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엑스포 유치 불발, ‘실패’로 끝낼 수는 없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3-11-29 14:01 수정일 2023-11-29 14:02 발행일 2023-11-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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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가 약이 된다고도 하지만 안타까운 결말을 선물처럼 받아들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반전 드라마를 못 쓰고 막 내린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은 뼈아프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큰 표차 완패에도 위안을 주는 것은 경제단체들의 논평이다. “한국 산업의 글로벌 지평도 확대”(대한상공회의소)하며 “글로벌 리딩(leading) 국가로 나아가는 데 밑거름”(한국경제인협회)으로 삼고 경제·문화적으로 발전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한국경영자총협회)로 꼭 만들었으면 한다. 허망감을 달래기 위한 덕담으로 끝낼 수는 없다.

리야드가 압도적으로 부산을 제쳐 ‘박빙 판세’와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기업인이 앞장서고 민관이 하나되어 공들인 부분은 국민이 기억할 것이다. 총 165표 중 29표에 그쳐 의미 있는 득표에도 실패했다. 산술적인 결선 투표 시나리오 예측에 서툴렀고 전략적으로 더 치밀하지 못한 점은 인정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야 본격 유치전에 나선 초반 열세만이 패인은 아니다. 아쉽더라도 그 모든 여정을 소중한 자산으로 쓰는 일은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다. 무위(無爲)로 돌리지 않아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자본력 앞에 고배를 마신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실패 책임을 ‘금권 투표’ 등 외부를 탓해서는 안 된다. ‘코리아 원팀’의 동력이 허약한 부분까지 냉철하게 되짚어볼 필요는 있다. 사우디 전역에 3조3000억달러(한화 약 4296조원)를 투자한다는 식의 오일머니를 앞세운 유치전에도 결과론적으로는 대비했어야 한다. 한국은 미국 매체가 선정한 세계 강대국 순위 6위에까지 올라본 국가다. 첨단 기술과 서비스 중심의 경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강점이다. 글로벌 환경이 나쁘지 않은 나라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2035년 엑스포 유치 재도전은 그다음의 영역이다.

엑스포라는 날개는 무참히 꺾였지만 약속대로 공적개발원조 예산 증대와 ‘지혜의 공유’는 멈춰서는 안 된다. 유치 과정에서 선보인 K-라이스벨트 프로젝트, 코리아-오션 이코노미 이니셔티브는 접지 않아야 할 구상이다. 민간 경제사절단이 개도국에 제시한 맞춤형 경제협력 패지키는 경제 네트워크로 활용해 나갈 숙제다. 신시장 개척, 공급망 다변화, 새로운 사업 기회 등을 엿볼 수 있었던 것 역시 작지 않은 경험이었다. 엑스포 유치의 경제적 효과가 불발된 점은 거듭 아쉽다. 그 상실감은 500여 일간 지구 495바퀴를 돌며 가능성을 봤던 경제외교 지평으로 메우고 보다 치열하게 넓혀 나가면 된다. 노력과 경험이 아깝지 않게 잘 살리면 실패가 약이 되기도 한다. 경제주체들도 그 역량과 역할에 충실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