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내년 예산도 재정건전성 기조가 맞다

세출이 세입의 범위 내에서 충당되고 공채 발행이나 차입이 없는 재정이 본래적 의미의 건전재정이다. 그런 개념에서는 우리 같은 불건전재정도 드물다. 국가부채 부담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능력이 이보다 낮아진다면 국가신용등급과도 무관하지 않을 문제다. 재정정책에 있어서 경제·민생과 재정건전성을 대립적인 관계로 두는 설정이 늘 옳지는 않다. 그렇지만 나라를 위한 재정 다이어트라면 해야 한다. 어느 모로 보나 내년은 정부의 세입 확대 노력을 병행하면서 재정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해야 할 단계다. 이 같은 시각에서 건전성 확보 방향성에 긍정할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는 통합재정수지 55조4000억원, 관리재정수지 83조원 적자였다. 이것으로 근거는 충분하다. 23일 국민의힘 예산안 관련 당정회의에서도 내년 예산안 편성 방향이 건전재정 기조 유지 쪽으로 갈래를 탔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편성·집행할 예산이 선심성이 되지 않아야 한다. 여당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잣대다.재무 안전성 위기를 맞은 것은 국가부채만이 아니다. 가계부채도 그렇고, 기업은 기업대로 부채 수준을 축소하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 절박한 현안이 됐다. 투자 위축, 고용 감소, 소비 위축,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사이클에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당정의 예산안 기본 방향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경제성장률 0.1~0.2% 포인트 높이기 위해 빚을 내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세계잉여금과 여유기금 활용 만 갖고, 또한 추가경정예산이나 적자 국채 발행을 하지 않고 재정 운용을 하겠는가. 세수 증대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출 억제만 갖고는 감나무 밑에서 홍시 떨어질 때를 기다리는 격이다. 재정건전성이 반드시 정부 지출 최소화의 동의어는 아니다. 재정을 슬림하게 유지해도 민생경제 활력을 불어넣을 대책에는 소홀함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재정수지의 균형 또는 흑자를 기록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나. 더 고난도의 일이다. 침체한 경기를 회복해야 한다. 경제활력 제고와 민생경제 회복에서 경제를 되살릴 과감한 투자 지원에 이르기까지 재정건전성과 대치되는 부분으로 볼 사안은 아니다. 건전성을 구축하고 낭비적 지출을 제한한다는 강력한 의지는 지지하지만 재정의 경기안정화 기능을 함께 살펴야 한다. 민생 건전성이란 것도 있다. 다양한 정책수단의 조합(policy mix)으로 성장잠재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그것이 ‘써야 할 곳에 제대로’ 쓴다는 윤석열 정부의 재정 기조에 맞는다. 재정정책의 경제적 효과까지 염두에 두라는 뜻이기도 하다.

2023-08-23 14:35 사설 기자

[사설] 새 출발 한경협, 새 이름 걸맞은 경제단체 기대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2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간판을 바꿔 달고 새롭게 출발했다. 전경련 탈퇴 후 7년 만에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도 이날부로 다시 합류하게 됐다. 따뜻한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을 가다듬는다면 재계 대표의 위상을 되찾을 기반은 다져졌다. 이제부터는 재계를 이끌며 민간외교의 선봉에 섰던 과거에다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서의 현재를 접목해 앞선 아이덴티티(정체성)를 보여주면 된다. 국민이 기대하는 건 단순히 익숙한 과거의 재현이 아니다. 그러길 바랐다면 차라리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과의 통합 등 발전적 해체를 원했을지 모르겠다. 이날 선임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이끄는 ‘한경협호(號)’에는 새로운 비전을 가시화해야 할 책무가 주어졌다. 초대 이병철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13~17대 정주영 회장, 18대 구자경 회장, 25대 김우중 회장 시절에 재계의 총리라는 닉네임이 붙었던 것은 막중한 무게감 때문이었다.기능이 달라졌고 시대가 달라졌다면 역할이 달라지는 게 마땅하다. 전경련 같으면서 전경련과는 다른, 보다 혁신된 한경협이 되는 것은 시대적 책무다. 지금과 이름이 같은 1961년 이래의 전경련 전신인 한경협 시절, 아니면 1968년 전경련으로 개명한 다음으로 회귀한다면 단지 이름만 바뀔 것일 뿐이다. 한경협의 출발은 비록 불완전체였지만 현 정부 들어 경제계 간사 구실을 맡으며 일관된 의지를 보여 온 덕이 크다. 한경협 스스로 약속한 정치·행정권력 등의 부당한 압력을 단호히 배격하려면 정치도 행정도 변해야 한다.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려면 사회도 친기업적 마인드를 가져야 할 것이다. 관성적으로 정경유착의 상징처럼 계속 몰아가려는 시도에는 이제 종지부를 찍는 게 바람직하다. 한국기업연합회라는 이름의 혁신 움직임조차 문재인 정부에서 철저히 무시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더 내려갈 데 없는 내리막길까지 가 본 한경협은 윤리위원회와 같은 정경유착을 차단하는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를 제도화하면 된다.안팎 어디를 보거나 경제적으로 더 많은 도전이 기다린다. 이때 필요한 것이 경국제민(經國濟民·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함)의 경제에 사람(人)을 붙인 ‘경제인’의 초심이다. 이것이 국가, 국민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경제인협회 이념에 잘 녹아들어야 한다. 여기에 전격적인 쇄신이 가미돼야 한경협은 경제계 대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새 이름답게, 새 출발을 계기로 대한민국 경제인만이 아닌 한국인의 사랑을 받는 경제단체로 거듭날 때 주어지는 자격이다.

2023-08-22 14:00 사설 기자

[사설] 공공분양 50만호 공급 차질 없을 수 있겠나

부실 시공과 전관 특혜 카르텔 논란으로 공공분양 주택 50만호 공급 계획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이 재취업한 이른바 전관 업체와 관련된 계약을 모두 중단하기로 하면서다. LH 개혁과 전관 특혜 근절책은 미룰 수 없다. 3기 신도시를 비롯한 공공주택 보급에 차질이 없게 하는 것 역시 화급한 과제다. 무량판 아파트 보강 철근 누락 사태가 촉발한 딜레마처럼 보이지만 둘 다 잘 풀어야 한다. 공공주택 공급에 한정해 보면 전관 업체 아닌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는 게 큰 제약이다. LH의 전관 예우는 철근 누락 사태로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가 아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LH의 3급 이상 퇴직자 절반 이상이 계약업체에 재취업한 사실은 감사원 감사로도 확인됐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취업 심사 대상인 2급 이상이 아니면 재취업 정보조차 관리가 안 된다. LH 직원의 3기 신도시 땅투기로 눈총을 받은 것이 불과 2년 전이다. 공공 주도로 신규 아파트를 대거 공급하는 2·4 대책이 차질을 빚을까 전전긍긍하던 문재인 정부 시절과 현재가 엇비슷하다. 예나 지금이나 ‘혁신’을 강조한다. 불공정 계약의 일상화에는 이처럼 표리부동의 긴 고리가 있었다.LH 혁신 방안은 그때도 나왔다. 그러나 LH 자력에 의한 내부 자정은 한계를 드러냈다. LH 용역 전관 카르텔로 화려한 말잔치가 되고 보니 윤석열 정부의 50만 가구 공공주택 공급 역시 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공공분양 착공 물량과 목표치를 한참 밑도는 인허가 실적으로 보면 불안하다. 전관 업체 계약 중단과 주택 공급 부족은 현실적인 인과관계다. 자신만 하지 말고 국토교통부가 주택 공급 로드맵 전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공사비 증가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민간 분양 물량까지 저조한 상태다. 다른 사업을 당긴다 해도 예정된 공급물량을 채우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전관 채용 업체를 배제하더라도 주택 공급에는 이상이 없을 거라는 다짐은 다소 불안하다. 미뤄졌던 사업을 당겨서 공급물량의 차이를 얼마나 메울 수 있을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100만 채 이상인 임대주택 관리의 주체이면서 서민 주택공급이 주 역할인 LH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다. 장기적으로 무주택 서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아야 한다. 물량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는 말을 물론 믿고 싶다. 계획을 잘 실행한다 해도 공공임대 주택이나 공공주택을 분양하는 데는 시기적으로는 오차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특히 2~3년 뒤 공급 대란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2023-08-21 14:08 사설 기자

[사설] 3국 정상회의 안보·경제 확장성에 주목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국·미국·일본 정상회의를 마치고 20일 귀국했다. 이번 3국 간 정상회의가 만든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정신’, ‘한·미·일 협력에 대한 공약’ 등 세 가지 문서의 큰 줄기는 안보와 경제다. 군사안보와 경제, 기술 등 전방위적 분야의 협력 체제가 어디까지 확장되느냐는 연대와 조율의 진전 정도에 따라 변수가 있다. 그렇지만 엄연히 경제, 사이버, 인공지능(AI) 등 핵심 이익이 망라된 공식 다자 협의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새로운 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지금까지 각국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간 두 차례 소통이 있었다. 이제 ‘한·미·일 경제안보대화’로 내실을 꾀하게 됐다. 공급망 회복이 절실한 상황에서 공급망 강화 파트너십(RISE)을 약속한 것은 유의미하다. 기술 보호 조치는 꽤나 실리적인 부분이다. 미국 혁신기술타격대, 한국과 일본 간 상응 기관의 교류를 시사한 것도 처음이다. 이왕 협력을 강화하려면 3국이 디지털 인프라 등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세운다는 공통 목표를 가졌으면 좋겠다. 경제, 기술, 에너지 안보 어떤 영역에서건 ‘윈윈 액션플랜’을 잘 작동해야 진정한 협력체계가 구축된다원칙(Priciples)과 정신(Spirit) 채택만으로 경제협력 확대를 포함해 3국간 공조가 바로 준동맹 수준으로 격상되는 건 아니다. 공통 관심사인 경제 분야, 수출통제, 무역장벽 제거 등에서 경제 협력 가치를 공유하면서 무역, 투자, 산업기술협력 면에서 상호 이익이 전제돼야 한다.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대중국 투자 제한 조치가 만약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이익 위주로 흘러간다면 어떨까. 반듯한 경제동맹은 문서 속의 설계에 그칠 것이다. 미국 대 중·러 진영 대립이 정치·외교적인 차원뿐 아니라 경제관계에 미칠 영향까지 계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중국을 겨냥한 새로운 범지역안보협의체 성격에 중국 측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18일(현지시간)의 공동성명(캠프 데이비드 정신)에는 중국을 명시하면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강조했다. 중국 관영언론은 한국이 ‘진흙탕’에 뛰어든 데 비유하며 과민 반응을 보인다. 불필요한 대중 갈등 요인을 만들지 않는 가운데 중국과의 공동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외교적 수완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한·미·일 협력 방안에는 대중 경제 손실에 대한 해법도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3국 협력은 안정적 발전 기반이 마련된다. 미국의 외교적·경제적 꿈만 실현하는 캠프 데이비드 정신, 원칙, 공약은 지속가능성이 없음은 물론이다.

2023-08-20 13:29 사설 기자

[사설] 수도권 다시 ‘갭투자’ 증가, 지켜만 봐도 괜찮겠나

매매와 전세가격 차이가 줄어든 수도권 일대에서 갭투자가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도 화성, 평택, 성남 분당구, 시흥, 인천 연수구 등에서 갭투자가 다수 발생한다. 갭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매가격과 전셋값 차이(갭)만으로 집을 매수할 호조건이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겠다. 화성 봉담읍 등에서는 매매전세갭이 1000만원대에 불과한 곳이 나와 화제가 된다. 서울은 송파·노원·강동구를 중심으로 갭투자 방식이 증가한다. 비수도권 중에 갭이 줄어든 세종도 갭투자가 활발한 편이다. 집값 바닥론에 힘을 싣는 요소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현재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과 주택담보대출 증가, 아파트 경매 낙찰률·낙찰가율 상승, 높은 청약 경쟁률이 그것이다. 아파트 가격 상승세에 힘입은 갭투자 증가 역시 바닥론의 한 징후일 수 있다. 갭투자의 주된 목적이 시세차익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파트 실거주 목적이 아닌 무자본 갭투자가 급격히 늘어난다면 경계해야 할 현상이다.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지켜주기 위한 불가피한 정책 선택이더라도 무리한 갭투자를 한 투기꾼까지 지원하게 되는 결과에 대해서는 숙고해볼 일이다. 전세제도 개편이 아니라도 높은 전세가율을 활용한 도에 넘치는 갭투자를 막을 대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지금 살아나는 갭투자는 과거 집값 상승기에 기승을 피우던 양상에는 물론 못 미친다. 하지만 부동산 불황기에는 보증금 미반환과 바로 맞닿는다. 부동산 침체기에 발생한 손절매 매물을 또 다른 갭투자자가 매수하기도 하는 데서 경각심을 얻어야 할 것이다.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 이내의 ‘갭’으로 매수한다는 자체가 위험성을 내포한다. 서울 특정 아파트 단지는 전체 거래의 80%가 갭투자인 곳도 나온다. 안정적인 자금운용계획 없이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해당 물건을 찾는 고객이 많아진다면 역전세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예비신호다. 한없이 지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갭투자에는 전세보증금보다 시세가 하락한 역전세, 집값이 전세보증금보다 낮아진 깡통전세 위험이 잠재한다. 소액 투자로 매수가 가능하고 값이 오르면 유망 투자기법이 되는 것까지는 좋다. 집값 상승을 기대한 투자 수요는 적당해야 한다. 집값이 계속 상승할 거라는 굳은 믿음에 기댄 흔한 부동산 투자기법일지라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전세 끼고 집 사도 문제없다’라는 식의 안이함과 해이가 바탕에 깔려서는 절대 안 된다.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고 세입자와 사회에 전가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여유자금이 없고 리스크를 못 줄일 경우라면 갭투자를 규제할 방안까지도 앞으로는 찾아봐야 할 것이다.

2023-08-17 15:40 사설 기자

[사설] 제약·바이오 인력난 놔두고 ‘미래 먹거리’ 못 키운다

인력 수요가 폭증하고 인재 모시기에 사활을 거는 현상은 산업이 고성장한다는 긍정적인 신호다. 배터리 기업 등 다른 주력 산업에서 그랬고 지금 제약바이오 기업이 그렇다. 지난 5년간 연평균 20.1%라는 성장세를 보인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즐거운 비명’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인재 확보난은 대기업, 중소기업 등 규모와 무관하게 성장을 지체시킬 복병이다. 업계 인력난이 장기화될수록 비례적으로 불리하다. 산업 종사 인력 자체는 계속 늘어났고 앞으로도 한동안 그럴 것이다. 팬데믹 이후 제약·바이오가 부각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 등이 덩치를 키우며 인력 유출에 신경이 곤두선 것이 바로 이해가 된다. 인력 수요 지표가 좋지 않으니 인맥이나 개인기에 의존한다. 업계에서 느끼는 양적 부족과 질적 부족 모두 문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수급 실태 조사를 보면 바이오헬스 산업의 인력 부족 비율은 3.4%다. 소프트웨어(4.0%) 산업 다음이다. 이러한 인력난은 생명과학과 생명공학, 의공학, 약학 등 전공을 거친 졸업생이 부족해서가 결코 아니다. 바이오공정, 임상개발, 기술가치평가 같은 직무 수행에 적합한 인재 확보가 진짜 난제다. 일할 만하면 또 바이오벤처 창업으로 향한다. 14일 바이오플러스 인터펙스 코리아 2023에서 실무자가 제시한 것 중에 답 하나가 있다. 기업에서 원하는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과 학과에서 연구하는 파이프라인 간 정보소통의 장(場) 부족은 뼈 있는 지적이다. ‘대학 따로, 기업 따로’는 12대 주력 산업에서 공통적으로 보던 모습이다. 산업 진출 예상 인력, 우수 인재 확보 전략에 맞춘 중장기적 대응 방안을 단계별로 마련해야 한다. 수요는 많은데 사람이 구해지지 않고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현상을 끊기 위해서다.수요와 공급이 맞물리는 지점을 제대로 못 찾는 정부 지원도 양보다는 질로 전환할 때다. 직원 이직을 둘러싸고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을 벌이면서 국가 경쟁력에 기여할 미래 먹거리 양성을 자신할 수는 없지 않을까. 산업계를 이끌 인적 자원 부족을 양적 개념으로만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특히 신약개발 연구 인력 등 우수인재 확보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다. 해외 우수인재를 영입하려면 국내 근무 허들을 낮춰야 할 것이다. 인력 유출 논란을 일으키는 경력직 이직 증가세의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 한정된 인재 풀로는 뺏고 뺏기는 상황을 종결시킬 수 없다. 기존 구성원 간 인력 돌리기로 제약·바이오 분야의 글로벌 리더가 되기는 더더욱 어렵다.

2023-08-16 14:02 사설 기자

[사설] 경제인 광복절 특사, 경제 살리기로 화답하길

광복 78주년을 맞아 단행한 특별사면의 방점은 경제 활력에 찍혀 있다. 이를 줄기차게 주장해 온 입장에서도 반갑다. 총수와 중소기업인 등 경제인 105명을 사면·복권한 것은 경제 활성화와 관련한 재계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취업이 제한되던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 등 기업인이 경영 현장에 복귀할 길이 열렸다. 중소기업인, 소상공인을 포함한 경제계 사면·복권이 민생경제를 토대로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의 세 번째 경제인 사면으로 폭넓게 경영 현장에 복귀할 수 있게 된 명분은 설 자리를 잃는다. 늘 그래 왔듯이 이번 경제인과 정치인, 일반 형사범 등 2176명에 대한 특별사면 중에서 유난히 기업 운영과 관련된 경제인의 족쇄를 푸는 데 대해 일부에서 탐탁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건 사실이다. 경제위기 극복에 적극적으로 나서 성과를 보인다면 경제인 사면의 명분은 충족시킨다고 할 수 있다. 개인에 대한 면죄부가 아닌 대한민국 경제에 부응하라는 국민적 총의가 되게 해야 한다. 방법론을 다시 정리하면 국가경제에 기여하면 된다.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한 투자와 고용 활성화는 중요하다. 때로는 정치적 거래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맞바꿀 만한 가치가 있을 수 있다. 기업인들이 분발해 경제 회복에 헌신한다면 말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실제로 “우리 경제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 되도록 한몸을 이뤄야 할 것이다. 기업 차원에서도 국민 화합과 경제 살리기에 역량을 다해야 한다. 성별과 세대, 지역을 가리지 않고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상당하다. 하반기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 좋아질 거라는 ‘상저하고(上底下高)’에 비상등이 켜진 시점이다. 정말 적절한 선택이었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광복절 특사에 대한 화답이며 최고의 보답이라고 믿는다.경제 위기를 고려한 사면·복권에서 경제 활성화라는 취지에 무임승차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길 바란다. 특사가 경제를 죽이는 일이라는 비판이 틀렸음을 보여주려면 본업에 더욱 집중해 경제 활력을 일으키는 방도밖에 없다. 경제인 사면 요청 명단을 취합해 정부에 전달한 경제단체들이 선도적으로 합심해 경제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 경제안보가 보편적인 용어가 될 정도로 세상이 변하고 있다. 광폭의 특별사면을 기점으로 정부와 기업이 경제 전반의 활력 회복을 목표로 ‘정경일치’라도 이뤄야 할 때다. 이는 진부한 이야기가 아니라 당면한 우리 현실이다.

2023-08-15 14:01 사설 기자

[사설] 리더십 부재 극복 이상의 큰 과제 떠안은 KT

김영섭 KT 대표이사(CEO) 최종 후보에 KT 내외부의 시선이 쏠린다. KT 경영 정상화와 조직 안정의 시급성 면에서 다가오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무난히 차기 CEO로 확정되리라 믿는다. 대표 선출 문제로 너무 길게 혼란의 시간을 보낸 리더십 공백 사태가 더 이어지면 안 된다는 여망이 강하다. 그런 절박함 속에서 다행히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하반기 전망도 ‘맑음’으로 내다보이긴 한다. 이러한 전망은 KT 경영 공백이 더 장기화하지 않고 경영 비전을 구체화한다는 전제에서 나온 걸로 봐도 틀리지 않는다. KT로서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언제까지 질질 끌고 갈 처지가 아니다.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고 성장세가 견고하더라도 디지털전환(DX) 신사업 중심의 사업 다각화 등 할 일이 겹겹이 쌓였다. 전·현직 임원들이 검찰 수사를 받는 몸살을 앓으면서 기업 가치가 떨어진 부분까지 만회해야 한다. 신임 대표의 임기가 될 향후 2년 7개월 동안 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디지코) 도약의 확실한 갈래를 타는 게 주요 과제다. 럭키금성 시절 LG에 입사한 정통 LG맨에게 KT 운전대를 맡긴 파격이 무엇이겠는가. 실용경영에 대한 기대이면서 변화·혁신에 대한 주문이 아닐까 싶다.초유의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었지만 매출 약 25조원(지난해 기준)의 KT가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B2B와 B2C 사업에서 균형 잡힌 성장으로 시장 기대치를 상회한 점 역시 평가된다. 그런데 그보다 무거운 과제를 떠안고 있다. 8월 중 KT 정상화를 외풍과 KT 수난사를 끝내고 권력의 부력이 작동하는 이권 카르텔을 없애는 분기점으로 삼아야 한다. KT를 권력의 전리품처럼 생각하는 구시대적 발상은 윤석열 정부에서 끝막음하길 기대한다는 점이다. 그 속에서 김 대표 후보가 그릴 장기적인 경영 비전 밑그림은 대단히 중요하다. 임시 주총에서 지분 60% 이상 얻어야 승인받는 KT 차기 대표는 기업의 운명을 80%까지는 아니라도 크게 좌우할 중심인물이다. 실제로 그런 리더십이 필요하다.대내외적으로 KT는 비상경영체제에서 정상화로 가는 길목에 있다.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KT 내부가 술렁이지만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위한 체질 개선은 꼭 요구된다. 하반기 전망이 맑다고 하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통신비 인하 압박과 알뜰폰 시장 가속화 등에 잘 대처하면서 통신외 사업 부문에서도 성장해야 한다. 정식 대표이사로 승인받으면 외부 출신 CEO로서 과감한 혁신전략으로 ICT(정보통신기술) 생태계 구성원 모두가 바라는 KT를 만드는 일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2023-08-13 14:43 사설 기자

[사설] KDI 성장률 1.5% 유지에 안심해선 안 된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일 새로 내놓은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5% 그대로였다. 내년 성장률(2.3%)도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이번 성장률 전망이 큰 관심인 것은 연구원이 최근 몇 달 간 경제 상황을 비교적 밝게 평가했던 때문이기도 했다. ‘나라경제’ 8월호에서도 민생지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하반기 경기가 대체로 개선된다고 봤다. 수출도 갈수록 나아진다는 관측이었다. 지난해 11월 1.8%, 올해 5월 1.5%에서 다시 0.1%포인트(p) 내릴 거라는 견해가 있었지만 기존 성장률 전망은 유지됐다. 그러나 지난 5월 0.3% 내렸을 때와 대동소이한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상수처럼 반영되는 중국 경제는 수출, 제조, 고용, 부동산 할 것 없이 나쁘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다 더블딥(불황에서 일시 회복했다가 다시 불황에 빠짐) 징후까지 보인다. 성장 둔화 압력이 만만치 않다. 한 차례 더 예측 변화를 낮게 잡아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KDI가 똑같이 제시한 GDP 성장률 1.5%를 달성하려면 하반기에 2.0% 정도는 성장해야 한다. 유효하다고 본 상저하고(上低下高·경제가 상반기에 저조하고 하반기에 반등) 시나리오가 쉽지만은 않을 걸로 내다본다. 구조적인 저성장에서 빠져나오고 최악이라도 간신히 역성장을 피한 2분기보다 더 활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 경제 체질 개선,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에 별 관심 없고 정쟁에 진심인 정치권을 여기서 소환하지 않을 수 없다. 상반기 우리 경제 성적표가 걱정보다는 좋다며 안심하고, 혹시라도 지금 0.1%p 더 하향 조정하지 않았다고 자족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현재 시점만 보면 KDI가 경기 저점을 지난다며 경기 회복에 다소 확신을 가졌던 7월보다 좋지 않다. 지난 전망 시점인 5월보다 월등하게 나을 것도 없다. 세입 여건까지 악화된 상태다. 우리 경제가 저점을 벗어나 회복세로 한달음에 가기 힘듦을 보여준다. 수출 구조 다변화나 수출국 다변화 대책은 물론 좋다. 중국의 수요 중심으로 대중 교역 구조를 재정립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더 맞을 수 있다. 미국 경제 하방 위험이 완화된 점을 이날 수정 전망에 반영했지만, 중국 경기 회복 지연은 곧 한국 경제의 하방 위험이 된다.정부가 목표로 삼은 경제성장률, 한국은행 전망과 0.1%p 차이지만 동일한 것은 아니다. 여기에 도달하려면 난관이 적지 않다. ‘수정 경제전망’에서 유지된 1.5%는 하반기 경기 반등에 명운을 걸어야 가능하다. 1% 초중반이나 초반대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실제로 있다.

2023-08-10 14:47 사설 기자

[사설]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 계획은 잘 나왔다

정부가 9일 공개한 반려동물 미래 산업화 설계도에 그려진 것은 ‘국가전략산업화’다. 펫푸드, 펫헬스케어, 펫서비스, 펫테크 등 4대 산업은 펫코노미(반려동물+경제)의 종합판을 보는 듯 세밀하다.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대책답게 매우 종합적이다. 주로 내수 시장용으로 반려인의 요구와 수요에 의한 산발적인 기존 계획과는 다르다. 지금까지는 초기 발전단계였다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접근이 정확할 것 같다. 달리 말하면 펫산업 확장과 체질 개선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국내 반려동물(개·고양이) 양육 가구가 600만 가구를 넘고 양육 마릿수가 800만 마리가 된 수적 증가에만 틀을 짜맞추지 말라는 것이다. 네 가구 중 한 가구꼴인 반려인구 급증세에서 애견 인식이 가족이라는 의미로 확장된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최소한 반려인이 정책 입안을 하면 더 나은 이유다. 펫팸족이라는 신조어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인구감소로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지자체에서 반려동물 친화도시를 내거는 거야 좋다. 시장규모 498조원라는 것 하나만으로 국가전략산업 육성의 당위성은 설명된다. 다만 따놓은 당상처럼 블루오션으로만 인식하고 대안 없이 뛰어든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시장 성장세 자체로 보면 국내 시장 규모를 4년 후 15조원 규모로 성장시킨다는 정부 계획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반려동물 시장을 두 배로 키우려면 의식주 관련 제품뿐 아니라 웰니스, 그루밍을 비롯해 훈련 및 돌봄 서비스, 반려동물 기술까지 앞서야 한다. 내수시장 활성화뿐 아니라 우리의 강점인 수출에 관한 전략이 먹히면 그 이상 실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펫푸드 수입 의존도가 50%를 넘는 현실은 수출 경쟁의 벽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로도 치환된다. 전 세계 반려동물 연관산업 규모를 감당할 시장지배력을 결국은 키워야 하는 과제로 연결된다.그렇게 볼 때 상대적으로 반려동물 산업에 산·학·연·관 긴밀한 네트워크가 요청되는 부분은 육성대책에서 별로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가축용 사료와 구분되는 별도의 펫푸드 분류체계까지 언급했는데 이는 맞는 말이다. 그 전에 반려동물과 애완동물을 혼용하는 현행법부터 고쳐야 한다. 반려동물 연관산업 특화단지 조성을 포함한 산업적 기반, 내수와 수출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률은 당연히 정비·제정해야 한다. 펫산업은 마음먹은 대로 배출되는 수출효자가 아니다. 반도체나 이차전지처럼 진중하게 생각해야 반려동물 산업화 설계도에 그려진 국가전략산업화라는 그림을 잘 완성할 수 있다.

2023-08-09 14:00 사설 기자

[사설] 역전세난 완화됐다고 안심하기엔 좀 이르다

전세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전세수급지수가 모처럼 90선을 회복했다(90.6). 기준선 100에는 미달하지만 1년 전(90.2) 조사 때를 처음으로 살짝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넷째 주 60.4, 2월 첫째 주 60.5까지 떨어져 역전세난 경고등이 켜졌던 걸 감안하면 완화된 것이고 많이 좋아진 것이다. 전세가격도 상승세다. 불안심리가 완전히 걷히지는 않은 가운데 점진적인 회복 국면이다. 변수도 잠복해 있어 조심스럽긴 하다. 하지만 넓게 보면 아파트 전세시장은 회복세로 돌아선다고 봐도 무리는 없다. 전셋값 하락 폭이 컸거나 주거단지가 양호한 단지 위주로 반등하는 양상은 상당히 추세적이다. 기존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떼일 역전세·깡통전세 우려는 그만큼 줄어들었다. 월세 선호 현상이 좀더 지속되고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높은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의 깡통전세 위험성은 물론 아직 잔존한다. 여파가 국지적이라 하더라도 방심해서는 안 될 부분 중 하나다.하반기 강남권 중심으로 대량 입주가 진행되면 전셋값은 조정될 것이다. 다만 일시적이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임대차 시장의 생리상 하락세로 돌아서더라도 곧 회복될 수는 있다. 낙관론을 편다면 하반기에서 내년 초반까지는 폭등 수준으로 오를 일은 거의 없다. 다만 지난 몇 년간 급격히 올랐던 전셋값 수준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디게 걸린다. 역전세난은 완화됐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뜻도 된다. 전세보증금 반환목적 대출 등 시장의 위험 수위를 낮추는 정책이 제대로 힘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대출 금리도 다소 진정돼 상반기보다는 여건이 나아질 수 있다. 그러나 함정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서울 단독·다가구 거래량이 12년 만에 바닥을 친 데서도 비아파트 기피 현상이 가늠된다. 하반기에는 주거안정을 위협하는 요소를 해소하는 데 경제정책방향의 역점을 둬야 한다. 조심할 것 또 하나는 다가오는 가을 이사철에 전·월세 물량이 쑥 줄어들 경우다. 역전세난이 전세난으로 전환되거나 역전세난과 전세난이 혼재하는 양상을 띨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현재만 걱정해서도 안 된다. 올해 1~5월 전국 아파트 착공 실적은 지난해 동기 대비 46.4% 감소했다. 이렇게 반 토막 나면 몇 년 안에 전세난을 또 걱정할 상황이 도래한다. 가령 2025년과 2026년 입주 물량이 급격히 줄면 그때는 전셋값 급반등 요인이 된다. 지금은 물론 미래까지, 못해도 다음 전세 계약 시기 정도는 내다보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가까이도, 멀리도 볼 줄 알아야 한다.

2023-08-08 14:05 사설 기자

[사설] 투기성 ‘외국인 토지 쇼핑’ 이대로 둘 수 없다

상반기 외국인 토지 거래가 6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거래절벽이던 지난해 2084건으로 약간 떨어졌다가 올 들어 ‘토지 쇼핑’ 사례가 늘고 있다. 그 이전 5년간(2017~2021년) 외국인 토지 거래량은 연간 2300~2700필지대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됐다. 올 1월(306필지)부터 6월(451필지)까지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3000필지대에 근접할 수도 있겠다. 경기도 토지 취득면적이 특히 계속 늘어난다. 집값이 뛰면 외국인 토지 매수 증가는 더 확실시된다. 불법행위도 덩달아 늘 것이다. 오는 10월부터 조금 달라진다고는 한다. 토지거래를 허가받을 대상자를 외국인을 특정하거나 ‘주택이 포함된 토지’, ‘임야’ 등으로 대상 토지 제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얼마나 실효가 있을까 싶다. 6월 기준으로 경기도에서도 고양시, 그중 창릉신도시가 들어서는 덕양구가 29건이나 된다. 자금 조달력을 갖춘 외국인들은 부동산 침체나 금리 등에 신경 쓰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신도시 등 개발호재가 많은 지역에 집중해 사들인다는 의미다. 토지 투기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기획조사 등을 통해 핀셋 규제가 무용지물이 안 되게 관리해야 한다. 관련 법률과 하위 법령이 외국인 토지 거래의 방파제 구실을 하기에는 미진하다.외국인 등으로 특정해 지정하는 것이 탈세나 해외자금 불법 반입 등 위법 의심행위에 대한 온전한 대안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내국인에 비해 규제를 덜 적용받거나 규제에서 자유로운 사례들이다. 외국인이 자국 은행에서 거액 대출을 받아 토지 쇼핑을 해서 그들만의 무위험 고수익 자산으로 만드는 사례가 없어야 한다. 부분적으로는 토지 시장의 변동성을 증가시킬 위험마저 있다. 해외 투기자본 유입에 따른 난개발 등 부작용 또한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업·다운 계약이나 명의신탁, 편법 증여 등 불법행위는 최근 선별 조사에서도 허다하게 나타난다.국내에 거주하지 않은 외국인의 국내 토지 매입이 활발한 데서 일단 투기적 성격을 읽어내야 한다. 중국인 소유 토지의 공시지가 상승세를 추적하면 바로 알 수 있는 일이다. 외국 자본의 토지 매수를 경제·안보적으로 접근해 제약하는 일본의 경우에서도 배울 점은 있다. 우리라고 국방 목적상 외국인 토지거래허가 대상 지역에 대한 규제가 없지는 않지만 약하다. 토지취득 목적과 자금 출처 검증이 취약한 것도 문제다. 외국인 국적 국가와의 상호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허가 대상자 및 대상 토지의 구체적인 사항이 특정 가능해진 것 그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다. 토지 불법 의심 거래를 차단하기에는 군데군데 구멍이 많다.

2023-08-07 14:00 사설 기자

[사설] 잼버리 남은 일정에 국가 역량 총동원하라

곡절 끝에 일정을 진행하기로 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8월 1~12일)가 어느새 후반전이다. 대회 중단 사태로 번질 뻔한 전반의 실수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1991년 강원 고성 잼버리 이후 거의 한 세대만에 열린 대회는 청소년 문화올림픽이라는 말이 무색한 현실판 악몽처럼 여겨졌다. 리얼 생존게임이라는 외신 비판과 주요 참가국 철수라는 극단적 상황은 치욕적이었다. 잘못은 예견된 폭염이 아닌 부실한 행사 운영과 준비 부족에 있었다. 폐막까지 남은 기간에 국격 추락 사태를 만회하기 바랄 뿐이다. 국내 IT기술, AI 기반 첨단 자동안전장치 등 정보통신기술이 집약된 한마당이 된다는 구상은 해충과 물웅덩이가 허망하게 뒤덮어버렸다. 청소년 안전을 중시하는 국가라면 외교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타 지역 일정 소화 등 반쪽짜리 행사이고 즉흥성은 있지만 알찬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지구촌 평화를 각인한다는 상징성을 어떻게든 살려보기 바란다. 세계 청소년들 앞에서 K-컬처의 위상을 높이고 특수를 누리겠다는 구상은 잠시 내려놓아도 된다.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할 시간이다.책임 소재 가리기는 잼버리 종료 이후로 미뤄야 한다. 2017년 유치 확정 후 5년간 허송한 전 정부와 또 다시 1년을 소모하며 행사 관리에 무책임한 현 정부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윤석열 정부의 최대 국제행사로서 품지 못한 잘못도 있다. 새만금에 숙영지를 선정한 것부터가 실책이다. 관심을 집중시켜 인프라와 투자를 유치하려던 얄팍한 계산 때문은 아닌지 반성을 요하는 대목이다. 새만금 개발사업을 앞당겨 지역개발을 선도한다는 준비 안 된 ‘선의’가 국가 브랜드까지 갉아먹었다.참가국 스타우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남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나쁜 의미의 국격 바로미터가 되지 않도록 정부와 함께 민간과 지자체가 박차를 가해야 한다. 가마솥더위와 진흙탕 우려는 흘려듣고 생산 유발 효과와 부가가치만 부풀린 건 아닌지도 겸허히 반성해야 할 것이다.돈으로 환산 안 되는 청소년 잔치라는 생각은 왜 못 해봤나. 중앙정부 주도로 더 큰 사고 없이 안전하게 행사를 마치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제행사 개최 역량과 위기 대응 능력의 진면목을 늦게라도 보여줄 책임이 있다. 이보다 더 많은 걸 잃으면 안 된다. 우린 그런 나라가 아니다.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일정상 유종의 미라는 말을 쓰기엔 너무 늦었다. 박수 받기 힘들어진 대회지만 지금부터라도 최선 다하는 잼버리가 되길 염원한다.

2023-08-06 14:01 사설 기자

[사설] 상온 초전도체 ‘초광풍’, 검증 거칠 때까진 신중해야

국내 연구 기업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상온에서의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해 과학계와 테마주들이 들썩인다. 납과 인회석 결정 구조인 LK-99 물질을 이용해 상온·상압 초전도 현상을 구현한다면 바로 꿈의 신물질이 될 것이다. 가능성은 있다고 보지만 신중할 부분이 있다. 냉철히 평한다면 검증 과정 없이 실린 수십 쪽짜리 논문으로 세상에 나왔을 뿐이다.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 ‘아카이브(arXiv)’ 게재 내용에 대해서는 뛰는 가슴을 진정하고 국내외의 이론적 검증과 재현을 지켜볼 단계다. 이것은 경제에 앞서 과학이다. 미지의 신세계를 열려면 검증은 되는지, 재현 가능한지 실험·이론적 검토를 거치는 게 당연하다. 절대온도가 아닌 곳에서 전기저항이 0인 완전 도체가 나타난다면 응용 분야를 논하기 전에 정말 꿈같은 일이다. 초저온과 초고압 조건에서만 초전도 현상 구현이 되는 것이 현재까지의 과학적 사실이다. 연구가 사실이면 과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사건이며 인류 문명이 퀀텀 점프를 맞게 할 인류사적 발명이 될 것이다. 투자자들이 수혜주 찾기에 분주한 것이 이해는 간다. 그러나 근거가 완비되지 않았다. 사실 확인이 되고 재현되어도 투자 광풍은 경계하며 신중해야 한다.물론 국산 상온 초전도체 개발 소식에 제2의 이차전지 기대감이 없다면 도리어 이상할 것이다. 납·구리가 이용된다는 소식에 동합금 계열의 주가까지 영향을 받는다. 초전도체 관련 종목들이 상승세에 진입한 패턴도 이차전지 때를 연상시킨다. 다만 ‘레시피’가 공개된 정도다.주도주 계보를 잇는다고 장담하기엔 여러 면에서 모자라다는 뜻이다. 1911년 처음 발견된 초전도체 개발 역사는 112년이 지났다. 적어도 시편(물질 샘플) 분석을 거쳐 최종 성공 여부가 나올 때까지는 이차전지의 대항마가 될지에 대한 판단은 섣부르다. 과학자들의 검증을 지켜보기 전에는 주식 투자에 위험 요소도 있다.논문물질이 상온 초전도체라면, 즉 전기 저항이 0인 물질이 실현된다면 그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영화 ‘아바타’에서 바위산이 떠다니는 ‘언옵테늄’ 상황도 이론상 구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초전도체 분야가 이차전지 이후의 미래 먹거리 산업이 될 조건은 덜 갖춰졌다. 이런 상황에서 초전도 개발업체 등의 주가가 폭등해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기존 초전도체 기술이 시장 판도를 바꿀 만한 우위를 선점할지를 더 지켜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현명한 자세다. 상온 초전도체 기술이 한국초전도저온학회 등의 검증 관문을 넘기를 고대하며 그때까지 의심의 눈초리는 거두고 조용히 성원해야겠다.

2023-08-03 13:58 사설 기자

[비바 2080 시론] 말로만 ‘노인 공경’ 그만… 노인문제 실질 해법 찾아 지원해야

의원들의 잇단 노인 폄하 발언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한 더불어민주당이 뒤늦게 대한노인회를 잇달아 방문해 사과했다. 하지만 진정성이 없다는 빈축 속에 정작 논란을 촉발한 김은경 당 혁신위원장은 여전히 ‘사과’ 보다는 “진의를 헤아려 달라”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사태를 더 키우는 양상이다.김 위원장을 옹호하는 발언 끝에 또 막말을 뱉아 싸잡아 비판을 받고 있던 양이원영 의원이 논란의 당사자로는 가장 먼저 2일 오후 부랴부랴 대한노인회를 찾아 김호일 대한노인회장 등에게 사과 입장을 전했다. 대한노인회가 이날 오전 김 위원장과 김 위원장을 옹호한 양이 의원, 이재명 대표의 방문 사과를 요구한 데 따른 긴급 조치였다.양이원영 의원은 하지만 사과를 하면서도 “억울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자신이 표현을 잘못 쓴 부분은 인정하지만 진의가 곡해되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미래에 없을 사람들...’이라고 분명히 얘기해 놓고는 “폄하 발언처럼 비치게 돼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이것이 과연 진정성 있는 사과였는지 묻고 싶다.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이날 오후 춘천에서 열린 ‘강원도민과의 대화’ 행사 참석을 이유로 대한노인회 방문에 함께 하지 않았다. 사태 조기수습을 위한 진정성 있는 사과가 급한 상황에서, 그 보다는 당장의 내년 총선 한 표와 당 내부 단속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속내를 드러내는 듯한 행보로 읽혀져 씁쓸하다.박광온 당 원내대표도 3일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한다고 하지만 이런 진정성 없는 사과를 우리 어르신들이 곧이곧대로 믿고 화를 풀 지 의문이다. 일각에서 ‘대리 사과’라는 비판이 비등한 만큼, 막말의 당사자들이 직접 찾아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확실한 재발 방지책을 약속해야 할 것이다.?말로만 노인 공경, 어르신 존중을 외치지 말고, 차제에 점점 삼각해지고 있는 독거노인 문제 등 노인 현안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여야 협치가 필요해 보인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충격적인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십분 참고해, 보다 현실적이고 미레지향적인 해법을 내놓는 게 가장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이 될 것으로 믿는다.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층 5명 중 1명이 독거 노인이다. 독거노인 수는 2015년 122만 3000명에서 2021년에 182만 4000명까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들의 소득은 2인 이상 같이 사는 노인 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친다. 작년 4분기의 경우 월평균 소득이 157만 원 수준으로 동거 노인의 42%에 그쳤다.일자리를 가진 독거 노인 중에서도 아무래도 소득이 일정치 않은 임시근로자가 거의 절반이다. 일용직 근로자를 포함하면 55% 가량이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노후 빈곤의 삶을 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직업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상용근로자는 겨우 11.6%에 불과했다.국민을 위한다는 정치, 국민을 섬기겠다는 정치인들의 안중에는 이런 위기 상황의 노인 문제는 아예 안중에 없는 듯하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 행보가 가속화하고 있기에 이런 ‘관습적 정치 행태’가 더더욱 만연해 질 까 우려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매번 고령화 대책을 쏟아내는 정치권이지만, 보여주기식 ‘노인 공경’이 얼마나 많았던가.정작 노인들의 시각에서 나온 노인 정책이 얼마나 되었는지도 의문이다. 부디 대한노인회를 방문하게 된다면,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그분들의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더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산업화와 만주화를 온 몸으로 만들어 낸 이분들이 보다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돕는 것이 이 시대 정치인들의 할 일이다.

2023-08-03 08:30 조진래 기자

[사설] 중국도 수출 통제 시작… 핵심광물 수급 전략 괜찮나

반도체와 관련한 일본의 수출규제를 벗어나나 했더니 중국의 수출통제가 비집고 들어선다. 1일부터 중국에서 특정 광물을 수입하려면 중국 상무부를 거쳐 국무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른 품목도 아니고 반도체 개발이나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소재 등에 쓰이는 갈륨이다. 그리고 반도체 공정용 가스 생산 등에 들어가는 게르마늄이다. 대체 수입이 가능하다는 것만 너무 믿고 중국 점유율이 워낙 압도적인 사실을 놓치면 안 된다. 우리 반도체 기업에 파장이 미칠 여지가 있다. 원자재 리스크 관리가 지금 필요하다. 그에 앞서 미국과 동맹국의 첨단 반도체 대중(對中) 수출 규제에 대응하는 보복 카드인 점부터 명료하게 기억해야 한다. 미국은 기술 통제에 이어 대중 아웃바운드(역외) 투자 제한 조치로 옥죌 태세다. 정부의 핵심광물 확보 전략도 우리 기업의 공급망 수급 충격에 대비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갈륨도 제때 확보하지 않으면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이 그만큼 늦어진다. 핵심광물 부국인 중국이 쏘아올린 핵심광물 패권 앞에 굴하거나 핵심광물 확보전에서 낙오되지 않아야 한다. 핵심광물 수급 위기 앞에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고위급 자원외교도 필요하다.국내 산업계가 곧바로 입을 타격은 적은 편이다. 하지만 광물 수요의 95%를 수입에 의존한다. 특정국에 쏠려 대체재 확보조차 어렵다. 중국 의존도 낮추기 역시 쉽지 않다. 수출 통제의 귀추와 별도로 동남아나 중남미, 아프리카 등 광물 자원 부국에 대한 공동 투자와 공급기지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리튬, 망간, 코발트 등도 중국에 선점당한 상태다. 다방면에서 미래가 걸린 것이 안정적인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이다. 생산과 공급을 사실상 독점한 중국의 선제 타격 대상에 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남은 제재 수단과 종류는 많다. 중국은 통제 품목 확대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눈에는 눈이라는 식으로 중국이 무기화한 품목 외에도 수입의존도가 높은 희귀 원자재 수급 상황이 괜찮은지 점검해야 한다. 한국 반도체를 흔드는 이런 사례들은 또 계속 늘어날 것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에 당장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손놓는다면 무방비로 당하는 일만 남겨진다. 미국 등 대체 수입선 확보로 단기 수급 영향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그 이상은 다르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벌써 들썩인다. 기업과 정부가 원팀이 되어 예기치 않은 사태를 막아야 할 것이다. 앉아서 기다리는 것은 나쁜 대처법이다. 광물자원 대체품과 대체 수입 채널 확보에도 최선을 다할 때다.

2023-08-02 14:33 사설 기자

[사설]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딜레마’ 신중히 풀어야

잘 내려간다 싶던 기름값이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1일 오피넷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36.16원으로 올라섰다. 서울 평균 판매가격은 1725원, 제주는 1708원까지 진입했다. 광주도 1606원으로 1600원대에 합류한다. 기름값이 움직이면서 폭우에 이은 폭염 뒤 물가를 압박하고 무역수지를 자극할 우려가 커졌다. 8월 말까지 연장된 유류세 탄력세율 조치의 정책 방향을 조만간 잡아야 할 당국이 고민도 깊어졌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를 웃돌며 강세다. 이러한 상승세에 물가 부담과 민간 활력까지 얹은 조치는 고차 방정식이 됐다. 더구나 지난해 동기보다 39조원 이상 덜 걷힌 올 상반기 세수 결손도 메워야 한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의 감산, 경기 회복 기대감과 중국·인도 수요 증가, 미국 석유 재고 감소 등 국제유가 불확실성을 자극할 요인은 쌓여 있다. 선택지는 두 가지다. 휘발유 25%, 경유·액화석유가스(LPG) 37% 인하 조치를 끝내거나, 끝내지 않고 재정 위기 적신호인 세수 부담을 그만큼 감수하느냐다. 9월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축소하기에는 더 큰 부담이며 딜레마다.지난 5월부터 다시 걷겠다던 유류세 정책을 유보한 이유는 그대로 존속한다. 그때는 국제유가라도 안정 기조를 보였었다. 하긴, 교통세란 이름으로 처음 도입된 유류세 자체가 그때그때가 임기응변의 역사였다. 국제유가 하락만 기다리는 천수답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10년 계획이던 교통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로 탈바꿈해 3년마다 일몰 시한을 연장해 왔다. 세수 목표 15조원을 넘기도 하는 유류세를 선뜻 포기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연료에 이것저것 붙는 세금·준조세에 대한 장기적인 운용 방안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슬금슬금 오름세를 타는 지금은 다음달부터 어떻게 하겠다는 결론을 물론 내려야 한다. 인하 조치가 중단되면 리터당 휘발유는 205원, 경유는 212원 오른다. 휘발유 가격이 2000원대를 넘보는 건 시간문제다. 물가 상방 압력이 된다. 유가가 계속 오름세일 때 유류세 인하 조치를 갑자기 종료하면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없다.국제유가 불확실성 속에 유가가 저항선인 83달러 밑에서 맴돌지, 골드만삭스 전망처럼 93달러까지 갈지는 좀 지켜봐야 한다. 각종 변수를 종합해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의 존치 또는 폐지나 축소를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추가로 연장한다면 국가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세수 공백의 후폭풍을 막을 준비를 단단히 한 다음의 일이어야 할 것이다.

2023-08-01 14:02 사설 기자

[사설] 폭넓은 '경제인 광복절 특사' 기대한다

경제인 특별사면의 주된 목적은 첫째도 둘째도 ‘경제 살리기’다. 8·15 광복절을 2주 앞두고 경제인이 포함된 특별사면 대상자를 막바지 조율 중인 시점에 챙겨볼 명분이기도 하다. 신년 특사에서 빠진 중량감 있는 재계 인사들을 가급적 최대한으로 포용하길 바라는 이유다. 총체적 복합 위기 속에 빠진 한국 경제의 간절한 부름이다. 그만큼 기업인의 창의와 혁신이 요구된다. 사면 방향과 대상 설정에서 이보다 중한 기준은 없을 듯하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의 행사 방향도 기본적으로는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 기대한다. 몇몇 특정인이 나라 경제에 꼭 필요하느냐는 식의 논리와 항변은 잘 맞지 않는다. 경제인 특사도 찬반 여론에 부딪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내외적인 어려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무역수지 연속 적자 등 난관을 떠올려봐야 한다.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서 이뤄져야 할 사면권 행사의 요건에 부합한다. 경제단체들이 공식 건의한 인원 외에도 기업활동 제약의 족쇄를 풀고 대규모 투자 전략과 고용 창출을 선도할 기회를 준다면 사면권 남용이 될 수 없다. 헌법의 취지에도 반하지 않는다. 대통령 사면권이 목적대로 작동되는 것이다.거론되는 인사를 예로 들자. 이 중차대한 시점에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는 기업체 취업제한 규정을 받는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은 ‘미등기 회장’이라며 시민사회의 해임 요구 수모까지 겪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시장경제활동의 제약을 받는 경우다.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전 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과 강정석 전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 등 기업인의 묶인 손발을 민생 회복 방편으로서 풀어야 한다. 기업을 넘어 국익을 우선 헤아려 경제인 사면을 폭넓게 검토해주길 기대한다.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을 천금같이 여겨야 할 시기다. 지난해 광복절 특사는 경제인 사면 폭이 크지 않아 아쉬웠다. 앞선 문재인 정부 때는 5가지 사면 제한 공약을 내걸고 일부 가석방 등을 제외하고는 광복절 경제인 사면을 원칙적으로 단행하지 않았다. 막심한 경제활동 제약에 눈길을 주지 않고 비판 여론에 휘둘렸다. 사면은 정치적 행위에 가깝지만 경제 회복에 동참할 기회를 부여하는 강력한 리더십이다. 경제인 사면은 경제를 위한 일이어야 한다. 경제단체들이 심사숙고해 법무부에 전달한 사면 건의를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이제 과감한 경제인 사면 단행으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강고한 정권적 의지를 보여줄 차례다.

2023-07-31 14:11 사설 기자

[사설] 기초연금 재정자주도, 연금개혁에 답이 있다

사회복지 지출의 증가는 대응지방비 부담을 늘리고 지방자치단체 세율 자율성에 영향을 미친다. 일괄적인 인상보다는 하위계층에 더 주는 방식 등 기초연금 발전 궤도에 맞는 개선이 요구된다. 기초연금 급여액 확대는 지방자치단체가 재량권을 갖고 쓰는 재정자주도(財政自主度) 측면, 재정건전성 판단의 기준에서 문제를 키운다. 그런데도 정교한 예측이나 검토 없는 ‘연금정치’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제도로 확대 개편하면서 기준급여액이 월 10만원 수준에서 20만원으로 뛰었다. 문재인 정부 때 30만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등 급여액 측면에서 또 한 번 팽창했다. 그러나 빈곤 갭(격차) 완화에 유의미한 도움을 주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한, 기초연금을 월 40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 역시 연금개혁에 역행할 수 있다. 일괄 지급으로 재정 부담만 늘고 빈곤층 노인의 생활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는 손봐야 한다. 이것이 개혁의 바른 방향이라는 전제에서다.지자체의 재정자주도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초연금의 국고보조율 기준이 되는 재정자주도 80% 미만, 80~90%, 90% 이상 등의 기준은 무의미하게 됐다. 어디라 할 것 없이 모든 지자체의 재정자주도가 80% 미만에 이른 반면 사회복지비 지수가 25% 이상인 지역은 계속 늘고 있다. 기초연금 예산으로 지방재정은 어려워지고 자체사업예산에는 감소가 나타난다. 일괄적 인상은 대응지방비를 늘려 지자체 재정 여력을 약화시킨다. 이 경우, 기초연금 부담이 큰 지자체에 대해 추가로 국고를 지원하면 중앙정부에 대한 재정적 의존은 더 심화한다. 중앙정부나 소속 산하기관이 재정과 집행을 전담하게 하는 방안을 포함해 다각적인 대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사회복지비용을 늘리지 말자는 게 아니다. 지자제의 세출 자율성을 강화하려면 기초연금 지급액의 국비 분담 비중을 키워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국내 세입분권 수준은 낮으면서 세출분권이 훨씬 높은 구조다. 재정자주도 기준 변경이나 국고보조율 조정은 어차피 불가피하다. 재정자주도와 사회복지부담 지수 구간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기초생활보장 급여, 장애인연금과 함께 기초연금 부문에서는 중앙정부 책임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기초연금 급여수준을 50만원 등으로 높이고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40%까지 축소해 집중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결국 연금개혁에서 답을 구할 사안이다. 지방교부세, 조정교부금의 증가 자체가 기초연금의 재정안정성 확보의 근본 방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2023-07-30 14:33 사설 기자

[사설] 역전세 반환대출 완화 방향성은 좋다

기존 세입자의 전세금 반환이 어려운 집주인을 대상으로 전세보증금 반환대출 규제가 완화된다. 27일부터 1년간(~2024년 7월 31일) 한시적이며 제한적이지만 전세금 떼일 걱정을 좀 던 것만은 확실시된다. 다행히도 전세시장은 차츰 정상을 찾아가는 추세다. 서울 아파트 역(逆)전세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역전세난의 사전 징후라 할 급매물이 줄었다. 전셋값 반등지역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다음달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7년 만에 가장 적다. 완화 배경이 된 문제인식이 왜곡되지 않고 반영되면 효과를 기대해볼 만한 여건들이다. 시기도 괜찮다. 방향성은 일단 좋다. 전세금 미반환 우려가 해소되면 전세금 하락세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상승작용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신규 세입자에게 받는 전세금으로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역전세 국면은 그만큼 줄어든다. 후속 세입자 보호를 위해서는 27일부터 시행된 주택금융공사의 특례 전세보증금반환보증까지 잘 활용해야 한다. 전세금 상환을 위해 한꺼번에 주택 매각에 나서는 상황 전개도 바람직하지 않다. 집값 폭락을 부르는 악순환이 실제 줄어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우려의 시선은 충분히 살펴야 한다. 올 상반기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거래 비중은 역대 최저치였다. 전세 기피 경향은 하반기 역전세 위험 수위를 낮추는 데 아무래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전세 시장은 금리 민감도가 높다. 1000조원 넘는 전세보증금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취약한 사금융이 됐다. 언제든 금융위기를 부를지 모를 뇌관이 전세보증금이다. 과도한 대출과 부실이 금융회사에 전가되면 안 된다. 그러면서 임대인의 잔여대출 여력 부족 등 제도의 사각지대를 동시에 볼 부분이 있다. 반환대출 완화가 부동산 시장과 국민 경제생활 혼란을 막는 역전세난 대책이 아니면 안 된다.그러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가 아닌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하는 등의 대출 지원 목적을 보다 선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집주인의 자력반환능력과 다른 선택지가 없는지를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전세 반환대출 완화는 하되 ‘핀셋 적용’은 불가피하다. 부동산 투기심리가 보태져 전세부채 폭탄을 더 키운 측면을 생각하자. 차액분 대출자금이 다른 용도로 전용되지 않아야 하고, 갭투기 구하기의 모양새가 되지 않게 조심도 해야 한다. 부담 낮추기의 부작용, 반작용에 유의하라는 뜻이다. 대출규제 완화가 지금은 물론 하반기를 기점으로 역전세난 해소의 가속력이 되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노력을 더 가미해야 하는 이유다.

2023-07-27 14:13 사설 기자