 만들어 414개 법률, 5886개 조항을 점검하고 발굴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기업형벌이나 소상공인·자영업자 중심 과제를 가리지 않고 쟁점법안에 밀려 손도 안 대고 있다. 정부가 올해 국회에 제출한 경제형벌 개선과제 140개 중 딱 1건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 유일무이하다. 국회가 기업투자와 민생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 혁신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7일 소개했듯이 벤처투자법상 무의결권 주식을 취득한 대주주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주식 처분명령을 위반했을 때의 징역·벌금형을 과태료로 전환한 유형이 전부다. 윤석열 대통령의 규제 완화 지시 이후 속도전을 벌인 것이 무색하다. 시대착오적이고 황당한 규제를 없애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일을 이처럼 뭉개도 되나. 과다한 경제 관련 형벌 조항이 민간 경제활동을 위축하지 않게 하려는 선의를 왜곡하지 않아야 한다.시급성으로 봐도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형벌 개선 법률안은 경제 활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어떤 입법 과제에도 뒤지지 않는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은 법률은 외국인의 국내 투자까지 저해하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각론에 이견이 있다면 또 모르되 아예 총론(취지)조차 동의하지 않은 사례가 많아 답답하다. 더욱 문제는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계류 중인 법안이 모두 폐기된다는 점이다. 140건을 내년 5월 말 안에 끝내려면 정말 촌음(寸陰)을 아껴 써도 부족할 판이다. 형벌 남발을 개선하는 법률안에 대한 입법 부작위 상태를 조속히 끝내야 한다. ‘규제혁신’을 통한 민간주도성장을 위해서다.국민경제를 떠받치고 있으니 면죄부를 주자는 기업 봐주기, 기업인 봐주기로 오해하진 않아야 한다.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모른체하고 기업이 불법행위를 해도 눈감아주자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기업 법·규제 경쟁력 부문은 64개 국가 중 61위로 최하위권에 속하는 세계경쟁력 지수 조사가 있을 정도다. 시의성이 높은 과제부터 순차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식품위생법상 손님을 끌어들이는 호객행위를 형벌 부과 대상에서 넣은 것이 그러한 예다. 벌금이나 행정제재로도 되는데 구속부터 한다면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쓴다(牛刀割鷄·우도할계)는 옛 고사와 흡사하다. 형벌 폐지, 과태료 전환, 선 행정제재 후 형벌, 형량 조정 등 유형별로 합리화하자는 것 아닌가. 과도한 경제형벌을 바로잡는 입법화는 빠르면 빠를수록 효과적이다.

2023-11-27 14:05 사설 기자

[사설] 21대 마지막 예산 국회의 ‘구태’ 한도 넘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지난 14일부터 벌인 정부 예산안 증·감액 심사는 낙제점에 가깝다. 상임위원회 17곳 가운데 24일까지 예산 예비심사를 마친 곳은 13곳, 그중 6곳은 야당이 단독 의결했다. 그러더니 법정시한(12월 2일)을 며칠 남지고 여야는 30일 본회의를 ‘연다, 못 연다’로 티격태격 샅바 싸움만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법정시한(12월 2일) 준수가 매우 어렵게 됐다. 예산안을 꼼꼼히 들여다볼 시간도 모자란데 특검, 탄핵, 국정조사라는 정쟁화한 국회만 남아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 단계에서의 정부 예산 심사는 정상 궤도를 벗어났다. 거대 의석을 지닌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단독 삭감과 여당의 반발, 탄핵 추진 외에는 기억에 남는 게 없을 정도다. 거칠게 정리하면 윤석열표 예산은 무차별적으로 깎이고 문재인·이재명표 예산은 대놓고 증액한 일이 거의 전부다. 예산안 감액 심사와 증액 심사 과정만 보면 ‘하명 예산’으로 변질시켰다 해도 할 말 없을 것 같다. 예산안 합의 없이 본회의를 열 수 없다고 버티는 수준의 여당도 딱하다.정부 예산 편성권을 사실상 부정한 듯한 민주당은 ‘부자 감세’를 바로잡고 삭감된 민생 예산을 복원했다고 큰소리다. 이른바 쌍특검법과 탄핵소추안을 30일 재발의해 다음달 1일 표결하겠다는 민주당의 서슬에 656조9000억원 규모인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걱정스럽다. 정확히 5년 전의 20대 국회에서도 예산안 시한을 코앞에 두고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국회 보이콧을 한 사례는 있다. 산적한 민생법안과 예산안 처리가 멈춰선 상황까지 엇비슷하다. 하지만 그때보다 최악인 것이 증오에 가득찬 21대 마지막 예산 국회다. 한도를 얼마나 더 넘어야 끝장을 보여줄지 모르겠다.총선을 앞둔 여야의 치열한 예산안 힘겨루기가 처음 보는 모습은 아니다. 이런 국회에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으로 명시된 헌법 54조 2항의 처리 조항 준수만 요구하는 것조차 민망하지만 예산안 처리 시점까지라도 정쟁으로 허비하는 구태는 거둬들여야 한다. 야당이 다음달 1일 본회의에서 특검법과 탄핵소추안을 반드시 통과할 계획을 갖고 있는 한 여야 합의는 어렵다. 전액 삭감, 보복 삭감, 단독 증액 등 일방적인 모습에 예산 협치를 기대한 국민은 지쳐간다. 본회의 개최 문제부터 지금 이견차를 좁혀야 한다. 계속 이러다 법정시한은 물론 9일 정기국회 내 처리마저 어려울 수 있다. 기대는 이미 상당 부분 무너졌지만 예산안을 부랴부랴 정치적 일괄 타결로 지각 처리하는 잘못된 습성을 재연하지 않길 바란다. 여야의 자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2023-11-26 14:10 사설 기자

[사설] 비아파트도 현실에 맞게 제도 손질해야 한다

정부가 비(非)아파트 대책에 힘을 전혀 안 실은 것은 아니다. 공급 촉진을 위해서였다. 최근 나온 예로는 건설자금·보증 지원, 공유 차량 활용 조건의 주차장 확보 기준 완화, 청약에서 무주택자로 간주하는 소형주택 범위 확대 등이 있다. 하지만 임대인 입장에서는 여전히 ‘배고프다’. 아파트가 대표적인 주거 유형이라 해서 아파트에 집중된 부동산 대책부터 불만이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전국오피스텔협의회, 전국임대인연합회가 전국비아파트총연맹을 결성하고 빌라,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시설의 거래 활성화와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이유다. 비아파트의 침체 원인을 둘로 대별하면 아파트 위주 규제 완화와 전세사기 여파다. 비아파트에만 한정해 보면 지방의 전세 거래 총액 비중은 불과 2.5%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은 내년 7월이면 낮춰지긴 한다. 하지만 역전세 위험을 살피면서 보다 현실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만 전세가 급락, 역전세, 전세사기 등의 위험성은 늘 고려해야 한다.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라는 기준에서 정책을 재설계하는 것이 좋겠다.정부가 비아파트 서민 주택 건설 자금을 한시 지원하기로 한 부분은 칭찬받을 만한 부분이다. 주택공급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비아파트 측에서는 실질적인 완화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과세 구조가 실질과세라는 조세부과 대원칙에 위배된다며 불만이다. 조세 형평 차원에서 다루면 된다. 2년 전만 해도 일산 등에서 오피스텔이 아파트보다 비싸게 팔리는 기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때와 비교해서는 안 되겠지만 비아파트 공급에 빨간불이 켜지면 서민 주거사다리가 위협받는다. 임차인 주거환경까지 생각하는 대책이 아쉽다. 공급 주체가 개인이나 소규모 사업자라 해서 사각지대가 되지 않아야 한다.단기 아파트 공급이 어려운 만큼 비아파트는 공급 대책으로서도 보다 유용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수요가 꺾인 상황에서는 수요 진작책으로서 비아파트총연맹의 목소리는 귀기울일 가치가 있다. 전세사기뿐 아니라 건설 경기 악화, 공사비 급증으로 비아파트 주거시장은 이중·삼중고를 겪는 중이다. 고사 상태, 빈사 상태라 해도 과한 엄살은 아니다. 아파트를 원하는 데 웬 비아파트 공급이냐는 반응을 듣는 한이 있어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생활형 숙박시설의 준주택 인정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임대보증 상한제도나 오피스텔 과세체계 개선, 생활숙박시설 불법화를 막기 위한 대책 등은 물론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2023-11-23 14:20 사설 기자

[사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사회도 응답할 차례다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일상의 나눔을 전파하는 기업의 선행이 연말의 문턱을 훈훈하게 달군다. 삼성은 올해도 계열사가 참여하는 나눔의 날 행사를 개최한 데 이어 ‘사회적 약자 지원 CSR 신사업’ 출범식을 열었다. LG 등 기업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과제 실천을 통해 사회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주택 사업이 주력인 부영그룹은 누적 기준 1조1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기부하며 화제에 올랐다. 미래 인재 양성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의 사회공헌활동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의 경우 선대회장의 안내견 사업을 이어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회공헌이 빛을 발하고 있다. 활동 영역도 삼성청년SW아카데미, 삼성희망디딤돌, 기능올림픽·기술교육 지원, 스마트공장 지원 등으로 광범위하다. 내부적으로는 준법감시위원회 같은 기구를 운영하는 등 선도적인 준법 경영 의지와 신념이 돋보인다. 기업의 책임 실천이 장기적인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라는 인식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한 것은 그 선한 영향력 덕이다. 국외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중국 기업사회책임 발전지수 평가에서 8년 연속 자동차기업 부문 1위에 선정됐다. 내몽고 사막화를 방지하는 현대그린존 프로젝트가 특히 호평을 받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기업 이미지와 자부심, 조직 유효성에 골고루 영향을 미친다.이미 ‘사회적 책임’은 그럴듯한 상투어가 아닌 하나의 경영 기법이다. 노조 역시 기업과 함께하는 것이 경제에 주름을 지우지 않고 사회적 의무와 도리를 다하는 일이다. 미국 자동차 빅 3가 일본 자동차에 떠밀려 사양길에 접어든 결정적인 실수는 강성 노조가 만들었다. 저명한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는 그렇게 몰락했다. 노조가 기업과 함께 사회공헌에 기여하는 참 모습에 기업 브랜드 이미지는 제고될 것이다. 산업계 전체에서 기업의 상생 활동이 낳은 따뜻하고 기분 좋은 뉴스가 계속 쏟아져나오길 기대한다.기업의 기여와 공헌에는 입법과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상법을 개정해 윤리적 경영과 관련된 비재무 정보를 공시하는 방안은 그중 하나다. 유럽연합(EU)의 최근 움직임을 참고하면 재무적·비재무적 요소를 포함한 기업의 가치 평가는 미래의 대세로 굳혀질 것으로 예견된다. 사회적 공정성, 기업의 윤리적 책임 등 비재무적 평가 기준 강화를 위한 법제화가 절실하다. 그런 토양이 있어야 지속가능 경영 리더가 배출되고 사회공헌은 주요 경영가치로 자리할 것이다. 사회적 과제 해결에 나서고 배려하는 기업에 우리 사회도 응답할 차례다.

2023-11-22 14:04 사설 기자

[사설] 상생금융이 변형된 ‘횡재세’ 되지 않아야 한다

은행권에 대한 ‘상생금융’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하반기 ‘종 노릇’ 발언 이후의 상생금융 시즌2는 하나은행 금융지원안에 이은 신한은행의 상생금융 패키지로 시작되는 분위기다. 한쪽에서는 야권이 강하게 의제로 밀어붙이는 은행의 초과이익 환수 법안, 이른바 횡재세 도입의 불씨가 살아 있다. 기여금이든 이자 감면과 캐시백 형태든 고통 분담 압박이 계속되면서 시장주의, 투심(투자 심리), 조세형평성 등의 논란은 앞으로 불가피해 보인다. 상생금융의 전체 줄거리는 20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8대 금융지주회사 간담회에서 잡혔다고 볼 수 있다. 법보다 업계 논의로 유연하게 대응하는 쪽에 무게가 실려 오히려 다행스럽다. ‘금리 부담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그리고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무리 없이 소화해내야 한다. 그 규모가 횡재세를 불식할 정도라는 게 은행들의 큰 고민이다. 그러면서 외국인 주주 중심의 배임 논란 화살은 피해가야 한다. 주요 금융그룹의 외국인 주주 비중이 KB금융 72.59%, 하나금융 68.65%, 신한금융 59.96%, 우리금융 37.20%에 달하는 점을 유념하지 않을 수 없다.하반기 금융지주의 실적이 나빠지기라도 하면 일단 방아쇠가 당겨진 횡재세의 명분(은행의 초과이익)은 힘이 빠질 수 있다. 게다가 과세 근거가 불명확하다. 정부 재정으로 할 일을 금융 사기업에 떠넘기는 식은 관치금융의 전형이다. 지금도 법인세 규모가 높다. 영업이익 규모가 커질수록 과세 규모는 늘어난다. 은행 횡재세 입법 아닌 상생금융이라도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법익의 균형성, 침해의 최소성과 같은 과잉금지의 원칙이 준용돼야 한다. 변형된 횡재세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은행들이 이자율을 낮춰 국민과 상생한다는 걸 나무랄 수 없다. 하지만 악재나 호재가 반복될 때마다 이럴 텐가. 횡재이익을 입법으로 과세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까지 하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은 최대한의 범위 내’라는 전제가 상생금융을 범주의 오류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상반기 상생금융 시즌1을 촉발한 것 역시 ‘돈 잔치’ 발언이었다. 이런 일갈에 휘둘리기보다 금융시스템 재설계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누진세율 등 세법의 큰 틀 안에서 논의하는 건 어떨까. 민생 의제를 선점할 의도가 섞인 횡재세는 이중과세를 넘는 다층 중과세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정상이윤과 초과이윤의 구분도 사실 모호하다. 조세 왜곡을 발생하는 입법작업은 여기서 끝내야 한다. 그런 상태로 상생금융을 논의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2023-11-21 14:11 사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